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전문가 장서영 “책 읽어주기, ‘아이가 원할 때까지’ 계속하세요”
독서전문가 장서영과 함께한 ‘예스24 어린이 글쓰기 특강’ 두 번째 시간
아이가 한글을 떼기 시작하면 서서히 책 읽어주기를 멈추시는 경향이 있는데, 안 될 일이죠. 막 한글을 뗀 아이는 글자를 읽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다 보니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요. 그런데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책을 즐겁게 보거든요. 부모도 그 모습이 신기하고요. 그래서 조금 더 긴 글을 읽게 하시는데, 그렇게 아이가 뜻을 모르고 읽다 보면 책이 재미없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은 여전히 많이 읽어주셔야 해요. 많은 양의 책을 읽어주셔야 된다는 게 아니라, 꾸준히 읽어주셔야 된다는 거예요.
독서편식, 지극히 정상적인 거예요
지난 18일, ‘예스24 어린이 글쓰기 특강’의 두 번째 강연이 진행됐다. ‘아이의 모든 공부는 독서ㆍ글쓰기로 통한다’라는 주제로, 장서영 청어람 독서코칭센터 소장이 강연을 이끌었다. 적기독서와 적기글쓰기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그녀는 『초등 적기글쓰기』, 『초등 적기독서』, 『독서는 나의 힘』 의 저자이기도 하다. 전국의 도서관과 학교, 평생학습센터 등 다양한 공간에서 강연을 이어가는 한편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적기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장서영 소장을 향해 묻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읽기와 쓰기 교육을 효율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책만 읽어서 고민이라는 부모도 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아이도 있고, 한 번 읽은 책은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고민들에 대한 장서영 소장의 해답은 명쾌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학년 때부터 독서편식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건 지극히 정상이에요. 좋아하는 책만 계속 읽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독서 편식은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그걸 통해서 읽기 능력이 향상되거든요.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죠. 그렇게 향상된 능력을 가지고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들도 읽게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학년이 올라가면 책 읽기 목적이 다양해져요. 학습을 위해서 혹은 여전히 재미있어서, 나의 진로와 관련이 있어서, 이런 다양한 이유들로 다른 영역의 책들도 보게 돼요. 그런데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못 읽게 한다면 읽기 능력 향상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더 가질 수가 없는 거예요.”
독서편식을 하는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깊고 넓게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역사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역사와 관련된 화보집, 연표, 동화책, 전집 등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책 읽기를 계속한다면 또래보다 폭넓은 역사 지식을 갖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사회나 과학 등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습 만화만 좋아해서 걱정이라며 조언을 구했다.
“저는 만화책을 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그런데 만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있어요.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서 생략하거나 과장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아이들은 아직 사실이나 지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왜곡될 수 있어요. 그리고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짧은 글을 쓰잖아요. 그런 말랑말랑한 문장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은 고학년이 됐을 때 다소 길고 딱딱하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되는 글들을 읽어낼 사고력이 발달할 기회를 갖지 못해요. 만화책을 읽으면서 단편적인 지식은 얻을 수 있겠지만 추론하고 논증하는 사고력이 필요한 글 읽기를 할 때는 걸림돌이 될 수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적절하게 읽게 해주시는 게 필요하겠죠.”
‘아이가 읽을 책은 어떻게 골라주어야 할까’ 많은 부모들의 고민이다. 장서영 소장은 “책을 고를 때도 자신의 가치관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제 조건은 “그 중심에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다른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를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이만 바라보면 책 고르기, 글쓰기 교육이 수월해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 책을 읽어주세요
“요즘 많은 분들이 적기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데, 참 다행이라고 여겨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학습을 시키는 분들도 많으시죠. 그런데 선행학습을 시켜서 나타난 부작용들도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는 다를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시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는 꾸준히 책을 읽고 일기도 써왔으니까 더 높은 학년의 활동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착각에 빠지게 돼요. 그러다가 아이가 힘들어지면 교육이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적기 교육은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이 돼요.”
아이들의 나이와 학년이 같더라도 학습 수준은 서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장서영 소장은 부모가 욕심을 버리고, 내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 읽기 쓰기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두뇌를 쓰는 과정과 똑같아요. 그래서 글쓰기를 잘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할 확률이 100%라고 해도 거짓이 아니에요. 그만큼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요소예요. 그런데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지 않고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게 있어요. 우리가 아는 많은 것들을 전부 다 아이한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에요. 아이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여유를 가지는 건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욕심 부리시지 말라는 거죠. 그렇게 꾸준히 쓰기 능력을 키워줬을 때 학습 능력은 비례해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읽기 교육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장서영 소장은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책 읽어주기는 치료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도구와 관련된 능력이 훨씬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부모의 책 읽어주기는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끝낼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아이가 한글을 떼기 시작하면 서서히 책 읽어주기를 멈추시는 경향이 있는데, 안 될 일이죠. 막 한글을 뗀 아이는 글자를 읽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다 보니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요. 그런데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책을 즐겁게 보거든요. 부모도 그 모습이 신기하고요. 그래서 조금 더 긴 글을 읽게 하시는데, 그렇게 아이가 뜻을 모르고 읽다 보면 책이 재미없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은 여전히 많이 읽어주셔야 해요. 많은 양의 책을 읽어주셔야 된다는 게 아니라, 꾸준히 읽어주셔야 된다는 거예요.”
