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처럼 인간도 소행성으로 멸종할까?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번역자 유영미 인터뷰
불과 몇 년 전에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소행성이 폭발하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커다란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지요. 그러므로 언젠가 소행성이 다시금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죠.
자연과학 전공자도, 수학 전공자도 아니지만 과학, 의학, 수학, 유전학, 물리학, 천문학을 다루는 책들을 자신의 번역서 목록에 빼곡히 올린 한 번역가가 있다. 최근 출간된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를 포함해 18년간 쉼 없이 독일어 책을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 유영미 번역가가 그 주인공이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인류도 지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온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소행성 같은 천체와의 충돌이 아닐까? 왜 그리고 어쩌다 유영미 번역가는 우주앓이, 과학앓이에 걸렸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심히 사색하는 눈빛을 보내는 역자에게 이번 책에서 만난 새로운 우주 오디세이는 어떤 경험이었는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소행성 충돌은 예정된 천재지변
이 책을 번역하기 전까지 소행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지구 멸망이 떠올랐어요. 제 머릿속에 있는 소행성에 대한 이미지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서 보던 이미지에 가까웠죠.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소행성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인류는 위협을 인식하고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 공룡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고요. 오히려 소행성을 방어하기 위한 연구가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해 소행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소행성을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소행성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은 물론 소행성을 보는 시각까지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대중에게 수많은 우주천체 중에서도 소행성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는데요, 왜 소행성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천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소행성이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천체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부근에는 정말 수많은 소행성들이 날아다니고 있잖아요. 역사적으로는 대형 소행성과의 충돌로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멸종했고요. 불과 몇 년 전에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소행성이 폭발하는 바람에 세계적으로 커다란 뉴스거리가 된 적이 있지요. (혹시 영상을 못 보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시청해 보세요!) 그러므로 언젠가 소행성이 다시금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죠.
또한 앞으로 소행성에 있는 자원을 개발하는 등 소행성을 여러 가지 다른 목적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소행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사실 소행성을 다룬 책들은 많지는 않았는데, 소행성을 주제로 한다는 점 이외에도 이 책이 기존 우주과학 분야의 책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소행성을 다룬 과학책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소행성은 그리 주목 받는 분야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소행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고 하고요.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블로그가 독일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틈새 지식(?)을 공략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던 면이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기존에는 우주의 다른 주제들을 다루면서 곁다리로 소행성을 다룬 책이 많았어요. 이 책처럼 소행성과 관련한 우주물리학적 지식을 다룰 뿐 아니라, 소행성을 발판삼아 어떻게 우주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과학과 사이언스 픽션의 경계까지 나아간 책은 별로 없었던 듯합니다. 또한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탁월한 정보 전달력으로 과학적 지식을 쉽고 명쾌하게 버무렸어요.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그것을 책으로 이처럼 재미나게 전달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얘기라고 봐요. 그 점에서 번역자로서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능력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교양과학서의 역할은 우주과학의 현주소를 독자에게 맛있게 전달하는 것
선생님 말씀대로 과학 같은 학술저자는 명쾌하고 알기 쉽게 글로 엮어내는 능력이 관건인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마침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전작 『지금 소행성이 지구에 돌진해 온다면』도 번역하셨지요? 지난 책의 내용은 무엇이었고, 이번 책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두 권은 전편과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에요.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에서는 소행성과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에서 출발하여, 소행성 충돌을 단초로 아주 작게는 태양 속에서 일어나는 원자핵의 충돌로부터 크게는 은하계와 은하계의 어마어마한 충돌에 이르기까지 충돌과 관련한 흥미진진한 물리학적 지식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물리학에서 ‘충돌’은 아주 기본적인 과정이거든요. 이번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는 소행성과 관련한 지질학적, 우주물리학적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다루고, 소행성을 방어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기술과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거의 사이언스 픽션에나 나올 법한 신기술들을 소개하고 있지요.
책을 번역하시면서 소행성과 우주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있으신가요? 그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책을 번역하면서도 저도 ‘말로만 듣던 우주 엘리베이터 같은 기술이 정말로 가능할까?’ 생각했어요. 우주 엘리베이터니 워프 엔진이니…. 처음에 이런 개념을 들으면 누구나 ‘말도 안 돼!’라고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술들이 가능한 과학적 원리들이 책 안에서 제시되니까 ‘캬,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알게 됐죠.
