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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혼자 있는 오늘, 그래서 괜찮아 (G. 곽정은 작가)

김하나의 측면돌파 (75회)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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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아’는 ‘혼자이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의미잖아요. ‘언젠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겠지만’이라고 혼자라는 걸 조금 부정하는 게 있다면, 혼자여서 괜찮다는 건 ‘혼자이고, 그래서 괜찮아’라는 의미인 거죠. (2019.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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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찍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혼자구나’, ‘내가 외롭구나’라고 느낄 때가 인생에서 더 좋은 쪽으로 향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라는 걸. 사람들과 하하호호 함께 웃고 떠들 때는 잘 보이지 않는, 더 깊은 성장으로 가는 그런 문. 어떤 사람들은 그 문을 아예 보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희미하게 그 문을 알아보고도 그 앞에서만 서성거리다 발걸음을 옮겨 버린다. 혼자 시간을 보내도 그렇게 적적하지 않을 때, 세상은 ‘연애 세포가 사라진 거’라며 은근히 겁을 주지만, 나는 감히 말하겠다. 삶이란 그 순간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통찰력도 그때 생기는 것이라고.

 

곽정은 저자의 에세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곽정은 작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연애 카운슬러’로 유명하신데요. 이제는 “그저 연애 고민을 해결해주는” 언니가 아니라 “삶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아홉 번째 책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를 쓰신 곽정은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책 제목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예요.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가 아니라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인데, 제목을 직접 지으셨나요?

 

곽정은 : 사실 진짜 많은 선택지가 있었거든요. 마지막에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라는 의견이 나왔는데, 제가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했어요. 혼자여도 괜찮다는 건 ‘둘은 괜찮은데, 혼자는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은데’라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혼자여서’로 바꿨던 것 같습니다.


김하나 : 제가 그 포인트가 좋았거든요.


곽정 : 저도 좋아요(웃음).


김하나 : ‘혼자여도’는 둘이나 그 이상을 상정하고 ‘혼자라는 것은 부자연스러운데, 그래도 괜찮아’ 같은 의미가 있어서, 오히려 이 책이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 같았어요.


곽정은 : 네, 맞아요.


김하나 : ‘혼자여서 비로소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곽정은 : 네. 그리고 조금 다른 게 ‘혼자여도 괜찮아’는 ‘혼자이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의미잖아요. ‘언젠가는 이 상황을 벗어나겠지만’이라고 혼자라는 걸 조금 부정하는 게 있다면, 혼자여서 괜찮다는 건 ‘혼자이고, 그래서 괜찮아’라는 의미인 거죠.


김하나『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가 아홉 번째 책이고, 첫 번째 책을 내신 후로 10년이 지났어요. 그러니까 작가로 데뷔하신지 10년이 되신 셈이죠.


곽정은 : 네, 2009년에 첫 책을 냈고요. 2019년이 되었네요.


김하나 : 한 인터뷰에서 ‘이번 책은 그간 쓴 책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라고 말씀하신 바가 있는데, 어떤 점에서 다르고 왜 그런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곽정은 : 이번 책은 사실, 다른 책과 쓰기 시작한 포인트 자체가 달랐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썼던 책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커다란 주제 아래에 제가 쓸 것들을 분리해가면서 썼다고 해야 될까요. 예를 들어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는 ‘내가 여성으로서 삶을 살면서 부당했다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쓸 거야’라고, 또 예전에 썼던 연애 실용서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자료가 많이 쌓였으니 쓸 거야’라고, 무엇을 쓸 것인가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쓰기 시작했다면 이번 책은 그렇지 않았죠. 조금 더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던 건, 무엇을 쓸까에 대한 고민보다 내가 산 만큼의 시간이 쌓여서 지금까지 살았던 이야기를 ‘지금 하고 싶어’라는 타이밍이 올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아요. ‘뭘 써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저의 삶과 쓰는 내용은 달라도 되거든요. ‘이렇게’ 살고 있지만 ‘여러분, 저렇게 사세요’라고 자기계발서를 쓰는 톤 앤 매너로 쓸 수 있는데요. 이번 책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정말 다 꺼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예전 책을 작업할 때는 ‘이런 이야기를 굳이 뭐하러 꺼내’라는 마음이 들었던 이야기들도 이번 책에서는 조금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됐죠. 그것이 무엇을 써야겠다는 주제보다는, 지금 2년 동안 나한테서 여물게 된 주제들을 꺼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저도 쓰면서 참 마음이 편안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제가 또 빼박캔트 중년이지 않습니까. 40대 중반인데 ‘나 이거 뭔지 알아’ 같은 부분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노을이 되게 아름다운데 ‘내가 왜 이렇게 울컥하지?’ 하는 느낌(웃음). 그건 정말 빼박캔트 중년에서 나오는...(웃음)


곽정은 : 40대 감성인가요(웃음). 저도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작년 가을부터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그것에 대해서 서글픔만 느꼈을 텐데, 지금은 ‘그래, 이건 지금이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잖아’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김하나 : 저는 그 부분이 공감이 되면서도 이후의 부분 때문에 또 참 좋았어요. 노을을 보고 울컥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조금 더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조금 더 마음이 가라앉은 채로 ‘그래,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이잖아요. 그런 부분도 있었어요. 마흔으로 들어서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정도만 받아들이고 나면 사실은 좋은 일투성이라고요. 요즘 만족하고 계신가요?


