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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젊은 친구들, 자기가 얼마나 빛나는지 모르죠”

『담배를 든 루스』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첫 책이 이 작품이어서 고맙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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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줄 몰라서 단편처럼 썼죠. 정말 원고를 딱 털고 보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매번 이렇게 써야 한다면, 그런 걸 알았더라면 작가가 된다고 했을까, 싶은 거예요. 등단 당시에도 다른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소식 들은 선생님의 첫 마디가 “지옥문을 연 것을 환영한다”였어요.(웃음)

이번 애송이는 기상 캐스터 지망생이었다. ‘활동할’과 ‘활동하는’은 엄연히 다르다. 언제나 지망생이 문제였다. 지망생은 뷔페에 놓인 아이스크림 같은 존재였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 누구나 쉽게 퍼서 먹다가 남기고, 남으면 녹아서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중략)

날씨연구소에서 배운 또 한 가지는 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세상이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굳이 스스로 싸구려 아이스크림이라는 걸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42쪽)

 

참으로 냉소적인 주인공이 등장했다. 기쁠 때도 흠, 힘들 때도 흠, 마치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두는 인물. 다정한 말을 건네는가 하면 속에는 늘 다른 목소리가 들어있는 이 사람. 이 젊은 친구가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처지를 알기 때문이다. 삶의 비밀을 일찍 알아버린 청춘들, 이것은 참으로 슬픈 이야기다.

 

제7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담배를 든 루스』는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룩, 주머니, 수염」으로 등단한 작가 이지의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 가운데 작가 자신의 경험이 담긴 것도 있을 정도로 그는 ‘여러 다른 일을 기웃거렸’다. 젊음이 마냥 푸르고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외면했던 시간이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지 작가. 내내 인물들에게 사과했다는 작가는 ‘첫 책이 이 작품이어서 고맙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물들은? 그들은 작가의 사과를 받았을까. 오랜 시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작가에게 인물들은 뭐라고 했을까. 어쩌면, 아주 어쩌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목소리가 이제 세상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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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하는 습관

 

작가의 말에서 ‘여러 다른 일을 기웃거렸’다고 했어요. 등단까지의 삶이 궁금해져요.

 

사회초년생 때부터 하면 정말 많아요. 직업 관련 책을 써볼까, 싶을 정도로요.(웃음) 등장인물이 한 아르바이트 중에 제가 한 것도 있어요. 한국어 가르치는 일이나 인형극 아르바이트, 이런 것들이요. 잡지사 기자를 오래 했고요. 칼럼도 쓰고 그랬어요. 짧게 방송도 하고요. 방송은 정말이지, 잘하지 못하는 걸 할 때 겪을 수 있는 걸 다 겪었죠. 운이 좋은 거라고 하지만 많이 원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얻었을 때 오는 어려움 같은 거겠죠. 저는 소설 쓰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공모에 내기도 많이 내고요. 하지만 이건 내가 정말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잖아요. 그래서 반성 많이 했어요. 쉽게 얻었던 어떤 것이 실은 아주 간절한 사람에게서 빼앗은 것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땐 어렸죠.

 

소설에 대한 열망은 그 안에 계속 있었던 거고요?

 

대학교 가면서는 글을 거의 안 썼는데요. 중고등학교 때 진짜 문학에 너무 빠졌었어요. 밤새 정말 많이 썼어요. 시도 많이 쓰고요. 책상 앞에 까뮈 사진 붙여놓고 그랬죠. 고등학교 졸업할 때 공로상도 받았어요. 백일장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고요. 하지만 그건, 다 안 쓰는데 쓰니 잘하는 거였겠죠. 너무 간단한 결론이에요. 저는 그냥 한국소설의 성실한 독자였어요. 언저리에 계속 있던 셈인데요. 한 선생님께서 그래도 네가 계속 글을 썼기 때문에 된 거지 아예 너무 먼 일을 했다면 그럴 수 없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도 맞는 것 같고요.

 

본격적으로 등단을 위해 쓴 순간은요?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웃음). 이제 경험은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극단을 경험해본 사람은 아니지만요.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이 정도면 취재는 좀 된 것 같으니까 그만 생각하고 좀 써봐야겠다, 했던 것 같아요.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고, 글을 쓰고 싶고, 그랬던 것 같아요.

 

교통사고가 났었어요. 그날도 계약한 일 때문에 취재를 하던 중이었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것 같아요. 나오는데 문득 이런 일이 너무 재미있던 때가 있었는데, 싶더라고요. 의무로 하고 있던 거예요. 너무 재미가 없었죠. 이 일이 즐거운 새내기도 있을 텐데 그걸 숙제처럼 하고 있는 거예요.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운전하다 진짜 대형사고가 났어요. 차는 폐차할 정도였어요. 얼마간 입원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누워서 계속 생각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병원에 누워 <슈퍼스타K>를 보다가(웃음) 저렇게 열정을 갖고 사는데 나도 죽기 전에 한 가지 해보자 생각했어요.

