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건 “손을 뻗으려면 눈앞의 공기를 흩뜨려야 한다”
첫 장편소설 『공기 도미노』 펴내
선택을 한다는 건 이전의 상황을 변형시키는 거잖아요. 비약적으로 말하면 부수고 파괴하면서 또 다른 상황을 발생시키는 거죠. 그런 게 『공기 도미노』의 주된 정서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도미노 조각이 넘어진다. 쓰러짐은 다음 조각으로 이어진다. 파장은 가시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기가 진동하고 흐름이 바뀌면서,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변화를 이끌어낸다. 『공기 도미노』는 그 현상을 집요하고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에서, 인물들은 각 장의 화자로 등장한다. 앞 장의 주변 인물이 다음 장의 화자로 등장하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하나의 인물과 사건이 또 다른 인물과 사건으로 연결되는 ‘연쇄적인 흐름’은 더욱 또렷해진다.
인물들 사이의 관계, 사건의 밑바닥에는 혐오와 수치심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혈연으로 맺어져 있는 인물들은 가족 내의 서열이나 경제력, 도덕성, 성격 등을 이유로 상대를 멸시하거나 힐난한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격렬하게 부딪히며 갈등을 드러낸다. 그들이 만들어낸 파장에 의해 공간은 서늘하고 무거운 공기로 가득 채워진다.
소설가 최영건은 ‘2014년 문학의오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도시적 육체성의 의미를 집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객관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수상작 「싱크홀」은 ‘빈틈없는 객관적인 문체’, ‘사건을 바라보는 절제되고 집요한 시선’을 보여줬다. 끈질기게 내부를 파고들면서도 정제된 문체로 현실을 서술하는 미덕은 『공기 도미노』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공기 도미노』는 충돌에 의해서 진행되는 소설
등단 후 첫 책입니다. 『공기 도미노』 이전에는 장편을 쓰시지 않았나요?
네. 단편으로 등단을 했고, 500매 정도의 경장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등단 후에 했어요. 왜냐하면 작가가 되려고 오래 계획했던 게 아니라, 부끄러울 만큼 준비 없이 등단을 한 면이 있었거든요. 제가 국문과 학생인데 단편을 무조건 써야 되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과제로 쓴 작품을 선생님이 좋게 보셔서 신인상 공모에 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큰 계획 없이 냈는데 등단으로 이어졌어요.
『공기 도미노』 집필은 언제 시작하셨어요?
2014년 하반기에 등단하고 나서 2015년부터 조금씩 쓰기 시작했어요. 초고는 상당히 빨리 완성했고, 그 뒤로 책이 나오기 직전까지 꾸준히 고쳤어요. 퇴고를 길게 한 편인 것 같아요.
문장을 다듬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아요. 간결해서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작품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문장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 만한 게 좀 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문장을 다듬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 같아요. 문장을 군더더기 없이 쓰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불필요함 없이 깔끔하고 리듬감도 있으면서 빠르게 읽히는, 저만의 문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혐오와 수치심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감수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품을 쓰시는 데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나요?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다 반영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혐오나 수치심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드리기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젠더, 세대, 계층 간의 갈등들은 제가 20대 대학생, 대학원생으로서 계속 겪어오는 일이니까요. 그런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노인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인물 묘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노인 봉사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노인 분들을 많이 뵈었고,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의 노인 분들을 뵐 기회가 있었어요. 대학교에 들어와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사장 분이 노인이시기도 했고요. 소설에 쓰인 게 제 경험은 아니지만 직접 겪고 느낀 바가 반영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인물들은 다양한 이유로 서로 멸시하거나 혐오합니다. 경제력, 윤리성, 가족 내의 서열, 유약한 성격 등인데요. 이런 것들이 혐오와 수치심이 생겨나는 근원이라고 보세요?
