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
2017년 대학교 도서관 대여도서 BEST 순위
작년에 이어 인문학 교양서적, 소설 스테디셀러, 그리고 자아성찰에 대한 책이 10개 대학에서 주로 순위권에 들었다. 또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새로운 경향도 눈에 띈다. (2017.07.14)
많은 대학생에게 책 읽기는 ‘항상 미루게 되는 일’이다. 바쁠 때는 바빠서, 한가할 때는 길고 지루해서 차일피일 책 읽기를 미루게 된다. 마음 잡고 앉아 읽으려 해도 어느새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벌써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는 여름방학, 이번에야말로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대학생과 방학 때 무얼 읽을지 고민하는 여러분을 위한 책을 소개한다. 2017년 상반기, 대학생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아래는 예스24 서포터즈가 다니는 10개 대학을 조사하여 도서관 대출 도서 순위 BEST5 안에 가장 많이 선정된 책을 골라 정리한 표이다.
조사 기간: 2017.01.01. ~ 2017.06.30.
조사 대학: 가천대학교,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5월 기준), 성균관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을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중앙대학교
‘실패하지 않는’ 베스트 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미래가 불투명한 세 명의 청춘이 낡은 잡화점에서 과거로부터 날아온 편지에 담긴 고민을 해결하며 겪는 교감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놀랍게도 이 책은 2012년 출간된 이래 스테디셀러를 넘어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다. 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술술 읽히는 문체,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적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읽고 나서 느껴지는 따스한 여운이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읽고 나서도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 책은 5년 동안 검증된 ‘실패하지 않을’ 베스트셀러로 올 상반기에도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책이다.
인문학의 얕은 열풍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을 책으로 묶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의 다양한 분야의 익숙한 개념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지대넓얕』은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인문-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처럼 어려워 보이는 인문학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인문학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인문학적 지식은 점차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방대한 인문학 분야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 따라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인문학 고전을 비롯한 학술서적은 대출 순위에서 보이지 않지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성균관대학교), 『사피엔스』 등 인문교양서적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비록 『지대넓얕』이 단순히 개념을 소개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다소 ‘얕은’ 감이 있지만, 어렵기만 한 인문학에 한 발을 내딛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입문서이다.
‘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며 내 삶의 키를 쥐고 싶어하는 대학생의 모습을 반영하는 작품들도 많이 읽혔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저자 아마리의 자전적 이야기로 스물아홉 살 생일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아마리가 스스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N포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20대는 아마리가 겪는 외로움과 절망에 지극히 공감한다. 결혼, 주거, 꿈, 희망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이 친구도 없고, 변변찮은 외모와 직장을 가진 아마리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20대는 그녀가 새로운 행복의 기준과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그와 비슷하게 자신의 삶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중앙대학교)나 『자존감 수업』 등의 작품들 역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악’을 파헤치는 여름밤의 스릴러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악’에 관한 3부작 『28』, 『7년의 밤』, 『종의 기원』 중 두 번째 작품이다. 『7년의 밤』은 사건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듯한 정확한 묘사와 독자를 이끄는 압도적인 서사로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만든다. ‘세령호의 재앙’이라는 7년 전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또한 “내가 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대답할 차례” 라는 작가의 말처럼, 『7년의 밤』에는 인간이 지진 ‘악’의 단면이 치밀하게 그려진다. ‘악’에 대한 깊은 사색에서 시작된 스릴러 『7년의 밤』은 불면의 여름 밤을 시원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올해의 새로운 경향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82년생 김지영』(서울시립대 5월, 성신여대)은 올해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이전에도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소설들은 존재했지만, 이 소설만큼 많은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82년생 김지영』은 82년도에 가장 흔했던 이름 ‘김지영’이라는 고유명사를 한국 여성이라는 일반 명사로 읽게 만든다. 『82년생 김지영』에 담담한 문체로 묘사된 ‘김지영’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여성이 겪는 불합리한 차별과 고통을 어느새 이해하게 된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진 남성 독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성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실용서적 및 수험서는 역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 『완벽한 공부법』 (성균관대), 『엑셀 2010』, 『MOS 2007』, 『이시원의 왕초보 여행영어』(을지대)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또한 『맨큐의 경제학』(연세대 1위), 『미시경제학』(성신여대 10위), 『국부론』(동국대 3위) 등 과제도서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학생 수가 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학 성적이나 학점취득을 위한 책에 집중하는 당신, 취업 준비도 좋지만 이번 방학에는 나를 풍요롭게 해 줄 또 다른 책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강채원, 나영서, 문아영, 박재형, 박지민, 박태임, 서지수, 신규철, 양유정, 유나현, 유승희, 유영은, 한예나, 한재현, 황시연 학생. 예스24 서포터즈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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