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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경, 취향의 보물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말 걸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뷰티풀 몬스터』의 저자 순수라는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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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매체’ 패션지 에디터로 17년간 일했던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의 저자 김경. 과거에 글만 지었다면 요즘은 글과 함께 집도 짓고 있다. 마흔이 되면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삶을 살자고 마음먹었는데, 타샤 튜더를 흠모한 탓인지 그녀와 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



성공을 말하는 사회에서 패배자에게 끌림을 느낀다는 작가 김경. 패배자의 정의는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물으니 김경은 되물었다. “우리 사회에서 승자가 몇 명이나 될까요? 3%도 안 되지 않을까요?” 승자가 됐다고 착각하는 순간, 또 다른 승자가 나타나고 이내 패배자가 되는 현실이다. 상처 받고 무시 당하는 괴로움을 아는 보통의 사람으로서 김경은 “패배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다는 건 인류에도 유익한 일이 아니냐”고 물었다. 또한 그들 편에 속해 있는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김구 선생은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경 역시, 동정, 연민을 긍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를 썼다.

김경은 패션지 <하퍼스 바자>의 피처 에디터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이름 난 유명인, 화려한 스타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연약한 모습이 많은 한 인간이었다. 같은 취향으로 마주했을 때 그들은 더없이 끌렸지만, 인터뷰를 하고 글을 쓰고 나면 매정하리만큼 애정도 끝났다. 평생을 살면서 변하지 않고 좋아할만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김경은 끊임없이 갈구했고 찾았고 만났으며, 결국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이현세의 ‘까치’가 아닌 고행석의 ‘구영탄’을 좋아하는 남자, 아무리 가난하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절대로 명성이나 돈에 타협하지 않은 의기양양한 패배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바로 김경의 남편이다. 에디터의 타이틀을 떼고 생계형 작가가 된 김경은 ‘도시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할 필요가 없는 이상적인 재택근무자’인 화가 남편과 혼인신고만 한 채, 강원도 평창에 터를 잡고 집을 짓고 있다. ‘벽돌 한 장도 우리 손으로’를 모토로 향수 대신 흙 냄새를 맡으면서 부지런히 돌담을 쌓고 있다. 평창의 공기 덕분에 탄생한 책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를 읽고 김경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평소 서울에 올라오는 일이 잦지 않은 저자인지라 라디오 방송 녹음이 있는 날, 어렵게 김경과 얼굴을 마주했다. 책으로 마음의 속살을 훔쳐 보았으니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 좀처럼 미사어구를 사용하지 않아서 일까, 김경의 생각이 수월히 읽혔다.

‘취향’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취향도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취향이라는 게  있을까.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 오래 사랑을 느끼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런 것들이 그 사람의 존재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누구랑, 어디서, 어떤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취향이라는 거다. 톨스토이가 취향이 인간 그 자체라고 했는데 그건 아마 이런 말이 아닐까 싶다. 태어나는 건 우리 맘대로 할 수 없지만 취향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변화시키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인생에 어떤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누구와 함께 살을 맞대고 평생을 살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누구를 사랑하는지 그 대상에 대한 취향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패배자에게 끌린다는 건 무엇일까. 취향보다 연민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연민이나 동정을 값싼 감정으로 여기는데 내 취향은 물론 도덕이나 연애관까지도 그렇지 않다. 특히나 상처받고 무시당하는 약자 편에서 그들 편에 속해 있는 자신을 긍정하는 건, 자기 자신은 물론 인류에게도 이로운 거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패배자’와 ‘패배자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사는 사람’과는 구별이 되야 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못나게 패배 의식에 젖어 사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대로 의기양양하게 사는 패배자를 좋아한다. 예의적으로 자책하고 자괴감에 늘 불행했던 카프카라는 위대한 패배자가 있긴 하지만. 그건 예술가들의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 않나?

처음부터는 모른다. 내 취향이 뭔지. 호감을 느끼고 있는, 혹은 평소 취향이 좀 나랑 맞다 생각한 지인이 패티 스미스가 좋다, 멋있다 하면 한 번 찾아보는 거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어 보고. 그렇게 계속 탐색하고 경험하고 느끼고 배워야지 자기한테 정말 좋은 걸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취향이 부딪칠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바람직할까?

그런 사람이 이웃이거나 동료이거나 친구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아 그냥 나랑 다르구나 하면 되니까. 그런데 남편이거나 아내이면 각자 자기만의 취향 속에서 고독하거나 권태로울 수 있다. 그래서도 기왕이면 배우자만큼은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면 좋다는 거다. 하지만 이왕 취향 이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서로의 취향을 긍정하고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계속 기회를 주면서.

