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캐빈서비스1팀 선임사무장이자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심재범 씨.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 SCAA에서 정식으로 자격을 받은 큐 그레이더(Q-Grade)이자, 호주관광청 인증 바리스타이며, 한국커피교육협회 바리스타 2급 자격을 갖춘 커피 전문가다. 평생 승무원으로 살아왔다는 그의 이력답게 눈빛과 제스처에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오롯이 느껴졌다. 이날 행사에서 그는 유럽, 호주, 미국, 일본 등을 다니며 경험한 세계 유수 카페와 커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Europe_영국 스페셜티 커피의 자존심 ‘몬머스 커피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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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바리스타들이 드립을 하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왠지 중세적인 느낌이었다.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다른 곳처럼 깔끔한 검정 앞치마 보다는 양가죽 느낌이 나는 매우 낡은 앞치마를 걸치고 있는데 매우 오묘한 느낌을 준다. 이런 모습들이 현지인이나 외부인에게 매우 독특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 같다.”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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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인 몬머스 커피 컴퍼니. ‘영국의 커피 자존심’이라 불리는 이곳의 시작은 커피 빈만 판매하는 로스팅 하우스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결국 커피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런던 내 베스트라고 손꼽히는 커피 하우스 중 3분의 1은 몬머스 커피 컴퍼니 원두를 사용할 정도로 로스팅 빈은 영국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비결은 독특한 추출 방법에 있다. 이곳에선 라테나 카푸치노 같은 베리에이션도 핸드드립 베이스로 하는데, 일반적으로 핸드드립으로 베리에이션을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우유의 영향으로 미세한 향의 차이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몬머스 커피 컴퍼니는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근사하게 풀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맛은 상당히 부드럽다. 2, 3파운드(3,400~5,000원 상당) 정도의 가격으로 부담이 없고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작은 디저트도 마련되어 있다. 칸막이가 높게 둘려 있어 편안한 분위기라 커피 한 잔과 간단한 빵을 먹으며 잠시 느긋함에 취해도 좋겠다.
주소 : 27 Monmouth Street, London WC2H 9EU, United Kingdom
문의 : 44 20 7379 3516 /
www.monmouthcoffee.co.uk
Europe_파리 카페의 전설 ‘베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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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파리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줄까 생각해보았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것은 기본으로 루브르는 꼭 가보고 오르세에서는 빛나는 인상파의 그림을 보고 햇볕이 드는 강가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라고 하겠지 또 레 뒤 마고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라뒤레와 피에르 에르메에서는 마카롱을 너무 많이 사 먹지 말라는 잔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왠지 웃음이 났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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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역사가 깊은 카페는 프로코프, 레 뒤 마고, 카페 르 플로르 그리고 ‘베흘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중에서 커피에 집중하는 곳은 베흘레 뿐이다. 베흘레는 원래 커피를 비롯해 동양에서 들여온 다양한 식료품의 원재료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1880년에 창업한 베흘레 가문은 커피는 물론 후추, 바닐라, 계피 등과 같은 향신료를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그 명맥이 이어져서인지 매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차와 향신료 그리고 말린 과일에 이르는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 눈에 띈다. 세계적인 바리스타 팀 윈들보가 극찬하여 더욱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게샤 커피도 있다. 게샤 커피는 다른 지역 커피 가격보다 네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고가다. 비싼 만큼 화려한 과일향과 꽃향, 특히 재스민을 베이스로 한 꽃향과 오렌지 그리고 자몽의 뉘앙스까지 느껴질 정도로 향미가 풍부하다. 이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세계 3대 커피라 불리던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예멘 모카 마타리, 코나에서부터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갈라파고스와 최근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중남미에 이르는 다양한 나라의 커피 원두들이 있다. 파리의 역사와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맛보고 싶다면 베흘레를 꼭 들려보자.
Australia_시드니 커피 하우스의 최고봉 ‘싱글 오리진 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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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추 갈 시간이 돼서 일어나는데 체격이 좋고 회새 눈이 선해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인사했다. 알고 보니 사장이었다. 동양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현지인들보다 튀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느라 영업에 방해가 돼서 항의하러 온 줄로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감사 인사를 하며 온 것이다. 한국 사람이 매장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이 본인들도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나 역시 사장에게 싱글 오리진의 정책의 정책과 맛있는 커피 그리고 멋진 분위기와 직원들의 친절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p. 12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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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세계 3대 커피 강국 중 하나다. 그런 호주 내에서 1등한 카페의 커피 맛은 어떨까. 런던 몬머스와 LA 인텔리젠시아를 연장시키는 싱글 오리진 로스터를 찾았다. 매장은 일반 매장과 테이크아웃 매장이 있었다.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하는 일반 매장은 간단한 스낵과 에스프레소 그리고 베리에이션 위주의 메뉴인 데 비해서 테이크아웃 매장은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뿐만 아니라 사이폰(진공 방식으로 우려내는 커피)과 핸드드립 등으로 보기 좋게 꾸며놓았다. 원두가 있는 곳엔 중남미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등 대륙별 커피에 전용 에스프레소 블렌딩까지 탐나는 커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주는 베리이션의 강국이다. 그런 호주에서 플랫 화이트(호주 스타일 라테)를 맛보지 않을 순 없다. 이곳의 플랫 화이트는 유리잔에 가까운 커피잔에 담겨 나온다. 날카로운 에스프레소의 배합과 로제타가 우아하게 수놓은 스팀 밀크의 궁합은 절로 엄지를 들게 한다. 허름하면서도 펑키한 매장이지만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는 이색적인 재미도 있다. 의자는 등받이가 없고 나무 소재라서 불편한 느낌도 있지만 공간 배치가 쉽고 집약적이어서 손님을 많이 받기엔 적절했다.
