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의학박사, 맞벌이라고 외벌이보다 아이 키우는 데 불리하지는 않아
아이에게 공부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부의욕』 출간한 김영훈 의정부 성모병원장
모든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고민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공부 시켜야 할지가 부모의 관심사다. 인간은 타고난 능력보다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지식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부와 관련하여 인간의 신체에서 핵심은 뇌다. 김영훈 박사(의정부 성모병원장)는 아이의 공부를 뇌와 관련하여 설명해 왔다. 『공부의욕』, 『아이의 공부두뇌』 등이 그러한 저서다.
지금까지 아이의 뇌를 주제로 여러 가지 책을 냈습니다. 이번에 쓴 『공부 의욕』은 기존에 낸 책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기존의 책이 공부에서의 뇌의 역할과 뇌를 활성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책은 아이가 공부할 때,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기존에 쓴 책이 공부의 기술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주로 공부의 동기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뇌를 기반으로 하였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책과는 같지만 공부에 의욕을 일으킬 수 있는 뇌의 기능과 실천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다릅니다.
의학도 시절, 소아청소년과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고민했을 텐데요. 현재 전공으로 마음을 굳힌 계기가 있나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강원도 평창이라는 곳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습니다. 그 때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부터 아이 목욕시키기, 기저귀 갈기, 분유 먹이기, 재우기 등을 경험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좋더라고요.
‘부모가 이것만 알아도 병원에 오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부모가 스파링파트너가 되어야지 아이를 잘 키우고, 공부의욕이 없는 무기력한 아이로 만들지 않습니다. 스파링 파트너에게는 두 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선수 대신 링에 올라가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 대신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지지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고 공부의욕이 생깁니다. 둘째는 선수의 꿈과 스파링파트너의 꿈은 같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꿈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위험이 없는 직업인데 아이의 꿈은 자기가 좋아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적인 일이라고 한다면 부모는 아이와 갈등할 수밖에 없으며 제대로 지지해주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꿈을 가능하면 일치시켜야 합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 ‘당근과 채찍을 버려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는 상식과 반대되는 말인데요.
진정한 의욕은 외부에서 오지 않습니다. 내부에서 솟아납니다. 아이라고 다를까요. 오히려 아이야말로 내적 의욕에 따라 모든 행동이 좌우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때 내적 의욕의 씨앗을 뿌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외적 동기로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면, 결국에는 보상 없이도 올바른 행동을 합니다. 올바른 행동이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을 내적 동기라고 합니다. 부모역할은 이런 내적 동기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내적 동기는 열정과 실천력을 강화시켜 줍니다. 물론 아이가 무기력해 자신의 의사로 행동을 하지 않을 때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의욕을 북돋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적 의욕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방식은 아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애정을 바탕에 두고 바르게 사용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당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가 하고 있는 일이나 한 일에 대해 부모가 느낀 점을 전하면 됩니다. “열심히 하는구나”“성실하네”“고마워”라는 말 정도로 충분합니다. 여기서 당근을 주면 아이가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서 부모가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의욕을 잃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아이를 돌보는 데 불리한 것 같습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조언해 주신다면?
맞벌이 엄마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아이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곁을 지켜줘야 할 엄마가 아이 떼놓고 돈 벌러 간다는 사회적 편견에서 엄마 자신 역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솔직하게 말하면 항상 아이와 함께 지내는 전업주부보다 엄마 노릇을 잘 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곁에 있다고 좋은 엄마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더 잘 자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은 자립심이 높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맞벌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부가 얼마나 화목한지, 부모가 어떤 인품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맞벌이 엄마는 육아와 일 양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 모두를 망가뜨리고요.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줄인다거나 풀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거든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투리 시간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하루 일과를 죽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찾아보세요. 1시간에서 10분까지, 찾아보면 시간의 틈새가 보일 겁니다. 그 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으로 비워두세요.
아이의 공부 의욕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한국의 공교육이 그런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뾰족한 해법이 있진 않겠지만, 현재 한국의 공교육이 해결해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교선생님은 내적 동기의 중요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아이들은 호기심이 있고 모험적인 일을 좋아하고 독립적으로 학업을 숙련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더 내적 동기화되고 자신들이 더 유능하다고 믿으며 더 창의적입니다. 선생님이 창의력이 높은 아이들을 키우려면 아이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관심을 가며, 만족해하고, 열성적이고, 예의바르고, 전문성이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믿음을 통해서 감화를 주어야 합니다.
