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서포터즈가 떴다- 은행나무 출판사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8기, ‘은행나무’를 탐방하다
『악스트』가 점점 그 문턱이 낮아지고 쉬워지며 상업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은 이러한 측면입니다. 공부가 아닌 소비하는 문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잡지로 옮겨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7일,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8기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은행나무 출판사로 향했다. 은행나무는 판타지 소설 『왕좌의 게임』 시리즈, 격월 문예지 『악스트Axt』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출판사다. 잎과 열매가 모두 유용하고,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은행나무처럼 출판사 은행나무는 ‘시대와 미래를 읽는 책, 재미있고 감동 깊은 책’을 신조로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좋은 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과 노벨문학상 후보 응구기 와 티옹오(Ngugi Wa Thiongo)의 『한 톨의 밀알』 을 출판했다.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은행나무 출판사는 원활한 업무를 위해 건물 층간의 계단을 터서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환경이었다. 벽면에는 은행나무에서 출간한 서적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한편에는 많은 독서가의 관심을 받는 격월 문예지 『악스트』의 9/10월호가 놓여 있었다.
서포터즈 일행을 제일 먼저 반겨준 사람은 디지털 콘텐츠 팀 김한밀 과장이었다. 그를 통해 은행나무의 개괄적인 소개와 함께 대표 서적에 관해 들었다. 은행나무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과 『악스트』 관련 이야기는 백다흠 편집장이 담당했다.
시대와 미래를 읽는 책, 재미있고 감동 깊은 책
김한밀 과장은 가장 먼저 은행나무 출판사의 특징을 전체적으로 소개했다.
김한밀 : 초기에 은행나무는 우선 일본 문학으로 대중에게 다가갔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 개방으로 한창 외국 문물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 문학은 처음 대중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었던 하나의 방법이었죠. 그중 가장 유명한 서적은 밀리언셀러인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입니다. 일본 문학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점차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출간하며, 영화화된 소설이 많습니다. 한창 많은 관심을 받는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신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으로, 이 또한 전작 『불안』, 『우리는 사랑일까』와 더불어 알랭 드 보통의 스테디셀러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소개를 시작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은행나무의 대표 작가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김한밀 : 은행나무의 대표 작가로는 요시다 슈이치와 정유정 작가가 있습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경우 『악인』을 비롯한 대다수 작품이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될 만큼 있기 있으며, 최근 『분노』를 웹상에서 사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일본에서 영화화되었습니다. 곧 작품이 하나 더 나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다른 대표 작가는 정유정 작가입니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을 시작으로 『7년의 밤』, 『종의 기원』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 익히 알려져 있죠. 올해는 정 작가의 신작 『종의 기원』과 관련한 행사로 바빴습니다.
정유정 작가와의 첫 만남은 문학상 수상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은행나무에서 출판하는 각종 문학상 수상작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김한밀 : 먼저 제3회 제주4ㆍ3평화문학상 수상작인 장강명 저 『댓글부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수상작은 최근 출판한 제10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거기 있나요』가 있죠. 이 책은 대중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끔 5,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대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2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인 『고마네치를 위하여』도 올해 4월에 출간했고, 이외에도 많은 문학상 수상작과 수상자의 이후 작품을 한두 번 정도 더 출간하기도 합니다. 국내 작가들의 글을 알리기 위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획의도가 좋았지만 아쉽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은행나무의 출판 서적으로 ‘노벨라 시리즈’를 언급했다.
김한밀 : 배명훈 저 『가마틀 스타일』을 시작으로 2014년 8월 즈음부터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출간했습니다. 중장편 소설집 구성으로 『재인, 재욱, 재훈』, 『구의 증명』 등이 있으며 가장 최근작인 13권은 문지혁 저 『P의 도시』로 올해 3월에 출간했습니다. 노벨라 시리즈는 다음 권을 끝으로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출간 이후 작가를 두 명씩 짝을 지어 북 콘서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곧 장강명 작가의 작품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은행나무에는 독자들의 취향과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 많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냐는 물음에 김한밀 과장은 요시다 슈이치의 『분노』를 꼽았다.
김한밀 : 출판 과정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40일가량 연재 핸들링을 해야 했거든요. 책으로 나오기 전 두 권 중 한 권을 연재로 보여주었기에 원고를 두 달 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작가 인터뷰, 전작 관련 콘텐츠, 일러스트 발주 등을 해야 할 일이 많았죠. 현재 일본에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어 한국에서도 영화로도 개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HBO 제작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방영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며 최근 전면 개정을 거친 『왕좌의 게임』 원작 시리즈도 잊지 않았다.
김한밀 : 은행나무에서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사랑니 같은 책입니다. 외서를 번역하면 기본적으로 페이지 수가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총 4권이 나왔는데 2~3부까지 진행하다 적자가 심해 그만두려고도 했지만 독자층이 출간을 희망하여 양장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4부를 냈을 때 공동 번역으로 문제가 있었고, 이를 전면 교환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 은행나무의 태도를 좋게 바라봐주는 팬층이 생기는 긍정적인 일화도 있었습니다. 5부를 출간한 이후 3~4년가량 고민하다 본격적으로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김한밀 과장은 이어 『악스트』와 국내 문학을 담당하는 백다흠 편집자가 『악스트』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악스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출판사가 맡는 ‘중간 역할’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백다흠 : 책을 만들기 전 출판편집자는 저자와 관계가 매우 밀접하고, 책을 만든 후에는 저널과 밀접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는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업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업자와 다르게 출판사는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에 문화 관련 콘텐츠에 집중합니다. 출판사가 책 한 권을 출판하는 것이 소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어떤 물성을 지닌 책이 일반 대중에게 전파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편집자는 책을 어떤 식으로 낼지, 책을 왜 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종합 출판사의 경우 대개 여러 장르를 나누지만 은행나무 같은 경우 문학 위주 출판사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소설 쪽으로 특화된 거죠. 이를 기반으로 『악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많은 독서가의 관심을 받는 『악스트』를 시작하게 된 과정과 지향점에 대해 들었다.
