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한글 논어』
『한글 사서』 시리즈 완간, 신창호 저자 인터뷰
먼저 <대학>을 읽어 학문의 규모를 정하고, 다음으로 <논어>를 읽어 학문의 근본을 세우며, 그 다음으로 <맹자>를 읽어 학문이 발휘된 것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중용>을 읽어 옛사람들의 미묘한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혼란한 이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사서’인 논어, 대학, 중용, 맹자는 그 고민의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고전이지만, 막상 원전의 한문 그대로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현재 인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 시민들에게 동양고전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신창호 고려대학교 교수가 ‘사서’를 쉬운 우리말로, 이 시대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맞게 풀어 냈다. 이로써 앞서 출간한 『한글 논어』에 이어 『한글 대학ㆍ중용』, 『한글 맹자』를 동시에 출간하여, 『한글 사서』 시리즈가 완간되었다. 신창호 교수는 『한글 사서』 의 발간 이유로, 사서를 읽고 쓰는 일이 단순한 ‘문자의 옮김’이 아니라 한문 고전을 현재의 시대정신과 사회 정황을 고려한 ‘문화 읽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신창호 저자는 동서양 고전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철학을 연구하여 「사서 (四書)의 수기론」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연구한 후 「중용의 교육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경희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글 사서』에도 읽는 순서가 있다
판미동에서 『한글 사서』 시리즈가 완간되었는데요. 왜 지금 『한글 사서』를 읽어야 할까요? 지금 이 시대의 감수성으로, 한글세대에 맞는 현실적인 문화로 번안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은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향유하는 민감한 존재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매우 구체적인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사고하고 활동해요. 그런 차원에서 모든 문화는 현실에 부합하는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서는 한문으로 된 과거의 문화입니다. 번역본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과거 문화를 그대로 옮기는 차원에 머물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지고, 특히 한글로 문화를 향유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전통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동떨어진 문화양식이 되어 버리는 거지요. 이 점을 고려하여 쓴 것이 『한글 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글 사서』에도 읽는 순서가 있다는 이야기가 새롭게 들립니다. 사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이 사서라는 것만 알고, 그 내용까지는 자세히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서를 읽는 순서, 즉 성리학에서 학문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가 그렇게 자리매김을 해 놓았습니다. 그것은 경전을 공부하는 차례로, 일종의 독서법이지요. 대학→논어→맹자→중용의 순으로 읽는 것인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먼저 <대학>을 읽어 학문의 규모를 정하고, 다음으로 <논어>를 읽어 학문의 근본을 세우며, 그 다음으로 <맹자>를 읽어 학문이 발휘된 것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중용>을 읽어 옛사람들의 미묘한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사서에 담긴 내용이 큰 뜻에서는 상통하지만 그 구성과 체제, 사례 등은 다르기 때문에 주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이 학문의 체계를 잡는 과정에서 이렇게 정돈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글 맹자』에는 맹자가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으면서도 나름의 사상을 개척해 나갔다고 하는데, <논어>와 <맹자>의 성격은 많이 다른가요?
<논어>와 <맹자>에 담긴 사유는 상당히 다른 차원이 있다고 봅니다. 사상 자체가 다르다기보다는 공자와 맹자라는 인물이 살았던 시대상황도 다르고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관점도 다르다고 생각돼요.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열린 마음씨인 ‘인(仁)’을 최고의 덕목이자 실천 정신으로 내세운다면, 맹자는 거기에 인간의 올바른 도리이자 길인 ‘의(義)’를 보탭니다. 맹자의 경우, <논어>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선단론(善端論; 성선설), 부동심, 호연지기, 지언(知言), 구방심 등의 심학 이론, 왕도, 혁명론 등의 정치 사상, 정전법, 조세제도 등과 같은 경제 사상, 오륜을 필두로 하는 윤리 사상, 교육론 등 중국 고대의 사상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글 대학ㆍ중용』은 “사서의 처음과 끝”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요. 정진해 나갈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을 처음에 읽어야 한다고 할 때, <대학>을 제일 처음 읽으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은 사서 중에서 맨 먼저 읽는 유학의 기본 입문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주자가 <대학>을 중시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잘 알고 있듯이, <논어>와 <맹자>는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자와 맹자가 제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문답한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래서 대화만을 보아서는 그 요점과 강령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대학>만은 옛날 사람들이 학문하던 기본적인 방법을 기술하고 있고, 앞 뒤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 학문의 목표를 잘 파악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면, <대학>은 유학의 기본 체계인 세 가지 강령(明明德, 新民(親民), 止於至善)과 여덟 가지 조목(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이른바 삼강령 팔조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어, 인간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공부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통찰할 수 있습니다.
