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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둘러싼 질문, 과학으로 답하다

『불멸의 꿈: 노화에 맞서는 과학자들의 도전』 류형돈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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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쌓이는 콜레스테롤보다는 간에서 새로 만드는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앞서서 달걀 노른자를 먹지 말라고 권장했던 것이 확실한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 노화를 둘러싼 질문들은 대부분 이 질문에 해당한다. 생명체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과정을 과학에서는 노화라고 본다. 노화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노화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궁극적인 질문들에 답하려고 오늘도 애쓰고 있다.


분자생물학계의 중진 과학자 류형돈 박사는 뉴욕대학 의과대학 세포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초파리를 모델로 하여 색소 망막염과 같은 퇴행성 질환을 연구하면서 세포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한다. 최근에는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같은 여건에서 왜 실험동물들이 오래 사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 노화에 관한 교양 과학서 『불멸의 꿈』이라는 책을 쓰면서 그는 노화를 둘러싼 질문들에 다양한 사례와 노화 연구의 역사를 들어 대답한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막연했던 무병장수의 꿈이 긍정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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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가공 햄과 소시지, 붉은 고기류를 발암물질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고기를 즐기고 판매하는 사람들의 강한 반발도 있었는데요. 육류를 발암의 원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뭘까요?


세계보건기구에서 발암물질로 발표해서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는 최근에 관심을 많이 받은 붉은 고기류 이외에도 우리가 기호식품으로 많이 애용하는 커피, 술, 그리고 점점 사용량이 늘어나는 휴대전화 등이 포함됩니다. 우리 상식과 잘 안 맞는 면이 있어서 일반인들이 더 당황스러워 하는 소식이지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암에 걸릴 확률이 많이 높아지는가’가 주요 관심사인 반면에,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에서는 ‘털끝만큼이나마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증거가 존재하는가’에 방점을 두고 발표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시각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지요.


즉 분명 암에 기여를 한다는 증거가 존재하지만 소시지나 커피는 그 효과의 정도가 아주 작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새로이 항목에 추가된 식품 섭취가 순간적으로 줄다가, 곧 그 효과가 지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소비량이 원 위치로 돌아가게 되지요. 이렇다 보니 의사들이 커피와 소시지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따로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심혈관계의 주범으로 지목해서 달걀 노른자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달걀 노른자는 먹어도 괜찮은건가요? 콜레스테롤이 몸에 작용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과거 육류 섭취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달걀 섭취를 많이 권장했는데, 이것은 단백질뿐 아니라 우리 몸이 꼭 필요로 하는 콜레스테롤도 달걀에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육류 섭취가 과도해지면서 콜레스테롤이 심혈관계 질병의 주범으로 지목받았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원래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중요한 성분이다 보니 간에서 만들어서 혈액을 통해서 몸의 구석구석으로 운반하는 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습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혈액에 분포하면 이것이 산화되면서 혈관 벽에 쌓이게 되고, 이를 흡수하는 세포들을 죽이면서 딱딱하고 작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이것이 곧 동맥경화입니다. 그리고 상처가 쉽게 터지면서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니, 간에서 이를 합성하는 효소를 막도록 하는 약들이 많이 개발돼 왔고, 또 효과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간에서 새로 만드는 콜레스테롤 이외에도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도 줄이면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그동안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동안 달걀을 덜 먹으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에 대한 논란이 생겼습니다. 먹어서 쌓이는 콜레스테롤보다는 간에서 새로 만드는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앞서서 달걀 노른자를 먹지 말라고 권장했던 것이 확실한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앞으로 논란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먹을 것을 풍족하게 먹으면 신체가 우람하게 성장하는 좋은 점이 있지요. 그런데 신체가 우람하고 영양분 섭취가 과다한 사람들이 빨리 늙는다는 주장들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실험 동물들에게도 먹이를 줄여서 주면 체구가 덜 커지면서도 오래 산다는 결과가 많이 발표된 바 있고 과학자들이 이제는 거의 모두 받아들이는 사실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먹이의 어떤 성분 때문에 그런 효과가 나타날까요? 물론 많은 성분들이 여기에 기여하지만, 동물이나 세포 배양 실험을 통해서 보면 단백질, 그리고 이를 이루는 아미노산의 효과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미노산이 왜 성장과 노화를 조절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 토르(TOR)라고 하는 조절인자에 대한 연구가 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토르는, 물론 다른 영양분에 의해서도 조절을 받지만 특히 아미노산이 많을 때 활성화되고, 아미노산이 적을 때 활성이 줄어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미노산이 많으면 세포에게 성장하도록 지시를 하고, 반대로 부족하면 성장을 줄이는 대신 세포에게 굶주림과 스트레스에 더 철저히 대처하라고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가 줄면 개개의 세포들이 스트레스에 잘 대처해서 노화가 늦춰진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분야 연구가 아주 활발해서 이미 대중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상태인데요. 일례로 보디빌딩 선수들이 근육을 더 거대하게 키우기 위해 아미노산의 일종이면서 토르(Tor)를 특히 강하게 활성화시키는 성질이 있는 루이신 알약을 많이 복용한다고 하고요. 또 역으로 실험동물에게 단백질 섭취를 줄여서 주거나, 아니면 토르의 기능을 떨어트리는 약물(라파마이신이 특히 이러한 약물로 유명합니다)을 투여하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온 상태입니다. 거대한 체격과 수명 사이에 반비례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과 일맥 상통하는 결과이지요.

