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가 아닌 내 집을 갖기를 원한다면… - 조남호, 김창균 外 『집짓기 바이블』
건축가 조남호에게 듣는 ‘집짓기 노하우’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폭락 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은 하나같이 확실하지 않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제 주택을 재테크의 개념으로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 혹은 귀농 등으로 내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집짓기와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폭락 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전망은 하나같이 확실하지 않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제 주택을 재테크의 개념으로 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후, 혹은 귀농 등으로 내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집짓기와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은 세계에서도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비정상적인 도시’다. 이미 오래전 폭증하는 도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도입된 아파트는 이제 많은 국민의 보편적인 주거형태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흙으로 된 땅을 밟을 수 없게 되었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마당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게 됐다. 어린이들의 동화책 속에서 ‘마당에 봉숭아 꽃잎을 따 물을 들이고~’ 따위의 이야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집값이 폭락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집값으로 내 집은 꿈속에서나 그려보는 것이 전부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고 나서는 모든 것이 이뤄진 것처럼 행복하지만 그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이 대략 20~30년으로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수명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40대 혹은 50대에 아파트를 장만한다고 해도 생각 보다 너무 오래 살아버린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다시 새 집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100년 이상 된 건물에서 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유럽의 나라들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그러한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우리나라에도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의 본래 개념인 건강하고 충실한 주거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막상 집을 짓겠다는 큰 결심을 하고 나서도 막연함이 앞선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돈은 둘째치고라도 아는 것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집 지으려다가 이만저만 고생을 한 게 아니다’란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 이들을 위해 내 집을 짓기위한 건축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집짓기 바이블』이다. 최근 출간에 즈음에 대표저자인 건축가 조남호 솔토건축 소장을 비롯해 공저자인 김창균 유타건축사무소 대표 건축가 등이 여러 건축주와 함께 독자들 앞에 섰다.
독자와의 만남 자리는 각 건축가의 짧은 강연으로 시작됐다. 조남호 건축가의 ‘보편의 실험, 거주성과 구축, 깃듦의 건축’이란 제목의 강연에 이어진 김창균 건축가의 ‘집, 꿈과 현실 사이에 다리 놓기’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다. 두 건축가는 각자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물을 소개하며 건축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이야기했다. 이어진 독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질문도 나와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대표 저자인 조남호 건축가의 이야기와 더불어 현장에서 이어진 질문들을 정리해 보았다.
공급자 논리로 지어지는 아파트 현실
지난해 ‘살구나무집’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솔토건축의 대표 조남호 소장은 ‘보편적인 집짓기 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건축가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좋은 집이란 사실 요즘의 아파트와는 상반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남호 소장이 아파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잘못된 논리로 잘못 지어져 왔다’는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집이 들어설 땅을 마련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불협화음이 생긴다면 당연히 집을 짓는 일은 험로가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건축가를 먼저 만나 협의를 하는 것이다. 보통은 LH공사에서 분양한 택지지구가 좋지만 이 역시 지구단위계획에서 정하는 조항들이 무척 복잡하다. 지하공사를 할 때의 조항들, 담장의 높이와 재질까지 지자체에서 정해 놓은 경우도 있다. 허가를 하는 담당 공무원의 마인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들의 말은 100%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뭐든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넘어가야 뒤탈이 없다. 이처럼 집을 짓는 일은 어찌 생각하면 복잡하고 힘겨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완성이 된 이후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만족으로 다가온다. 집을 짓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을 더 알아보자. 참고자료-『집짓기 바이블』(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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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에 밭으로 사용하는 임야가 있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지목을 변경하려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김창균 건축가 : 지목변경은 당연히 필요한 작업인데 임야를 무조건 전환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두 가지 요소가 충족되야 하는데 하나는 도로에 접해야한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경사도와 임목도가 대지로 전환하기에 적합 하느냐에요. 경사도가 너무 급하거나 나무가 우거져있으면 안되거든요. 그 밖에도 예외사항이 있어서 토목측량회사에 의뢰를 해 보시면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저장고 식의 지하 땅굴 같은 것을 만들고 싶은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답이 없더라고요. 경제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지요.