혐오와 관련해서 하고 싶었던 작업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근원이다’라고 단언을 내리는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공론화 되는 혐오가 있고 공론화 되지 않는 개인의 내밀한 감정이 있잖아요. 『공기 도미노』는 충돌에 의해서 진행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충돌들 중에는 거대한 이름이 붙여지는 혐오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동시에 공론화에 적합하지 않은 종류의 충돌과 개인의 욕망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자가 누구이고 약자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게 공론화에 적합한 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런 부분만 공고하게 만드는 건 전부를 다 포괄하지 못하는 일이고, 어떤 비극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강자와 약자에 대해서 말하는 동시에 그것이 아닌 것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것이 무서워요
작가님이 혐오하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혐오라는 말 자체가 조금 무서워서 ‘과연 혐오하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혐오한다기 보다는 그냥 지양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모르는 것에 대해서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게 가장 무서운 일 중에 하나인 것 같거든요. 발화라는 행위 자체가 지니는 무서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폭력은 아닐까’ 하는 느낌도 있고요. 『공기 도미노』라는 제목도 그것과 관련해서 짓게 된 제목인 것 같기도 해요.
작품을 쓰시고 나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썼구나, 이게 폭력은 아닐까’ 생각하신 적도 있으세요?
네, 많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쓴 단편들을 소설집으로 출간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걱정이 되더라고요. 단편은 분량이 짧으니까, 제가 고민하고 있는 바를 해결하지 못한 채로 출판이 되어버릴까 봐 좀 무서운 것 같아요. 그래도 『공기 도미노』는 분량이 좀 있다 보니까, 제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쉽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도를 반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점이 만족스럽죠. 일단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것 같아서요.
구조를 통해서도 ‘도미노’의 의미가 드러나요. 앞장의 인물과 사건이 뒷장의 이야기에 영향을 주면서 연쇄적으로 전개되죠.
제가 이 도미노의 최종적인 그림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도 잘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계속 연쇄되는 것이고, 그 연쇄의 느낌을 포착하기 위해서 ‘도미노’라는 말을 사용한 거거든요. 결말에 가까운 장면처럼 보이는 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게 누적이 돼서 최종적인 장면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그게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도미노’ 앞에 ‘공기’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기는 항상 있지만 손을 움직이는 순간 파동이 생기고, 그 파동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거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속 움직이고 있고, 그 안에서의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거죠. 그런 불안감을 ‘공기’라는 단어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현’은 비윤리적인 인물들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는데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결말을 맞게 하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모든 인물들이 그렇겠지만, 소현은 제 자신을 많이 닮은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인간이 다 불완전하잖아요.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확신을 가져야 되고요. 그런데 확신으로써 일부에 대한 성취는 이뤄낸다고 하더라도, 전체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모든 걸 이뤄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올바른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갔을 때 생겨나는 ‘미처 다 챙길 수 없는 것들’이 있죠. 미처 다 성공시킬 수 없고, 미처 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언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앞장의 화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인물들이 뒷장에서는 타인에 의해 서술됩니다. 이렇게 배치를 하신 의도가 궁금해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만의 서사를 구축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확신을 의심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타자화 될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게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 식으로 설정하게 된 것 같아요.
때로는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정확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아요. 본모습이라는 건 하나로 규정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남들이 보는 그 사람의 모습도 있는 거고,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기 자신도 인정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에서도 다면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소설 속의 도미노가 무너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고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확신들이 서로 부딪히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 믿음이나 자의식들이 부딪히는 거죠. 저는 자기 동일성과 충돌이라는 단어를 같이 연장선상에 놓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의식이 아주 단단한 상태에서 충돌을 벌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비극을 만들어내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여성 화자에게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아요. 젠더와 혐오, 둘의 관계 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초고를 썼을 때는 남성으로 설정했던 인물이 있었어요. ‘소현’의 딸로 등장하는 인물인데요. 원래는 여성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너무 여성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서사를 진행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인물들의 성별 비율을 맞춰야 된다는 생각으로 ‘소현’의 딸이 아닌 아들로 썼었는데요. 퇴고를 하면서 고민이 됐어요. 아무래도 남성 인물들이 서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작품들을 많이 봐왔고, 거기에 익숙해져서 ‘남성 인물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되는데, 왜 여성 인물들만 서사를 주도하는 것 같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더라고요. 가끔씩 주변에서 여성 작가는 여성 인물에 대해서만 쓴다는 평을 듣기도 했고요. 그런 경험의 축적에 의한 설정인 것 같아서 퇴고하면서 여성 인물로 바꿨어요. 『공기 도미노』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에 대한 고민이 있기는 했던 것 같아요.