 

그게 정확히 언제예요?

 

5년 전인가요. 존박에게 투표를 했거든요.(웃음) 그러고 나서도 바로 소설을 쓴 건 아니고요. 학교를 갈 생각은 못 했고, 그냥 여기저기서 강의 들었어요. 사실 소설을 배우고자 한 건 아니죠. 누구든 알 거예요.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건 그룹인 것 같아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 간 거예요. 써보니까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오늘 내면 내일 되겠지, 했는데 절대 아니었고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났어요. 한국일보 신춘문예가 2014년 겨울에 발표된 건데요. 저는 내게 주어지지 않은 일을 너무 오래 탐하면 사람이 상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영리한 거고 어떤 면으로 보면 의지가 박약한 거죠. 마지노선이 있었어요. 거기에 딱 걸려서 등단했죠.

 

원래 이 작품은 단편 ‘예술 하는 습관’에서 시작된 거라고요. 단편이 장편 『담배를 든 루스』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처음에 70매를 썼어요. 그때는 주인공 이름도 있었어요. 쓰고 넣어뒀었죠. 잊어버리고 있다가 캐릭터가 자꾸 생각이 나서 중편으로 고쳤어요. 하나도 쓸 줄 모를 때 쓴 거라 인물도 너무 많았고요. 단편으로 하기엔 그냥 막 재미있어서 썼구나 싶어 250매를 만든 거죠. 흑형이나 예비 감독은 그때 없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떨어지는 많은 일들 중 하나로 떨어졌죠. 마음에 있긴 했지만 너무 습작 초반에 쓴 거라 기대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하성란 작가님의 소설 강좌를 듣게 됐는데요. 선생님이 이 작품을 예심에서 인상 깊게 봤다, 그게 너였구나, 그 소설 참 좋았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꺼져가던 불씨가 살아난 거죠. 그 사이 등단을 하고, 등단은 했지만 작가는 아닌 그런 허탈함에 있었어요. 그 즈음 선생님과 연락을 하는데 빨리 ‘예술 하는 습관’을 다시 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누가 나의 소설을 이렇게 지지해줄까, 정말 고마워서, 그래서 다시 썼어요. 250매였던 것을 600매 정도로 만들었죠. 물론 또 한 번 떨어졌죠.(웃음)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이야기를 들으니 선명해지는데요. 곱씹게 되는 문장이 많았거든요. 장편이라기보다 단편 호흡에 가까운 문장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연유기도 했겠네요.

 

감사하네요. 쓸 줄 몰라서 단편처럼 썼죠. 정말 원고를 딱 털고 보약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매번 이렇게 써야 한다면, 그런 걸 알았더라면 작가가 된다고 했을까, 싶은 거예요. 등단 당시에도 다른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소식 들은 선생님의 첫 마디가 “지옥문을 연 것을 환영한다”였어요.(웃음) 원래 단편 같은 장편을, 장편 같은 단편을 쓰고 싶다는 말을 하긴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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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그들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

 

작품이 풍기는 ‘젊음’에 대한 감각이 눈에 띄어요. 주인공은 ‘십 년 쯤 팔아버리고 싶다’는 말도 내뱉는데요.

 

자기가 얼마나 빛나는지 모르죠. 나이를 워낙 강조하는 사회다 보니까요. 상대적인 건데 말이에요. 게다가 어른들이 속이죠. 거짓말을 많이 해요. 잘될 것처럼 거짓말할 필요도 없지만 겁을 줄 필요도 없거든요. 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게 한다니까요. 얼마나 물이 무서운지 밤낮으로 얘기해서요. 설거지도 못할 정도예요. 진짜 그런 느낌이에요. 실제 자신이 아는 세계보다 남들이 주입한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작가가 젊은 시절 갖고 있던 생각이기도 하겠죠?

 

그렇긴 한데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경험만이라면 이렇게 쓰지 못했을 거예요. 제게는 다른 현실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깜짝 놀랄 만큼 지금 20대도 그때의 저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20대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더 똑똑해졌는데 겁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그것 외에는 정말 비슷해요.

 

주인공의 냉소, 세상과 거리두기가 대체 어디서 비롯됐는지 끊임없이 궁금해 하며 읽게 돼요.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예민하고 자존심은 있는데 상황은 나쁘잖아요. 계속 나를 분리해서 보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주인공은 그게 너무나 연습이 된 거죠. 불행도, 행복도 남의 것처럼 바라보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되게 마음이 아프고 그랬어요.

