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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 지금 이대로 좋은가” - 북 콘서트 ‘품어’

작가 김선우, 김애란, 김연수, 백가흠, 한강, 최민석 진짜 살고 싶은 세상을 그려보자 ‘작가행동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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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행동 1219’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YES24가 후원한 이 날의 행사는 북 콘서트 ‘품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 가족과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문학평론가 신형철과 소설가 김선우, 김애란, 김연수, 백가흠, 한강이 모여 쌍용자동차 사태를 통해 바라본 현재 노동 환경의 구조적 문제와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준비하며, 대한민국은 지금 꿈꾸고 있다. 취업난과 고용 불안정이 해결되길,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루어지길,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길. 마치 퍼즐조각처럼 수많은 꿈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참 오묘한 그림이다. 희망의 미래를 그린 것 같으면서도, 절망적인 현재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래서 묻게 된다. 우리 사는 세상, 지금 이대로 좋은가.

‘작가행동 1219’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진짜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자고, 젊은 작가들이 성큼성큼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김경주, 김미월, 김민정, 김선우, 김애란, 김연수, 백가흠, 백상웅, 서효인, 성기완, 신용목, 이원, 전성태, 진은영, 최민석, 한강, 현기영, 함성호 등 수많은 작가들이 한 목소리로 이웃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작가행동 1219’이라는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북 콘서트 ‘품어’를 기획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사회ㆍ정치적 현안에 대한 공론장을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무지에 대한 뻔뻔함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신형철 : 2009년에 용산에서 슬픈 일이 일어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쌍용차 폭력 진압도 있었죠. 그 무렵에 젊은 작가들이 모여서 ‘6ㆍ9작가 선언’이라는 조직을 급히 꾸려서 6월 9일에 시국선언을 했었습니다. 그 때 모였던 그 마음으로 대선을 앞둔 지금 다시 한 번 모이게 되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죠.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선거라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이 사회를 조금 더 바꿔보자고 하는 수단입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서 작가들이 모인 게 아니고요. 선거라는 수단을 등에 업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좀 돌아보자, 그래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 보지 못했던 것이 있으면 같이 주의를 환기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보자, 라는 취지로 모였습니다.

‘작가행동 1219’가 북 콘서트 ‘품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느낌표의 정답이 아니다. 물음표의 질문이다. 그것이 화두가 되어 일으키는 고요한 파문 속에서 나름의 정답을 찾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다섯 작가와 나눈 우리 사회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첫 번째 화두가 되었다.


신형철 :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연수 : 무지에 대한 뻔뻔함 같은 것은 저를 우울하게 만들어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거기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알지 못한다는 그 자체가 무기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가끔씩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슬프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책을 봐야지 무지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점점 사람들이 책을 안 보게 되니까 참 슬프고 우울합니다.

김애란 : 여기저기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상황들이나 목소리가 너무 많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 같은, 그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회가 저는 좀 답답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 들어주고 있지 않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우울하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한강 :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웃음), 제가 이 자리에 오면 아마도 꼭 한 가지 말만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말이 있었어요. 꼭 한 가지 말만 골라서 드릴 수 있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용역 폭력에 반대한다는 거예요. 용역 폭력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20대를 보면서 큰 희망을 느낀다


신형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디에서 희망을 찾으시나요.

