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로, 사람은 어디든 간다
11월 1주 신간
인구 30만 군산에서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 『우리, 독립청춘』, 서른여섯 살 인간이 편의점에서 일하며 정체성을 찾는 『편의점 인간』, ‘초절 기교 만화’라 불리는 『천상의 비벤덤』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우리, 독립청춘
배지영 저 | 북노마드
서울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이 땅의 대부분 청춘의 삶의 목표를 한 줄로 정리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 게릴라상', '카카오 브런치북 2회 대상' 등을 받으며 인구 30만의 소도시 군산에서 글을 쓰고 살아가는 저자가 만난 청춘은 서울이 아닌 소도시에서도 자립이 가능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공부 잘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의 통념을 거부하고, '헬조선' 현실을 스스로 극복하는 소도시 43명 청춘들의 담담한 고백이 이어진다. 연극배우, 고등학교 교사, 자동차 정비사, 농부 등 사람이 사는 곳에 있어야 할 직업군을 엿보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못 가도, 좋은 직장에 못 가도,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인생 실패'가 아니라는 분명한 메시지로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 없는 청춘의 이야기다.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저/김석희 역 | 살림출판사
서른여섯 살의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모태솔로에다 대학 졸업 후 취직 한번 못 해보고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계속 바뀌는 알바생들을 배웅하면서 여덟 번째 점장과 일하고 있는 게이코는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정해진 매뉴얼대로 정리된 편의점 풍경에서 정체성을 찾는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에 일을 얻고 가정을 꾸린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서 게이코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품이다. 저자는 실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작가로, 시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다 와서 상을 받았다. 출간 직후 일본 아마존 문학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천상의 비벤덤
니콜라 드 크레시 글,그림/이세진 역 | 북스토리
이야기는 대도시 뉴욕쉬르루아르에 상륙한 순진한 바다표범 디에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디에고에게 노벨사랑상을 타게 해서 대중들의 우상으로 만들려는 뉴욕쉬르루아르의 지배자, 지배자의 명령에 따라 디에고를 교육하는 롬박스 교수,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악마, 그 악마를 이용해서 역사를 고쳐보려는 개들이 디에고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장악하려고 애쓴다. 그 사이에 낀 디에고는 자신도 모르게 천상의 모험에 동참하게 된다. 매 페이지마다 다른 도구와 다른 기법을 사용하여 '초절 기교 만화'라 불리는 작품. 작가가 '그래픽 실험실'이었다고 설명할 정도로 다양한 표현기법과 데생용 블랙잉크, 수채, 아크릴, 크레파스, 색연필, 파스텔 등이 그림에 동원됐다.
멋진 하루 시간
안신애 글그림 | 고래뱃속
한 가족이 쇼핑몰에 들어간다. 쇼핑몰 안에는 가방과 옷을 파는 명품점부터 가구점, 소문난 맛집,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는 공연장과 수족관까지 흥미로운 곳들로 넘쳐난다. 가족은 쇼핑몰 구석구석을 누비며 구매한 물건과 음식, 놓치면 아쉬운 세일 정보를 SNS에 올리며 '멋진 하루'를 보내지만, 장면 뒤로는 괴로운 표정의 동물들이 보인다. 대기업 라벨을 달고 깔끔하게 포장된 달걀 뒤에는 작은 철망에서 평생 알만 낳고 살아가는 암탉이 있고, 화려한 조명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화장품 뒤에는 안구에 화학 약품이 주입되는 고통을 겪는 토끼가, 신나는 동물 공연 뒤에는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원숭이가 있다.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된 가족의 멋진 하루 뒤편에 너무나도 잔인해서 오히려 거짓말 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서로 엇갈리게 보여 줌으로써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밀수 이야기
사이먼 하비 저/김후 역 | 예문아카이브
세상 모든 곳을 비춘 '가장 어두운 것에 관한 탐험'이자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자, 인류의 진보와 세계화 과정을 엿보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대항해 시대의 향신료, 무기, 블러드 다이아몬드, 다양한 밀수품과 더불어 수많은 '밀수꾼'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우리가 '위대하다'고 여겨온 인물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왜 밀수꾼의 길을 걷게 됐는지 살피는 것도 흥미로운 체험이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무역 전쟁의 비사와 드라마틱하게 구성된 풍성한 이야깃거리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나에 관한 기억을 지우라
구본권 저 | 풀빛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쉽게 말해, 아이디와 비밀번호 따위를 잊어버려 이전에 올린 글이나 이미지를 지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잊혀질 권리'를 처음으로 제도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잊혀질 권리가 정보화 시대의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IT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현장 기반의 연구자인 기자가 '잊혀질 권리'를 다룬 박사학위논문을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써 냈다. 잊혀질 권리의 정의, 언론과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논점,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할 필요성 등을 외국의 사례 연구와 질적 연구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나리토미 미오리 저/양필성 역 | 스몰빅아트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그림을 잘 그리기는 힘든 것일까? 일본 최고의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로를 위한 데생 스쿨을 운영해 온 저자는, 자신의 목적에 맞는 그림 공부법을 찾아 필요한 부분을 연습하면 누구라도 그림을 능숙하게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국내 최초의 '개인 맞춤형 그림 트레이닝북'으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가 진단 테스트'가 수록돼 있으며,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그림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그림 실력이 향상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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