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게 부자 되고 싶은 당신
2월 3주 신간
2인칭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영리한 방식으로 ‘당신’의 인생을 풀어나간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늘 파랑새처럼 진정성을 찾아 헤매는 사회를 진단하는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바쁘게 사는 일상에서 짧은 시간에 요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으른 요리』, 영미권 논픽션 작가 80여 명의 글쓰기 노하우를 한데 모은 『논픽션 쓰기의 모든 것』 등 눈에 띄는 이 주의 신간을 소개합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저/안종설 역 | 문학수첩
이 소설은 이제 막 경제적으로 도약하려는 아시아 어느 나라의 시골에서 태어난 당신이 주인공이다. 당신은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병들어 있고 초콜릿이나 새 운동화는 구경해보지도 못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곧 도시로 나가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에 다니고 사업을 일으켜 '더럽게 부자가 될' 테니 말이다. 당신은 도시로 나와 교육을 받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며, 이상주의자를 멀리하고, 자신을 위해 일하며, 관료와 친구가 되고,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당신'과 당신이 속한 나라가 나오지만 저자의 묘사를 읽으며 전혀 낯설지 않은 공감을 일으킨다. 소설 속 '당신'이 살아가면서 겪는 가난, 슬픔, 사랑과 성취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설 곳곳에 패러디한 자기계발서 문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자가 되는 것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게 변한 세상을 묘사하는 영리한 소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앤드류 포터 저/노시내 역 | 마티
일본은 언제나 위안부 문제에 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만 하고, 사과하더라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은 사과여서 비난을 받는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항상 음악을 진정성 있게 대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한 예술 활동은 진정성이 없다고 공격받기 일쑤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리는 과거는 공동체가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였고, 현대는 모두가 소외된 진정한 인간관계가 없는 시대다. 진정성은 공동체, 가정, 자연, 유기농, 진실, 순수와 동의어이자 소외, 불안, 환멸의 반대어이고 언제나 긍정적인 단어다. 그럼 무엇이 진정하지 않나? SNS 상에 올린 비싼 차와 고급 레스토랑은 진정성이 없고, 에코백과 유기농 화장품 홍보는 진솔하고 괜찮은 걸까? 진정해지면 모두 소외를 벗어날 수 있는 걸까? 저자는 단어에 담긴 사회현상의 고찰과 함께 예전이 진짜였다는 복고적인 감수성을 경계하고 순진한 낭만주의보다는 균형 잡힌 사고를 할 것을 제안한다.
게으른 요리
다소마미,요리헤라 공저 | 그리고책
『5,000원으로 손님상 차리기』의 저자와 『1,000원으로 국, 찌개 만들기』 저자가 만났다. 이번 책은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는 노하우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손쉽게 차리는 든든한 메뉴를 소개한다. 기존 저작이 예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책은 매일 격렬한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네 인생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에 집중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일상에서 식재료 밑 작업 편하게 하는 방법, 시판제품으로 요리 만들기, 실용적이고 편리한 완소 주방 도구 소개 등 책 초반부터 당장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많다. 레시피도 볶음밥, 죽, 덮밥, 비빔밥, 주먹밥, 면 요리 등 품이 덜 들어가는 요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모처럼 퇴근하고 요리를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근시사회
폴 로버츠 저/김선영 역 | 민음사
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세상은 갈수록 살기 나빠지는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괸다'는 뜻의 하석상대라는 말처럼, 소비를 절제하지 못해 카드 돌려 막기로 연명하는 개인,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대신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 선거철만 되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 모두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근시사회의 구성원들이다. 저자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오히려 현재 정계와 재계에서 신성시되는 효율성 이데올로기를 만나 우리 사회 전체를 파괴적 충동으로 몰아넣는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현대인들이 왜 막대한 가계 부채와 각종 중독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지, 기업 활동을 가능케 하던 수직 시장이 어떻게 시장 경제를 좀먹고 있는지,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망치는지를 고발하는 한편, 그것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날카로운 통찰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부한 책.
논픽션 쓰기의 모든 것
데이비드 밴,에릭 메이젤 등저/셰리 엘리스 편/안희정 역 | 다른
시, 소설, 희곡을 잇는 제4의 장르 논픽션. 일상의 소소함을 담은 에세이와 특별한 장소에서의 상념을 기록한 여행기, 신문의 짧은 칼럼부터 시의성 있는 르포, 심금을 울리는 회고록과 저명인사의 전기까지, 논픽션이라는 장르는 다양한 가지를 갖추고 있다. 형식은 가장 자유롭고, 내용은 가장 진실한 장르다. 이 책은 그저 블로그에 끼적거리는 단상이나 일기를 넘어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진정한 작품을 쓰고자 백지 앞에서 망설이는 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고민하는 이의 질문에 답해 줄 만하다. 자전적 이야기로 세계 주요 문학상을 휩쓴 작가, 생생하고 깊이 있는 취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에세이스트,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창작 과정을 이끄는 글쓰기 교육 전문가 등 영미권 논픽션 작가 80여 명의 글쓰기 노하우를 한데 모았다.
펫 닥터스
펫 닥터스 제작팀 저 | 비타북스(VITABOOKS)
대한민국 최초 본격 반려동물 종합 컨설팅 프로그램인 <펫 닥터스>에 출연한 대한민국 대표 수의사들이 말하는 반려동물의 건강과 질병, 올바른 관리법,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에티켓 등 알찬 정보를 책으로 담았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것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이 책은 처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순간부터 노화 증세를 보일 때까지 보호자가 꼭 챙겨줘야 할 일과 주의사항을 차근히 알려준다. 지나치기 쉬운 반려동물의 사소한 행동으로 흔한 귓병과 피부병에서부터 점점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암, 위급한 상황 등의 징후도 꼼꼼히 실었다. 그 밖에 반려동물이 스트레스 없이 지내기 위한 식사와 배변 교육 등의 사회화 교육 방법도 알려준다. 소중한 반려동물을 보다 정확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보살펴서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책이다.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
조용준 저 | 도도
흔히 와인의 성질을 말할 때 쓰는 '떼루아(terroir)'는 도자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좋은 흙과 좋은 물, 적절한 기후는 모든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릇을 보면 그 지역의 환경을 알 수 있다. 서유럽은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를 강조했고, 도자기를 구울 만한 흙을 구하기가 힘든 스페인에서는 대신 고열의 불로 구워낼 때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피겨린이 발달했다. 이탈리아는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예술에 두각을 보이면서도 일반 대중의 가치와 철학, 미와 안락함을 추구하는 취향을 놓치지 않는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나라답게 자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고, 정원에 관한 관심을 반영해 아름다운 식물 문양 라인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다. 도자기가 전파된 길을 따라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 세계사 책이기도 하고, 꼼꼼하게 페이지마다 도자기와 문양을 수록한 아름다운 예술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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