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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도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으면…” - 김이율 『필통』

‘Feel’이 ‘通’하는 이야기 “필통(Feel 通)의 최고점은 창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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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김이율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한 독자가 우스갯소리로 『필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검색창에 책 제목을 입력하면 문구류가 먼저 보여 진다는 것이었다. 한글로 적은 책 제목 『필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필통? 도대체 무엇에 대한 이야기란 말인가.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의 마음을 훔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잠깐, 다시 생각해 보자. 마음을 훔치는 것이 반드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던가? 무언가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고 머릿속에 깊은 각인을 남겼던 경험을 떠올린다면, 의외로 그 일들은 찰나의 순간에 벌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음을 빼앗기는 시간은 길지 않다. 짧은 한 마디의 말, 한 줄의 글이면 충분하다.

마술과도 같은 그 일이 작가 김이율에게는 전문 분야다. 국내 유명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던 경력 때문일까, 아니면 시를 쓰며 언어 자체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고민했기 때문일까. 작가의 새 책 『필통』에서도 기발한 발상과 재기발랄한 표현은 여전히 이어진다. 그 마술을 부리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영어의 ‘Feel’과 한자의 통할 통 ‘通’을 조합했죠.
글의 ‘결’과 흐름이 『필통』이라는 제목과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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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4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김이율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한 독자가 우스갯소리로 『필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검색창에 책 제목을 입력하면 문구류가 먼저 보여 진다는 것이었다. 한글로 적은 책 제목 『필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필통? 도대체 무엇에 대한 이야기란 말인가.

“필통 안에 있는 연필이나 볼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그것은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1차적으로 필통을 떠올렸고요. 그 의미만으로는 재미가 없으니까 영어의 ‘Feel’과 한자의 통할 통 ‘通’을 조합했죠. 제목만 잘 지어도 사람들에게 소구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에 실린 글의 ‘결’과 흐름하고도 『필통』이라는 제목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듯 『필통』에는 ‘느낌이 통하는’ 이야기, 서로 소통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생과 세상, 일상과 순수, 꿈과 사랑, 사색과 변화 등 여덟 개의 소주제 안에서 느낌이 통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팁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간단명료하다. 길게 풀어 쓰지 않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한 페이지 안에 담기는 짤막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책장은 쉽게 넘어간다. 출퇴근 길에,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더라도 무리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어느 부분부터 읽더라도 흐름에 방해받지 않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의 표현과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장은 가볍게 넘어가되,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는 않는다. 작가의 역발상과 유머가 담긴 부분을 읽으며 킥킥 거리다가도, 본질을 꿰뚫는 한 줄의 문장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떤 경우이든 ‘통통 튀는, 신선한 표현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경쟁력이 되는 것은 남들과 다른 것이고, 그것이 사회에서 통하고 자신의 기반이 된다.’는 작가의 예상은 적중했다.


필통(Feel 通)의 최고점은 창조력인 것 같아요.
너무 멋있게 쓸 필요 없어요.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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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라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 창조인 것 같아요. 정치적 색깔이 다르고 사상이 달라도, 그 사람이 기발한 생각을 하면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인정을 하게 되죠. 그런 것처럼 필통(Feel 通)의 최고점은 창조력인 것 같아요. 내가 너를 알고, 네가 나를 아니까 우리는 소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승복할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하지만 창조력 앞에서는 누구나가 자신이 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창조로써 사람을 굴복시키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상위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는 창조적인 발상과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너무 멋있게 쓸 필요도 없고,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섞어가며 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 역시 처음 시를 배우고 쓸 때에는 한자를 많이 쓰고 일부러 어려운 표현들을 쓰기도 했다. 그것이 뭔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시라고 느꼈었다. 대학 졸업 후 전주에서 ‘청년문학패’ 활동을 할 때였다.



“물론 그것도 과정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사어구가 없어도 편하게 쓰는 것이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창조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스스로 더 어렵게 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저도 국어사전을 펼쳐 보면서 어려운 단어를 찾아가며 일부러 쓴 적이 있어요. 그러나 공감을 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필요가 없어요. 편안하게 쓰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일기처럼 쓰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의미 부여를 해야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또 다른 문제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광고 카피도 자신의 느낌으로 쓰는 것이지만 일차적으로 광고주가 좋아해야 하고, 두 번째로 소비자가 좋아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광고 카피가 아닌 다른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맞춰서 쓰는 가운데 특별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내 안에 있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더 치열하게 쓸 수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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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손꼽히는 유명 광고회사를 스스로 그만두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예전에는 느낌으로 썼다면 이제는 만들어 내는 것이 많다고 했다. 쓰고 싶으면 쓰고 느낌이 없으면 안 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요청받은 주제에 대해 정해진 기한 내에 글을 써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초기에는 이렇게 ‘짜내는’ 것이 진정한 글인지, 느낌을 가지고 써야하는 것인지 고민하기도 했다.

“예전에 안철수 교수님께서도 ‘안철수 연구소’ 재직 시절에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원고 청탁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부러 컴퓨터 관련 잡지에 자신이 기고를 하겠다고 약속을 잡으셨대요. 그 시간에 만들어내는 거죠. 글 쓰는 훈련도 하면서 더 치열하게 연구도 하신 거에요. 그 기사를 보고 제가 고민했던 것에 대해 실마리를 찾았어요.”

그 시간들을 통해 지금의 방식에 훈련이 되었고, 글을 쓸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은 자신의 안에 있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오히려 더 치열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활동할 때에는 연출자가 세워놓은 배우 같은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전업작가로 전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작가색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이름을 내걸고 그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이야기를 건네는 『필통』은, 작가의 바람처럼 창조적인 표현으로 독자와 ‘느낌이 통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공감과 감동, 창조와 수용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한 끝에 거둔 수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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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Feel通 김이율 저/송진욱 그림 | 대교북스

『필통』에는 유쾌하고 특이한 발상과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짧은 글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보는 눈을 길러 주고, 전혀 다른 시각을 전하는 인생 지침서 역할도 한다.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파격적인 글이 하나로 엮어 관심 없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일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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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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