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인도가 향후 15~20년간 미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경제 강국이 되리라 전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이라면 인도를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인도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마르와리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마르와리 상인』 저자 오화석은 2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활약하면서 ‘인도 IT 사업 발전상’을 기획 보도한 것을 계기로 인도에 특별한 관심을 쏟게 됐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도 네루대학교(JNU) 국제학부에서 수년간 경제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마르와리’라는 단어가 국내에서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입니다. 마르와리 상인은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을 소개하겠다고 생각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르와리 상인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인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알려진 사람들입니다. 구글 영문사이트에서 ‘마르와리’를 치면 이에 관련된 글들이 많이 쏟아지지요. 제 책에도 나와 있지만, 마르와리 상인들은 인도 재계에서 엄청난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 20대 대기업의 절반인 9개를 마르와리 상인들이 소유하고 있어요. 특히 마르와리가 많이 진출한 캘커타 등 인도의 북동부 지역 비즈니스는 거의 이들 마르와리가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인도 인구의 0.6%(800만 명)에 불과한 마르와리가 인도 경제와 재계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깜짝 놀랐지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이들에 관해 조사, 연구하고 책으로 내자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세계 1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스틸, 세계 3위 ICT기업 바르티에어텔 등 마르와리 상인들이 소유한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들의 성공 키워드는 한 마디로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정신’입니다. 창업은 기본적으로 위험이 따릅니다. 이런 위험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자세와 도전정신이야말로 성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이지요. 과거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것도 바로 이처럼 위험에 적극 맞서는 기업인들의 도전정신과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선 이런 기업가정신을 찾기 어렵습니다. 대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도 불확실성이 높다며 새로운 투자를 꺼리고, 젊은이들은 창업하거나 기업인이 되기보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안정적 직장에 들어가길 원하지요. 그러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부를 일구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의 창업환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런 어려움과 위험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이 기업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지요. 그러나 창업하기 전에 마르와리처럼 사전에 실제 비즈니스 경험과 훈련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고 복잡하게 상품을 진열하는 ‘혼란마케팅’으로 유통업계를 장악한 마르와리 ‘키쇼르 비야니’의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마르와리 출신들이 유달리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마리와리들이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것은 어릴 적부터 비즈니스 훈련을 받고 실제 비즈니스 경험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마르와리는 조상 대대로 비즈니스를 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족이 대부분 사업에 종사하지요. 주변 환경이 온통 비즈니스에 노출돼 있고, 보고 듣는 것도 주로 비즈니스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마르와리가 남들보다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공부든 일이든 남보다 열심히 많이 노력하면 뛰어나게 되는 법입니다. 여기에다 마르와리 친족 공동체로부터 자금이나 인적 네트워크, 정보, 조언 등을 받을 수 있으니 마르와리들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살펴보면 ‘기업가 정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르와리에 빗대어 본다면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이, 기업가정신은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정신’입니다. 과거 정주영, 이병철 등 우리에겐 기업가정신을 갖춘 뛰어난 기업인이 많았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업 분야에도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의 기틀을 닦았지요. 물론 위험이 크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한국의 기업인들은 도전했지요. 그러나 요즘은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하나하나 따져본 후 위험이 좀 있다고 하면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으니 결실도 없지요. 그러나 잃을 것이 적은 젊은이들은 다소 위험이 있다손 치더라도 젊음을 믿고 과감히 꿈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책의 3장에서는 마르와리가 사막 지역의 소상인에서 세계 비즈니스 대부로 성장하기까지 역사적 배경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마르와리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위험에 맞서고 도전하며 살아왔던 그들만의 축적된 삶과 전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즈니스 내지 기업가 정신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삼성, LG, 포스코, SK, 미래에셋, 네이버 등 우리 기업의 성공신화는 인도 못지않습니다. 아니, 무(無)에서 기적을 창출한 우리 기업의 성공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의 성공에 안주해 기존 것을 지키려고 너무 소심해진 데 있지요.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키울 때 독립심을 키우기보다는 가능한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도전적인 것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도록 강권합니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소심해진 것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특별히 새로운 자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 우리가 지녔던 뛰어난 도전정신과 용기, 역동성 등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 마르와리를 통해 과거 우리의 중요한 성공 자질들을 돌아보고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서 향후 세계 경제의 중추로 ‘친디아(Chindia, 중국과 인도 경제권을 지칭)'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세요.
 
인도는 13억 인구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경제도 고속 성장하고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도 빠르게 늘고 있지요. 우리 기업들이 부를 일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의 나라입니다. 우리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 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인도 기업인들을 얕잡아보면 결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인도에는 대대로 비즈니스를 해온 마르와리 같은 비즈니스 카스트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상술과 전략, 특성을 잘 알고 대처해야 지요. 또 인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입니다. 외국에서의 비즈니스는 그 나라의 사회ㆍ문화적 특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잘 알아야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지요. 따라서 인도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선 인도 사회와 문화, 소비자 특성 등을 사전에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또 인도의 특성들에 대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도에서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끈기와 도전으로 성공을 이룬 마르와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단지 기업인뿐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위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꿈을 위해 도전하고 도전하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