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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렉터 최고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건은 버리세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나를 닮은, 단정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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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을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예쁜 걸 꺼내고 안 예쁜 걸 숨기면 돼요. 진짜 만고불변의 진리예요. 그걸 하기가 어렵죠.(웃음) (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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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에 끼워둔 엄마의 편지가 있고
내가 고른 스피커가 있는 곳.
친구들이 선물한 나뭇가지가 벽에 걸려 있고
며칠 전에 산 향기 좋은 바디워시가 기다리는 곳
가만히 앉아서 제자리에 있는 물건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39쪽)
 
공간디렉터 최고요는 자신의 공간이 구석구석 나의 손길과 취향이 닿은, 그래서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창문 한쪽에 난 못생긴 구멍을 아침마다 커튼으로 잘 가리고, 모든 물건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아주 신중하게 물건을 들였다. 공간은 살아있는 것이어서 바라보고 만져줄수록 나와 닮은 모습이 되었다. 20년 넘은 낡은 빌라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 되었고, 잡지와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하는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는 그 많은 이야기를 담은 최고요의 공간을 엿보게 함과 동시에 나의 공간을 잘 가꾸는 일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최고요가 디자인을 공부해서, 공간디자인 회사를 운영해서 가능한 일만은 아님을 알게 하는 것은 공간과 꼭 닮은 최고요 자신과 그 모든 것을 닮은 글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늘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다름 아닌 ‘나의 공간’을 지키고자 애써온 최고요. 공간을 꼭 닮은 사람, 사람을 꼭 닮은 공간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는 그의 블로그에 한참이나 빠져 머물다가 나의 공간을 둘러보고, 작은 물건 하나를 버렸다. 거기에도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게 정말 최선의 모습일까?

 

‘주도적으로 공간을 바꾸어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이 다르다’라고 한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말이 자꾸만 생각났어요. 저자 역시 이 말에 많이 동의할 것 같아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웃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집안, 부모, 자기를 둘러싼 환경처럼 갖고 태어나는 것들이 있고, 자기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흔히 ‘금수저’라고 하는, 좋은 환경을 갖고 있는 분들조차도 공간에 대한 인식을 많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이든 혼자 사는 집이든 그 공간을 주어진 것,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부모님 집에서 사는 답답함 같은 게 있었거든요. 혹은 좋았던 부분에 대한 기억이 있죠. 그랬기 때문에 혼자 살게 되면서는 ‘이게 정말 최선의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자신을 꾸미려고 노력하고, 최선의 모습을 찾으려고 되게 노력하잖아요. 저는 집에 그런 노력을 해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공간에 관심이 컸던 것 같아요. 어떤 이유였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자신을 확인 받고 싶은 마음에서 온 건지, 정말 저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는 건지 사실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저희 집에 오면 “여기 정말 좋다, 너 같은 공간이다.”라고 하거든요. 그 말이 좋기도 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역시 나를 위해서 하는 이유가 더 크지 않나, 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경계가 더 모호했죠. 남한테 보이는 것도 사실은 중요하니까요. 가깝게는 부모님부터 친구들, 혹시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한테 창피하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계속 공간을 가꾸면서 저에게 어울리는 방법들을 찾으며 살다보니 이렇게 하면 할수록 내 자신이 뚜렷해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자신이 뚜렷해지는 느낌, 정말 중요하잖아요.


이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제가 훌륭한 사람이나,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평범한 사람인데 이런 작은 노력을 해서 느낀 기분을 다른 사람도 느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책을 펴낸 이유도 거기에 있겠네요.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요. 다들 돈 낭비라고 하잖아요. 괜찮은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제가 느낀 기쁨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저도 공간 디자인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공간을 남에게 의뢰해서 바꾸려면 비용이 발생하잖아요. 스스로 자기 공간을 가꾸면서 사는 데에는 그리 큰돈이 들지 않거든요. 또 이건 제가 가서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에요. 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이렇게 하면 돈 안 들어요, 이렇게 하면 집이 예뻐져요, 라고 할 수가 없고요.(웃음) 그러니 집을 가꾸면서 든 생각들을 쓸 수 있었던 게 저 나름대로는 좋은 프로젝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가꾸어서 얻은 희열을 제일 처음 느꼈을 때는 언제였어요?