김경의 사람 취향도 궁금하다. 분명 끌리는 사람의 공통적인 모습이 있을 텐데.

궁극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완벽하게 순수할 수는 없지만 순수라는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겸손한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 저항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돈이라는 지배로부터의 저항감도 중요하고 기업이 원하는 대로 순종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는 저항감도 중요한 것 같다.

김경이 현재 저항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빌라든 아파트든 업자들이 지은 집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집안을 내 취향에 맞게 꾸민다고 하더라도 내장재는 대기업이 만든 게 아닌가. 요즘 집을 짓고 있는데 벽돌도 문도 내가 만들 계획이다. 네팔에서 사온 천으로 커튼을 만들고 싱크대 같은 것도 직접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대도시의 숨막히는 고만고만한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기 마련인, 심지어 그렇게 조금도 아름답지 못한 곳에 살면서도 매달 은행 융자금의 압박을 느껴야 하는 그런 보통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언젠가부터 니어링 부부나, 소로우, 타샤 튜더처럼 시골에 나만의 소박한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는데, 지금 그 꿈을 실현시키는 일을 시작한 셈이다. 아마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남편과 내 손으로 직접 지을 거니까.

진정으로 고상한 취향은 결코 에르메스나 샤넬 매장에서 얻을 수 없다. 냉혹한 이 세상에서 여전히 순수와 예술을 사랑하고 연민에 이끌리는 인간적 온기에서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작가의 영감은 수치심으로부터

패션지 에디터라는 직업은 취향을 다루는 직업이기도 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후회한 적은 없었나. 에디터라는 타이틀을 버리게 된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인가?

패션지 에디터로 산다는 건, 대중이 열광할 만한 매혹적이고 황홀한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어 독자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흥미롭고 나름대로 보람도 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매달 새로운 매혹거리들을 다루는 일이 나로서는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또 내가 그런 것들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진심으로 살고 싶은 삶, 그리고 한때의 트렌드처럼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사랑하고 영속적으로 열광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결국 내 취향이 그런 대상을 찾아내서 그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장소에 정착하게 된 거다. 마감 시간에 쫓기며 경쟁적으로 일하는 직장 생활이 참 괴로웠다. 회사에 가야 하기 때문에 내 인생이 불행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17년을 다니다 보니 덜컥 공황장애에 걸렸다. 그런 상황에서 상사와 불화가 생기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회사라는 곳이 우리의 인간됨과 개성을 조금씩 조금씩 말살하는 곳이 아닌가 싶어서 용기를 내어 그만둔 거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당황스럽지 않았는지? 일을 그만두고 난 뒤, 공황장애가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은 필연적으로 늘 시간에 쫓기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동반한다. 그래서 생긴 병이었는데 지금은 터널에서도 80킬로미터를 밟을 정도로 괜찮아졌다(웃음). 비록 고속도로는 안 가고 국도만 이용하는 형편이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다.

‘망할 놈의 로고에서 헤어나는 법’이란 글에서 명품에 열광하는 대중의 취향에 대해 매우 시니컬하게 썼다. 패션지 에디터로서 활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는 아닐까.

그렇다. 천만 원짜리 발맹 재킷을 야단법석 칭송하다가 6개월만 지나면 일종의 역겨움을 느끼는 대상인 양 끌어내리고 또 다른 것에 영광하며 대중을 유혹하는 게 패션지의 본질이니까. 다행히 난 패션 기자가 아니고 책이나 미술, 영화, 인물들을 다루는 피처 기자이긴 했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매체를 진심으로 좋아하기는 어렵다는 게 늘 딜레마였다.

이 딜레마를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에서 고백했다. 현재 패션지에서 일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보면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제일 두렵고 괴로운 점이 열심히 일하는 패션지 후배 기자들 힘 빠지게 하는 내용이 제 책에 포함되어 있다는 건데, 그건 나로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괴롭고 외로운 건 내 몫인 거고. 책을 내면서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친구가 작가 에밀 시오랑의 ‘작가의 어떤 영감은 자신의 수치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인용했더라. 이 이야기에서 용기를 좀 얻었다.

‘새 코를 장만했다’ 편에서는 성형수술을 받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런 경험을 털어놓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성형 수술 권장하는 글처럼 읽힐까 두려웠지만 아름답고 싶은, 아니 적어도 볼품 없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고 싶지 않은 우리 시대 여자들의 비애를 몸소 경험한 바가 있어서 솔직하게 쓰고 싶었다. 성형 수술 과정에서 깨달은 것, 생각한 것, 느낀 것까지 모두 다.

패션에 민감한 사람이나, 겉모습의 취향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나.

