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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의 『민낯』, 진정한 행복의 의미 찾기

행복에 관한 기본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가면을 쓰지 않고 민낯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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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카페 살롱드팩토리에서 만화가이자 에세이스트 박광수의 『민낯』 출간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민낯』은 각기 다른 직업의 사람 10명과 진정한 행복에 관한 인터뷰 내용을 엮은 책이다. 편안하게 일상을 묻거나 하고 있는 일에 있어 무엇을 느끼는지, 버킷리스트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과 답을 엿볼 수 있다. 독자는 이 책으로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에 관해 생각할 수 있다.

강연장에 일찍 도착해 담배를 태우고 있던 박광수에게는 이전보다 진지해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가끔은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누구에게 말을 할 때 짓는 편안한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말과 목소리가 조금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울증을 겪었다고 한다.

저는 한때 우울증을 겪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죽어서 누군가 “당신은 잘 살지 못했어. 그러니 또 지옥으로 가야 돼.” 하면서 보내지는 게 지금 우리가 사는 현세가 아닌가 하고. 그리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때쯤 혼자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신이 있고 “너 또 엿먹어봐라.” 해서 날 이곳으로 보낸 거라면, 당신의 의도와 반대로 난 이곳에서 계속 행복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고 불행한 것들은 애써 모른 척해야지, 라고. (인터뷰 중 작가의 말)
저자는 2인용 소파에 홀로 넉넉히 앉으며 독자에게 인사했다. 그는 먼저 질문을 받고 마지막 10분을 남겨두고 강연을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먼저 한 여성독자가 질문을 시작했다.




단순할 수도 복잡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경험 없는 사람이 봐도 모두 느낄 수 있게 쓴다. 비결이 뭔가.

멘사 회원을 만났을 때, 천재와 보통사람의 삶이 다를 테니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저는 보통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요.”라고 그가 답한 적이 있다. 그렇게 보면 나는 도저히 천재는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반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습적으로 늦었던 것이 오히려 삶의 다른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예를 들어, 정말 잘생기고 예뻐서 연애활동이 자연스레 잘되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거다. 하지만, 나처럼 못생긴 사람, 사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이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 어떤 노력을 더 해야 이룰 수 있을까’라고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런 것처럼 행복에 대해서 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이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외형이 정상인과는 확실히 다르지 않나. (웃음)

이번 책을 쓰기 전, 꼭 인터뷰 하고 싶었던 사람은?

밴드 백두산의 드러머 박찬. 인터뷰를 꼭 하고 싶다고 출판사에 말도 했다. 어떤 매체에서 인터뷰 했던 것을 보고 음악보다 삶에 관해 인터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음식 배달하는 일을 할 때, 돌솥비빔밥을 여러 명이 단체로 주문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 사람 꼭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9명의 인터뷰이를 직접 만나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내려 했던 이유는?

『민낯』은 책을 내기 전부터 출판사 편집장이 많이 팔릴 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의 예측이 적중하고 있다. (웃음) 태어날 때부터 무료한 삶과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누구나 특별한 삶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사람들만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 아니라 예를 들어 영파여고 3학년 4반의 어떤 친구와 인터뷰를 하더라도 그 친구의 영혼을 읽고 철학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이를 정하는데 특별한 기준도, 편애도 없었다. 저자는 1년여 동안 여러 사람과 수차례 만나면서 오랜 시간 인터뷰를 했다. 자신의 바람대로 어떤 이는 속마음을 다 꺼내 보여주었는가 하면, 끝끝내 가면을 벗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다시 저자의 근황과 일상에 대해 질문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내 걸음걸이를 보고 예감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하체가 상체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무릎연골이 찢어져 얼마 전 무릎수술을 받았다. 매주마다 야구를 하는데, 나가지 못한 지 4주나 되었다. 다음주가 결승전인데 그 때는 꼭 뛰기 위해서 회복에 신경 쓰고 있다. 야구 동호회를 나가고 책도 쓰며 지낸다.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나.

나와 친분이 있는 연예인 중에서는 방송에서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본인의 실제 모습인지, 아닌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 가면을 쓰다 보니 익숙해진 것이다. 나는 내성적이다. 정치나 사회현상에 대해 무관심했다. 광화문에서 크게 화재사건이 나서 아이와 엄마가 건물 창틀에 매달려있다 엄마의 손에 힘이 빠져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방송에 나온 적이 있다. 나는 ‘왜 엄마를 거기 매달리게 했니?’라는 메시지를 담은 만화를 그렸는데, 그때 편집장이 이건 도저히 못 낸다고, 안 그래도 많은 매체에서 아이가 많은 욕을 먹고 있다고, 굳이 너까지 나서서 상처 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나도 그럴 것이라 수긍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누구를 위로하거나 질타하는 만화를 그릴 때 더욱 조심스러워 했다. 한창 만화를 연재할 때 대구 지하철 사건이 났다. 대구지하철 사건 때는 사건 발생 이후, 유족들에게 위로가 될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고민 끝에 사건발생 3일째 되던 날 차를 몰고 대구에 내려갔고, 거기에서 저자의 눈물을 쏙 빼게 만든 광경을 보았다고 했다.