 

마음이 아프죠. 어쩌면 그런 태도가 생존의 문제와 결부돼 더 확대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생각보다 훨씬 우울과 분노, 화가 많은데요. 그렇게까지 많은 줄 사실 잘 몰랐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250매 쓸 때까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600매로 늘릴 때 우사단로에 200에 20만 원짜리 방을 실제로 얻어서 작업했거든요. 매일 그곳을 가는데 언덕을 오를 때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예요. 너무 얘(주인공)를 오래 내버려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미안해서 진짜 미안하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실 얘는 너무 기다리고 있었는데 치근대지 않으니까 저를 안 찾는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얘 성격이 그런 거예요. 시크한 척 하지만 거절당할까봐 겁이 나서 두드리지 않는 거죠. 제가 그 방에 갈 때마다 거기 얘가 혼자 있는 것 같아서 나중엔 그냥 그 방에 살았어요. 얘를 혼자 두고 나오기가 싫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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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인물들에게 정면으로 사과했다는 작가의 말이 진짜였군요.

 

너무 기가 세서 진짜 힘들었어요. 얘들은 몇 년의 한을 품고 저를 빌려서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쓴 거예요, 정말로.

 

작중 인물이 항의하다니, 놀랍기도 해요.

 

사장이 꿈에 나와서 자기 말투가 너무 마음에 안 든다고(웃음) 해서 어이가 없었어요. 다다가 위안이 됐고요. 순수가 늘 마음에 밟히고요. 어디선가 그들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도 하게 되고 그래요. 이제 그들의 몫이겠죠. 그렇지만 소설이 성공할 필요는 없죠. 실패하는 게 소설이죠. 그 실패가 소설이니까 그게 좋아요. 누구의 인생이 성공이겠어요. 다 실패죠. 그런 의미에서 너무 편하고요. 

 

우사단로 배경도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요소예요. 여러 존재들이 뒤섞인 곳, 겉과 속이 다른 곳이잖아요.

 

이게 그렇게 부각될 줄 몰랐어요. 등단했으니까, 작가라는 걸 인정받았으니까 글만 써도 돼, 라는 확신을 위해 작업실을 얻은 거예요. 매일 출퇴근을 하다보니까 너무 익숙해지고 그래서 디테일이 생긴 것 같아요. 의외의 소득이었어요. 그곳에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옆방에는 진짜로 할아버지가 사셨어요. 방이 뚫려있는지 몰랐는데 어느 날 담배 냄새가 나더라고요. 너무 창피했어요. 라디오 틀어놓고, 가끔 친구도 오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저분은 너무 외로워서 이 소리가 나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그때 했고요.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진짜 했고요. 그런 건 살았기 때문에 알게 된 거예요. 그 부분은 그냥 주인공 팔자(웃음) 같아요.

 

이 작품 안에 작가는 얼마나 들어 있어요?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어쨌든 사람 만나는 일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서 많은 걸 받았어요. 주인공과는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은 있겠죠.

 

가령 웃음을 참거나 화를 참을 때 고무줄을 손끝에 감는 습관이 나오거든요. 이건 정말 자기 것이 아니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죠.(웃음) 회사 생활 오래하면 누구나, 고무줄을 굳이 감지는 않지만요. 신입 때 생각하면 상 차리는 것도 얼마나 어려워요. 몇 만 원 주면서 먹을 걸 사와보라고, 네 센스를 보겠다고,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럴 때의 이미지들이 와서 박히죠. 정말 고무줄을 감는다, 이런 건 아닌데요. 표현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냥 어른들 말이 너무 듣기 싫었던 것 같아요. 누가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던 것 같은데(웃음) 그런 습관이 묻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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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친구 런더너와 즐겨했던 놀이도 그렇고 작품 전반에 ‘양가감정’이 두드러져요. 

 

아마 전반적인 주제에 그것도 있을 거예요.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기가 있는 곳이 가장 흐리죠. 이곳은 맑지도 않고, 비가 오지도 않아요. 차라리 비가 오면 포기할 텐데, 빛이 나면 희망을 가질 텐데, 모두 그래요. 그런데 옆 사람을 보면 맑거나 비가 와요. 하다못해 정치 성향도 그래요. A는 좋은데 A′는 싫고 그걸 하루 종일 생각하다 하루가 가요. 상사의 말에 멋있게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비인간적인 것 같고, ‘예’라고 하기엔 너무 비굴한 것 같고요.

 

어쩌면 그 자체가 진실일 거예요.

 

이 작품이 시작은 주인공과 감독의 연애소설이다가 예술가 소설이다가 하면서 점점 주제가 다층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양가감정이 그 중 하나죠. 아주 쉽게는 문학의 기본이잖아요. 성녀와 창녀는 하나고 그런 것들이요. 극과 극은 통한다는 것이요.

 

또 작가의 경험이 담긴 일화가 있나요?