집이 갑자기 어려워졌었어요. 호주에서 학교를 다녔는데요.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부모님이 이사를 하신 거예요. 그 집이 우리 집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전체적인 집안 분위기도 안 좋았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 집에 몇 달을 살아야 했는데요. 제 방은 곰팡이도 엄청 폈고, 지저분했어요. 그 방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만이라도 즐거운 공간이어야 되겠다, 싶어서 매일 집을 청소하고 가꿨어요. 좁은 집이 아니었는데 매일 청소하고, 곰팡이도 다 지우고, 결로 방지 페인트로 칠하고, 액자도 걸고, 이케아에서 제일 싼 테이블도 주문해서 방에 뒀죠. 벽에 붙어 있던 책장은 옮겨서 방을 구분하고 그 안쪽을 책상 공간으로 만들어 예쁘게 썼어요. 그러니까 느낌이 확 다르더라고요. 물론 그 이후에도 집안 상황이 좋아지진 않았어요. 그래도 제가 좀 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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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지낼 때도 공간에 대한 관심은 많았죠?


원래 집 꾸미는 건 좋아했죠. 호주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그냥 남의 집에 들어가서 한 공간 차지하고 살았는데 저는 방이 다섯 개 있는 백 년 된 집을 렌트해서 꾸미고 방마다 사람 구해서 받고 그랬어요. 헌 가구 파는 곳에서 가구 사다가 채우고요. 저는 늘 제가 렌트를 해서 사람을 구하고 방세를 충당하는 식으로 살았어요.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공간이란 아마도 살아있는 것’이라는 대목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저자에게서 전달 받는 것은 삶의 태도라는 측면이거든요. ‘가꾼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동물, 식물도 예뻐하는 걸 안다고 하잖아요. 공간도 정말 표시가 많이 나요. 공간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요. 이석원 씨 블로그에서 본 건데요. 누나네 집이 너무 좋아서 누나가 이사 가면 그 집에 꼭 살 거라고 했는데 정작 자기가 그 집에 들어가 살아보니 그 집이 그 집이 아닌 것 같다는 글이 있었어요.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경험 많잖아요. 좋아하던 카페가 장소는 그대로고 주인만 바뀌었는데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는 경험 말이에요. 엄마가 있을 때랑 없을 때 집이 다르고요.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침에 꼭 하는 일 중 하나가 커튼을 제자리에 놓는 거예요. 한쪽 벽에 못생긴 구멍이 있거든요. 그걸 가리는 거죠. 아주 작은 건데 그런 것으로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화장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더라고요. 가리고 싶은 곳은 가리고 강조하고 싶은 곳은 강조하잖아요. 집도 마찬가지겠죠.


공간도 공간이지만 물건 때문에 굉장한 차이가 나요. 가구도 아닌, 작고 사사로운 물건들에서 차이가 난다는 건데요. 지금 집은 그래도 빈티지 가구도 좀 있지만 이태원 집은 정말로 대표적인 자취 가구들만으로 이루어진 집이었어요. 차이는 작은 소품이죠. 저는 소품 살 때 정말 신경을 많이 써서 사거든요.(웃음) 집을 예뻐한다는 건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같아요. 그것 없이 급하게 집을 꾸미려고 하면 조명 바꿨는데도 안 예쁜 것 같고, 그렇게 돼요. 결국 조화를 이루어야 하거든요.

 

완벽함의 덫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잖아요. 공간을 가꾼다는 것을 단번에 완성형의 무대처럼 바꾸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비워놓는 것도 되게 중요해요. 사방을 가득 채운다고 예쁜 게 아니잖아요. 미술작품, 좋은 물건, 예쁜 사람을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물건을 신중하게 들인다고 했는데요. 이를 테면 ‘가성비’, 비용에 대한 필요나 시급성 같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가령 ‘뽁뽁이’ 같은 거죠.(웃음) 정말 안 예쁘지만 하면 따뜻하잖아요.


저희 집에 뽁뽁이는 못했어요. 잡지 촬영 하면 떼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게 없다면 뽁뽁이는 할 것 같아요. 하고, 커튼으로 가려두면 되잖아요. 너무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에요. 빨간 꽃무늬가 막(웃음) 있는 것만 아니면요. 저도 나름대로 모든 것에서 타협을 하거든요. 정말 갖고 싶은데 비싸면 사지 않고요. 제가 가질 수 있는 것 중에서 나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거예요. 대신에 불편하다고 해서 막 물건을 사진 않아요. 그건 하지 않아요. 절대 안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예요.

 

공간을 가꾼다고 했을 때 흔히 예쁜 물건을 사들이는 걸 생각할 텐데 정작 저자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에요.


