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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아들러 선생님께 드리는 서신

『오늘, 행복을 쓰다』를 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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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모든 문제는 타인의 과제에 간섭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하셨죠?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과제를 분리하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니, 갈등은 줄어들고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내 마음은 더 행복해짐을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아들러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처음으로 드리는 서신이라, 조금 설렙니다.
제 소개부터 드려야겠지요? 마흔 중반의 아줌마이자 20대 아들을 둔 엄마, 그리고 크지 않은 출판사의 사장이기도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오늘, 행복을 쓰다』라는 제목의 책을 한 권 냈습니다. 부제는 ‘아들러의 행복과 긍정 메시지 99’랍니다.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저한테 행복과 긍정의 힘을 준 글들을 모으고, 선생님의 글을 써가며 제가 느낀 깨달음도 함께 엮은 책이에요.
 
지난 가을, 저는 『미움 받을 용기』를 통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처음 제목으로 접할 때는 ‘왜 하필 미움 받을 용기야? 그렇잖아도 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 많아서 힘들어 죽겠구만! 미움 받는 일에도 무슨 용기가 필요해!’라며 거부하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무척 많이 팔리는 걸 보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책을 절반쯤 읽을 때까지는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일본과 미국의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노(老) 철학자에게 선생님의 심리학 이론을 배우는 청년이 나오는데, 그의 부정적 자기관, 가치관, 세계관이 마땅찮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청년의 모습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어떤 모습을 보았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내 마음이 일으킨 불편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비(是非) 걸고 분별(分別)하며 읽어 내려가던 중, ‘자신의 불행과 불안, 우울을 무기 삼아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읽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오랜 시간 우울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고 4년 이상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혹시 나도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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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이 내 말을 안 듣거나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그리고 어떤 상황이 주어졌는데 그것을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을 때 공황증세가 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공황증세가 와서 이렇게 죽을 듯이 고통스러운데, 당신이 내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 너무 아프니까 이 일 못할 것 같아요.’ 하는 식으로요. 네, 저는 제 뜻과 의지를 말이 아닌 공황증세라는 고통으로 다른 이들에게 호소함으로써 동정을 구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지배하려 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숙제 같았던 공황장애를 직면하고 화해했습니다. 내친김에 ‘더 공부해보자.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선생님 이론과 관련된 책을 십여 권 읽어갔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번역으로 애를 먹기도 했고, 영어 실력이 짧은 탓에 아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 원서를 읽었습니다. 그러자 내 생각과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변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밑줄을 긋고 노트에 따라 쓰다 보니 그간 내 삶에서 일어났던 여러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것을 성찰하면 또 새로운 깨달음이 떠올라 그것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반년 정도 하다 보니, 내 마음이 변하고 내 삶이 변하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많은 것들을 제 삶과 인생 과제 수행에 적용시키며 살고 있습니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분명해지면 하위 목표가 확실해지고 실행 계획이 구체화된다고 하셨죠? 제 인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습니다.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행복하게 살기. 재미나게 즐겁게 살기’였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의 주인이 되자. 타인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으킨 마음의 지옥이다. 문제 상황에서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 부정적 마음을 일으켜 시간을 축내지 말고 대안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마음의 주인 되는 길이다’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고 내 삶의 주인이듯, 다른 이 또한 그 삶의 주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삶을 살아야겠구나’ 하는 것도 배워갑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타인의 과제에 개입도 안 하게 되고, 인정과 칭찬받고 싶은 욕구도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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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험과 상처, 트라우마에 발목 잡혀 자책하고 자괴하는 대신, ‘아, 과거의 부족한 나는 그랬구나’ 공감해주고 부족한 나를 수용해주니 오히려 자기긍정이란 선물을 덤으로 얻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중소출판사의 약점(열등감)은 대형 작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인데, 그것을 열등감 콤플렉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보자 마음먹으니까, 우리 회사와 직원들이 가진 역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니, 기획도 편집도 더 빨라졌고 회사의 매출도 함께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조급한 사람은 열등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셨죠? 맞습니다. 제가 성격이 굉장히 급하고 결정도 빨라서 결과적으로는 그르친 일도 참 많았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여기서 할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자 하니, 오히려 성과가 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모든 문제는 타인의 과제에 간섭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하셨죠?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과제를 분리하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니, 갈등은 줄어들고 관계는 더 친밀해지고 내 마음은 더 행복해짐을 경험하는 요즘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관심과 타인과의 협력, 공헌 또한 나의 행복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하셨습니다. 회사를 창업하며 수익의 일부를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출판 시장이 위축되고 매출이 줄어들 때 기부를 계속하는 건 마음속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기부를 끊지 않았고 지난 겨울부터는 기부처를 두 곳 더 늘렸습니다. 의무가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니, 내적 갈등이 없어집니다. 기부를 더 많이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의 현재’를 더 열심히 살자 하는 다짐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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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만나 많은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고맙다는 상투적인 인사로 마무리하기에는 이 마음이 무척 큽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혼자 알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나눠주겠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저와 같이 행복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살겠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2015년 9월 어느 날 오후, 김정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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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을 쓰다김정민 저 | 북로그컴퍼니
자신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인식 때문에 타인의 잣대에 맞춰 살다보니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행복해진다는 아들러의 주장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한 개인이 행복해야 타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행복하다는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주장을 가장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가려 뽑았을 뿐 아니라, 그저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메시지들을 따라 쓰면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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