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이후에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식당, 궁금해요? - 이유석
루이쌍끄 오너셰프 『맛있는 위로』 저자 이유석 혼자 와서 맥주 한 잔, 안주 하나 시켜도 눈치 안 줘요
저녁 시간에만 문을 여는 식당.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나의 메뉴로만 승부를 보는 식당처럼, 다수의 팬보다는 진짜 팬 몇 명을 선호하는 스타처럼. 손님이 오랜 시간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주인이 되는 일, 생각보다 어렵다. 프렌치 레스토랑 ‘루이쌍크’ 오너 셰프 이유석은 ‘밤 10시에 음식을 새로 주문하는 손님’들을 미워하지 않는 심상치 않은 심야식당의 주인이다.
요리사가 낸 책, 보통 홍보를 위한 목적이 많다. 더욱이 저자가 오너 셰프일 때, 흑심이 보인다. 대단한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으면 독자로서 살짝 억울하고, 내용이 빈약하면 그냥 홍보물을 읽은 느낌이다. 『맛있는 위로』의 저자 이유석을 만나기 전, 살짝 오해가 있었다. 꽤 매끄러운 문체였고 내용도 풍부했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슬쩍 떠보았다. 대답은 아래와 같다. “예전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일기처럼 끄적거리다가 여자친구한테 보여줬는데 책 한 번 써보라고 권하더라고요. 막상 세상에 꺼내 놓으니 얼떨떨하고 어쩔 줄 모르겠어요. 5개월 동안 틈틈이 썼는데, 1년 정도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새벽 1시에 식당 문을 닫고 2시에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나면 3시. 아침 8시까지 원고를 쓰고 4시간쯤 수면을 취한 뒤, 점심시간에 레스토랑 도착. 시장을 보고 재료를 준비하면 루이쌍끄가 문을 여는 시간 오후 6시는 금세 찾아온다. 5개월 동안 하루 중 눈 감고 있는 시간이 단 4시간이었다니!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스케줄이다. “책을 쓰다가 두 번이나 그만둘 생각을 했어요. 레스토랑 경영도 해야 하니 육체적으로도 힘든데 정신적 노동까지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가능했죠. 책을 쓰면서 가장 걱정했던 게, 책 속에 내 자신을 너무 미화하지 않을까, 하는 거였어요. 저는 주방에서 소리 지르는 셰프인데, 책에선 너무 따뜻한 사람으로만 비쳐진 것 같아서 걱정돼요.” 『맛있는 위로』을 읽고 루이쌍끄를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이유석은 경고한다(?). “책에서 거짓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제 인상에 대해 너무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아, 이토록 정직한 셰프라니!
식사 손님뿐 아니라 술 손님도 적지 않다 보니, 바(bar)에서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 한잔, 맥주 한잔씩 같이 마시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사람과 더불어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인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 『맛있는 위로』는 바로 그들과의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과 그들에게 위로가 돼준 음식들의 이야기다. 나는 심리치료사나 의사도 아닌데다 그다지 살갑지 않은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 때로는 그들에게 위로가 돼주는 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 순간 순간의 감동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 책은 그간 요리를 하면서 만났던 손님들을 음식으로 위로했던 과정에 대한 흔적이며, 앞으로 더 많은 손님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각오이기도 하다.(p.7) |
||
대화에도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존재한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상대에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을 사람은 없다.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혼자서만 이야기를 늘어놓자니 머쓱해지기도 한다. 마음을 터놓고 나를 보여주는 일은, 상대가 들어올 문을 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듣기 위해선 말해야 하고, 말하기 위해선 들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솔직히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p.193) | ||
1999년 겨울. 딱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이나 여타 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열아홉 살의 내겐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꿈을 고민해볼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요리였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가끔 집에서 음식을 만들면 꽤나 재미있었다. 어차피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그나마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전문기술을 익히면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로 어머니에게 ‘요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p.151) | ||
9,900원(10% + 5%)
12,420원(10% + 5%)
145,350원(10% + 5%)
<마스오카 조지>,<오다기리 조>16,500원(44%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