간지 나게 멋있게 입으면 좋다. 옷이 때로는 신분증이나 입장권 같은 역할을 하니까. 하지만 거기에 너무 도취하거나 매몰되면 자기 자신을 잃을 수가 있다. 그걸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의 결핍감을 메우기 위한 도구로 옷만큼 허망한 게 없지 않나 하는 믿음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옷이란 가치 없이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음악이나 책, 사람은 거의 평생 영향을 미치지 않나.

인생은 짧다. 그러니까 내 말은 스물이든 서른이든 갈 길을 확실히 정했다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을 유혹의 대상으로 정해 시간을 낭비하며 쫓아다닐 여유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누구를 유혹의 대상으로 삼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자신의 전 생애를 걸어도 좋을 만큼 가치 있는 대상을 찾는 게 중요하다. (p.111)


남편의 신념, 감수성에 반했다

책을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취향 덕분이라고 말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연애를 한 걸까.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엄청난 수의 우연이 겹친 운명이지 않았을까 싶다. 서른여덟살 쯤 만났는데 ‘아이쿠 내가 저 사람을 만나려고 그동안 그렇게 실패한 연애만 주구장창 했구나’ 싶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남자다운 구석이 별로 없는 깡마르고 다소 무능력해 보이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내 눈에는 숨겨진 보석처럼 보였다. 음악이나 책, 살고자 하는 삶의 방식 같은 취향도 잘 맞았지만 인간의 가능성을 위대한 것으로 보는 그 사람의 생각이나 신념, 감수성 이런 것에 반했다. 우리 시대는 운이 없으면 누구나 금방 가난해질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사람은 물질적으로 아무리 가난해도 결코 가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흔 가까이 보람도 없이 그렇게 지치지도 않고 연애 대상을 끊임없이 물색하더니, 내가 드디어 엄청난 보물을 찾아냈구나 싶었다(웃음).

결혼을 저주받을 재앙 속으로의 몰락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는데, 현재 결혼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결혼식 따위에 쓸 돈 없다’ 이러면서 혼인신고만 했다. 혼인신고도 건강보험을 통합하기 위해서 한 건데, 앞으로도 그걸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강원도 평창에서 살게 된 후 다시 시를 읽는 즐거움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일상이 즐겁기 때문에 여유가 생긴 걸까.

서울과 평창의 차이는 안정감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에디터 생활을 할 때 1년 동안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항상 다른 곳에 있는 내 모습을 꿈꿨다. 그래서 불행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예전에 발렌시아에서 여행을 하는데, 실이랑 바늘을 사서 공원에 앉아 뜨개질을 오랫동안 했다. 그 때 느꼈다. 내가 절실하게 원하는 게 나만의 비어있는 듯한 한가로운 시간이라는 걸. 지금은 충분히 그렇게 살고 있어서 괜찮다. 행복하다(웃음).

언제 가장 행복감을 느끼나?

남편이 조금 먼저 일찍 일어나 강아지들 밥을 주는데, 내가 눈을 뜨고 아는 척을 할 때. 잠들기 전에 남편과 뭔가를 먹으면서 음악도 듣고 가끔 춤도 출 때, 행복하다. 남편을 만난 지 3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연애하는 것 같다. 24시간 느껴지는 조용한 고향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생계형 작가가 됐다. 김경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

발굴 같은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발견한 걸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조심스럽게 두려움을 품고, 그러나 미소와 함께 호의를 안고. 물론 그걸로 밥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생계형 작가답게 더 잘 썼어야 했는데 이제 겨우 2년차라 많이 설익은 걸 내 놓는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수치심을 동력 삼아 더 열심히 쓰려고 한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어떤 절박함 속에서 더 바닥까지 내려가면 더 좋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도 있다.

사랑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면, 결혼은 ‘알아본’ 그 사람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더 ‘알아가는’ 거다. 사람 한 명이 하나의 우주라는 말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평생 한 사람만을 탐구한다 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반생 동안 계속되는 우주여행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리석게도 나는 나이 마흔에 아직도 그런 꿈을 꾼다.(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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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저 | 달
사랑, 패션, 라이프스타일, 인물, 사회 등 우리 삶의 깊숙한 면면을 훑어 취향의 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우리가 진실로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면 인생이 무슨 대단한 보물찾기 같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저자 자신이 자기 영혼을 걸고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모든 경험담과 사유를 불러들여 그야말로 살아온 생애로 증명한다. 무엇보다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를 끌어당기는 놀라운 인력, 세상의 수많은 영혼 중 아무 계산도 없이 즉흥적으로 한 영혼을 선택하게 하는 힘이 취향임을 인식한다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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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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