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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정석? 공모전의 여왕 박신영에게 물어봐!

공모전 23관왕, 제일기획 입사, 다시 교육 컨설팅 전문가로 『기획의 정석』펴낸 박신영 폴앤마크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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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시쳇말로 ‘후달렸다’고 했다. 대학시절 내로라하는 공모전, 그것도 23관왕의 주인공이, 6,000명 앞에서 PT를 하고, 청와대에서도 강연을 했던 그녀가 단지 인터뷰에 ‘후달림’이라니. 그런데 그녀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불안감과 긴장을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 에너지는 그녀 스스로를 빛나게 하고 있다. 바로 폴앤마크 연구소 박신영 소장의 이야기다.



이제 30대에 갓 접어든 나이지만 그녀가 쌓아온 경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대학시절, 광고계에 수위를 다투는 제일기획과 LG애드 기획서 부문 대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모전을 휩쓴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공모전의 여왕’이었다. 대학시절 무려 23관왕을 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 공모전 상금으로 혼수 준비를 다 마칠 정도. 이후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특강을 하거나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대학생 1위’로 꼽히는 진기록을 연이어 세워나간다. 그 무렵 처음 그녀가 출간한 책이 바로 『삽질정신』이다. 기획의 ‘ㄱ’자도 몰랐던 그녀가 넓고 깊은 삽질을 통해 성취를 맺기까지의 노하우를 담은 것이었다. 졸업 후 그녀의 무대는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쟁쟁한 학벌과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한 전문성과 디테일을 바탕으로 웃음의 미학과 여성적 감성을 활용한 그녀의 방식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삼성그룹, 삼성전자,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신한금융그룹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브랜드의 전략기획 및 경쟁 PT를 담당하며 능력을 발휘했다. 일하는 틈틈이 대학시절부터 시작했던 세미나와 특강도 놓지 않았다. 그 즈음 출간한 책은 『렛츠 그루브』였다. 빡빡한 삶 속에 삶의 이유에 대해 새삼 고민을 해 본 시기였다.

그리고 3년 후 그녀는 폴앤마크 연구소장으로 변신했고 새로운 책 『기획의 정석』을 내놓았다. 대학시절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의 과정에서 뭇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이런저런 부침을 겪으면서, 삽질정신으로 빡세게 살고 인생의 방향을 다시금 고민하며 내 놓은 정제된 결과물인 셈이다. 덕분에 책의 알맹이는 『삽질정신』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디테일해졌고 『렛츠 그루브』와는 또 다른 준비된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호기심이 생기게 만드는 삶을 살아온 여자, 박신영 저자와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더 큰 유쾌함으로 채워졌다.




이번이 3번째 책으로 알고 있는데요. 왠지 책 출간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비슷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네 맞아요. 그렇게 볼 수 있겠는데요. 우선 『삽질정신』은 할 줄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상황에서 깊고 넓은 삽질로 결과물을 모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동안 그런 삽질 정신으로 살다보니 제 자신이 너무 각이 지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런 탓에 두 번째 책인 『렛츠 그루브』를 낼 때는 ‘너무 폼 잡지 말고 그루브하게 살자’는 생각을 했어요. 책을 내고 너무 이중적이라는 욕 좀 먹었죠(웃음). 그렇게 삽질 정신을 외치더니 난데없이 그루브하게 살자고 하니 그럴 만도 하죠. 아무튼 그렇게 볼 수도 있을 만큼 당시는 아등바등 살다가 문득 ‘인생이란 뭔가, 왜 살아야 되는가’를 고민하며 그루브한 삶을 지향하던 시점이죠. 이 두 과정을 다 겪고 나서 좀 더 정돈돼서 나온 게 『기획의 정석』인 것 같아요. 너무 감성만 있었고, 너무 이성만 있었던 와중에 마침내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를 찾은 셈이죠.