김창균 건축가 : 땅굴은 최근에 와인창고 겸 사과를 저장하겠다고 저온 창고를 만들고 싶다고 하신 분이 있어서 제가 설계를 해봤는데요. 건축물로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같고요. 단지 공사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흙을 덮는 것이 문제인데, 흙을 안 덮으면 관에서 허가를 잘 안주거든요. 그러면 하중을 많이 받아서 건축비도 더 들어가고요. 제 경우도 결국은 아치에 볼트형 구조로 만들었는데 하중에 대한 것이나 지하를 파고 방수를 해야하기 때문에 공사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갑니다. 일반 건물보다 1.5배 정도죠. 하지만 완성 후 만족도나 사용도는 높으시더라고요(웃음).
총 건축비 중 건축가에게 지불하는 설계비는 어느 정도인가요.
조남호 건축가 : 설계비에 대해 궁금하실 거예요(웃음). 건축은 건축가 자신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거잖아요. 기업은 개인일 때와 달리 돈을 쓰는 구조가 달라지죠. 여러분들도 사업을 하는 분들은 이해 할 겁니다. 얼핏 생각하면 설계 사무실에서 왜 그리 돈이 들어가나 종이값 정도와 컴퓨터, 전기세 정도일 텐데하실 분이 많을 거에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왜그리 돈이 들어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런데 기업을 운영하려면 직원 인건비 3배는 수익을 얻어야 운영이 되거든요.
주택을 설계하다보면 보통 초기에는 한명이 합니다. 그러다 건축주 미팅이 다가오면 한명이 더 붙죠. 저희는 보통 3개월을 목표로하지만 대개 4~5개월까지 갑니다. 실 설계를 할 때는 한명으로는 좀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많은 도면을 그리니까요. 저를 빼고 계산을 해도 한명을 전제로 하면 그 직원이 250만원~300만원의 월급인데 어쨌든 4개월 정도라고 하면 약 1000만원의 인건비가 되는거죠. 거기에 인원이 더 붙는다고 하면 더 들거고요.
한편으로 비싼 공사가 아닌데 설계비를 많이 받는 게 죄송한 마음도 있지만 사무실 입장에서는 주택을 많이 설계하면 할수록 적자구조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문제 사이에서 고민이죠. 또 주택은 개별적인 요구를 철저하게 만족시킨다는 게 어렵죠. 하지만 건축가에게 그런 문제 사이에서 좋은 작업을 이뤄냈을 때 가치는 어떤 건축보다도 높아요. 건축가들에게는 도전적이고 흥분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사실은 주택 건축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금액이 이렇게 고정될 수도 있는데… 건축가들은 건축주들의 상황에 따라서 맞춰드리기도 해요. 한 주택을 가지고 사무실 운영비를 전부 회수하겠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하기도 하거든요. 또 적정 비용을 받을 수 있을 때는 받기를 원하고요. 그렇게 균형을 맞춰가죠 저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많이 줬으면 합니다. 경험은 충분한 사람들이거든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조건에서 조금만 더 고려한다면 건축가의 도움을 받아 설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어떤 건축가가 좋은지도 모를 때는 어떻게 하죠.
건축주 1 : 저도 그 질문에 공감을 합니다. 저도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오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땅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자료도 찾아봤죠. 제 나름대로 미술이 전공이라 설계도 그려봤었어요. 그런데 다 준비된 상태에서도 과연 어떤 건축가를 만날지 되게 막막했었거든요. 그러다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됐어요. 저는 건축가 문훈 씨와 설계를 같이 했거든요. 운이 좋게도 개성이 강하시고 창의적인 건축가를 만나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어쨌든 집짓기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반드시 건축가를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특별하게 해주고 공간을 잘 풀어내는 역할은 건축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건축하면서 비용이 점점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설계도 달라지고요. 원래 의도했던 대로 가기 힘들다고 하던데 집을 지으신 건축주 분들은 계획대로 잘 되셨나요.
건축주 1 : 그런 이유 때문에 건축가가 옆에서 봐 주셔야 되요. 우린 아무래도 모르잖아요. 전문가가 감리를 해주시는 거죠.