 

식생활 말고 격렬한 운동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운동이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나요?


무엇이든 너무 과도하면 노화를 촉진하게 되겠지요. 식사량도 적당히 줄이면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겠지만 너무 심하면 영양실조에 걸리면서 몸의 원래 기능들이 손상될 겁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조상 대대로 농토에서 적당히 육체적 노동을 하며 사는 생활에 맞는 체질로 진화해 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현대인들이 하루 종일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생활하다 보니 건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운동을 해서 체질에 맞게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활성산소가 몸에 쌓이지 않게끔 하면 건강을 유지하겠지만, 너무 과도한 운동 때문에 인대가 자꾸 파손이 되고 연골이 닳고, 고관절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운동을 심하게 하면 오래 살 수가 없겠지요.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낮은 이유도 유전자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유전적으로 따지면 남성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Y 염색체 하나, 그리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X 염색체 하나가 있는 반면, 여성은 Y 염색체가 없고 대신 X 염색체 두 개가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결국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면서 남자 몸의 특징이 나타나게 되고, 여성은 또한 에스트로겐과 같은 여성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면서 여성의 특징을 갖게 됩니다. 이 호르몬의 효과가 얼마나 강한지는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수술 후에 여성 호르몬을 정기적으로 주입 받으면 남자였던 사람이 그럴듯한 여성의 몸 모양을 갖게 되고, 남성 호르몬 주입을 받으면 그 반대의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현대 의학 이전에는 환관과 내시 들이 거세를 통해서 몸에서 남성 호르몬이 나오는 것을 없앴고, 또 거기에 따라 몸이 조금 여성화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몇 해 전 인하대학교 민경진 교수팀이 여기에 착안을 해서 조선시대 내시의 수명을 조사한 연구가 있어서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내시 가문에서 대대로 아이를 입양해서 족보를 남긴 기록을 조사했는데, 정말로 조선시대 다른 양반 가문에 비해서 꽤 오래 살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성 호르몬이 몸 모양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짧게 사는 원인도 제공한다는 결론이지요.


여성이 왜 더 오래 살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에 그럴듯한 해석들도 있습니다. 자손은 많이 낳는 것뿐 아니라 자력으로 살아남을 때까지 성공적으로 키워야 종족의 숫자가 많아지겠지요? 아무래도 여성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더 많은 공헌을 하다 보니, 엄마가 오래 사는 경우에 종족 수가 더 늘어난다는 그럴듯한 주장이 있습니다.

 

인공적인 비타민제제보다 채소 섭취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의 근거도 궁금합니다.


여러 영양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결론이 계속해서 나오는 실정이고, 이것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싱싱한 채소에 무슨 성분이 있기에 건강을 촉진하게 되는지 당연히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게 되었죠. 그런데 화학자들과 생화학자들은 특정 성분을 정제해서 실험을 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정제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들이 많이 시판되고 있고요.


노벨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박사 역시 화학자였는데, 한동안 채소와 과일에 많이 있는 비타민 씨(C)가 건강을 촉진한다는 이야기를 널리 퍼트렸습니다. 그런데 의사들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타민 씨를 많이 먹어도 건강에 두드러지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요.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정제된 성분들을 가지고 실험이 많이 되어왔지만 역시 싱싱한 채소를 먹는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소와 과일의 어느 한 특정 비타민 때문에 건강이 좋아지기보다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해석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실정입니다.

 

사람들은 오래 사는 방법도 주된 관심사지만, 무엇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오래 살면서도 노화 없이 건강한 삶은 가능할까요?


건강하지 않게 수명만 늘리는 것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이지요. 하지만 수명과 건강 사이에 분명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나이 오십이 넘으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 직장에서 은퇴하고 여러 건강 문제에 봉착하다가 60대에 많이 돌아가셨잖아요. 그러다가 요즘은 평균 수명이 늘었을 뿐 아니라 60 ~ 70 대에도 활동적으로 생활하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70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교수나 회사 CEO 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그 나이에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은 체력을 가졌고요. 우리나라도 건강 관리를 잘하시는 요즘의 60대 분들이 한 세대 전 40 ~ 50대 분들하고 비슷한 몸을 가지신 것으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 실험을 많이 하는 과학자들에 의하면 수명을 늘리는 여러 조건들이 동물들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도 증진시키고 노화 자체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그러한 방향의 연구를 더욱 증진하다 보면 수명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노화를 늦추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5년 전에 노화에 관한 글을 써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는 교양서 같은 책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어요. 대학원 시절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한 훈련을 해왔으니까요. 이후에 노화 연구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가해 세계 석학들과 교류하면서 노화 현상에 대해 점차 이해하게 됐고, 몇 년 후에는 제 실험실에서 직접 연구하게 됐어요. 저같이 과학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과학의 세계에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경험한 것,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쉬운 말로 소개해보자고 생각해서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8월 25일에 독자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그곳에서 노화를 둘러싼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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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꿈류형돈 저 | 이음
『불멸의 꿈』은 노화에 관한 과학 연구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의 연구자인 저자가 직접 경험한 세계, 직접 과학 문헌과 저널을 찾아 읽으면서 스스로 쌓아온 과학 지식을 독자들에게 쉬운 말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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