3년 전과 비교해 현재는 폴앤마크 연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제일기획 다닐 때는 제가 했던 일이 제품 브랜딩이라면 지금은 교육이라는 사람 브랜딩을 하게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본질은 같아요. 수많은 경쟁 상황에서 제품의 매력과 강점을 최대화해서 부각시켜주는 것은 사람에게 적용해도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제가 교육에 둔 가치는 그런 사람들 각각의 핵심 가치가 뭔지를 찾아 최대의 강점으로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저도 많이 바뀌더군요. 예전에는 굉장히 완벽함을 추구하는 탓에 꽤나 까다로웠거든요. 그런데 사람을 대하면서 가치가 달라진 것 같아요.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졌다고 할까요. 이 전까진 내 자신이 완벽하고 군더더기 없이 빛나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교육으로 분야를 옮기고 나서부터는 저보다는 교육 받으시는 분이 더 중요해지더라고요. 그런 변화는 3년 전에 특강을 하는 저와 지금 강의를 하는 저를 놓고 봐도 알 수 있어요. 어쩌면 옛날에는 그저 ‘나 잘났지’하는 식의 그야말로 특강일 뿐이었던 거죠.

이번 책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면 『삽질정신』은 ‘감’에 의지한 책이었어요. ‘이렇게 해봤더니 이렇게 됐더라’ 처럼 딱히 구조화됐다기보다 ‘이런 것도 있어’란 느낌이었다면, 지금 『기획의 정석』은 제일기획의 현장 실무경험이 더해지고 또 미국 등을 방문해 받은 실질적인 이론 교육들, 그리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러면서 좀 더 구조화된 기획을 알려드릴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래서 과거에는 독자가 저와 필이 안통하면 ‘아 네가 열심히 한건 알겠는데 나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게 했다면 지금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에 굉장히 초점을 맞췄어요. 이것도 제게 있어 달라진 부분이죠. 과거에는 ‘내가 이렇게 했어’였다면 지금은 ‘당신도 이렇게 한 번 해 보세요’가 됐다고 할까요(웃음).




공모전의 여왕에서 기획의 여왕으로

분야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기획’은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난감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회사의 자잘한 업무를 챙기다보면 하다못해 회식을 준비해도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프로젝트 하나가 팀에 부여됐을 때 머리를 쥐어뜯어도 떠오르는 건 없고, 회의 한답시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서로 공허한 소리만 쏟아놓고 있었던 경험. 그러다 결국 이래저래 짜깁기해 낸 기획서가 퇴짜 맞았던 경험. 직장인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그러나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획을 파기 시작했다. 그야 말로 ‘삽질정신’으로 파고 또 팠다. 꽤 오래 전부터 그녀의 닉네임이 된 ‘공모전의 여왕’, 그 시작이 궁금했다.

오래 전 대학에 갓 입학한 어린 나이에 어떻게 기획에 눈을 뜨게 된 것인지 궁금하네요.

솔직히 시작은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사실 전 대학교 시절 뭐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에 가까웠죠. 한동대학교를 간 이유도 무전공 입학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말 딱 학교를 갔는데도 뭘 해야 될지 모르겠더군요. 단지 좋았던 건 전공이 없으니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정말 이런 저런 강의를 다 듣다가 문득 동아리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꿈이나 그런 것도 없었고 그저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제일 인기 많은 동아리, 선남선녀가 있다는 아카펠라 동아리 오디션을 봤어요. 근데 떨어지더라고요. 그때까지 사랑받는 막내딸로 컸던 탓인지, 충격이 컸어요. 그래도 포기하기는 싫어 두 번째 동아리를 남성 중창단 반주자로 지원했어요. 그런데 또 떨어지더군요. 세 번째 아나운서 동아리, 네 번째 뮤지컬 동아리 역시도 족족 떨어졌죠. 그때는 너무 절망적이어서 ‘나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때 한 친구가 오디션이 없는 광고학회를 추천한 거예요. 왜 사람이 그렇잖아요. 뭔가 쉽게 주어지면 감사한 줄 모르는데 당시 저는 뭔가 하고 싶은 열정이 억눌러져 있다가 폭발한 거예요. 광고학회에서 선배들이 ‘신영아 아이디어 생각해와’ 저 혼자 최소 20개씩 생각해 가곤 했죠. 그렇게 공부하게 됐어요. 정말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그래도 공모전 23관왕은 대단한 기록인데요. 그렇게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당시에는 상을 정말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번은 공모전 작품을 20개나 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겨우 1개가 입선을 하더군요. 그때 ‘진짜 열심히 하면 되는데, 그저 열심히만 하면 안 되겠구나’를 느꼈어요. 제게 절대적인 실력이 없으니까 겨우 턱걸이로 붙은 거잖아요. 그 후로 절대적인 실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정말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일등이 되보고 싶다는 욕심이죠. 처음 제일기획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한번은 운이 좋아 됐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2년 연속이면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은 거고요. 다음에는 다른 공모전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LG애드 공모전에 대상을 받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정말로 공모전 자체를 재미있게 즐겼던 것 같아요. 경영전략 수업 같은 걸 듣고 있으면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거 이렇게 써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생각하게 되고 다시 그걸 현실적으로 공모전에 적용해보고 했던 재미가 컸던 거죠.