당시 사람들이 죽기 전 공통된 행동 한 가지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휴대폰으로 연락을했다는 것.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전체 중에 20퍼센트 정도, 나머지 7-80퍼센트는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날 이후 자기감정에 충실해지기로 다짐했고, 사랑한다는 것도 말로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아버지를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기였어요. 불과 3-4년 전에 이걸 겨우 이뤘고요. 베란다에서 담배 피는 아버지를 뒤에서 안았더니, 아버지는 놀라셨고 굉장히 머쓱해하셨죠. 하지만 그 다음에는 한쪽 팔로 안아드리기도, 정면에서 안아드리기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랑한다고, 엄마 때문에 너무 마음 고생하시지 말라고도 했어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일수록 외형으로 그 단단함이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면에 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걸 흉내내기 위해 겉으로 온갖 있는 ‘척’을 하는 것이다. 나는 더 배워야 한다.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말이다. (p.165)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일주일에 몇 백 명 정도 아이를 만난다.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가치관, 선호가 확실하다. 그런 게 형성되는 데에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내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하는 교육관이 있는지?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건 중요하지 않고, 그저 매시간 매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와 따로 사는데, 하루는 내가 술 먹고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너를 낳아서 미안하다고. 나도, 우리아이도 항상 행복하길 소망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사는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이 지옥이라 생각하고 나를 이 세상에 내려놓은 어떤 존재에 욕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바람대로 내가 고통스럽게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살기,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행복하게 죽는 것이 방법이라고 본다. 스티븐 호킹이 말한 것처럼 우주 먼지 같은 존재가 되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길 바란다. 내가 죽고 어떤 잔재가 남아서 누가 슬퍼하고 고통스러워 하지 않게.

만화를 연재할 때와 이번 책을 출간하면서 가치관이 바뀌었나?

가치관은 계속 변하는 것 같다. 2005년 『광수, 광수씨, 광수놈』에서는 ‘사랑은 진흙 밭을 걸으면서, 진흙에 빠진 두발을 보지 않고, 당신과 맞잡은 손을 느끼며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제게 있어 그것이 사랑입니다.’라고 사랑을 정의 내렸고, 2009년 『참 서툰 사람들』에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정복시키는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또 새 책을 쓴다면 다르게 정의 내릴 것 같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조금씩 변할 거다. 변하고 있지 않는 건 내가 뚱뚱하다는 것일 테다. (웃음)

다음 출간 예정인 책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다음 출간은 여름? 올해인지 내년일지는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코스타리카’라는 책이고 역시 행복에 관해 쓰고 있다. 책을 빨리 만든다고 해서 좋은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많이 생각하고 고치고 다듬겠다. 책을 오래도록 쓰고 싶다. 『야구 생각』은 만들고 나서도 스스로 후회가 되었고 주변사람도 실망했지만, 『민낯』은 다르다. 많이 봐주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질의응답이 끝나고 아쉬움을 표하며 트위터로 서로 편안하게 대화했으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성있는 그림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박광수 저자의 연재만화를 보며 필자도 청소년기를 보냈다. 결코 심각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저 한걸음만 뒤로 물러나 행복을 느껴보는 것, 인생을 보는 것에 대해 작가는 우리에게 줄곧 이야기해왔다. 『민낯』은 주변인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기록한 글과 중간중간 빼놓을 수 없는 저자의 그림, 인터뷰이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가면을 쓰지 않고 민낯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되돌아보기. 스스로의 행복에 관해 나는 지금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해루 입니다.
아직 주무시겠네요.
문득 떠오른게 있어 어떨까 망설이다 메일 보냅니다.
저도 행복했던 적 있어요.
화장장 개원하고 얼마 안되서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임종은 못했지만 수시로 염도 화장도 제가 직접 해드렸었는데
그때 행복했었네요.
좀 늦었지만 그래도 제게 행복했던 적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스물 여덟 여자, 화장로 기사 이해루가 박광수에게 보낸 메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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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박광수 저 | 소란
따뜻한 카툰과 에세이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그려온 박광수 작가가 ‘행복 인터뷰어’로 거듭났다. 한때 우울증을 앓으면서 ‘인생의 9할은 불행이고 나머지 1할 정도만 행복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사회 곳곳에서 제 빛깔을 내며 살아가고 있는 보통사람들을 만나 인생과 행복에 관한 생각을 나눈다. 이름도, 직업도, 사는 모습도 제각각이지만 어쩐지 우리 모두의 민낯을 닮은 10인의 인터뷰. 마지막 인터뷰이는 바로 독자, 당신이다. 유명인의 멋진 말, 인생에 대한 멘토링이 난무하는 시대에 여전히 ‘행복’에 관한 자문자답에는 서툴기만 한, 바로 우리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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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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