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연, 송정림 자매 작가 “나만의 ‘설렘 시간표’를 짜보세요”
『설렘의 습관』 일상의 작은 설렘이 자신을 위로한다.
제주에서 자랐는데요. 바다 수영을 전교생이 다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출발점에서 도착점을 보면 정말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냥 눈앞의 파도만 넘다보면 도착점에 와 있더라고요. 그것 같아요. 뭐든 눈앞의 것을 하다보면 도착해 있는 거죠. (2017. 12. 15.)
송정림(왼쪽) 작가와 송정연 작가
SBS FM <이숙영의 러브FM> 메인 작가로 활동하는 송정연 작가와 드라마 <여자의 비밀>, <미쓰 아줌마> 등을 쓴 송정림 작가. 자매 사이이자 가장 친한 동료이기도 한 이들에게는 둘만의 작업 공간이 있다. 회원이 오직 둘뿐인 온라인 카페다. 그곳에서 이들은 책도 같이 쓰고, 서로의 작업에 첫 번째 독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무엇을 해도 행복이 오래 가지 않던 시기의 송정림 작가가 언니 송정연 작가에게 제안해 완성한 책 『설렘의 습관』은 그 공간에서 시작된 자매의 세 번째 공동 집필 책이기도 하다.
설렘을 찾아내는 수십 가지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써놓고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인생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역경과 고난, 그것 자체가 인생”이라는 송정연 작가는 “역경 자체를 그냥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설렘을 찾는 거죠.”라고 말한다. 빵집을 순례하고, 좋아하는 철학자를 정해보고, 악기를 하나 배우고, 영화에 나오는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고, 나의 장례식 명단을 적어보는 일. 이들이 삶에서 건져 올린 ‘감성 버킷리스트’는 그 목록만으로 어떤 안도감을 준다. “울라고 태어난 존재들”이 인간이므로 우리는 그 안에서 작은 설렘을 찾아내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들에게서 놀라운 위안을 받는다. 삶의 무게를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중이라면 여기, 아주 좋은 팁이 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사이가 정말 좋으세요. 이번 책 쓰면서도 서로의 글을 제일 먼저 읽고 의견 나누었다고요? 두 분만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도 있다고 들었어요. 책에서도 느꼈지만 제일 친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두 분의 우정이 돋보이는데요.
송정연: 동생이지만 동생이 아니어도 친구하고 싶은 존재예요. 동생은 차분하고요, 침착해요. 진지하고요. 저와는 조금 다르죠. 저는 더 활발해요. 밝고요. 재미가 없으면 싫어요. 지루한 걸 별로 안 좋아하고요. 동생이 정(靜)이라면 저는 동(動)이죠. 어릴 때도 엄마와 동생이 책 읽으면서 얌전히 있으면 제가 가서 깜짝 놀라게 하고 도망가곤 했어요. 소리 꽥 지르고 오고 그랬죠.
송정림: 언니는 개그 욕심이 있어요.(웃음) 언니를 다들 좋아해요. 언니가 있으면 화기애애해지잖아요. 그러니까 어딜 가나 언니를 찾아요. 방송 쪽에서는 저희가 자매인 걸 다 아시거든요. 저를 보면 항상 언니를 물어요.
전에도 함께 책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요. 특별히 이번에 책을 쓰면서 서로에게 새롭게 발견한 부분도 있었나요?
송정연: 이렇게 얌전하고, 항상 정도를 걷고, 방탕본능이 없는 청순 유전자가 어떻게 타투를 하고 싶어 하는지, 정말 놀랐어요. 그 글을 보면서 동생의 영혼이 굉장히 자유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동생에게 이런 과감한 면이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느꼈는데요. 지금까지는 정말 안 그런 줄 알았거든요. 대학시절에도 그랬어요. 저는 바람만 불어도, 비가와도 수업 안 갔어요. 눈이 오면 더 안 가고요.(웃음) 하루 종일 폐업이에요. 그런데 동생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수업도 교수님과의 약속이라는 거죠. 드라마를 쓸 때도 단 한 번도 기한을 어기지 않은 작가예요. 그런 사람인데 타투를 하고 싶다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송정림: 글로 다 푸는 거예요. 연애도, 못하니까 글로 풀잖아요.(웃음) 내가 못하니까 드라마로 쓰는 거죠. 저는 또 반대로 언니의 새로운 면을 봤어요. 언니는 밝고 소녀 같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글을 통해서 언니 안의 외로움, 고독, 작가다운 내면의 깊이 같은 걸 느꼈어요. 언니도 이렇게 외롭구나, 생각했고요. 로맨틱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언니 글이 너무 좋더라고요.
