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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꽃잠, 사랑땜, 모둠밥의 뜻을 아시나요?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오리여인 저자 아름다운 우리말 120을 주제로 써내려간 그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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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오리여인 저자 아름다운 우리말 120을 주제로 써내려간 그림 에세이

작가님 인물 사진.JPG

 

올해 570돌을 맞이하는 ‘한글날’. 우리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사랑, 관계, 내면에 관한 단상을 우리말로 풀어낸 책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는 모오리돌, 박박이, 부엉이살림, 노루글, 갈맷빛 등 생소하지만 알고 싶은 한글 이야기를 담았다. 신혼여행의 첫날밤을 의미하는 ‘꽃잠’, ‘새로 가지게 된 것에 얼마 동안 사랑을 쏟는 일’을 뜻하는 ‘사랑땜’ 등 우리말 120개와 그로 연상되는 따뜻한 이야기와 그림이 실렸다.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의 저자 오리여인은 그림과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림작가이자 파인아트 작가. SNS에서 개성 있는 그림과 따뜻한 한마디 글로 소통하며 7만 명이 넘는 팔로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페인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과 뉴욕에게 세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작업실에 갇힌 고독한 예술가가 아닌 세상 속에 함께 있는 열린 아티스트를 꿈꾸며 ‘드로잉 나눠 가지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해왔다. 현재 해방촌 작업실에서 ‘다음’에 연재 중인 글과 그림, 영화 <로봇, 소리> 예고편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 에세이 『마음이 보이면』이 있다.

 


찾아보면 더 많은 예쁘고도 쉬운 우리말

책이 무척 예뻐요. 정다운 느낌도 들고요. 어떻게 만들게 된 책인지 궁금해요.

 

작가에게 모든 책은 자기 자식마냥 아리고 예쁘겠지만,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는 특히 더욱 애정이 가는 책입니다. 20대에 꽤 긴 세월을 뉴욕에서 보냈습니다. 반짝이는 건 별이고 반딧불이라 생각하며 시골에서 자란 제가 어찌어찌 간 곳이 뉴욕이더군요. 그곳 역시 반짝이는 것은 많았습니다. 반짝이는 화려한 조명을 보고 온 날이면, 텅 빈 방 안이 더욱 날카롭고 시퍼렇게 외로이 다가왔습니다. 그곳에 가족도, 친척도 없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한국어로 쉴 새 없이 제 감정을 써내려 갔던 시간들이 가장 큰 위로였어요. 마치 집밥처럼 저를 보듬어주었고, 아무 조건 없이 안아주는 이불처럼 따뜻했습니다. 전 그때의 저를 위해, 혹은 단 한 명일지라도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끝으로 전 대단한 애국자도 아니고,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저 ‘한글’이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이리 풀어 그때의 고마움을 갚고자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선물로 돌아왔네요. 한글날을 맞아 제 마음 담은 이 책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단정한 느낌입니다. 어떤 문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나요?

아마 어렵고 긴 문장을 쓰지 못해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책을 쓰기 위해 꽤 많이 모아놓은 예쁜 우리말과 오랜 시간 써온 글들을 추려냈습니다. 그 중에서 괜찮은 것들을 출판사에서 잘 골라주셨어요.

1장 ‘머뭇거리는 나에게’를 시작으로 총 4장에 걸쳐 구성되어 있어요. 저자로서 특히 애정을 가진 장이 있다면요?

단 하나만 뽑자니 고민이 많이 되네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하나만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나, 우리, 사랑, 일상은 사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이기도 하니, 그 무엇 하나에 더 애정을 가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책 각각의 단어들을 차별 없이 그리고 써내려 갔다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르게 보면 줏대 없는 작가구나 생각해주세요. (웃음)

우리말 120개를 소개하셨는데요. 요즘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있나요?

‘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라는 뜻을 가진 ‘바투’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하고, 또 자주 씁니다. 어감도 참 투박한 듯 단정하고 촌스러운 듯 세련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뜻이 참 좋습니다. 사실 살을 대고 바짝 붙어있는 것보다 더 떨리고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닿을 듯 말 듯 한 손과 손 사이, 입과 입 사이 혹은 마음과 마음 사이. 가진 것 보다 가질 듯 말 듯 한 상태를 한 단어 두 음절로 잘 전달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합니다.

 

바투.jpg


책 속에 소개한 단어 중에, 일상 생활에서 많이 쓰이면 참 좋을 말이라고 생각하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보다 더욱 귀엽게 느껴지는 우리말을 발견했을 때, 혹은 조금 더 간편한 단어라고 생각되는 단어를 발견할 때 일상생활에 서 쓰이면 참 좋겠다 하고 생각이 들어요. 신혼여행의 첫날밤을 ‘꽃잠’이라는 쓰면 함께하는 ‘첫’ 밤이라는 것보다 꽃처럼 ‘아름다운’ 밤이라 생각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빨래하고 난 후의 풋풋한 섬유 냄새는 ‘새물내’로, 새로 산 물건에 한 동안 애정을 가지는 일은 ‘사랑땜’, 여러 사람이 먹기 위해 가득 담은 밥은 ‘모둠밥’이라는 예쁘고도 쉬운 우리말 단어를 꼽고 싶습니다.

‘당조짐’은 ‘정신을 차리도록 단단히 단속하고 조임’이라는 뜻인데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런 단어는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책에 나오는 단어들은 꽤 오랫동안 여러 책들을 살펴보고 검색하며 모았어요. 아마 이 단어도 그렇게 알게 되었을 거예요. ‘당조짐’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는 마치 정신이라는 것이 물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으로 풀어내면 참 좋겠다 싶어서 목차에 넣게 되었어요.