예쁜 물건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것 중에서 생각하는 거거든요. 어떤 물건을 내가 가지고 있고, 그 물건을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이게 할까를 생각하는 거죠. 물론 예뻐서 사는 것도 있겠죠. 저희 집에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이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었던 것들, 여차하면 버려지는 것들 중에서 진짜 보물 같은 걸 찾는 거예요. 소재도 좋고, 오래갈 것들인데 대충 보면 버려질 만한 것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저는 조그만 나무 의자를 갖고 있어요. 그런 걸 챙겨서 가지고 다니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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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버려야 한다는 말도 많이 하시죠.


마음을 불편하게 할 만큼 잡동사니가 된 것들이 있거든요. 그런 걸 버리라는 의미이고요. 집에 있는 것들 중에는 반드시 또 챙겨두어야 할 것들도 있어요. 구분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하루를 살아도 기분 좋은 곳


눈에 띄는 ‘꿀팁’이 몇 가지 있어요. 가령 어려운 것보다 쉬운 것부터 시작 하라든가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것을 바꿔라, 같은 것들인데요. 특별히 저자가 많이 하는 조언은 뭔가요?


제일 많이 하는 조언은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라는 말이에요. 조금 개인적이기는 한데요. 밝은 형광등 같은 것을 지양하라는 말을 많이 해요.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했던 유명한 말이 있어요. ‘모든 것을 비추는 것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인데요. 형광등이 온 집안을 밝혀주는 건, 그건 조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있어야 하는 곳에 적당한 조도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센 형광등이 집에 있으면 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있고요. 조명을 좀 자연스럽게 바꾸면 어떨까 싶어요. 형광등 중에도 전구색이라고 노란 빛이 나는 게 있거든요. 자취 초창기에 했던 건데요. 그렇게 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요. 밝은 조명은 몸에도 그리 좋지 않다고 해요. 저녁에는 적당히 어두워져야 몸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등이 너무 밝으면 천으로 덧대주기만 해도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져요. 그것부터 해보셔도 좋을 거예요. 굳이 밝은 걸 선호하는 분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한 번 해보고 싶은 팁이네요.


그 다음 다른 걸 해보고 싶다면 패브릭 얘기를 하는데요. 사실 집을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예쁜 걸 꺼내고 안 예쁜 걸 숨기면 돼요. 진짜 만고불변의 진리예요. 그걸 하기가 어렵죠.(웃음) 카페나 옷가게 같은 곳을 지켜보면 쉬운데요. 테이블 위에 뭐가 올라가 있어야 할까 싶으면 카페를 보세요. 초 하나, 작은 소품 하나 정도잖아요. 집에도 그렇게 하면 돼요. 이 장소도 참고할 게 많네요. 사장님이 센스가 있는 분이에요. 잡동사니처럼 보일 것도 선반 위에 올려서 멋스럽게 했어요. 관심을 많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좋다고 느낀 이미지 모으기, ‘무드보드’(보드판 위에 이미지를 보기 좋게 모아놓은 것) 만들기를 해보라고 하셨는데요. 정말 많이 보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관심조차 두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뭐든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 같아요. 집에 관심을 계속 쏟아야만 쓸데없이 돈만 써서 집을 채우려는 생각도 버릴 수 있고, 하루를 살아도 기분 좋은 곳에 있을 수 있는 거겠죠. 좋은 공간에 있고 싶어서 여행도 가잖아요. 가면 또 “여기가 내 집이면 좋겠다”(웃음) 이런 말도 하고요.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조금만 더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거의 모두가 이사하는 삶을 살잖아요. 나의 공간이라고 할 만한 곳에서 오래 지내기가 힘드니까 선택의 문제가 되는데요.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겠죠.

 

저는 이게 있으면 우리 집이다, 라고 생각하는 몇 가지 물건이 있어요. 이 물건들을 두면 이 공간은 그때부터 우리 집이다, 이런 느낌이 있어요. 현관에 들어섰을 때 볼 수 있게 놓아둔 물건 대부분이 그런 것들이거든요. 신발장 위에 둔 것들, 그것들이 약간씩 달라지긴 하지만 그렇게 놓아두면 생각이 달라요. 그 물건들, 아까 말씀드린 나무 의자, 매일 쓰는 제 침구 같은 것들인데요. 냉장고도 그런 물건 중 하나인데요. 비싸고 좋아서라기보다 제가 쓰기에 썩 괜찮은 것이기 때문이에요. 디자인이며, 크기며, 그게 마음에 들어서 가지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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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꾼 집에는 애정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이태원 집은 사실 제 다음에 이사 와서 살 분에게 물건까지 다 처분하고 왔는데요. 저는 사실 그런 것도 재미있어요. 제가 살기 위해 메이크오버한 집에 또 다른 사람이 살게 되는 거잖아요. 제가 좀 더 좋게 만든 집에 다른 분이 살게 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이사를 했고, 전에 갖고 있던 가구 대부분은 다 처분했지만 이사한 집도 제 집 같은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으니까요. 집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유행 따라 쉽게 사면 그만큼 쉽게 버리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잡동사니와 오래 곁에 둘 물건을 잘 생각해보는 일이 시작이겠네요.