워낙 다른 성향이라 서로에게 영향 받는 면도 많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송정연: 그럼요, 어떤 작가가 제 동생의 글을 보고 “원고지에 꽃잎이 내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딱 그 표현이 맞다 생각했어요. 못 말리는 감성이 있거든요. 물기 가득한 문장이잖아요. 정말 누구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쉽게 따라갈 수 없어요. 그 문장이 동생 자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이 항상 부럽고 그래요.
송정림: 언니는 감각적이에요. 작가에게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언니가 진짜 증명하죠. 젊은 분들도 못 따라갈 걸요. 새롭고, 발랄하고, 감각적인 언니의 글은 누가 보면 20대 작가가 쓴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제 글은 저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거든요.(웃음) 그게 부럽죠.
송정연: 저는 10-20대 사이트나 유튜브 정말 좋아해요. 재미있어서 잘 봐요. 그래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다름 아닌 ‘설렘’에 대해 쓴 책이잖아요. 그런데 송정연 작가님은 워낙 설렘을 누릴 줄 아는 분 같네요.
송정림: 맞아요, 책은 제가 언니한테 제의를 했는데요. 어느 날 진짜로 가슴이 안 뛰더라고요. 언니는 항상 가슴 뛰게 사는데 저는 뭘 해도 행복이 오래 가지 않는 거예요. 친구들도 만나면 그렇더라고요. 행복을 잃은 느낌이랄까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던 시절은 사라지고, 아파트를 넓혀도 차를 바꿔도 그 행복이 오래 가지 않는 거예요. 자꾸 불행해 하고요. 하지만 우리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행복 찾는 방법을 고민했죠. 가슴이 언제 설레는지 생각해보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였어요. 첫 경험이죠. 우리 나이에 경험하지 못한 게 어디 있어, 라고 할 테지만 너무 많거든요. 어느 날 버스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보기를 해봤어요. 정말 설렜어요. 이렇게 사소한 것부터 찾아서 하나씩 해봐야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언니한테 제안을 했고요. 책에도 ‘감성 버킷리스트’라고 부제를 달았어요.
송정연: 저는 진짜 백 개도 쓰겠더라고요. 제가 독일에서 2년 넘게 지낸 적이 있는데요. 정말이지 너무 우울하고 고독한 거예요. 그래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버스를 타고 베를린 시내를 다녔어요. 그게 정말 행복했어요. 그저 버스를 타고, 흔들리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저는 출근할 때 늘 큰 소리로 인사하고요. 절대 로비에서 문자하지 않아요. 로비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곳이잖아요. 인사할 수 있는 곳이죠. 최대한 많은 분들과 인사하려고 노력해요.
설렘이 나이의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송정림: 20대라 해도 가슴이 뛰지 않는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고요. 그럴 때는 자꾸 스스로 돌아보면서 설레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자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을 생각해봐야
서로의 글 중에 제일 좋았던 글을 하나씩 꼽아보면 어떨까요?
송정연: 저는 정말 하나하나 전부 좋았어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글도 좋죠. 아버지께 산문 읽어주기나 시 몇 편 외우기, 공연장 가기, 이런 그냥 평범한 건데도 울림이 있더라고요. 정말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도 전깃불이 켜지게 만드는 글이었어요.
송정림: 약간 눈물 난 글이 있었어요. 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꼽아본 글이 있었는데요. 정말 뭉클했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이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언니 글을 보고 저도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봤어요. 나의 묘비명도 생각해보고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해봐야 하는 거구나,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죽음을 보통 슬픈 일로 생각해서 언급조차 잘 안 하잖아요. 그걸 설렘의 영역에서 바라본다는 게 저도 참 좋더라고요.
송정연: 그 순간을 떠올리니까 살아 있음이 너무 빛나는 거예요. 더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이름도 다 썼는데 너무 길어서 뺐거든요.(웃음)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굉장히 강한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묘비명 생각해보는 것도 그렇고요.
송정림: 묘비명 써보기를 사람들이 꼭 해봤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가족이 모여 묘비명 회의를 했었어요. 의견이 다 다르더라고요. 엄마에 대한 느낌이 형제라도 다른 거죠. 그래서 나의 묘비명은 내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을 나만큼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써보려고 하니까 의외로 어려워요. 그렇지만 타이틀을 정하면 그게 앞으로의 삶에 있어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묘비명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두 분이 생각해둔 묘비명은 뭐예요?
송정연: ‘원 없이 웃었다’인데요. ‘원 없이 빵을 먹었다’(웃음)고 할 수는 없고요. 원 없이 웃었다는 말로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남은 사람들이 슬프지 않을 것 같아요. 두고 가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런 마음도 있어요.
송정림: 저는 ‘원 없이 썼다’고 하고 싶네요. 쓰기(write)의 의미도 물론이지만 사용(use)의 의미로도 돼요. 내 몸, 능력, 사랑, 모두 원 없이 썼다는 뜻이죠.