‘구쁘다’ 라는 형용사는 실제로 써도 좋을 단어인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책 속에 들어간 단어들을 현실 생활에서 다소 쓰시나요? 혹은 쓰려고 노력하시나요?

(웃음) 맞습니다. 저도 ‘구쁘다’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가마다 각기 다른 천성을 가졌겠지만, 저는 제가 그린 그림과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걸 참 좋아해요. 그래서 이 책을 작업하면서 스스로 만족한 그림을 그렸을 때면 여러 친구에게 공유하고 뜻까지 알려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친한 친구들과는 이미 몇 가지 단어들을 쓰고 있고, 책을 함께 만든 출판사 분들과도 자주 우리말 단어를 사용해 대화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모든 말을 줄여서 부르는 시대인데요. 한글을 자유롭게 파괴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실 파괴라면 파괴이고, 변화라면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이리저리 변형되어도 좋으니 한글 안에서 뛰어 놀면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창의적인 발상이 나올 수도 있고 더 편하고 쉬운 쪽으로 발전될 수도 있겠지요. 장단점을 정확히 나누어 말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소를 엉덩이로 안 타고 배로 타고 놀든, 정글짐 위를 걸어 다니며 놀든 그래도 놀이터 안에서 놀아서 다행이다 하는 마음이랄까요. 유학을 가보니 씁쓸하게도 한국어를 쓰기 싫어하고 창피해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참 많이 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래도 한국어를 이리저리 가지고 놀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국어를 지킬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쓰셨습니다. 작가로서 종이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우선 제 이야기부터 하고자 합니다. 저에게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해 새벽 5시쯤에 눈을 떴는데 그때 거실에 나가면, 아버지께서 항상 얇디 얇은 회색 종이신문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보고 계셨어요. 텔레비전에는 하얀 화면조정 화면이 떠 있었고요. 지금의 집 풍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요. 그때 신문을 읽던 아버지의 모습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 기사를 읽으시고 텔레비전은 새벽부터 여러 정보를 앞다투어 들려주지요. 밥 먹을 때는 텔레비전을 꺼야만 했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이제는 그 누구 하나도 켜진 텔레비전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렇게 세월은 변했습니다.

종이책도 이제는 종이의 따스함을 아는 사람 아니면 인쇄가 된 활자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눈이 아닌 촉감으로 읽는 재미를 아는 사람 혹은 소장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사게 되겠죠. 이제 링크 하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다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니까요. 하지만 링크를 누르는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노력보다도, 스크롤을 내리면 스쳐 가는 인터넷의 어떤 글귀보다도 종이책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살아남고 머릿속에 맴도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면 종이책은 쉬이 사라지지 않겠지요. 매끈한 유리 액정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치가 종이책에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한글날’이 다가옵니다. 작가님에게 한글의 의미는 특별할 것 같은데요.

한국어의 표현력을 따라올 만한 언어가 없다고 자부해요. 감정을 전달하고, 무엇을 설명하고, 어떤 것을 흉내 낼 때도 한국어는 전혀 막힘이 없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말했지만, 한글보다 감성적이고 아름답고 세밀한 언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다른 나라의 언어가 문구점에서 파는 12색 색연필이라면, 우리말은 고급 화방에서 파는 128색 색연필의 느낌으로 다가와요.

한글의 아름다움, 우수성을 발견한 책이 있었나요?

한글의 아름다움은 책 말고도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펼쳐져 있어서 제가 감히 어떤 책에서 발견(?)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좋은 광고 문구 한 줄로도 가슴이 설레게 하는 게 한글이니까요. 그 대신 제가 어릴 적부터 참 좋아했던 책 3권은 피천득의 『인연』, 백석의 『정본 백석 시집』, 천명관의 『고래』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이 표현은 꼭 소개하고 싶다는 단어를 2개 꼽아주신다면요?

‘빠르게 바뀌고, 앞다투어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보는 데 익숙해서인지 글을 천천히 정독하기보다는 대강 내용만 파악할 정도로 읽는 게 더 편한데요. 이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노루글’이에요. ‘노루가 겅중겅중 걷는 것처럼 내용을 건너뛰며 띄엄띄엄 읽는 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거든요. 다음으로는 ‘글이 들어가는 머리 구멍이라는 뜻으로, 글을 잘 이해하는 지혜를 이르는 말’을 뜻을 가진 ‘글구멍’을 소개합니다. 둘 다 단어 자체도 참 예쁜 우리말이기도 하고요. 올해는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들어 배포한 지 57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모두 한글의 고마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더불어 『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필명인 ‘오리여인’은 어떤 뜻인가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저는 늦은 20대부터 오리여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여인이라는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통통한 사람 다리를 가진 오리가 나오는 꿈을 종종 꿨어요. 그 오리는 늘 맨발이었는데 가끔은 빨간 구두를 신고 나오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리는 오리여인 캐릭터에도 빨간 구두가 등장하지요. 되돌아보면 그때 꿈에 나온 오리 제 자신이 투영된 게 아니었나 싶어요. 어린 소녀가 서둘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그 마음 말이죠. 하지만 나이를 먹고 몸도 훌쩍 커버린 지금도 여전히 그 오리가 나오는 꿈을 꿉니다. 아마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증거겠지요? 오리여인은 제 꿈에 나오는 오랜 친구이자, 곧 저 자신일 거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앞으로 펴내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우리말에 관한 책을 꾸준히 써보고 싶습니다. 이 책은 제가 채워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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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 오리여인 저 | 시드페이퍼(seed paper)
온갖 외래어와 줄임말이 남발하고 신조어를 유행시키기에만 급급한 요즘, 우리말은 어쩌면 아주 당연하게 잊혀간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저자는 구태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말 단어 120개로 모두가 공감할 에세이 한 권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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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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