김선우 : 저의 경우에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게 정말 힘이 들어요. 쓴다는 것이 끊임없는 고통에 대한 리액션으로 나오는 것이어서 무척 힘이 듭니다. 희망이라는 말이 사실은 모호하고 관념적인 말이잖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절망이라는 말은 오히려 훨씬 더 구체적인 체감을 갖는 것 같은데, 희망이라는 말은 진짜 잘 손에 안 잡히는 말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모호할수록 현실의 구체성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 작은 노력들이 무척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상 속에서 나의 고통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내 옆의 고통을 향해서 나를 열어놓는 연습을 계속하고, 내 옆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일들을 하나씩 해 가면 훨씬 더 희망이라는 말이 가까이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어느 순간 내 몸으로 옮겨가는 작은 실천들이 우리를 끝내 희망의 편으로 견인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백가흠 : 저는 20대를 보면 큰 희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지금의 20대는 저희들이 지나왔던 20대도 아니고, 20대를 막 지나온 김애란 작가의 20대도 아닌 것 같고, 또 우리 선배들의 20대도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IMF를 온몸으로 뚫고 자라 나온 세대들이잖아요. 저는 어떤 혁명도 가능한 세대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20대에 의해서 혁명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을 만큼 굉장히 희망적이죠. 경제적인 관념도 그렇고 정치의식도 그렇고. 이 친구들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이 새롭게 깨어나는 것을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김애란 : 희망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요. 믿기 어려운 말인데 믿어야만 하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거창하고 거대하고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고통에 무감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무기나 마음이나 힘 같은 것들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고요. 저도 예전에는 삶에 대한 태도를 제가 결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만약에 저한테 아이가 있다든지 가족이나 또 다른 소중하거나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고민하고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사람 일은 하루하루에 묻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형철 :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라는 작가에게 문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연수 : 글을 쓰면서 제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조금 더 알아내려고 했던 과정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조금씩 벗어나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글쓰기가 나한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타인에 대한 이해,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 콘서트의 1부는 빠르게 지나갔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 가족과의 만남이 2부에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아꼈다. 최근 출간된 작품에 대한 소개와 낭독이 한 차례 있었을 뿐이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이창근 씨 가족과 그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작가들은 서둘러 1부 순서를 마무리 지었다. ‘작가행동 1219’의 소설가 최민석은 음악으로써 북 콘서트에 함께했다. 그가 리드보컬을 맡고 있는 밴드 ‘시와 바람’의 무대로 북 콘서트의 2부가 시작되었다.


희망을 선택한 순간, 나는 희망이 되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 씨는 부인 이자영 씨, 아들 이주강 군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자영 씨는 편지로 인사를 대신했다. 며칠 전 평택을 찾은 생명평화대행진단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써내려간 편지라고 했다. ‘생명평화대행진’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제주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유족 관련 대책기구들이 연대한 ‘SKYAct 스카이공동행동’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철폐, 강제퇴거 금지,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등을 주제로 진행한 행사다. 편지에 담긴 해고노동자 가족의 삶은 제3자로서 우리가 추측하는 막연한 좌절과 고통, 그 이상이었다.

잇따른 쌍용차 가족의 죽음을 보며 혹시라도 그 그림자가 남편을 덮치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 때문에 고인을 애도할 여유조차 갖기 어려웠다.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의 연대는 희망이기도 했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또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나도 다 안다고, 이미 다 겪었다고, 그러니 제발 내 앞에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귀를 막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할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조차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답답했다. ‘힘내세요’ 한 마디만 들어도 힘이 들었던 시간들. 이미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힘을 내라는 건지, 응원의 말을 들으면서도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이자영 : 그동안 저에 대한 치유 작업을 하면서 저의 아픔이란 것이 어느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이 고유하고 존중받아 마땅함을 알았습니다. 강정 사람, 기륭 사람, 용산 사람이면 그 경험과 고통의 깊이도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겪는 슬픔과 고통과 기쁨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고통을 기탄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신 분들 덕에 되살아났습니다. 우리가 이 아픔을 잘 견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아픔 안에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그래서 이 경험을 통해 더 평화로워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창근 : 쌍용자동차 사태는 매우 다양한 문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23명이 죽고, 2646명이 정리해고가 되고,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진압당한 것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불안정한 판 위에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쌍용자동차, 용산, 강정과 같은 곳이 재수 없어서 당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언제 어디서 균열이 일어나고 어떻게 판이 깨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극명하게 그런 사회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리해고라든지 구조조정의 문제는 명백한 인재라고 봅니다. 충분히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에요. 한 사업장에서 23명이 죽으면 이것은 사건이 되어야 합니다. 공분을 일으켜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

그들의 싸움은 너무나 외롭다. 우리의 싸움이라 부르지 않기에, 외로울 것이다. 쌍용자동차와 기륭전자의 해고사태, 용산 참사에 대한 해결책을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는 대선후보는 없다. 그것 빼고 무엇을 얘기할 수 있냐며 호통 치는 유권자의 목소리는 너무도 작다. 그래서 그들의 싸움은 외롭다. 힘내라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말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영 씨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긴 시간 쓰러지지 않고 싸움을 계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자영 : 작가님들이 희망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미 작년에 깨달은 대답이 있었어요. 제가 절망을 선택한 순간 계속 떨어져 갔었고, 희망을 선택한 순간 다시 희망이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희망을 마음먹는 순간 제 자신이 희망이 됐고 우리 가족에게 등대가 됨을 느꼈습니다. 참 오만한 생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제가 마음먹지 않으면 제 가족이 다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왔었던 것 같습니다.