그 절대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저자는 제일기획에 입사해 브랜드 전략기획을 맡게 된다. 이후 삼성 신입사원의 창의력 교육을 비롯해 하나 같이 쟁쟁한 130여 개 기업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된다. 그 안에서도 그녀의 독특함과 감성은 빛났다. 또 핸디캡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제일기획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학벌에 관한 편견을 접한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주변 선후배들의 학벌이 사실 너무 좋기는 했어요. 가장 평범하게 서울대 나오시고 카이스트 졸업 아니면, 해외에서 석?박사를 하신 분들 많으셨으니까요. 그런데 학벌차로 인한 편견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분들은 저를 약간 특이한 애로 보신 거 같아요. 제가 있던 곳이 전략기획팀이었는데, 다들 진지하게 기획을 하시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와 달리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강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농담조로 제가 존경하는 상무님은 늘 저보도 ‘이 예체능 자식’이라고 부르시곤 하셨죠(웃음). 사실 서울대 나와서 똑똑하다는 소리 듣는 건 너무 당연해서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아닌 사람이 잘 해냈을 때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이야기 거리가 되죠. 그게 오히려 제 강점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서울대 나와서 잘한다’보다 ‘얘는 진짜 절대적인 실력이 있는 애구나’란 인정을 받을 수 있었죠. 전 그런 것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런 제일기획에서 현재 폴앤마크로 이직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제일기획은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장이기도 한데요.

제일기획 다닐 때도 교육 특강 의뢰가 오더라고요. 저는 너무 하고 싶은데 맡은 일 때문에 가지 못하고 때론 주말을 이용해 할 때도 있고요. 예를 신라호텔 16시간 강의 의뢰 같은 거죠. 회사 일을 하면서 어렵게 한 강의에서 교육의 맛을 느꼈다고 할까요. 제가 16시간 교육을 하고 나올 때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어요. 처음 교육을 갔을 때 ‘저 사람이 잘할 것 같다’, ‘저 사람은 별로 관심 없어 보이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없는 편견이죠. 결국 16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최종 발표를 했는데 제 예상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시크하게 있던 분이 진짜 깊이 있는 아웃풋을 냈고, 잘할 것 같았던 분들은 딱 그 정도 모범답안이더군요. 그때 전 정말 크게 부끄러웠고 감동을 느꼈어요. 그 후부터 사람의 가능성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경험 덕분에 더욱 강의를 하고 싶다, 교육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느꼈어요. 그래서 폴앤마크를 택한 거죠.




여성, 껍질을 깨라

이직 이후 한 동안 적응을 하는데 몸살을 겪었지만 그녀는 다시금 바닥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수천 명 앞에서 특강을 하는가 하면, 에콰도르 정부와 코이카가 함께 한 ‘에콰도르 교육 혁신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경험이나 연륜이 훨씬 많은, 쟁쟁한 명사들이 모인 청와대 특강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가 꿈꾸고 지향했던 절대적인 실력 앞에 여성이나 학벌을 꼬투리 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많은 직장 여성들이 부딪히는 고민에 대해 물어봤다.

책에서 깊이와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문성에 의심을 받은 경우는 없었나요.

앞서 이야기 한 학벌의 경우처럼 저는 오히려 그런 걸 즐기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경쟁 PT에 들어가면 진짜 분위기가 심각한데 저는 웃으면서 부드럽게 해요. 남자들이 하기 쉽지 않죠. 무의식적으로 군대 문화라는 게 있거든요. 그래서 제일기획에 있을 때는 오히려 제가 PT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른 것이 제 강점이 됐죠. 논리와 똑똑함으로 대적하면 싸우기만 할 거 같은데 항상 감성적으로 풀어냈으니까요. 제 삶의 가치관 중 하나가 약점의 보완보다는 강점의 최대화거든요. 경직되지 말고 즐겁게, 하지만 디테일과 전문성이 없이 웃기기만 한 건 아니고요. 저의 내공과 절제력은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거죠. 그런 경우 인정을 해 주신 거 같아요.