건축주 2 : 저희 같은 경우는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계약당시 견적이 나오고 진행이 됐고 추가 비용이 어떤 것이 있는지가 궁금했죠. 주로 시공사가 주는 견적서는 집 외곽에 들어가는 공사, 마당 담장이 포함이 안되있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집 170만원 들었습니다. 보통 중소기업 창호 많이 사용하시는데 창호를 중시하면 비용이 더 들어가고요. 시공사에서 준 견적서에서 1077만원 추가로 들었네요. 그런 것을 감안하셔야 해요. 저는 주변에 질문을 해오면 이렇게 말씀드려요. ‘당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보로 예산을 잡아라 그리고 거기에 5천만원을 더하라’ 기간과 예산을 넉넉하게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남호 건축가 : 설계와 시공과의 관계를 말씀드리면 전체적인 구조가 보이실 듯 한데요. 설계는 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합니다. 계획설계를 하는단계는 원하는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거고요. 그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그 다음 단계는 허가에 들어가면서 설계사무소는 실시설계를 하게 됩니다. 시공을 위한 도면이죠. 여러 가지 구체적인 재료 등이 정해지죠. 좀 더 자세하게 한다면 어느 회사에 어느 제품까지도 규정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설계를 아무리 자세히 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전혀 안 바뀔 수 없습니다. 특히 땅과 만나는 경계면에서는 그렇죠.
이런 경우는 있어요. 국산 타일이 한 4만원인데 어디서 질 좋은 타일 제고가 있어 그 가격에 구할수 있다면 품질이 올라가겠죠. 금액의 변화가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은 설계에서 정한 기준 안에서 변화가 있더라도 건축가가 그 정도 가격 안에서 맞춘 거예요. 그러면 공사 금액은 처음 목표치와 거의 맞출 수 있죠. 그리고 계약을 할 때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공사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항목들에 대해서 유추해 볼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가구 같은 경우 붙박이라면 공사비에 들어가고 책상이나 식탁은 안들어가겠죠. 각종 전기기계나 가스 같은 인입비도 공사비에 넣는 회사도 있고 안넣는 회사도 있고요. 그런 항목들을 유추해 보면 이집을 지을 때 총 얼마가 소요되는지를 알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저는 크게 예산을 벗어나지 않고도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택에서도 시공부분 뿐만 아니라 설계상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들을 보증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있나요. 또 생애주기에 맞춘 설계를 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조남호 건축가 : 생애주기라 함은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식구의 변화 등을 고려해 방의 수를 조절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겠죠. 저도 그런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실제 그렇게 하면 소음이 문제가 되곤해요. 가변적이라고 하면 매력적이지만 그게 일으키는 문제도 있어요. 그러면 어느 한 시대도 만족시킬 수 없는 경우도 있죠. 오래된 가치를 유지하는 것과 시간이 지났을 때 활용될 수 있을 문제는 같이 논의하면서 나중에 증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김창균 건축가 : 요즘에는 보증보험제도가 잘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설계사 건축주 간에 보험료가 누가 낼 거냐의 문제가 있죠. 그래서 주택의 경우 계약서에 하자보증기간만 결정하고 골조에 대한 것은 몇 년, 이런 식으로 명시를 합니다. 그것마저도 명확하게 하시겠다면 설계하자에 대한 보증보험, 시공하자에 대한 보증보험을 가입하시면 됩니다. 물론 시공사와 설계사에 논의가 필요하죠. 사실 큰 돈은 아닌데 미묘한게 있어요(웃음). 우리나라도 점차 토착화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잘못됐더라도 서로 간에 큰 비용부담 없이 하자보수를 할 수 있게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긴 하죠. 특히 요즘 관공서는 아무리 작아도 보증보험을 가입하게 돼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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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집짓기 삼자대면! 가을부터 시작된 이 책의 집필은 이듬해 늦봄에 완성됐다. 누구라도 짐작하듯,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의 첫 만남은 다소 어색하고 애매했다. 한쪽의 주장이 다른 쪽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배려와 조심스러움이 이 책의 필요성을 반증했다. 과연 모든 속내가 드러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