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가면 1명만 살아 돌아오는 이상한 연못 - 『괴담』 방미진 인터뷰
괴담 속에 20대 초반의 그 무대가 들어가 있었다
솔직히,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도 분명 있다. 학교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어둡고 무서운 공간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 뿐이다. 학교가 배경인 밝은 이야기도 쓴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그래서인지, 요즘 자주하는 생각은 다음 세상에선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가능한 생명이 있는 것으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스터리한 책 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로 존재하고 싶다. 요즘 내가 떠올리거나 쓰는 이야기들은, 어쩌면 다음 생에 내가 살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어떤 작품인가, 작품을 쓴 계기가 있다면?.
글쎄, 어떤 작품일까? 독자들에게 스펙트럼처럼 던져져, 다양한 빛깔을 내뿜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첫 번째 계기. 20대 초반에, 백련지에 구경을 갔었다. 백련으로 뒤덮인 거대한 연못이 아름다우면서도 무섭고 기괴하게 느껴졌다. 그 이미지가 무척이나 강렬해서 그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날 떠올린 이야기로 ‘공갈가시’라는 단편을 쓰기도 했지만, 그 이야기는 폐기처분 했다.)
두 번째 계기. 몇 해 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두 명의 여자아이가 사진을 찍는 모습과 함께, 『괴담』의 줄거리가 떠올랐다.
합체. 쓰다 보니, 괴담 속에 20대 초반의 그 무대가 들어가 있었다.
방미진 작가 (출판사 제공)
『손톱이 자라날 때』와 마찬가지로 『괴담』도 공포스릴러물의 느낌이 강하다. 특별히 이쪽 장르를 선호하는 편인가? 즐겨 읽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소설가가 있다면 말해 달라.
공포문학에 빠지게 된 건,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를 읽고 부터다. 그 이후에 점점 영역이 확대되어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주문이 많은 요리점』, 사노 요코의 그림책인 『100만 번 산 고양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같은 작품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그 외에도 이토준지의 단편만화들, 포우 『검은 고양이』, 온다리쿠 『여섯 번째 사요코』, 앤드류스 『다락방의 꽃들』,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좋아한다.
친구 간 경쟁이 학교를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만든다, 는 식의 설정은 공포영화에서는 다소 흔한 편이다. 영화는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이용하여 공포감을 조성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 소설은 이러한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가.
굳이 공포감을 조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공포라고 하면 깜짝 놀라거나 자극적인 영상을 떠올리는데, 그런 류의 공포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스토리나 이미지,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편이라 글을 쓸 때도 그 점에 중점을 둔다. 한마디로 안 무서운 공포를 좋아한다.
고민은, 공포물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안 보려하거나, 판단하는 독자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정말 공포다.
작품에서 숫자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성악부 내부에서 이뤄지는 경쟁에서나, 치한과 보영 그리고 미래의 관계인 3이 그러하다. 1, 2, 3 이 숫자에 각각 어떤 의미를 담았나?
3이라는 숫자는 안정적이며 이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평화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욕망을 잘 표현하는 숫자라 느꼈다.
『괴담』은 학교 근처에 있는 연못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연못은 2명이 가면 1명만 살아 돌아올 수 있다. 연못은 학교를 상징하는 듯하다. 본인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이었나?
솔직히,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도 분명 있다.
학교가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을 어둡고 무서운 공간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이야기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 뿐이다. 학교가 배경인 밝은 이야기도 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있다. 예를 들면, 치한이나 인물이 그렇다. 이에 비해 다른 인물의 이름은 다소 평범하게 느껴진다. 특별히 치한, 인물의 이름을 특이하게 지은 이유가 있는가?
처음 설정에서는, 독자들이 치한을 스토커로 의심하게끔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치한이다. 하지만 복잡한 이야기에 그런 자잘한 트릭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아, 원래 설정과는 달리 독자들이 스토커가 누구인지 눈치 채기 쉽게 썼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나서 다시 보니, 그 자잘한 트릭을 살릴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인물은, 이름이 없다.
왜냐하면 소제목 그대로 무대 밖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 인물을 넣은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담』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호의가 악의를 만나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인물은 ‘호의’ 선한 마음을 담당하고 있다. 중심 줄기는 아니지만, 다른 각도의 줄기를 찾는 것도,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으로 독자와 공유하고 싶었던 주제의식이라든지, 감정이 있었나? 예를 들어, 시원한 여름을 나고 싶었다든지. 대한민국 교육에 산적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든지. 자유롭게 말해 달라.
내 작품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공유다. 즐겁게 썼고, 재미있게 읽히길 원했다. 그리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기다려주는 독자가 늘어난다면 행복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지금 집필 계획 중인 작품이 있다면 알려 달라.
독자들이 다음 작품을 써 주길 바라는, 기다려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10년 정도 묵혀두기만 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비밀스러운 저택이 등장하고, 미스터리한 인물이 나온다.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고 어두운 환상을 펼쳐 보이는 매력적인 인물을 중심에 두고 욕망이 오가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몇 번인가 시도했지만, 번번이 써 내지 못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 낼 실력이 되는지 의심스러웠고, 독자층을 설정하기도 애매하고, 장르를 구분하기도 어려운 이 이야기가 출간될 수 있을 지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충동이 용기를 불러와 나에게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호러동화집을 계획 중이다.
예전부터 정통호러 스타일의 동화를 꼭 써 보고 싶었다.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로망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두 편밖에 못 썼다. 작품들이 다 모이면, 묶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 이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내가 썼던 것 중에서 제일 무서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괴담』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불안한 십 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나’를 친구보다 앞서 각인시키기 위해, ‘그저 그런’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첫 번째’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해야 하는 호러 상황 속에 우리는 서 있다. 그래서 『괴담』 속 인물들에게 첫 번째 자리를 위협하는 두 번째 아이들의 등장은 호러 자체였다.
1979년 울산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 창작동화로는 최초로 미스터리 호러 동화라는 평을 받은 『금이 간 거울』, 사춘기의 불안과 공포를 강렬하고 환상적으로 그려 낸 청소년소설 『손톱이 자라날 때』로 독특한 색깔을 구축하며 독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쓴 책으로 『형제가 간다』, 『비닐봉지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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