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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영등포라 불리던 모든 것에게 전하는 인사”

『안녕하다』 출간 기념 북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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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마지막 부분에서도 자신의 지나간 시절에게 작별을 한다는 부분이 나와요. 이 부분을 쓰면서 제 자신의 무게가 한편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글을 써서 비워진 채로 ‘안녕’ 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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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림과 고정순 작가(오른쪽)

 

 

지난 7월 20일, 문래컬처팩토리에서 고정순 작가의 산문집 『안녕하다』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솜 바지 아저씨의 솜 바지』, 『최고 멋진 날』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 고정순은 잔잔하고도 아름다운 문장들로 삶과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날 낡은 철물점들 사이에서 『안녕하다』 책의 표지처럼 은은한 빛을 내는 문래 컬처 팩토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곧 작가의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북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마지막은 가수 하림의 노래로 마무리했다.

 

 

안부를 묻다

 

“그림책은 배열과 조율을 해서 ‘만든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에 비해 에세이는 ‘쓰여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방식의 다름은 물론이고 이렇게 긴 글을 처음 써보기도 해서 힘들었어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써진 문장들이 꽤 되고 ‘저절로 표현 되는구나’ 싶은 순간도 있어서 내가 이런 걸 썼었나? 하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책보다 더 힘든 순간도 있었죠.”

 

『안녕하다』는 그림책 작가 고정순의 첫 산문집이자 1인출판사인 제철소의 3번째 책이다. 저자는 그림책과 산문집이 독자층도 다르고, 쓸 때부터 접근성의 차이가 있어 작가로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산문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북카페에서 오래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이 저 혼자밖에 없어서 굉장히 시간이 많았습니다. 평생 살면서 가장 많은 독서를 했었고, 또 그때는 그저 ‘흘러가는’ 글쓰기들을 했어요. 그때는 글의 형식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에세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메모와 낙서에 불과했었죠. 하지만 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썼을 때 댓글에 누군가 ‘소설 같아요’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막연히 뭔가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였는데 그게 계기가 된 것도 같아요.”

 

그 당시 블로그에 게시되었던 글은 『안녕하다』의 첫 번째 산문으로 실렸다.


때때로, 뗄 수 없는 것들

 

책에서 영등포는 아주 중요한 장소이다. 작가가 지금도 살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영등포’라는 공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저에게는 참 특별한 공간이에요. 이 책을 쓰다가 이창혁의 ‘영등포’란 노래를 들었는데 ‘바닥에 붙은 까만 점처럼 넌 내 맘 한구석에 단단히 붙어있는’ 공간이란 표현이 나와요. 그걸 듣고 아, 나는 아닌데 이 사람에게는 그런 공간이구나, 한 장소에 여러 해석이 들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영등포는 저에겐 마치 고향 같고, 여기저기에 묵직한 쇠가 있지만 동시에 따뜻하고, 또 쓸쓸하기도 한 공간이에요.”

 

영등포라는 장소에 대한 애착과 함께 책에서 애착이 가는 이야기는 무엇인지도 말했다.

 

“창작을 하다 보면 특히 맘에 드는 창작물이 있고, 그 안에 주인공들이 너무 애틋한 경우도 있습니다. 책에 ‘문’이라는 사연이 있어요. 참 아끼는 친구의 이야기인데 저와 같은 병을 앓는 친구의 이야기에요. 그 친구를 향한 깊은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또 병이 인생에서 커다란 화두니까요.”

 

고정순 작가는 다발성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스스로 느끼는 통증의 강도가 1에서 10까지 있다면 7.5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보통 산고의 고통을 5 정도로 여기니 작가의 괴로움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것일 게 분명했다. 다른 합병증도 같이 와서 갈수록 병이 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영역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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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과 작별

 

『안녕하다』에 실린 ‘비행기’라는 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방과 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편도 차비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는 중에 한 가수의 음반을 사는 바람에 방과 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후에 작가는 그 음반의 가수와 인연이 닿게 된다. 그 가수는 바로 가수 하림이다. 책의 발문을 작성하기도 한 하림은 북콘서트에 직접 참가해 노래와 토크를 함께했다. 고정순 작가와 하림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이 있었다.

 

하림: 예전에는 호기심이 많아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순간 내가 지금 무얼 하는 걸까? 내가 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고정순 작가님께 연락을 했는데 계속 그림 작업을 하시고 계시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존경스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모든 것들이 늘 바뀌고 고개 돌리면 욕심나는 것 투성인데 자신이 가진 하나의 욕심을 밀고 나가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고정순 : 예전과 지금 다 여행을 그렇게 즐기진 않습니다. 동경하는 편도 아닌데 가끔 오로라나 탱고 같은 것들을 겪어보고 싶어요. ‘여행은 어떤 것일까’라고 상상을 하기는 합니다. 저는 매일 비슷한 일상에 작업시간이 10시간 이상이에요. 스스로가 일상의 균열을 못 견디는 사람이에요. 가끔 그래서 작업이 정체되는 이유가 고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림씨처럼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림 : 여행에도 여러 의미가 있는데, 사람들이 ‘내 안에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작가님은 그걸 알아서 한 곳에 있어도 그런 충동이 들지 않는 게 아닐까요?

 

작가는 책의 제목을 ‘안녕하다’로 할지 ‘안녕, 하다’로 할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이야기기도 하고 누군가와 지나간 것에 대해 ‘작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둘은 각자 안부를 묻고 싶거나 혹은 작별을 하고 싶은 어떤 시절이나 시간이나 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정순 : 책이 나오기를 바랐던 때에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보내고 비로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에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도 자신의 지나간 시절에게 작별을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가벼워지기도 했습니다. "글을 써서 비워진 채로 ‘안녕’ 하고 떠나고 싶습니다.

 

하림 : 반짝이는 것들이 모두 별인 줄 알았습니다.’ 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살면서 사랑이 중요하고 누구나 사랑이 있긴 한 것 같아요. 사랑으로 좋으면서도 또 동시에 괴롭듯이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쩌면 뻔한 답을 요즘 들어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안녕’하고 싶던 시절은 반짝이는 것들이 모두 별인 줄 알았던 그 시절이고, 지금은 그 시절을 조금 벗어나 욕망과 허영에서 자유롭게 작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끊임없이 쓰러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하림은 새 음반을 낼 계획을 말하고 ‘위로’라는 노래를 부르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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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다 고정순 저 | 제철소
그림책작가 고정순의 첫 산문집. 문학적인 글과 따듯한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삶과 사랑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영등포’라는 캔버스 위에 다채롭게 펼쳐놓는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텍스트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 의미망을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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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소중(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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