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측면돌파] 또라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분노 유발의 심리학』, 『노르웨이의 나무』
눈길이 머무는 책, 손길을 잡아끄는 책,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죠. ‘책읽아웃이 소개하는 이주의 책’ 코너입니다. 오늘 준비한 책은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분노 유발의 심리학』, 『노르웨이의 나무』입니다. (2017. 12. 21.)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사바하틴 알리 저/이난아 역 | 학고재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터키 작가 사바하틴 알리의 소설입니다. 사바하틴 알리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터키와 불가리아에서는 교과서에 작품이 실릴 만큼 특별한 작가라고 합니다. 이미 1950년대에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고요. 격동기 터키의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을 그렸던 사바하틴 알리는 사랑의 근원적인 속성과 상대적 측면을 심도 있게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베를린과 터키를 배경으로 사랑과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 펼쳐져요. 화자인 ‘나’는 새 직장에서 주인공인 ‘라이프 에펜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그가 사실은 자신 안에 또 다른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라이프’를 향해 호기심을 갖게 된 ‘나’는 그의 생명이 위독한 순간에 한 권의 노트를 건네받게 됩니다. 그 안에서 ‘라이프’의 삶을 뒤흔든 사랑에 대해 알게 되고요. 작가 사바하틴 알리는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가 출간되고 5년 뒤에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살해됐습니다.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됐고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그러나 7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도 작품은 살아남았고, 지난해에는 영어로 번역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랑과 상실을 다룬 터키 문학의 고전”, “남과 여, 세대를 초월해 심장을 울리는 로맨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현대판 비극” 등 찬사가 쏟아졌는데요. 놀랍도록 매혹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분노 유발의 심리학』
클라우디아 호흐브룬 저/장혜경 역 | 생각의날개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부제가 정말 강렬합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또라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이에요. 이건 진짜 나한테 필요한 책이다, 싶으신가요? 책의 제목은 『분노 유발의 심리학』인데요.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상담가인 ‘클라우디아 호흐브룬’이 쓴 지침서입니다. 살다보면 진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물론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순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 저 사람은 진짜 왜 저러는 걸까’ 궁금해질 때가 있죠. ‘이유를 알아야 대처라도 하지’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이 책을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자는 9가지 유형으로 또라이를 분류해 놨어요. 피해망상형, 변덕쟁이형, 원칙주의자형, 겁쟁이형, 우유부단형 등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어떻게,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걸까요. 책은 ‘그들이 사람에서 또라이로 변신한 이유’를 분석해서 들려줍니다. 그렇다고 ‘모두 까기 인형’이 되자는 건 아니고요. 뒤이어 나오는 내용이 자가 테스트예요. 나 또한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각각의 또라이들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가르쳐주는 거죠. 그들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조언해 주고요. 어디까지나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괴리가 있겠습니다만, 나와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노르웨이의 나무』
라르스 뮈팅 저/노승영 역 | 열린책들
올해 한국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어서 또 한 번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최근의 북유럽에서는 이 책이 단연 화제였다고 합니다. 바로 『노르웨이의 나무』인데요. 『노르웨이의 숲』과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전혀 다른 책이거든요. 장작을 쪼개고 쌓고 때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이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짐작이 가시나요? 우리에게는 낯설고, 심지어 무용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야기인데요. 북유럽 사람들은 땔나무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하다고 해요. 추운 기후 때문에 나무를 때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던 이유도 있고요. 그런 삶의 방식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숲에서 나무를 베고 그것을 땔감으로 태우면서 느끼는 냄새와 소리, 피부와 시각으로 감지하는 모든 감각들을 좋아한다는 거죠. 『노르웨이의 나무』는 단순히 땔나무에 대한 지식만 전달하지는 않고요. 문학,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북유럽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흔한 오해와 달리, 나무를 태우는 것이 환경에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사실도 알려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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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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