이가 들수록 개성이 점점 뚜렷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가 뚜렷해지잖아요. 저는 가능하면 유행을 안 탈 것 같은 물건을 사려고 해요. 이제는 싼 맛에 사들이는 건 안 하는 것 같은데요. 저도 자취 초반에는 그렇게 사기도 하고, 다 버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 경험도 필요한 것 같긴 해요. 처음부터 누가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버리는 것도 취향 찾기에 중요하다고 썼거든요. 일본에 곤도 마리라는 분이 계시는데요. 그분이 ‘설레지 않는 물건은 다 버려라’라는 말을 했어요. 충격적이죠. 그분이 컨설팅한 사람들 중에는 뭘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평생 쓸 면봉보다 더 많은 면봉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물건을 솎아내는 일이 필요하고요. 그러면 내가 이 물건에 취약하구나, 를 알아낼 수 있어요. 일단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옷, 문구류 등 특히 많이 살펴봐야 할 것들이 떠오르네요.


그릇이나 의미 없는 상자나 그런 것들, 많죠.  

 

저자에게도 그런 물건이 있었나요? 의식하지 못해 자꾸 쌓였던 물건이요.


옷이나 스타킹이요.(웃음) 스타킹이 너무 많은 거예요. 양말, 스타킹인데요. 제가 지난 5월에 이사를 했거든요. 한 가방 안에 스타킹이랑 양말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그걸 보니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보풀 일어나서 엉망진창인 스타킹, 짝 안 맞는 양말, 구멍 난 양말, 이런 식이더라고요. 그래서 가방 안에 있던 걸 다 버렸어요. 그리고 이번에 스타킹을 다섯 개 샀어요. 이 겨울은 스타킹 다섯 개로 나고, 이것들이 엉망이 되면 이것도 다 버리고 내년에 다시 사겠다, 이 생각을 했죠. 아, 화장품 샘플도요.(웃음) 여행은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안 가는데 여행가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받아요. 그것도 다 버렸고요. 누가 샘플 준다고 하면 안 받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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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물건은 무조건 제 자리에


저자가 갖고 있는 공간 가꾸기 제1규칙은 뭔가요?


쓰자마자 정리하기예요. 설거지는 바로 하고요. 사용한 물건은 무조건 제 자리에 갖다 놓아요. 그렇게 안 하면 순식간이거든요. 눈 깜짝할 사이에 엉망이 돼요. 저는 그걸 방지하려고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물건이 있다고 하면 바로 정리하죠. 이를 테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접시가 서재에 있으면 안 돼요. 집에서 작업하다보면 컵이 잔뜩 쌓이거든요. 그러다보면 거기에 쓰레기도 쌓여요. 의자에 겉옷 하나 걸어두면 그 순간 거기는 엉망진창이 되잖아요. 그래서 항상 공간을 쳐다보면서 이게 여기에 있어야 하는 물건인지 아닌지를 생각해요. 아니면 바로 치우면 되니까요.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거든요. 습관 때문인데요. 나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저는 해요.

 

단정하게 공간을 만드는 것이 생활에도 정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정말 생각해요. 제가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집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 일은 없어요. 집에서 우울한 적도 없고요. 그게 인생에서 사라진 게 저는 좋아요.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게 많으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책에 도움 받을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책을 쓸 때 상상했던 분들은 어떤 분들이었어요?


저 같은 분들을 상상했어요. 과거의 저 같은 사람이요. 어떻게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또 딱히 누군가가 도와줘서 좋은 곳에 살 수 있지도 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어요. 또 포기해야 할 것 같은데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있잖아요. 내가 사는 공간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지 궁금해요.


인테리어 업체도 많고,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저는 조금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확하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닌데요. 하지만 일이나 프로젝트를 그런 식으로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 말이에요.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최고요 저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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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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