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에서 강렬한 시어를 선보였던 시인 문혜진이 첫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을 펴냈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문혜진은 돌쟁이 아이를 키우며 웃고 울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애정 어린 입말과 재미난 의성어, 의태어에 신나는 운율을 더해 24편의 동시를 만들어냈다. 동시집의 그림은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상’,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 상’ 등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가 그렸다. 성우 김아영이 낭독한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 오디오 CD는 엄마들이 동시 읽기를 훨씬 수월하게 한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를 만나는 동안, 엄마는 육아의 고달픔을 잠시 내려 놓고 위안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당신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숭고하고 아름다워요. 이 책은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한자 한자 써내려 간 사랑의 고백들이에요. 동시를 읽고, 보고, 들으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와 아기들이 반짝반짝 아름다운 이 시간들을 오롯이 누리고,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시집 『질 나쁜 연애』『검은 표범 여인』에서 야성의 냄새를 풍기는 언어들, 억압적인 제도에 반기를 드는 불온한 진술들을 공격적이고 도발적으로 표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동시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동시를 쓰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내 안에는 야성적이고 도발적인 나도 있고, 한없이 순하고 천진한 어린 아이와 같은 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아기 때는 시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한 탓에 아기의 예쁜 순간을 오롯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둘째 아기는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로 살았습니다. 내가 야성만큼이나 모성이 강한 엄마라는 것도 깨달았고, 이때가 아니면 다시는 이런 동시를 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기와 매일 주고 받는 눈빛, 먹고 자고 놀면서 몸으로 나눈 대화들, 가장 여리고 보드라운 살결, 살 냄새, 숨결, 교감들, 웃음 소리, 그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너무 벅차고 아름다워 동시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기와 살을 부비며 하루하루 여물어 가는 것을 오롯이 살피고,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서 의성어, 의태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동시를 쓸 때 작가가 선택하는 시어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아기들은 처음 말을 배울 때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고 익히며 말의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 동시집에서는 단순히 의성어, 의태어에 주목한 동시들이 아니라 아기들이 노래처럼 따라 부르기 쉽게 엄마와 매일 주고 받는 말, 소리, 리듬에 주목했어요. 내 아기에게 매일 속삭여 주고 싶은 아름다운 엄마의 사랑 고백과도 같은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아기말’의 시어 선택에 공을 들인 동시집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우리 말의 소리와 리듬이 너무 아름다운데, 시 쓰는 엄마로서, 그 아름다움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시를, 그 운율과 리듬을 아기 때부터 매일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엄마와 아기가 주고 받는 호흡 같은 동시, 엄마의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동시를 아기에게 선물하고 싶었죠. 아기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부비부비 코코, 새콤달콤 꼬스름, 까르르까르르 뿡뿡, 오동보동 포동이와 같이 두 개의 의성어나 의태어를 붙여 더 재미나고 생동감 있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동시를 아이에게 들려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작가 엄마의 음성으로 듣는 동시는 아이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둘째 석현이가 두 돌이 되었는데, 새콤달콤 꼬스름, 까르릉까르르 뿡뿡은 말의 소리가 재미있는지 자꾸 따라하더라고요. 이 책의 개구쟁이 아기 모습이 재미있는지 그림 펼쳐놓고 오디오 북을 들으면서 잠드는데, 잠잘 때 위안이 되는지 동시를 따라 하다가 잠이 듭니다. 첫째 우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책 앞에 헌사를 보고 색다른 느낌이었나 봐요. 책 앞에 자기 이름이 나오고 엄마의 보물이라고 쓰여지니 더 뿌듯해 해요. 학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잘한다, 괜찮아, 사랑한다, 이런 격려와 긍정의 말을 동시집을 통해 책으로 오디오 북으로 매일매일 들려주고 또 많이 안아주니까 아이들과 더 많이 교감하고 친밀해진 느낌이에요. 동시는 짧은 시어에 리듬도 있고 소리의 재미도 노래처럼 따라 부르고 몸 놀이를 하면서 부모와 친밀해지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리듬감 있는 동시를 들려주면 아기가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연스레 체득하고 언어감각을 익히는데 동시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에 실린 동시 중에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시는 무엇인가요?
‘살구 웃음’이라는 동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앞니만 두 개 난 아기가 살구를 한 입 베어 물고 시다고 도리질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유월 햇살 가득한 살구 나무 아래, 아기가 살구를 한입 베어 물면 앞섶에 뚝뚝 물이 떨어지고, 시어서 찡그린 듯 웃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 아기스러우면서도 감각적인 동시를 써보고 싶었어요. 살구에 이빨 자국이 콕콕 찍힌 것이, 새가 지나간 발자국 같아 너무 이쁘잖아요. ‘부비부비 코코’도 우리 아이들과 자주 하던 놀이인데, 노래하듯이 ‘엄마 코, 아기 코 부비부비 코코’하면서 코를 부비면 아기가 노래 하듯 이어가고 큰 아이도 랩하듯이 따라 부르며 춤추고 노는데, 지금도 재미있어 해요.