주소 : 54-64 Reservoir Street, Surry Hills NSW 2010, Austalia
문의 : 61 2 9211 0665,
www.singleoriginroasters.com.au
United States_라테 아트 최강자 데이비드 쇼머의 매장 ‘에스프레소 비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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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돌아본 매장 쪽 햇살 좋은 곳에는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파라솔도 없이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가 보기 좋았다. 이제 비바체와의 작별. 데이비드 쇼머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편안한 매장과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으로 일가를 이룬 비바체 커피를 마신 경험은 아주 특별했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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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추출과 라테 아트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스승인 데이비드 쇼머의 매장인 ‘에스프레소 비바체’. 매장 곳곳에는 데이비드 쇼머의 라테 아트 사진들이 있다. 로제타(나뭇잎 모양의 라테 아트) 무늬를 그린 사진을 타일로 바꾼 독특한 작품도 눈에 띄고, 전체적으로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다. 한 쪽 벽엔 사진으로 꾸며져 있고 또 다른 빈 벽에는 지역 문화 행사를 후원하는 모양인지 외부 행사 전단지를 자유롭게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에스프레소 비바체에서 가장 특색 있는 커피는 마키아토. 데미타세라는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와 스팀 밀크를 혼합하는 일반 마키아토와 달리 이곳에선 마키아토 잔이 데미타세와 라테 잔의 중간 사이즈였다. 커피맛은 좀 오묘했다. 우유 사이로 커피의 산미가 튀어나오는 느낌인데, 에스프레소를 맛보면 산미가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매장의 밀크 베이에이션보다는 균형 있는 산미가 감돌고 있어 한 모금을 마신 후 뒷맛이 좋았다. 미국의 카페 바리스타들은 굉장히 패셔너블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연로한 바리스타 두 사람이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친근한 외모와 콧수염, 온화한 미소를 지닌 바리스타들 덕분인지 미국식 거실과 같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카페다.
주소 : 532 Broadway Avenue East, Seattle, WA 98102, United States
문의 : 1 206 860 2722,
www.espressovivace.comwww.espressovivace.com
Japan_일본 기사텐의 전설 ‘카페 드 람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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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 오래되어 깨진 간판이 보였다. 그 간판만큼이나 긴 세월에서 비롯된 연륜을 배운 하루였다. 이날 동행한 우리 가족, 특히 딸 아이와도 람부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딸 아이도 어렴풋이 람부르의 보관 방식에 놀란 것 같았다. 비록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동시에 구하는 모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들의 성실함과 배려심만큼은 꼭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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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의 명소, 카페 드 람부르. 일본식 전통 커피 다원인 기사텐 방식으로 서양 사람들도 추천하는 카페다. 간판에는 ‘커피만을 위하여’라는 말이 적혀있는데 주인의 자존심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일본식 커피 다원은 전국에 많지만, 그중에서도 카페 드 람부르가 가장 유명한 이유는 독특한 생두 보관으로 인한 숙성 개념 때문이다. 상온에서 수분을 제거한 후 건조 상태로 10년 이상 보관한 후 사용하기 전 로스팅하는 형식이다. 커피 맛은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좋았다. 물론 커피가 조금씩 식어감에 따라 후미에서 지푸라기 같은 맛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지만 훌륭한 맛이었다. 카페 매니저의 호의로 1974년산 쿠바 생두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생두 특유의 푸르스름함보다는 극도로 수분이 빠진 노란색에 가까웠다. 이러한 커피에 이질감을 느끼는 고객에게 다른 방식을 배제하고 본인들의 방식이 최선이고 정통인 양 내세우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카페 드 람부르에서는 손님은 매니저가 맞이하고 바리스타는 안쪽에서 추출에만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철저한 장인정신과 독특한 커피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을 꼭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주소 : 8-10-15 Ginza, Chuo-ku, Tokyo
문의 : 81 3 3571 1551,
//goo.gl/maps/xg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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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마실 심재범 저 | 이지북
파란 하늘에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승무원의 카페 유람기. 커피 한 잔에서 다양하고 오묘한 맛이 나는 것처럼 세계 카페마다 특별한 맛과 멋이 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최고로 꼽히는 카페에서 느낀 그곳만의 정취와 커피의 풍미를 생생하게 기록하여 엮었다. 저자가 느낀 커피맛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저자가 특별히 프롤로그에 커피 용어를 쉽게 설명한 글을 넣어 친절하게 구성한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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