손을 뻗으려면 눈앞의 공기를 흩뜨려야 한다
대부분 가족 관계 안에서 갈등을 겪어요.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떤 사람한테든 일차적으로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출발하고 싶었고요. 여러 계층이나 세대를 다루기에도 가족이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가족이라는 게 결코 완벽히 갈라서기 어려운 관계잖아요. 삶이라는 것도 내가 얽매여 있어서 절대 뿌리칠 수 없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가족하고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좋은 지점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제가 소설 속의 공간을 쓰는 데에도 민감한 편인데요. 집이라든지 밀실 같은 공간들을 그리기에도 가족 서사가 적합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집은 가족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오브제라고 할 수 있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밀하게 공간을 묘사하셨는데요. 그 공간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느낌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햇빛은 비추고 있지만 뭔가 쓸쓸하다거나, 아니면 그냥 유리창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바깥이 보이지만 단절되어 있는 공간인 거죠. 항상 주어져 있고 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항상 짊어져야 되는, 그런 공간으로 그리는 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아요. 비극에 어울리는 쓸쓸한 느낌도 주려고 한 것 같고요.
우리 사회에는 가족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이상적인 가족상도 뚜렷하고, 가족과의 관계가 상당히 삶을 좌우하잖아요. ‘연주’도 ‘복자’가 결혼을 강요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굉장하고, 저도 주변에서도 그런 말들을 들어요.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집에서 결혼하래’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강요를 받는 게 유독 한국 사회에 많이 있는 일 같기도 하고요. 가족은 태어났을 때부터 삶을 마감할 때까지 끊임없이 알력을 행사해 오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인 것 같아요. 사회의 어떤 관계보다도 더 그렇죠.
등단 이전에 갖고 계셨던 불안감은 없나요? ‘등단을 할 수 있을까, 언제 등단하게 될까’라는 걱정들이요.
저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출발점으로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행위가 가장 익숙한 행위였고, 쓰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등단을 언제 할 수 있을까’라는 열망보다는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을 보고 ‘이게 언제 번역될까,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이 책을 읽고 싶다’라는 열망이 더 강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웃음).
문단에 등장하자마자 호평과 주목을 받으셨어요. 부담스럽다고 느끼신 적도 있나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오히려 작품을 발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무엇을 쓰고 싶다는 확신도 없었고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어떤 문장과 장면이 좋은지, 스스로 천천히 정해 나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했고, 등단 후에 오히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단편을 쓰시면서 주제나 인물, 사건은 어떻게 찾아나가셨어요?
처음에는 ‘가장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출발을 했는데요. 그게 ‘잘 모르겠다, 나는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불완전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걸 드러내기에 적합한 인물들을 찾다 보니까 노인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게 된 것 같고요. 노인 분들을 보면 젊은이들보다 죽음을 인식하고 계신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노인에 대한 저의 관심, 애정, 애착은 그런 데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저의 지각이나 사고 능력이 유한하듯이 제게 주어진 시간도 유한한 건데, 그런 유한성을 잘 전해줄 수 있는 건 노인 분들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감과 비」에서도 노인 분들을 중심으로 다루게 됐고요.
‘작가의 말’에도 “나는 불완전하다. 『공기 도미노』 또한 그럴 것이다”라고 쓰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불완전한 상태를 불안해하거나 불만스럽게 생각하는데, 작가님은 다른 것 같아요.
애초에 저한테는 완전하다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제가 종교철학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신은 완전함을 상징하고 인간은 상대적으로 불완전한 걸 상징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불완전을 납득하게 된 것 같아요. 불완전하다는 걸 인식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오히려 비극을 발생시키기 더 쉬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기 도미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 혹은 이 작품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다 최선을 다해서 잘 써보려고 한 문장들이기는 한데요. 책 표지 뒷면에도 쓰여 있는 “손을 뻗으려면 눈앞의 공기를 흩뜨려야 한다. 손을 뻗기 전의 장면을 부숴야 한다”는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출판사에서 정말 잘 골라주신 것 같고, 너무 마음에 들어요. 선택을 한다는 건 이전의 상황을 변형시키는 거잖아요. 비약적으로 말하면 부수고 파괴하면서 또 다른 상황을 발생시키는 거죠. 그런 게 『공기 도미노』의 주된 정서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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