나는 아들 재형이가 내 죽음을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는 원 없이 일했고, 원 없이 사랑했으니 행복한 삶을 살다가 갔다고 추억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멀리 떠난 게 아니라 가슴 더 가까이서 너를 지켜볼 거라고. 그러니 외롭지 않고 더 든든하다고 여겨주기를 바란다.(279쪽)
결국 두 분이 말하는 설렘이 무엇이냐, 생각하게 되는데요. 보통의 의미는 아니에요.
송정연: 여유가 있어야 설렐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떤 여유가 와도 설레지 않아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는 다르거든요. 목표는 갖되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설렘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바로 그 작은 설렘이 자신을 위로해요. 작은 것들에서 설레지 않으면 큰 게 왔을 때 넘어져요. 인생에 어떤 것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조금만 힘든 것이 와도 쓰러지고요. 힘들지 않은 인생은 없어요. 정말 그래요.
송정림: 책 제목에 ‘습관’이라는 말을 썼잖아요. 다른 말로 하면 연습인데요. 사람을 만날 때의 설렘도 연습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람을 만나잖아요. 그때 인사를 나눠요. 정말 행복하죠. 어느 날은 아파트를 나서는데 어느 분이 “잠깐만요!”라며 저를 부르더라고요. 그분이 얼른 오더니 제 발치에 있는 달팽이를 가리키는 거예요. 제가 달팽이를 밟을까봐 부른 거였어요. 우리가 달팽이를 갈 때까지 배웅해줬는데요.(웃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산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사람과 자연에서 오는 설렘만 해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아요.
설렘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하면 설렘을 더 잘 느끼게 될까요?
송정연: 자기가 가진 것을 써보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나는 운전을 할 수 있고, 차가 있으니까 운전을 할 때 꼭 한 번 기쁨을 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꼭 양보를 하고요. 신호 앞에서 서두르지 않아요. 항상 깜빡이 잘 켜고요. 운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거죠. 내가 가진 사소함으로 설렐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거죠.
송정림: 가장 설렜던 때를 떠올려보고, 하루에 한 가지씩 안 해본 것을 해보면 좋겠어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집에서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나가서 동네 도서관이라도 가보는 거죠. 요즘 동네 도서관 정말 좋거든요. 가서 책도 빌려보면 그것만으로 하루가 설레요. 안 해본 건 정말 많아요. 운동도 좋아요. 수영, 댄스, 다 좋죠. 설령 하다가 그만두더라도 말이에요. 한 번 해보세요.
송정림 작가님은 배움의 즐거움을 많이 적기도 하셨죠.
송정림: 아파트나 구민센터 같은 곳도 보면 엄청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초상화 그리기, 수채화 그리기 같은 것도 있고요. 그런 일종의 ‘설렘 시간표’를 짜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눈앞의 것을 하다보면
‘익숙한 곳의 낯선 여행자’라는 말이 참 좋았어요. 두 분이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타기도 했다면서요? 익숙함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설렘의 순간을 만들기에 충분해요.
송정연: 버스를 탄 후에 이 글을 누가 쓸까 얘기했거든요. 너무 고민했는데 동생이 더 잘 쓸 것 같았어요.(웃음) 우리가 모델 놀이 하면서 음악도 입혀 동영상도 만들었거든요. 정말 좋았어요.
송정림: 매일 내가 사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죠. 동네도 그래요. 내가 다니는 길 말고 다른 길로 걸어가 보면 운동 효과도 더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 가본 곳도 가보는 거죠.
그 외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설렘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송정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은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힘들더라도 그 힘듦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돕잖아요? 그럼 이상하게 나의 힘든 일도 풀려요. 이건 정말 제가 겪은 신비한 체험인데요. 타인에게 작용하는 무언가가 인생에 엄청난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할머니가 아플 때 ‘어떡하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가서 할머니를 만져주는 거죠. 그러면 어릴 때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약손이 되는 거잖아요. 사람 사이에 그런 접촉이 중요해요. 다시 강조하지만 힘든 것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거든요. 많은 파도들이 왔지만 지나가요. 파도에 집중하지 말고 그걸 하나씩 넘다 보면 어느 새 지나가 있더라고요.
힘든 게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다, 중요한 말씀이네요.