살구 웃음
살 살 살구 먹고
살 살 살구 웃음
살구 먹고 잼잼
살구 물이 뚝뚝
시어시어 살살살
살구 웃음 살살살
부비부비 코코
엄마 코 아기 코
부비부비 코코
엄마 코끼리 아기 코끼리
끼리끼리 코코
두 아이의 엄마이신데요. 육아를 시작한 후,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셨나요?
문학에 대한 자세나 기본적인 생각이 크게 변한 것은 없어요. 예전에는 폭풍 같은 마음에 이탈을 꿈꾸고 자주 들썩이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주어진 현실의 굴레 속에서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밀착되어 보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도 고유성을 가지고 자신의 성정대로 자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통해서 아기 동시나 그림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저도 성장하는 느낌이 들고, 기존의 한계나 제약에서 벗어나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가수로 치자면 다양한 음역대를 아우르게 된 느낌이에요.
작가의 육아법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육아 노하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가 품어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처럼 그저 품어주고 안아주고 다독여주면 아기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믿어요. 어릴 때 예술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미술관이나 도서관에 데려가는 것도 좋지만 어릴수록 엄마가 무릎에 앉혀 책 읽어주고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하면서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요. 큰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자주 동네 친구를 불러 동시를 쓰기도 하고 자연관찰이나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놀았어요. 우리 집은 아이들 그림과 낙서가 집안의 장식인데요. 덕분에 엄마랑 동시 쓰는 것이나 그림 그리기, 그림책 읽기를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같아 저도 좋았죠.
아이들은 어렸을 때 동시를 짓는 수업을 많이 받게 되는데요. 학교에서 동시 수업을 할 때, 교사들이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소리가 아름다운 동시도 있고, 의미가 좋은 동시도 있는데, 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시를 소개하고 느낌이나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겠지요. 자주 접해야 친숙하고 재미있어지잖아요. 처음에는 선생님과 친구들과 말놀이 하듯 게임처럼 편을 갈라 어울리는 시어를 고르고, 같이 동시를 써보는 공동창작을 해보는 것도 흥미를 유발하기에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게임하듯 놀면서 기발한 생각을 나누고 자유롭게 연상하고 상상력을 끌어내다 보면 자연스레 언어감각도 체득되고 표현력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자기만의 동시를 써보고 싶고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요. 집에서도 엄마 아빠와 어떤 주제를 정하고 스무고개나 끝말잇기 하듯 연상되는 시어를 늘어놓고 발굴하고 조합하다 보면, 아이의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상상력도 뻗어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동시가 갖는 매력, 짧지만 아름답고 리듬감 있는 우리 동시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노빈손』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집필 중이신데요. 책을 소개해주신다면? 앞으로도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는지요?
노빈손 시리즈도 20대 후반부터 집필해온 애정이 가는 시리즈인데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노빈손이 펼치는 엉뚱하고 기발한 모험담 속에서 학습적인 재료들을 녹인 스토리물입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 역사, 세계사, 예술사 등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죠. 저는 『노빈손 계절탐험 시리즈』 4권과 『노빈손, 괴짜동물들의 천국 갈라파고스를 가다』, 『미술탐정 노빈손 마네의 행방을 추적하라』의 집필에 참여했는데요. 지금은 아기에게 동시 쓰고 들려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느라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언젠가 문학사, 시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시리즈를 써볼 예정입이에요.
작가님이 좋아하는 시인과 작품은 무엇인가요?
『대설주의보』부터 말놀이 동시집까지 폭넓고 독창적인 시 세계와, 『말놀이 동시집』으로 동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최승호 시인을 좋아합니다. 『말놀이 동시집』을 읽어보면 리듬이 너무 좋고 재미있고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말놀이 동요’도 쉽고 아이랑 따라 부르기 재미있고요.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또 테드 휴즈의 강렬하고 독창적인 시 세계를 좋아해요. 특히 동물을 소재로 한 공격적인 시들을 좋아하고요. 또 그림책 작가로는 영국의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화려한 색채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동물 그림을 좋아해요. 특히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의 그림을 그린 이수지 작가의 팬이라 이번 작업이 더욱 소중하고 뜻깊었습니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동시도 계속해서 쓰실 생각이신가요?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에서 못다한 동시들을 더 펼쳐보고 싶어요. 동시를 쓰면서 맑아지고 아기와 더 가까워지고 스스로도 치유되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거든요. 아름다운 동시로 세상 많은 아가들과 엄마들을 만나고 싶어요. 또 내년에는 아주 강렬하고 멋진 시 세계로 세 번째 시집도 묶을 계획에 있어요.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문혜진 글/이수지 그림 | 비룡소
엄마의 사랑을 따듯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와 그림으로 담아낸 동시집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입니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 문혜진의 동시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그림이 한 몸처럼 어우러진, 이 동시집은 엄마와 아이의 소소한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응원을 전합니다.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인 문혜진 시인과 이수지 작가는 정성을 듬뿍 담아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 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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