백다흠 : 제안은 제가 했습니다. 사실 별다른 기대나 특별한 책임감 없이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잡지에는 아젠다나 지향성이 없습니다. 잡지는 지향점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잡지는 단순히 잡지 자체로 존재하다 쓰레기통에 쉽게 버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악스트』 창간 후 은행나무에서 달라지거나 영향을 받은 점이 있냐는 물음에 출판사 내외에서 나타난 변화를 하나씩 알려주었다.
백다흠 : 출판사 내부에서는 잡지가 주목을 받으며 작가들의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달라진 점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거죠. 대외적으로는 많은 사람이 은행나무라는 출판사 혹은 『악스트』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영향을 받은 점은 딱히 없습니다. 수익 사업으로의 성공은 없었고, 문학운동 성격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악스트』는 매 호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작가가 있다. 그로 인해 커버스토리의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판매 부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커버스토리를 선정하는 기준과 과정이 궁금했다.
백다흠 : 작가를 선정하기 위해 오랫동안 회의를 거칩니다. 잡지를 내면서 두 달 동안 꼭 봐주었으면 하는 것이 커버이기 때문입니다. 『악스트』는 커버스토리 속 작가의 얼굴이 아젠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에게서 끌어낼 수 있는 문학적인 발견이나 삶 속의 새로운 발견을 중점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4호의 듀나와의 인터뷰는 실패했다고 보고, 실패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접근하는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거죠.
『악스트』가 언제까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악스트』의 성격을 바꿀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 잡지, 문학잡지로 확장 혹은 변질시키는 거죠. 문학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부터 조금씩 변질할 겁니다. 잡지는 좀 더 상업적으로 변하기 위해 더 쉬워야 하고, 구길 수 있어야 하고,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백다흠 편집장은 쉽게 나아갈 것을 전망하고 있으나 최근 문학은 조금씩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이를 어떻게 딛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백다흠 편집장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백다흠 : 내용적인 측면의 변화가 필요하겠죠. 이건 편집자의 노력으로 좌우할 수 없지만, 문학은 다채로워야 합니다. 저는 마블의 코믹스까지도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의 스펙트럼이 조금 더 밑으로 내려와야 쉬워질 수 있습니다. 문학의 중간 지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중간 점에서 10cm씩 조금씩 내려가는 느낌으로요. 『악스트』가 점점 그 문턱이 낮아지고 쉬워지며 상업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은 이러한 측면입니다. 공부가 아닌 소비하는 문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잡지로 옮겨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이 가진 의미 없이 무용한 힘의 매력
백다흠 편집장은 문학이 인간에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용한 동시에 힘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역설적이지만 무용함에서 나오는 힘의 매력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힘을 가진’ 은행나무의 도서를 물어보았다.
백다흠 : 조너선 프랜즌의 소설 『인생 수정』이라는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몰락해가는 미국의 가족의 합리주의와 개인주의를 잘 섞어 그들의 단점을 이야기합니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정책과 이에 영향을 받는 가족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이 있습니다. 명사들이 곧잘 소개하는 스테디셀러인데, 자연주의를 선택하는 히피의 느낌이 있습니다. 유달리 도시화로 인해 대도시로 집중되는 한국이 자연을 알아가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문학계와 출판계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작품을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다. 이에 백다흠 편집장은 해외 수출로 나아가기는 가장 큰 사업 중의 일부임을 이야기 하며, 은행나무의 수출 서적을 알려주었다.
백다흠 : 은행나무는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 이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책을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반응을 받을 작품이 어떤 것인지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의 문화와 독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키워드는 장르, 그중에서도 ‘스릴러’라고 생각합니다.
『설계자들』을 쓴 김언수 작가가 프랑스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범죄, 테러집단을 중점적으로 다루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순수문학 키워드는 동아시아에서만 적용될 뿐 유럽으로 나가기는 힘듭니다. 그러므로 확실한 타깃이 있어야 하고 각 국가의 정서를 안 후에 문이 열리면 그때 우리나라에 익숙한 문학을 보내줄 수 있을 겁니다. 가장 기본적인 소스부터 파고든 뒤 문이 열리면 인프라가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은행나무는 다양한 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하는 동시에 『악스트』를 통해 많은 신인작가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은행나무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인 작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백다흠 : 주목 신인은 따로 정해두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대답한다면 잡지를 통해 많은 신인 작가들이 글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눈여겨보면서 책을 내기도 하고, 서사적인 재미와 문학적인 예술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만의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있냐는 물음에 포털 사이트와의 협업과 SNS 마케팅을 제시했다.
백다흠 : 다음 카카오와 협업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종이 신문과의 협업이 많았지만 이제는 종이 신문을 대체하는 매체가 포털 사이트이니까요. 특히 다음 카카오가 스토리 펀딩을 통해 핸드폰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희망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도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사전 연재했습니다. 이는 다른 출판사들의 움직임도 비슷할 겁니다.
반면 흔히 생각하는 SNS는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팔로워 수를 늘린다고 해서 홍보가 되는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피로감이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SNS는 아수라 같습니다. 무작위성이 지향점인데, 이는 사업체가 뛰어들기에 두려운 요소입니다. 늘 변화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어 SNS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늘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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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문화를 좋아하는 예스24 서포터즈 8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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