연대의 시작은 고통 받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

펜은 칼보다 강하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 보아도 이따금씩 고개를 드는 의문과 무력감은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게 한다. 희망을 쓰자, 생각할 때 고개를 들고 손에 힘을 실어 펜을 쥘 수 있다. 바로 그 움직임을 ‘작가행동 1219’가 시작하고 있다.


신형철 : 23명의 죽음, 10만 명의 정리해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숫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추상적으로만 와 닿을 뿐이죠.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이고 세계 하나가 무너지는 거라는 걸 생각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문학이라는 것이 하는 일 중에 하나가 개량화 되고 수치화 되는 비극들을 각각의 비극, 불행으로 온전하게 비춰주는 것 같아요. 어떠한 고통도 이 세상에서는 늘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 같습니다.

백가흠 : 남을 보고 남의 얘기 혹은 남의 일을 글로 쓰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인데, 그게 문학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무기력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과연 문학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글로 소설로 내가 이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 찾아올 때마다 큰 무기력함에 빠지곤 하는데 그럴 때 술을 마시거나 놀러 나가서 무기력함을 잊으려고 하는 행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연대라는 것에 대해서 연습하는 첫 걸음을 뗀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이유로 뭔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우리가 너무나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살아왔고, 그러한 문제가 바로 옆에 있는 이웃의 고통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묵도하는 시간들을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연대하는 연습을 이제 막 시작했는데 그 처음은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는 그런 얘기를 듣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김선우 : 이분들은 굉장히 커다란 사회적 폭력을 당했어요.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에서 도달한 결론이, 우리 모두는 고유한 상처를 가지고 있고 존재의 치유 작용을 하고 있는 고유한 우주라는 것이잖아요. 문학이 나아가는 길도 마찬가지거든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존재하는 구체적인 개개의 고유성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할 것인가, 스스로 치유된 내가 나의 치유의 힘으로 어떻게 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을 꿈꾸는 것이 사람이 사는 사회잖아요. 힘 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으로 꺼내 놓았을 때 그것이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모호하게 마음속에 담고 있는 희망은 너무 모호해서 스스로도 확신이 생기지 않아요. 우리가 연대의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마음은 있는데 늘 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것으로부터 한 발자국만 나아가서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위를 보여줄 때, 이 사회에 엄청나게 누적되어 있는 절망감을 조금씩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연수 : 사회가 좋아지려면 책을 많이 보고, 많이 알아야 되고 느껴야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알게 된 다음에는 뭔가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책을 보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조금씩 달라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된 뒤에 어떤 행동을 하는 일이죠. 그것이 아주 간단한 행동이라고 해도 사람이 바뀌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직접적으로 힘이 될 수는 없더라도 어쩌면 저희가 바뀌는 게 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작가행동 1219’의 활동을 준비하며 백가흠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게 사회와 현실이라면 사람과 사회와 정치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문학의 구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한다.” 북 콘서트 ‘품어’를 통해 ‘작가행동 1219’는 문학의 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함께한 독자들은 사회와 현실에 대한 아프도록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고, 사람과 사회와 정치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것이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중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없이 계급을 나누고 구분을 짓는다. 저들은 나와 노동 환경이 달라서, 일의 성격이 달라서, 심지어 능력이 달라서 지금의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위안한다.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결코 내 일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닥쳤을 때 그제야 함께 싸우지 않았음을, 그래서 지켜내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생각해 본다.

‘작가행동 1219’의 북 콘서트 ‘품어’는 12월 19일까지 계속된다. 12월에는 대안공동체 운동과 문화예술 정책 등을 주제로 두 차례의 북 콘서트가 진행된다.


이자영 : 저희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신다는 게, 저에게는 저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여주시고 흡수해 주시는 것 같아서 더할 나위 없는 위로가 됩니다. 무척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쌍용차 사태가 대선 전후로 해결되지 않으면 무척 위급한 가족들이 많아요. 이 날을 기대하고 있는 가족들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인의 손에 이걸 맡기면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 같아서 다급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좋으니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창근 : 기존의 경험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해석할 수 없었거든요. 기존의 방식,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야 될 시기라고 봅니다. 거기에 예술 하는 분들, 작가 분들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고 봅니다. 상상력을 불어 넣으면 안 되던 싸움도 되고, 고착되어 있던 상황도 풀릴 수 있다고 봅니다. 충분한 상상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글들이 많이 나와서 그 지반과 영역이 넓어진다면 우리 얘기가 정말 더 많이 퍼져 나가고 있구나,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 분들의 상상력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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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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