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사랑하는 시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추천하는 시
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대학생에게 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함께 읽어보고 싶은 시를 선정했다.
출처_@ aktasburak92
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대학생에게 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가 함께 읽어보고 싶은 시를 선정했다.
현실을 짚는 시
1. 진은영, 「청춘2」,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 「청춘」 중
대학생에게 청춘은 꼬리표 같이 따라붙는 단어다. 청춘은 대개 푸르고 빛나며, 언젠가 붉은 열매를 맺어야 마땅한 것처럼 묘사된다. 흔히 청춘을 내세우며 고난을 참고 견뎌, 끝내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때때로 열매를 전부 떨구고 거기 깔려 죽고 싶은 심정 역시 지금의 ‘현실적인 청춘’이다. 이 시에선 현실의 청춘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2. 김소연, 「원룸」, 『수학자의 아침』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 「원룸」 중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를 가면 자연스럽게 자취를 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조그만 원룸에 혼자 누워 있다 보면 가족과 공유하던 시간 대신 정적만이 주변에 가득하다. 그 정적에는 쓸데 없는 생각이 대신 자리를 차지한다. 꼭 이 시처럼 누군가의 삶을 엿듣듯이, 옥수수처럼 가지런하고 얌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특별하거나 간절하지 않다. 모든 일은 내일의 날씨처럼 찾아오고 흘러가며, 그렇게 통과하듯이 살아간다.
3.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입 속의 검은 잎』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중
대학생들은 대부분 취업을 꿈꾸며 스펙을 쌓고자 혈안이 되곤 한다. 토익, 텝스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부터 컴퓨터 활용 자격증, 인턴 경험까지. 따지고 보면 경쟁자인 또래의 스펙과 자신의 스펙을 비교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불가항력이다. 자기소개서에 차별화를 주는, 그럴듯한 한 줄을 더 적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 보면 반대로 가슴 한 켠이 공허해진다. 말 그대로 스펙용 활동을 했을 뿐, 정말로 가슴 속에 남겨지는 것은 없다. 나는 나 자신을 향한 애정으로 무엇을 했던가 생각한다.
나를 사색에 빠뜨리는 시
4. 이성복,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
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 「그 여름의 끝」 중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었다. 수험생 시절 ‘나의 절망’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공책 맨 뒷장에 써놓곤 했던,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대학생만 되면 끝날 줄 알았던 ‘그 여름’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걸 보면 ‘나의 절망’은 조금씩 자신의 모습만 바꿀 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이제 와서야 ‘나의 절망’들로 인해 살아진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자신만의 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스스로 붉게 피어 오르는 중이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5. 윤동주,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일제의 압력에 초연함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저항의 시를 써 내려갔을 때, 윤동주는 20대에 불과했다. 부정적 현실에 대해 추호의 양심적 거리낌도 없는 삶은 살고자 했던 시인의 마음이 드러난다. 이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힘든 상황에서 나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때다.
6. 황유원, 「루마니아 풍습」, 『세상의 모든 최대화』
누구나 다 전생을 후생에
물려주고 가는 것이다, 물려줘선 안 될 것까지
그러므로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먼저 이불 속에 묻히고
- 「루마니아 풍습」 중
나이를 먹을수록 장례식에 참석할 일이 많아진다. 동시에 사람의 죽음은 그저 사람의 풍습대로 치러짐을 배우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음의 풍습으로 함께 할 수 있을 뿐, 당사자의 죽음은 아무도 함께 할 수 없다. 새삼스럽게 삶의 무게를 더하는 일이다. 죽음의 풍습을 함께 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답습하고, 성인의 일은 더 늘어만 간다.
내게 위안을 주는 시
7. 황인찬, 「낮은 목소리」, 『구관조 씻기기』
공간이 울고 있었다
낮은 곳에 임하시는 소리가 있어
계속
눈앞에서 타오르는 푸른 나무만 바라보았다
끌어내리듯 부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이 어려서 신을 믿지 못했다
- 「낮은 목소리」 중
여전히 나는 어리고 불안한 것 같은데 의지할 곳은 줄어든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들어간 대학에서 또 다른 실패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은 절망을 가지고 온다. 황인찬 시인의 시는 그럴 때 읽으면 내면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황인찬 시인은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시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8.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슬픔이 없는 십오 초』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중
슬픔이 없는 나날을 꿈꾸지만 우리는 모두 무수히 많은 슬픔의 시간에 잠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슬픈 날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 시의 구절마다 마음이 머문다. 오로지 혼자 견뎌내는 시간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이 시를 읽으면 큰 위로와 위안이 된다. 분명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느끼는 유대감일 터다. 힘든 상황을 외면하거나 모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이 시를 읽으면서 한번쯤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게 더 큰 힘이 될 때도 많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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