하이이트(Highet)는 아이들에게 내적 동기를 일으키는 훌륭한 선생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첫째,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알고 좋아합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그 교과목에 대해 교과서에 있는 것 이상으로 그리고 시험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교과목을 좋아해서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나가야 합니다.
둘째,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해야만 아이에게 적극적입니다. 아이와 의사소통을 잘하고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에 집중합니다.
셋째, 학과목 외에도 많은 것을 압니다.
훌륭한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른 과목이나 세상사에 대해 어두워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다른 영역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의성에 미치는 모델링 효과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교실에서 창의성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그들의 일을 즐겨야만 하며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책에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회복탄력성’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회복탄력성’ 기르는 방법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학업 성취도 높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그것 또한 공부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첫째 화를 조절합니다. 실제로 화가 나고 슬프고 짜증이 나는 등의 감정이 우리에게 머무르는 시간은 90초 정도입니다. 화가 났을 때 계속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화가 나는 감정을 그대로 놔두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는 감정을 여러 방법을 통해서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상태로 만든다면 화가 계속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분노나 슬픔 등 부정적 정서가 나타났을 때 대처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심호흡도 도움이 되며 천천히 걷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잘 먹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힘이 들수록 영양가 있는 슬로우 푸드를 먹어야 회복이 빠릅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골고루 섭취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보라색 과일, 카로틴이 풍부한 빨간색 과일, 비타민 C가 풍부한 노란색 과일이 좋습니다. 블루베리, 토마토, 귤, 딸기, 고구마 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셋째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군에 둘러싸여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하더라도 다해결됩니다. 아무리 실망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공부 방법이 있을 텐데, 예나 지금이나 독서는 기초적인 공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나요?
아이의 뇌에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조물주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경험기대적 발달인 시각, 청각, 언어 등의 신경회로가 들어있습니다. 독서는 경험의존적 발달로서 이들 기존의 신경회로를 사용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이는 독서를 할 때마다 새로운 시냅스와 신경회로를 만들어 냅니다. 아이가 독서를 하면 집중력, 기억력, 시각, 청각, 언어를 담당하는 신경회로가 작동을 합니다. 그리고 뇌는 신경회로를 통하여 단어가 주어지면 지식저장소를 자극해 관련 단어를 여러 개 끄집어냅니다. 배경지식에 따라 풍부한 어휘 레퍼토리와 그에 관련된 연상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는 많이 하면 할수록 독서가 재미있어지고 많은 배경지식이 쌓여 더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는 6년 내내 언어의 뇌인 측두엽이 주로 발달하므로 독서의 경쟁력이 두뇌의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책을 읽을 때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으며 자기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읽어서 유능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전공 서적 외 주로 읽는 책이 있나요? 채널예스 독자를 위해 책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책을 읽는 편입니다. 요즘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창의성인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의 즐거움>(북로드)이 창의성과 창의적 인간에 대한 윤곽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최근 태아프로그래밍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애니 머피 폴의 <오리진>(추수밭)이 과학적이고 대중적인 시각으로 태교의 오해와 진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공부와 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대니얼 윌링햄의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부키)는 뇌기반 교육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처럼 부모교육이 필요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핵가족 사회여서 육아멘토를 구하기도 어렵고 맞벌이 부모가 많아서 아이의 양육이나 교육에 전념할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빠의 참여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으며 부모에 대한 교육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물론 국가에서도 부모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저술, 강연회, 부모상담, 자문 등을 통하여 부모교육을 체계화시키고자 하며,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기술과의 융합을 통하여 부모들을 기쁘게 하고 변화시키는데 일조를 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의료봉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10년 가까이 해왔는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해외의료봉사를 할 생각입니다. 최근 몇 년간 아이의 그림책에 대한 감수와 길잡이 책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더 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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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기질은 만들고, 기질은 행동을 낳는다 어떤 아기는 많이 울고 까다로우며 불규칙한 반면, 어떤 아기는 별로 울지 않고 순하며 규칙적이다. 이렇게 타고난 선천적인 기질에 부모의 육아방식 등 후천적인 환경요인이 더해져 이른바 ‘두뇌성격’이 형성된다. 저자 김영훈 교수는 이 책에서 아이의 기질이 타고난 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