사실 많은 여성들이 직장 내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생존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인데요. 때론 지쳐 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저도 최종적인 아웃풋은 여성적인데 프로세스는 남성적이기는 해요. 우리가 너무 나다운 것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문화가 남성적이라면 그런 부분도 오픈해 놓고 강점을 최대화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봤을 때 제일 최악은 약점의 보완만 하다가 팔로우만 하는 거예요. 여자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분명히 있어요. 그걸 믿어야 해요. 저게 부족하지만 이게 강하니 이걸 키워야겠다. 그러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태도에 대한 부분도 많이 공감이 됐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자기 자리에 자신의 업무에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요. 저자의 경우는 어땠나요.

저는 약간 태생적으로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모전을 할 때부터 팀원들이 모이면 항상 ‘우리는 정말 우주 최강의 드림팀이야’ 자화자찬하는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최고의 팀이라는 것을 계속 인식시키니까 결과물도 그에 맞춰 나오더군요. 하지만 짜증나서 못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는 항상 나쁘게 결과가 나오고요. 제일기획을 다닐 때도 매일 아이디어를 까고 또 까요. 보고를 드리면 고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그럼 또 회의를 하는 거예요.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한 번은 한 3개월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너무 힘들 때였는데, 제가 당시 회의하는 빨간 식탁에 팀원들과 앉아 ‘앉기만 하면 아이디어가 솟아나는 마법의 식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너무 피곤하고 우울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정말 사람들이 그 식탁에 앉으면 신기하게도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거예요. ‘말해봤자 안되겠지’ 하면서 말한 게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였던 거죠. 우울하게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끝이 없어요. 저는 ‘뭐 때문에 안 돼요’ 보다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요’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스타일이에요. 우리 뇌는 주인이 주는 정보만 받아들인다고 하잖아요. 짜증난다고 하면 정말 짜증으로 받아들여요. 하기 싫은 것도 ‘마법을 내야겠다’, ‘한 번 해봐야겠다’ 그러면 정말 그런 쪽으로 작용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게 약간 습관화 되어있지 않았나 싶어요.

책에서는 ‘그분’이라고 하셨는데요. 상대가 상사든 클라이언트든 간에 그 스타일을 파악하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요.

정말 진심으로 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배우게 된 팁인데, 진심을 조금 더 오해 없이 전달 기술 중 하나가 ‘미러링’이라는 거예요. 상대의 말투, 행동,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죠. 끝말 따라 하기 같은 것도 포함이 되고요. ‘아~ 그래서 그러셨군요’라고 맞장구를 쳐주는 거죠. 그것도 비슷한 목소리 톤과 표정으로, 전 심지어 호흡도 비슷하게 맞춘 적이 있어요. 내가 교양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편하게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전 밝은 사람들하고 있으면 엄청 밝고, 조용한 사람과 만나면 조용해지는 것 같아요. 단, 가식적이고 전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해야 해요. 상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효과를 보는 팁이죠.

앞으로도 저자의 삽질정신은 끝없이 이어질 듯 한데요. 현재 추구하고 있는 목표, 그리고 장기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인생의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얼마 전까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전부였어요. 공모전을 처음 시작한 것도 꿈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였고요. 그런데 최근 청년위원회 자문위원을 하면서 좀 많이 바뀌었어요. 사실 저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던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새로운 역할을 맡다보니 너무 가슴 아픈 상황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저의 재능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일 때 더 기쁘다는 걸 느꼈죠. 얼마 전에 멘토 중 한 분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는데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순간도 과거가 된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는 또 미래를 계속 맞이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교육이 이 미래를 바꿔주고 있다고 하셨죠. 그분은 교육을 ‘한 영혼의 영원을 바꿔주는 것’이라 정의하셨어요. 최근에는 그 것이 제 목표가 됐어요. 책을 낼 때도, 청년위원회에서 자문위원을 할 때도 ‘한 영혼의 영원을 바꿔줄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요즘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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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정석 박신영 저 | 세종서적
저자는 대학교 때부터 1년에 수십 개의 기획서를 쓰고, 직접 현장 강의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지난 10년간의 기획 필살기를 [기획의 정석] 한 권으로 담아냈다. 이 책은 단지 취업 준비생이나 공모전 참가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강의 중 만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학습자들의 고민을 듣고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그 누구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상대방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보고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다 보여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조목조목 기획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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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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