송정연: 제주에서 자랐는데요. 바다 수영을 전교생이 다 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출발점에서 도착점을 보면 정말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파도도 너무 많고요. 선생님이 가라고 하니까 가는 건데요. 그냥 눈앞의 파도만 넘다보면 도착점에 와 있더라고요. 그것 같아요. 뭐든 눈앞의 것을 하다보면 도착해 있는 거죠. 이건 제가 아들에게도 했던 이야기예요. 그러는 와중에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면 굉장히 설레는 것 같아요.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송정연: 제게 새벽 시간은 선물 같아요. 드물게 지나가는 차 소리도 반갑고요. “굿모닝!” 하고 인사하고 싶을 정도죠. 비가 내려도 너무 반가워요. 그 새벽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말이지 가득 찬 성찬을 받는 느낌이에요. 그 시간에 많은 일을 하거든요. 글도 쓰고요. 방송 원고도 보내요. 그 시간을 그렇게 보내면 하루가 아주 풍성해져요. 습관이 되니까 참 좋더라고요. 또 저는 일하러 갈 때 정말 설레요. 출근해서 청취자 분들에게 마음 다해 문자를 보내거든요. 청취자의 사연에 제가 되게 많이 성장해요. 그들의 일상이 체화되면서 많이 배우죠. 겸손해지고요. 그래서 저는 일요일에도 답장을 하는데요. 정말로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송정림: 저도 비슷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든요. 매일 아침 에세이 한 편을 써요. 오늘은 컴퓨터를 켜놓고 바깥을 내다보는데 멀리서 동이 터오더라고요. 영화 <봄날의 간다>에서 죽을 때 한 가지 기억만 가져간다면 뭘 가져갈래, 라고 한 대사가 있잖아요. 저는 아마 이 기억이겠다, 싶었어요. 아침에 에세이를 쓰고, 바깥에 동이 터오는 시간, 이 시간이 정말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가 선물처럼 배달됐다는 느낌이죠.
설렘도 연습이라는 말을 상기해보면, 두 분이 일상에서 설렘을 유지하기 위해 세워둔 규칙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나만의 설렘 규칙이 있다면요?
송정림: 일단, 퍼지지 말자. 저는 움직이라는 말을 하고 싶거든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에게 살이 붙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했는데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돼요. 군살, 이런 게 아니고요. 설렘의 끈을 놓아버리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거든요. 무엇 하나라도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자꾸 찾으면 하루가 알찰 수 있어요. 빽빽하게 시간표를 짜라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여백의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조차도 뭔가 설렐 수 있는 여백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송정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첫째예요. 나 자신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죠. 설렘 유전자를 장착시키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설렘의 조건은 자기의 매력을 절대 놓지 않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를 높게 바라봐야 하고요. 뭉크의 그림이 다르고, 피카소의 그림이 다르고, 르누아르의 그림이 다르잖아요. 어느 것이 더 예쁘다고 작품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듯 우리도 마찬가지 같아요. 그런 것을 남과 비교하고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겠죠. 일단 자기 자신을 귀하게 여기면 달라질 거예요. 남의 ‘좋아요’를 얻어야 행복한 게 아니게 돼요. 상관이 없어지죠. 내 자신에게 항상 엄청 큰 ‘좋아요’를 쏘니까요.
독자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송정림: 하루하루 설레며 살자는 말이요. 설렘을 찾아서 살자고 말하고 싶어요. 한 번도 안 해본 게 엄청 많아요. 그렇게 행복의 능력을 확장시키면 좋겠어요. 신화도 보면 그렇잖아요. 두 가지 전제가 있거든요. 첫째, 인간은 언젠가 죽고요. 둘째, 인간은 불행하게 태어났어요. 울라고 태어난 존재들이에요. 행복하면 신이 갖겠죠. 그러니까 이 불행, 이 일상 속에서 자꾸 행복을 내가 발견해내야 해요. 행복을 발견하는 건 엄청난 능력이에요. 어차피 불행하게 태어났다는 전제를 두면 사실 그렇게 불행할 일도 없어요. 신도 밀당을 한대요.(웃음) 그러니까 아주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송정연: 갈구가 많으면 설레지 않아요. 너무나 요구가 많잖아요. 그러면 설렘이 거기에만 압축돼요. 그걸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하죠. 언제 어떤 일이 내 뒷목을 낚아챌지 모르잖아요. 모든 게 다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작은 파도가 오더라도 ‘이게 인생이다’ 할 수 있어요. 역경과 고난, 그것 자체가 인생이에요. 인생은 평화가 아니거든요. 역경 자체를 그냥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설렘을 찾는 거죠. 우리가 항해를 하지만 그래도 잠깐 하늘도 바라볼 수 있고, 지나가는 바람도 느낄 수 있잖아요. 바람도 어제와 오늘 다르고요. 비록 가는 길에 괴물 같은 사람이 있을지언정 그 사람한테 집중하지 말고 좋은 걸 생각하면 좋겠어요.
설렘의 습관송정림, 송정연 저 | 박하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하는 설렘의 순간을 되살리기 위해 이제껏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인생의 첫 경험에 도전하라고 제안한다. 신나고 흥나는 감성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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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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