독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찌감치 읽기 교육을 시작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장서영 소장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많은 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책을 가지고 노는 시기이기 때문에 몇 권의 책만 읽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때는 읽기 습관을 길들여주는 시기예요.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게 필요한데요. 많이 읽어주실 필요 없어요. 어떤 분들은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주면 돼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읽어주고 싶은 만큼’,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주시라고 말씀 드려요. 어떤 아이들은 끝이 없이 계속 읽어달라고 하죠. 엄마랑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거든요. 그럴 때는 적당히 권수를 제한하는 약속은 필요할 거예요. 그런데 이 시기에는 매일 한 권의 책이라도 꾸준히 읽어주셔서 ‘책은 재밌어, 엄마랑 읽으니까 즐겁고 좋아’라는 느낌을 심어주시는 시기예요. 이 시기에 가장 좋은 책은 옛날이야기 책이에요. 옛날이야기만큼 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이 많지 않아요. 인성 교육을 할 수 있는 책이죠. 그리고 재밌잖아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주시면 좋아요.”
책 많이 읽는 아이 만들려면, 책 읽을 시간을 주세요
장서영 소장은 누구나 거치게 되는 글쓰기 발달의 네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초기 글쓰기, 과도기, 독자와 소통, 주제 글쓰기’가 그것이다. 각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 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차이는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 얼마나 많이 생각했느냐,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느냐’에 따라서 발생하며, 글쓰기를 강요 받지 않고 부담 없이 글을 썼던 기억이 많은 아이일수록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쉽다.
“‘초기 글쓰기’는 떠오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쓰는 단계예요. 순서나 내용은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건데요. 이 기간을 충분히 많이 겪어야 돼요. 그리고 ‘과도기’에 접어들면 지식이나 경험을 나열해서 쓰게 되는데요.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많이 썼지만 소감은 빠져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지만 이 단계에서는 자기가 알고 있는 내용이나 봤던 사실들만 순서대로 써도 잘 쓰는 거예요. 어른들이 볼 때는 자기 생각이나 소감, 감정들을 덧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보면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으려면 경험치가 많아야 되거든요. 어린 아이들은 경험치가 없기 때문에 떠오르는 생각이 없는 거예요. 이럴 때는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도 써야 되지 않니?’라고 말씀하시기 보다는 글을 쓰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세요. ‘무슨 이야기를 쓸 거야?’, ‘이 이야기 어땠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아이들도 말을 한 다음에 쓰기를 시작하면 조금 낫다고 느낄 거예요.”
이후에 ‘독자와 소통’의 단계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글을 객관화시켜 읽는 이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정도 글쓰기가 성숙해졌다는 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주제 글쓰기’에 이르면 스스로의 힘으로 주제를 정해서 일목요연하게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때 아이들은 글쓰기의 힘을 믿게 된다는 게 장서영 소장의 설명이다. 글쓰기가 재밌고 유익하다는 걸 알게 돼 스스로 내적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강연과 다수의 저서를 통해 적기 독서와 적기 글쓰기를 강조해 온 장서영 소장은 강연의 마지막까지도 ‘아이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간이 있어야 책을 읽어요.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써야 된다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기에는 당장의 시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릇을 크게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거든요. 이 기간에 읽기와 쓰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사고력 향상의 가장 기본이고 제일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책도 읽을 수 있고 자기주도 학습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웬만한 것들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럴 때 아이들은 항상 시행착오 기간을 갖는다는 걸 기억하시고 그런 기간을 충분히 주시면 됩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녀는 ‘토끼와 거북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익숙한 우화 속에 감춰져 있던 메시지를 들려주기 위함이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한 건 거북이와 토끼의 태도인데요. 토끼는 자기의 능력이나 목표를 생각한 게 아니라 계속 거북이를 의식했어요. 그런데 거북이는 토끼를 생각하지 않았죠.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목표를 생각했잖아요. 그래서 이긴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자녀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같은 학년이라고 해도 아이들의 발달 단계가 다 똑같지 않아요. 내 아이를 바로 보고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읽기, 쓰기 교육을 하다 보면 적어도 초등학교 기간 안에는 사고력 확보가 돼요. 그게 발판이 돼서 중학교, 고등학교 공부를 할 수 있고요.”
초등 적기독서장서영 저 | 글담
과학책과 역사책을 좋아하다가 쉬운 책만 찾는 아이, 독서 학원에 보냈더니 오히려 읽기실력과 성적이 떨어진 아이 등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부모들이 알고 있는 잘못된 독서 정보들을 짚어 주며 바로 잡아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올바른 독서 지도의 관점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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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