곽정은 : 네, 만족해요. 저도 요즘은 몸이 진짜 변해가는 걸 느끼기도 해요. 분명히 6개월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새치가 하나 보이기 시작하고, 이런 순간들이 저로 하여금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게 하는 거죠. 만약에 예전의 저였다면, 그대로 그냥 나이를 먹었다면, 어떻게든 제 자신을 부정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아냐, 이렇게 보이면 안 돼, 이걸 조금 가려야 돼’ 하고. 그런데 지금은, 제 스스로에 대해서 지난 2년 동안 많이 편안해지는 작업을 해왔기 때문인지, 굉장히 편안합니다. 어쨌든 육체적인 에너지는 분명히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하루에 스케줄을 하나 이상 잡으면 두 번째는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 됩니다. 오늘도 이 녹음을 마치고 학교를 가는데...


김하나 : 아, 그러세요?


곽정은 : 네, 대학원 수업 들으러 가야 되는데요. 끝나고 누가 만나자고 말했는데, 아마 못갈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갔는데, 이제 그게 안 된다는 걸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거예요. 분명히 30대 때보다 전체적인 에너지는 줄었을지 몰라도, 순간적인 집중력이라고 해야 될까요 통찰력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것들과 ‘지금 내 상태가 이러니까 오늘은 조금 에너지를 아껴쓰자’라고 하는 나에 대한 이해들은 확실히 높아진 것 같아요. 이렇게 달라지는 것 안에서 사람들은 자꾸 잃어버리는 것만 집중하는데 다시 얻어지는 것이 분명히 느껴지고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김하나 : 저는 이 책을 보면서 ‘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생각을 하고 계시는구나, 많이 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료함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요. 이런 여러 변화에는 명상과 심리학을 공부한 게 큰 전기가 됐겠죠?


곽정은 : 네, 누군가 무엇이 먼저였냐고 묻는다면 절대적으로 명상이 먼저였어요. 


김하나 : 명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었나요?


곽정은 : 개인적으로 조금 슬픈 일을 경험했는데, 그럴 때 ‘이 슬픔을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방법들을 찾잖아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항상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지식에 기대서 그걸 해결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경험했던 그 슬픔에 대해서만큼은 ‘이번에는 지식으로 해결이 안 되겠는 걸’ 하는 판단이 들었고, 너무 힘들어서 인도도 갔다 오고 한국에서 명상 선생님들 많이 만나서 수련도 하는 과정에서 제가 갖지 못했던 두 가지를 얻게 된 거예요. 그게 바로 ‘편안함’과 ‘명료함’이었죠. 사회생활을 할 만큼의 편안함과 명료함은 있지만 너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벌어졌을 때는, 정말 큰 바람이 불면 큰 나무도 쓰러지는 것처럼, 그때는 저도 저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데 명상을 하면서 편안함과 명료함을 찾게 되니까 그 슬픔의 문제는 해결이 된 거예요. 그러고 나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부를 더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김하나 : ‘명상의 효과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이 드셨던 거예요? 아니면 ‘명상의 세계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곽정은 : 제 인생에 대해서 명료해진 거죠. 어느 순간 제가 사람들에게 ‘연애 이렇게 하면 좋아요, 이런 남자는 만나지 마요’ 이런 조언들을 많이 하는 역할이 됐는데 ‘이것으로 내가 멈출 것인가,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가야 될지 약간 헤매기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벌어진 어떤 슬픈 일 때문에 제 삶에 대해서도 명료한 헤드라이트가 생겨버린 느낌이라고 할까요. 삶의 아주 작든 크든 어떤 파도가 닥쳐올 때 그 파도에 대면하는 자세를 배우고 나면, 그것에 대해서만 좋은 기술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른 파도에도 혹은 바다 자체에 대해서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바다를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일을 통해서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거죠. 연애 카운슬러가 아닌 진짜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늘 꿈꿔왔는데, 이제 남은 인생은 조금 더 범위가 넓은 사람으로 진짜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힘든 시간과 명상을 통해서 깨닫게 됐던 것 같아요.


김하나 : 지난달에는 책방도 여셨잖아요. ‘북살롱 헤르츠’라는 공간인데, 어떤 곳인가요?


곽정은 : 워낙 책을 좋아했고, 제가 개인적인 강의도 하고 좋은 선생님들 모셔다가 명상 수업도 하고 친구들끼리 와인도 한 잔 할 수 있고 같이 영화도 보는 공간을 만든 건데요. 만들고 보니 와인바처럼 되어 있더라고요(웃음).


김하나 : 시작은 북살롱이었으나 끝은 와인바였다는(웃음).


곽정은 : 네, 그렇게 돼 있는데(웃음), 지금은 자주 열거나 매일 열지는 않는데요.


김하나 : 내킬 때 여시는 곳인가요?


곽정은 : 네, 그래서 지금 일주일째 문을 안 열고 있습니다(웃음). 제 개인적인 놀이터이자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성장하고, 나아가서는 심리적인 치유와 명상까지도 가능한 공간입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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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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