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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싱글 <너와 나> 발표한 전인권 인터뷰

전인권 인터뷰 정확한 음악과 애환을 담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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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하는 사람은 테크닉 아닌 역사와 멋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긋한 나이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록의 정신과 개성적 예술성이 지니는 가치를 신봉하고 있었다.

한국 음악계를 훑을 때 전인권이란 이름은 필수 통과의례다. 특히 록을 언급할 경우, 그와 들국화의 스탠스는 거의 절대적이다. 한국 록이 맞닥뜨린 영욕의 역사처럼 그도 환호와 질곡의 삶을 반복했다. 록 스피릿의 화신이 따로 없다. 새 싱글 「너와 나」를 가지고 막 돌아온 그를 10월2일 홍대 부근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 하는 사람은 테크닉 아닌 역사와 멋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긋한 나이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록의 정신과 개성적 예술성이 지니는 가치를 신봉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대작(大作)이다” “대중음악은 대중과 함께 가야 한다!”, “음악은 대중의 애환을 담아낼 줄 알아야”, “예술 하는 사람은 결국 쟁이어야” 등등 그의 잇단 변에는 대중에의 포용, 삶에 대한 긍정이 짙게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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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부터 카카오뮤직에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았을 때 '나'를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들고 났을 때 '이거 작품인데!' 싶은 노래, 예를 들어 「행진」이나 「돌고 돌고 돌고」 같은 곡으로라도 기억해줬으면 하는데 현 세대가 나를 너무 인정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행진」 같은 경우 건전가요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래서 나를 알려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댓글 팔로워 팬클럽 같은 것들은 잘 모르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자 마음먹었지요.

 

전인권을 몰라요? 인터넷 댓글에 어떤 것들이 있었는데 충격을 받으셨나요?


저번 들국화 인터뷰 때 <나는 가수다>를 도살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대중과 뮤지션들이 서로 존경하는 게 낫지 않느냐? 가수가 존경받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나아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모두가 존중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어조로 말했어요. 그런데 인터넷 댓글을 보니 “우리가 미쳤다고 가수를 존경 하냐? 가수는 갖고 놀고 즐기는 대상일 뿐이지.”라는 글이 달려있더라구요. 비교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선 밥 딜런이라는 존중을 넘어서 인격적 완성된 모델이라 평해지는 뮤지션도 있는데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주위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장이자 정치색이 없는 깨끗한 곳으로 카카오뮤직을 권해주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새 싱글 「너와나」는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메시지 맞지요?


살아가면서 전 '힘든' 일이 많았죠. 나뿐만 아니라 팬클럽 같은 주위 사람들도 정말 힘겨워하는 것을 보고 '힘듦의 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바다를 보았고, 그 때 휘몰아친 감정을 곡으로 이양시키고 싶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 보컬이 필요하겠다 해서 주위에서 윤미래를 추천해주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죠. 좋은 후배들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특히 밴드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갤럭시 익스프레스, 서울 전자음악단 같이 잘하는 후배들이 너무 많아요. 자이언티는 프로의식이 굉장하고 잘하는 친구에요 이번 작업에서도 새벽녘에 우리들 다 조는데도 두 마디 가지고 끝까지 '다시, 다시' 하며 완벽주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대단한 친구에요. 최근에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베이시스트 이주현을 위해 곡도 하나 만들어놨습니다. 곧 발표할거에요.

 

「너와 나」를 들은 첫 인상은 공연이나 라이브 무대에서 부르기 위해 만든 곡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음악적으로는 버즈(Verse)가 좀 짧고 코러스가 과도한데 힙합 등 여러 요소가 섞이다보니 질서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던데요.


태어나서 버스, 코러스라는 것을 처음 들어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요.(웃음) 음악적으로 코드나 반음 스케일 건드는 것이 가장 힘든 건데 신윤철 같은 기타리스트들이 잘 도와줬어요. 질서가 부족해도 곡이 지루하지 않게 중간에 코드가 메이저로 갔다가 다시 반음스케일로, 또 사비는 C코드로 가는데 그게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멋진 곡이라 생각해요. 여러 번 들으면 그런 생각이 사라질 겁니다. 자신합니다.

 

작년 < 2막1장 > 앨범을 전인권 밴드로 냈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요. 다음 앨범 계획은 언제가 되는지.


1년에 한번 씩 무조건 앨범 발표할 생각이에요. 그래도 앨범 발표에 대해 조금만 더 신중해지기로 했어요. 작년에 총 11곡을 냈는데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발표했다면 다 히트할 수 있는 곡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싱글 전략을 펴는 게 그 경험도 작용했겠네요.


