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회사
7월 3주 신간
일과 즐거움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회사 이야기 『사장님, 애 좀 업고 회사 가도 될까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말하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침묵을 찾아 가는 지적 여정 『침묵의 책』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사장님, 애 좀 업고 회사 가도 될까요?
리차드 셰리단 저/강찬구 역 | 처음북스
회사 안에 수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멋진 카페테리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구경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돈 내고 구경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를 구경하는 이유는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고 싶어서다. 즐겁게 일하는 회사 '멘로 이노베이션'은 눈에 띄는 복지보다 '일'과 '즐거움'을 양립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임에도 두 명이 하나의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두 명이 하나의 일을 처리하면서 서로 보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 일정은 일하는 직원이 스스로 잡는다. 전 사원에게 의견을 들어야 할 문제라면 사무실 한가운데에서 "멘로"라고 외치면 모두가 나와서 회의를 하고 의견을 낸다. 급한 일이 있을 때는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와도 무방하고 심지어 사장이 돌봐주기도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매도하기 전에 좋은 회사란 무엇인지 실마리를 얻어볼 만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저/홍한별 역 | 반비
1999년 4월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자살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은 더더욱 컸다. 사건 당시 가해자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그리고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는 이 책을 펴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세밀하게 정리했다. 가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끔찍한 사건을 겪어낸 과정을 서술해 설득력을 더욱 높인다.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이 아니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을 이해하고 또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쓴 책이다.
침묵의 책
세라 메이틀런드 저/홍선영 역 | 마디
영국 상류층 집안에서 여섯 남매의 큰딸로 태어난 저자는 유별나게 '소란스러운' 환경에서 자랐다. 집은 늘 가족, 친척, 유모, 가족의 친구들로 붐볐고 부모님은 자녀들이 목소리를 높여 의견 다투는 것을 막지 않았다. 68세대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페미니즘, 사회주의, 앵글로 가톨릭주의에 빠져들었다. 성공회 교구신부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로는 더군다나 조용할 날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남편이 가톨릭 신부가 되면서 결혼생활이 끝나고 작가로서도 확신을 잃고 환청에 시달린 이후 저자는 작은 마을에 오두막을 얻고 침묵과 사랑에 빠졌다. 침묵을 찾아 떠난 모험가, 사막 은둔자 등 인류가 겪어온 다양한 침묵 경험을 되짚어가는 지적 여정을 통해 소음에 중독된 세계에서 침묵의 의미를 말한다. 500쪽이 넘는 분량은 침묵이 단지 말의 부재가 아니라는 주장과도 맞닿는다.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에드워드 윌슨 저/최재천,김길원 공역 | 사이언스북스
'살아있는 최고의 생물학자', '개미생물학의 일인자' 등 저자를 호칭하는 단어에는 최고라는 찬사가 가득하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계 스타 최재천과 인천대학교 교수 김길원의 번역이 힘을 더한다. 인간이 마치 자연의 일부가 아닌 양 사는 이 때, 자연을 찾아 나서는 여행은 생물학자뿐 아니라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이타주의와 공격성, 유전자, 생물다양성의 가치 등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자연과학 주제가 한 권에 담겼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다케히사 유메지 저/정수윤 역 | 정은문고(신라애드)
20세기 초 일본 다이쇼 시대의 낭만적인 예술적 흐름을 일컫는 '다이쇼 로망'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그림과 수필이 책으로 나왔다. 1부 '사랑하고'는 조용하게 사랑과 낭만의 순간을 노래한 말과 그림이, 2부 '여행하고'는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유럽의 길 위에서 쓰고 그린 여행기를 담았다. 생전 화가로서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쓸쓸한 여체 묘사가 사랑받아 '유메지식 미인도'가 시대를 풍미했고 작가로서는 자연과 동물과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스케치한 사계절 시화집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하염없이 빠지던 근대의 저자는 뛰어난 감수성과 재능을 가졌지만 전쟁과 더불어 세상에서 밀려나 만년에는 조용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
김윤정 저 | 이야기나무
저자는 패션 매거진과 여행 잡지 에디터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선배 에디터 두 명과 함께 아이슬란드 여행자 동맹을 꾸렸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각자 다른 곳에 다른 모양의 집을 짓고 살 완전히 다른 성격의 여자 세 명에겐 힙스터의 그림자를 쫓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셋 중 둘은 아이슬란드를 핑계로 회사를 그만뒀고 나머지는 회사를 그만둔 김에 아이슬란드로 떠나왔다. 아이슬란드 곳곳에 숨어 있는 힙스터들의 얼굴을 육안으로 확인하겠다는 부푼 마음과 각자의 꿍꿍이를 안고 아이슬란드에 온 그녀들의 때로는 시크하고 때로는 궁상맞은, 하지만 유쾌한 여행기가 감각적인 타이포와 아이슬란드에서 실제 활동하는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담긴 책으로 나왔다.
틱낫한 기도의 힘
틱낫한 저/이현주 역 | 불광출판사
누구나 취직이 되기를, 아픈 아이가 무사히 낫기를, 하는 일이 잘되기를 기도한다. 하느님, 부처님, 조상님에게 간절히 빌든, 해와 달에 맹세하든, 자기 자신에게 굳게 다짐하든, 우리는 기도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기도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때로는 기도의 내용과 정반대 상황이 연출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기도를 하면서도 기도를 의심한다. 이 책에서 틱낫한 스님은 모든 종교를 아울러 우리가 기도하는 중에 맞닥뜨리는 가장 절실한 다섯 가지 질문들에 답한다.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기도의 아이러니에서 벗어나 참된 기도로 들어갈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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