사서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중용>을 보면, 중용이라는 개념 그 자체로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옳은 것을 좇으며 천명을 따르고, 이치를 알고 그에 맞게 처신한다는 등의 모든 유학적 이상이 녹아있는 개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중용을 쉽게 이해하자면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중용(中庸)은 참 미묘한 저작입니다. 어떻게 보면 무지 어려운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 같기도 하고, 참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가운데를 의미하는 ‘중(中)’은 우리 사람의 ‘마음’입니다. ‘용(庸)’은 ‘쓰임’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둘을 연결시킨 중용은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됩니다. 즉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지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가장 알맞게 처신하려는 마음 씀씀이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봐요. 중요한 것이 때와 사안에 따라 가장 알맞게 균형을 잡는 일인데, 그 보이지 않으면서도 뻔한 이치를 까먹고 있는 것이 인간이다 보니, 중용의 실천이 어렵게 된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우리 몸에 활력이 솟아나듯이, 중용은 우리 삶이 재미있게 균형을 잡으며 생기 넘치게 만드는 밑천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유학부터 도가, 불교, 기독교까지 동서양 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교육에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해 오고 계신데요. 학문과 교육, 학문과 실천의 긴밀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유학적인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 책을 쓰시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대학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동양철학과 교육철학, 교육사학 등을 연구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학을 하신 여러 선생님들께 한문도 배웠고요. 그런데 여러 선생님들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체득한 것이 내 삶의 실천이었습니다. 이론과 실천, 학문과 현실이 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내 삶이 지향하는 공부, 관심 있는 영역을 가지고 열심히 이행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한문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을 찾아 뵈었더니, 딱 한 말씀 하셨습니다. “학자로서 끝까지 공부해라! 이제 시작이다! 너는 교육자이니 이 시대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교육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학자이니 끊임없이 연구하여 시대정신에 맞는 저술 작업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한글 사서』는 교육과 연구라는 제 삶의 도정에서, 선생님이 충고해 주신대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소통하는 하나의 장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유학은 정적이고 비현실적이고 고리타분한 학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한글 논어』 『한글 대학ㆍ중용』 『한글 맹자』를 통틀어, 유학이 인간의 삶과 일상생활에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학문을 추구했다는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 점에서 <한글사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유학의 핵심 사상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인(仁)입니다. 인은 글자의 모양으로 보아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두 사람 이상의 복수의 사람, 여러 사람 사이에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인간 사랑’입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수적입니다. 닫힌 마음으로는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없어요. <한글 사서>의 내용은 그런 인간 사랑을 실천하라고 알려 줍니다. 두 팔을 벌리고 가슴을 열고, 타자를 대면하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기본 정신을 흔히 수기치인(修己治人), 내성외왕(內聖外王), 성기성물(成己成物)이라고도 해요. 저는 동양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이기에 교육과 연구, 저술을 통해 사람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을 사랑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거울이자 짝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글 대학.중용신창호 저 | 판미동
대학』과 『중용』을 묶어 공자의 핵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처음과 끝을 읽어볼 수 있게 하였다.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인 신창호 교수는 ‘사서’의 읽는 순서로, 『대학』을 앞에 두고, 『논어』, 『맹자』를 가운데 두며, 『중용』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먼저 『대학』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학문과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규모를 정하고, 그 뒤 『논어』를 읽으면서 삶의 근본을 세우며, 그 다음으로 『맹자』를 읽어 인생에서 그 공부가 어떻게 응용되었는지 살핀다.
한글 논어신창호 저 | 판미동
고려대학교 신창호 교수가 풀어낸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한글 논어』. 이 책의 저자 신창호는 30년 넘게 동양 고전을 연구해 오며, 한글로 문명을 일구어나가는 사람들은 한글을 통해 그 문명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갈한다. 그는 이번 책에서 그 여정이 지독히 치열했던 공자의 삶과 철학을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 시대의 문법으로 나누고자 하였다.
한글 맹자신창호 저 | 판미동
특히 『한글 맹자』는 『대학』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학문과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규모를 정하고, 그 뒤 『논어』를 읽으면서 삶의 근본을 세운 뒤, 인생에서 그 공부가 삶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현재의 삶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재점검하는 과정으로서, 사서 가운데 가장 풍부한 사례와 사상, 완결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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