정확합니다. 앨범 수록곡 중 디지털 싱글로 냈으면 성공했을 것 같은 곡들이 많았어요. 그때는 주위에서 그렇게 하자고 한 말을 무시하고 거부했죠. 그런 고집이 있었죠. 추세는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서야 해요.

 

전인권 밴드 얘기를 해보죠. 전인권 밴드는 전인권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오나요?


전인권 밴드는 밴드이자 친구에요 제가 예전에 밴드는 남자끼리 하는 연애라는 말을 했죠. 이번 밴드에는 여성분들도 들어와서 약간 애매하네요(웃음). 음악적인 연애라 해둡시다. 밴드를 결성하고 모아서 몇 가지 약속을 했어요. 약속 잘 지키자. 신뢰를 갖자. 거짓말 하지말자. 짜증내지말자. 거짓말처럼 완벽히 지켜지고 있어요. 그 이후에 '신비'가 찾아왔습니다. 지금은 음악이 '신비'할 정도로 잘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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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들국화 재결합했던 시점에 “어떻게 목소리가 돌아온 건가요?” 물었더니 “어느 날 갑자기 돌아왔어!”라고 답하셨던 것 기억하시는지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딸이 결혼한 2012년 겨울 눈 오는 날에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밖에 나가서 이글스의 명곡 「Desperado」를 마음 놓고 목청껏 부르는데 'It gets cold in the winter time, the sky won't snow when the sun won't shine' 부분에서 소리가 확 터지면서 감정이 증폭되었어요. 소리가 맑아졌어요. 그때 “감정이 돌아오면 소리가 따라오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환갑이 넘은 만만치 않는 나이에서 전인권이 추구하고 싶은 음악을 표현하자면요.


“대중성”, “정확도” 두 가지라고 하겠습니다. “대중성”을 추구해야죠. 대중의 애환을 모르고 그들에 대해 얘기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관객이 없는 공연이 있을 수 없듯이 말입니다. 대중의 애환을 멋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이 목표죠. 어떤 식인지 궁금하다면 최헌의 「오동잎」을 들어보세요. 음악이 기예화되면서 지금은 대중이 술 한 잔 기울이며 애환을 풀 때 들을 노래가 사라지고 있어요. 대중을 조금 더 고급화시켜주고 대중을 멋있게 만들어주자는 마음입니다.

 

정확도는 무슨 의미죠


“정확도”는요 개인적으로 음악에서 “감정”에 우선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린아이가 처음 걷기 시작할 때, 3살 때, 5살 때 다 운동 신경이 다르잖아요. 근데 이건 자연스레 발달하는 겁니다. 운동 신경을 음악적으로 비유하자면 구조 자체, 즉 리듬 워크 같은 기본기에요. 이 박자가 엉터리가 된다면 결국 다 헛된 것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정확도에서 '뿌리'가 부족해요.

 

'뿌리'라는 말은 어떤 것을 지칭하시는지요?


외국 록 아티스트들을 보면 각자 지미 헨드릭스, 닐 영 같은 뿌리가 있는데요. 사실 이런 '뿌리'급 아티스트들을 보면 처음에는 배고파서 잊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거든요. 펑키(Funky)가 숨어있는 블루스랄까. 그게 결국 지금 제가 생각하는 뿌리에요. 뿌리를 찾고 '자기 소리'를 내는 아티스트가 필요해요. 요즘 연주보다 옛날 연주에는 손 때 묻은 '자기 소리'를 내는 아티스트가 많았어요.

 

청소년 청년들이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까요.


청년들에게 리드벨리(Leadbelly) 그리고 블라인드 윌리 존슨(Blind Willy Johnson), 엘빈 비숍(Elvin Bishop)을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 블루스, 가스펠의 시작이자 정통이라고 할 위대한 싱어 기타리스트들이지요. 그리고 최근 후배에게 자랑스러운 '뿌리'가 될 수 있기 위해 두 가지를 결정했어요. 첫 번째 음악에 미칠 거예요. 당연히 약은 손에 대지도 않고 건강을 위해 그 좋아하던 술마저 끊었어요.

 

정말 약은 완전 손 뗀 건가요?


그럼요. 완전히! 술도 끊었는데요. 더 이상 술 먹으면 내가 하는 음악 못할 것 같습니다. 다른 때는 다 괜찮은데 솔직히 공연 끝나고 시원한 맥주 딱 두 캔만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요즘 힘이 나기 때문에 목소리도 좋아지고 3옥타브 도#까지 쉽게 음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술을 참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뭐죠?