특히 우주 엘리베이터의 원리를 설명한 부분이 꽤 흥미롭더라고요. 대체 우주에 어떻게 엘리베이터 줄을 매달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줄을 14만 4천 킬로미터 상공으로부터 늘어뜨리면 원심력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어서 줄이 지구로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이렇게 긴 줄이 끊어지지 않고 하중을 견디려면 줄을 어떤 모양,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하는지도 이야기하죠. 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중 탄소나노튜브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데 탄소는 분자배열 형태에 따라 강도가 매우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똑같은 탄소인데 분자 배열만으로 흑연처럼 부드러운 물질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처럼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 되기도 하고요.
역자님의 번역서 목록을 살펴보면 아동도서부터, 인문, 사회과학, 에세이, 교양과학 분야까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서 교양과학서들이 특히 눈에 띄는데요. 교양과학 분야 책들을 많이 번역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또 교양과학서를 번역할 때의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학창 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과학 선생님께 수제자 소리를 들었지요. 친구 따라 문과를 가는 바람에 독문학을 하게 되었고 결국 전공을 살려 독일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게 됐죠. 그 와중에 자연스레 과학책을 접하게 되었고요. 더욱이 주변에 과학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녀서 그런지 종종 과학서를 의뢰받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서를 번역할 때의 즐거움은 우선 지적인 욕구의 충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요? 별에서 일어나는 물리학 과정이나 빛의 파장에 대한 물리학 등을 알고 나면, 세상을 약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지요. 매일 보는 노을이라도 저 노을빛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 비밀을 알아낸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또한 과학서를 번역할 때는 마음이 평온해요. 번역자는 작업하는 책의 영향을 곧잘 받기 마련인데 과학서는 아무래도 감정을 산란하게 하는 내용들은 별로 없거든요. 대체로 문체도 명쾌하고요.
어려움을 꼽자면, 아무래도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인터넷을 뒤지며 확인해야 할 용어나 내용이 많아서 번역하는 데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가령 허블 망원경을 수리했다고 원서에 나오면, 인터넷에서 무엇을 언제 왜 고쳤는지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요. 또한 최신 연구 상황을 다룬 책일 경우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책 내용이 현재의 상황에 뒤처지는 경우가 있어요. 이 책에서도 유럽우주국의 탐사선 로제타가 앞으로 탐사로봇 필래를 분리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확인해 보니 번역하는 시점에는 이미 필래를 분리시켜 착륙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런 경우는 약간씩 내용 수정을 해주거나 옮긴이 주를 달아 내용을 보완하곤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하고 흐름에 떠밀리지 않게 하는 비결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언젠가 고등학교 과학교사를 하는 지인이 이런 귀띔을 해주더라고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을 읽고 독후감을 꽤 잘 써왔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요즘 청소년들이 SNS와 게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또 학업에 억눌려 책은 뒷전으로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그래도 이렇게 과학서를 애독하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있구나 생각되어 무척 기뻤어요.
지금 우리 주변에는 청소년기 혹은 대학생 때 읽은 한 권의 책으로 말미암아 진로를 정하게 되었다거나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잖아요. 지금의 청소년 독자들 중에서도 나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성인 독자들도 그렇지만, 특히 청소년 독자들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많이 발견하고 그 책들을 발판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독자들에게 과학서를 더욱 사랑해 달라고, 그리고 이런 책들을 읽고 다양한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네요.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에 억눌려 꿈을 잃지 말라고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사전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저/유영미 역 | 갈매나무
소행성의 위협과 그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기술들, 그리고 새로운 기회를 꼼꼼하게 담은 과학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다. 소행성 전문가인 저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는 해박한 지식과 깊이 있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에게 소행성, 태양계 그리고 우주를 흥미롭게 훑어준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저/<유영미> 역13,500원(10% + 5%)
2015년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피터 앳킨슨 교수와 클레멘스 럼프 연구원은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2100년까지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261개의 소행성들 각각이 떨어질 확률이 높은 지역을 계산했고, 이를 바탕으로 소행성 충돌 피해 위험도를 추정했다. 그 결과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17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