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기쁨] 우리가 되어야만 하는 존재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특별한 단편선 『검은 기쁨』
주인공은 천사와 악마에 가까운 두 명의 젊은 음악가다. 서로의 운명을 바꾼 사건 이후 20년이 흘러 그들이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2017.09.15)
철학교수 출신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 중 한 사람인 슈미트의 세번째 소설집. 2010년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는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인간 대부분은 살해 본능이 있지만 그것을 제어할 뿐이다. 빠르고 흥미진진한 전개에 매혹된 독자는 수차례 자신의 삶에서 마주쳐야 했던 다음과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변할 수 있는가?”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빠져들어가지만 그 안에서도 희망은 미약하나마 두근거리고 있다. 슈미트는 좌절하고 절망한 이들의 수호신인 ‘리타 성녀’를 통해 개성 있는 네 편의 이야기들을 드라마틱한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며 묵직한 울림을 주는 데 성공했다. 책 말미에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한은형의 발문을 실었다.
첫번째 단편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은 남편들을 독살했다는 의심을 받는 70세 노부인 마리 모레스티에와 시골 마을에 부임한 젊은 신부와의 기묘한 관능적 긴장을 그리고 있다. 마리는 신부에게 “진정한 삶을,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가르쳐준다. 두번째 이야기 「귀환」의 주인공 그레그는 일밖에 모르는 무뚝뚝하고 무심한 선박기술자다. 그는 배 위에서 자신의 딸이 죽었다는 전보를 받지만 네 딸 중 누가 죽었는지 모른다. 그는 생전 처음으로 어느 딸이 자신에게 더 소중한지 따져보게 되고 자신이 어떤 아버지였는지 심문을 받는다. 표제작인 『검은 기쁨』의 주인공은 천사와 악마에 가까운 두 명의 젊은 음악가다. 서로의 운명을 바꾼 사건 이후 20년이 흘러 그들이 마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욕망에 눈이 멀어 젊은 시절 잘못된 선택을 했던 피아니스트 크리스는 나름의 방법으로 그 사건을 속죄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 속죄의 순간은 늘 한발 늦게 찾아온다. 마지막 이야기 「엘리제의 사랑」 속 주인공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사랑’의 모델, 프랑스 대통령 부부다. 권태와 허위로 연출된 삶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아내 카트린은 진정으로 묻고 싶다. 그녀에게 사랑은 증오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았다. 마지막 글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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