또 하나의 결정은 사람들을 기만하고 쉽게 가는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악계에 뿌리를 전달하고 싶은 거예요.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을 너바나가 부른 곡이라 기억하면 슬퍼요. 그 뿌리 리드 벨리(Leadbelly)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에릭 클랩튼의 뿌리가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뿌리를 따지고 보면 국악, 민중음악, 민주음악이 현대음악, 록, 힙합의 뿌리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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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음악은 자기를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변질된 것처럼 보여요. 어찌 보면 전인권의 음악이 거대한 자아를 표현하기 힘든 이 시대에 거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음악인들의 마음가짐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뜰 생각만 하기 보다는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합니다. 배드 컴패니(Bad Company)의 「Shooting star」라는 곡의 가사를 보면 비틀스의 「Love me do」를 들으며 열심히 연습해 슈팅스타 급으로 뜬 아티스트가 결국 밀물이 떠나가면서 술과 마약으로 점철되며 죽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이 노래가사를 염두하고 음악 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음악 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하는 '쟁이'가 되어야 해요. 집을 질 때 완벽한 토대에 완벽한 재료를 써서 오래갈 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풍토는 질보다 양을 중시하고 있어요. '너 한 곡 할 때 나 열 곡해'가 아니라 '너 열 곡할 때 나 한 곡해'가 자랑이 되어야 합니다. 가수의 기술과 물량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멋을 볼 때 대중음악이 진일보 할 수 있을 겁니다. 아, 한 가지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요. 팝을 할 때는 원곡보다 더 잘할 생각이 아니면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에요. 물론 모방 없이 창작은 불가능합니다. 실상 더 잘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1970년대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제리 가르시아(Jerry Garcia)가 음악으로 전파하고 싶은 메시지를 카피로서 전달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어렵겠지만 카피를 통해 원곡을 넘어설 생각을 해야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 마초는 아니지만 세상의 등불은 야성(野性)의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척 베리, 엘비스 프레슬리 이후 야성을 잃는 순간 록은 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새는 야성이 없어진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거세된 남성성에 대해 고민해보자면, 언젠간 다시 돌아올 겁니다. 현재 록이 침체기라 생각하는데 용기를 갖자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부터 이를 극복할 수 있어요.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굉음, 트럭이 언덕을 붕 하고 넘을 때의 쾌감이 지속되는 한 로큰롤은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요 '로큰롤 네버 다이!'지요.

 

들국화 첫 앨범부터 비틀스 < 렛 잇 비 > 커버와 비슷했고 음악 역시 비틀스는 전인권과 땔 수 없는 관계입니다. 비틀스는 어떤가요?


애틋한 보호 본능을 일으키고 세계가 좋아하는 요소를 다 가졌죠. 머리도 비상하고. 전 비틀스 중에서는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을 좋아해요.

 

속설에 전인권은 존 레논, 최성원은 폴 매카트니라고 하는데 맞나요?


맞는 말입니다. (5월2일 폴 매카트니 내한공연은 갔냐고 묻자) 가지 않았어요. 당시 시기가 안 좋기도 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음악 처음 시작할 때 저는 비지스의 「Holiday」나 존 레논의 「Oh my love」, 「Love」 같은 조용하게 울리는 노래 부르기 좋아했죠. 실제로 1989년 낸 솔로 2집에서 두 곡을 부르기도 했구요. 그런데 당시 워낙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Grand Funk Railroad) 같은 음악이 유행하다보니 친구나 선배들이 '더 멋있는 거' 하라고 강요했죠.(웃음) 그래서 톰 존스(Tom Jones)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굵어져버렸네요.

 

전인권이 말하는 전인권, 전인권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제게 두 자아가 있다면, 하나는 '사회와 어울리고 싶어서의 나'이고, 다른 나는 '비지스적인 나'입니다. 간단히 '사회적인 나', '감성적인 나'라고 해야겠지요. 비지스는 노래라는 측면에서 제 평생 가는 숙제에요. 「Words」 같은 노래를 들어보세요. 어떻게 노래를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비지스의 베리 깁은 정말 대단한 천재고 막내 모리스 깁은 아무 우려 없이 편안하게 노래한 순수 그 자체에요. 비지스 3형제 보컬의 여림과 존 레논의 거침성이 함께 하는 나를 추구합니다.

 

다른 좋아하고 영감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요?


외국 뮤지션 중에는 닐 영과 폴 로저스. 닐 영은 닮고 싶고 폴 로저스는 공부하고 싶습니다. 닐 영이 방랑자의 마음을 담아 부르는 곡들의 울림은 상당해요. 소아마비를 극복한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아마비 하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조니 미첼(Joni Mitchell)도 대단하죠. 왼손에 소아마비가 왔는데 기타를 치기 위해 곡을 죄다 오픈코드 튜닝으로 만들어냈죠. 2년 동안 조니 미첼 음악만 듣기도 했어요. 폴 로저스는 3년 동안 7곡을 썼습니다. 그 완성도는 들어보면 알거에요.