 

밝히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실제로 ‘팬 사인회’ 말고 ‘팬 싸움회’ 하자는 것은 어느 잡지의 편집장이 하신 말씀이에요. 진짜 매니악한 잡지거든요. 제가 그 잡지를 사서 뒤에 있는 정보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어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엄청 좋아하시면서 이 잡지를 사는 분이 있다니 너무 놀랍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잡지를 계속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읽는 분이 한 분 더 생기면 만나서 팬 싸움회라도 하죠(웃음), 그러셨어요. 이 얘기를 소설에 써도 되냐고 하고 쓴 거예요.

 

이 작품을 단호하게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어쩌면 해피엔딩’일 거란 생각은 했어요.

 

엔딩 때문에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더 갈 수 있었어요. 더 비극적으로도, 더 해피하게도 갈 수 있었는데요. 감당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어떤 건지요. 한계를 제가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딱 그 정도까지밖에 못 한 것 같아요. 그게 제 한계고요.

 

딱 주인공답다고 생각했어요.

 

가슴도 키워줬고(웃음) 좋은 사람 만나야 할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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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써야할 소설

 

이제 막 새로운 장을 또 하나 연 셈인데요. 지금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는데요. ‘주제’로 한정시키면 허술해지는 것 같아요. 어떤 주제든 그런데요. 이 작품의 주제도 하나로 말할 수 없듯이 그런 식으로 진전시키고 싶은 주제들은 마음에 있어요. 단순하게 말하면 가족이 될 수도 있지만 가족소설이라고 하면 너무 재미없잖아요. 무엇이라고 딱 말하긴 어려운데요. 계속해서 가져갈 것은 언어에 대한 것이에요.

 

언어요?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제가 단어수가 좀 많아요. 색을 화려하게 쓰지 않아서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 있잖아요. 언어도 그런 것 같아서 다음엔 언어가 제한된 소설을 써볼까 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소설은 시간 예술이기 때문에, 액자에 넣어 보여주는 게 아니니까 그런 단순함은 굳이 선택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 형식적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요. 시소설 같은 것도 정말 쓰고 싶은데요. 많은 것이 수반되어야 할 거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 허락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거야 많죠.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것보다 허락된 것이 어떤 건지 생각하죠.

 

내용적인 면에서 하는 고민은 어떤 거예요?

 

기본적으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게 많아요. 아마 그 ‘관계’의 고민은 지속적으로 가지고 갈 것 같아요. 그것이 ‘외면’이 될 수도 있고, ‘들킴’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주제가 그것 하나가 아니도록 고민을 해서 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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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소설도 그런 것일까요?

 

어떤 소설을 쓰겠다, 라고 하는 순간 그 말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써야할 소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가고자 해요. 나는 쓰되, 소설은 소설 자체가 움직이겠지, 하고 마음을 비우면 소설이 작동하는 면이 있거든요. 한 가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고요. 이 말은 쉽지만 어려운데,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제로 되짚어보면 실제로는 모르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남의 말을 빌리지 않고 최대한 내 언어를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위치한 지점, 아까도 말씀드린 그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자리에서 발 딛고 써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책 앞에 세 번 이름 부른 ‘난나’는 어떤 존재였어요?

 

그 친구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자기 죽음을 많이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해서 조심스러운데요. 제게는 무척 중요한 존재였죠. 부음을 며칠 후에 들었는데 제가 수상소식을 받은 날이었어요. 호텔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어요. 배신감 느끼기도 했죠.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많아요. 저를 정말 많이 알아봐준 사람이었어요. 처음 만난 날 다짜고짜 ‘나는 너랑 친구할 거야’했던 사람이에요. 소설 등장인물인 런더너처럼요. 제가 글을 안 쓸 때는 화를 내기도 했어요.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면서요. 이 말이 어떻게 보면 잘난 척 같은데요. 그 친구에게 들었을 땐 들킨 것처럼 가슴이 아팠어요. 분명히 엄청 질투했을 거고, 흠을 엄청 잡았을 테지만 가장 좋아했을 친구여서 되게 아쉬워요. 이 책을 정말 난나 언니한테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내 20대 소설인데 나의 20대에 어쩌면 가장 중요했을 사람이니까요. 이 이야기에도 언니가 많이 들어있어요. 많이 안타까워요. 이 작품은 죽음에 관한 소설이기도 한데 그런 일을 겪었으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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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든 루스이지 저 | 웅진지식하우스
삶의 무기라고는 질긴 생활력과 잡다한 알바 경력이 전부인 스물셋의 ‘나’가 ‘날씨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N포 세대 혹은 흙수저로 대변되는 이 시대 청춘들의 고유명사를 거부하고, 주류 사회에서 철저하게 주변화된 청춘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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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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