 

우리나라 뮤지션 중에는 누가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나요?


조용필이죠. 노래는 그분이 잘하지요. 그는 밴드에 기반을 두었기에 균형 감각이 있습니다. 내 공연에서도 조용필 노래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가 세트리스트에 들어있어요. 예전에는 「그 겨울의 찻집」을 했는데 이 곡이 더 애환 가득합니다. 미아리에 사는 가난한 청년이 부잣집 아가씨를 사랑하는 이야기에 맞을 그런 곡이랄까요.

 

전인권의 노래 중에서 최고를 꼽는다면요?


당연히 「너와 나」죠.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음, 그리고 우선 「걱정말아요 그대」. 작년에 후배들이 불러주어서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했죠. 원래 버전은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것 같은 웅장함이 있었는데 이제 편곡이 되어 그런 곡이 아니에요. 들길을 걸으며 피어있는 들국화 한 송이를 감상할만한 편안한 리듬을 넣었어요. 음악하다 보면 가끔 태백산맥을 오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매일 등산만 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주위도 힘들어요. 호랑이가 산 정상에서 밑을 보고 있는 것은 멋 때문이 아니라 주위를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에요. 최근 이와 관련된 가사도 쓰고 있습니다.

 

「돌고 돌고 돌고」는 콘서트 단골 레퍼토리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공연에서 전주만 나와도 관객이 미치는 곡이죠. 그러면 부를 때도 미쳐요. 사이키델릭한 가사의 「돌고 돌고 돌고」 도입부를 부르다 보면 성남시의 출근하는 회사원들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요. 최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4번을 돌렸는데 또 돌자고 해서 5번째는 옆에 있던 시나위 김바다까지 같이 돌았어요.

 

근래에 라디오에서 「사랑한 후에」가 많이 나오던데요.


「사랑한 후에」는 정말 특별합니다. 미국에 있을 때 광활한 도로를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베르사유의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을 통기타로 연주한 곡이 나왔어요. 듣는데 무슨 성가의 전주인 듯해 뒤통수가 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1차로 영감을 받았고 더 찾아서 알 스튜어트(Al Stewart) 가 부른 버전을 참고해 이를 옮긴 곡이죠. 아름답습니다.

 

저는 「노래여 잠에서 깨라」를 정말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야할 대상이 단순히 '노래'뿐만이 아니라 '나' 나아가 '이 세상'이라는 생각마저 드는 가사가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창작과정이 궁금합니다.


TV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은 테크닉이 아니라 감성이다'라는 말을 메모해놓고 창작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삶은 아까 말했듯이 애환 가득한 것이고 이를 야성으로 전환하는 연결고리와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담은 곡이에요. 예를 들어 요즘 인기 많다는 신인 밴드가 최근에 공동 작업을 제의했는데 거절했어요. 왜냐면 아직 그들에게 '애환'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생각해봤어요. 그들의 노래가 지금 길거리를 분주하게 운전하며 고생하는 택시기사 분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애환을 모르면 음악은 '수학'이 되어버립니다. 코드를 많이 안다는 것은 자랑에 불과해요. 내가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음악을 하자 마음먹었어요. 과감하게 올바른 생각을 하자. 그런 곡이요.

 

2004년 인터뷰했을 때 제게 '인생은 슬픈 거야'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요?


그 때 한말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맞죠. 인생은 슬픈 거예요. 그 애환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요새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걸작을 넘어 '대작'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말을 생각해보자면 '명작', '시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사람들이 태어나서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아이를 기르고 살아간다는 것, 일종의 '대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대작들을 모르고 속이고 음악하면 안돼요. 함께 걸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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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공연이 꽤 잡혀있는 것 같던데요.


일단 10월23일에 과천에서 'Second Chance' 공연에 나서구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3일간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너와 나'라는 제목으로 공연해요. 크지 않은 무대에서 싼 가격에 관객들을 모시기로 했어요. 대중음악 하는 사람이면 대중과 함께 가야하해요. 최근 경기도 안 좋은데 비싸면 안 됩니다. 공연비는 조금 받아도 세트리스트,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운드, 연주자는 모두 국내 최고 수준으로 진행할 생각이에요. 이제까지 전인권 그리고 들국화가 강한 메시지의 반향이었다면 이제는 아까 말한 정확한 음악, 애환을 담은 음악으로, 실력으로 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터뷰: 임진모 김반야 이기찬
사진: 이한수
인터뷰 정리: 임진모


2015/10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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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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