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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왜, 아들을 죽였을까? -『권력과 인간』정병설

‘아버지는 왜, 아들을 죽였을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이유는? 반역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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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죽음은 크게 당쟁이상설, 정신이상설(병증설) 등으로 학계에서 분분하게 논쟁과 논란을 이은 가운데, 정 교수는 반역설을 내세웠다. 『한중록』 등 다양한 사료를 토대로 근거와 해석을 내놓았다. 그것을 인터넷에 연재했고, 『권력과 인간』으로 묶었다. 250년이 흐른 지금의 시간, 지난 3월22일 서울 상암동에선 『권력과 인간』의 저자 정병설 교수 강연회가 열렸다.

인간의 본디 모습은 균열을 통해 드러나곤 한다. 일상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무엇도 특정한 사건, 즉 균열 앞에 민낯으로 나타난다. 1862년 윤5월,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500년 조선왕조의 균열. 왕이 세자를 죽인,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엄청난 사건이었다. 정병설 교수는 인간의 본질에 들어갈 수 있는 적합한 주제라고 보고 그것을 파헤쳤다. 균열을 통해 속살이 드러나는 법이니까. 그래서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견들이 백가쟁명식으로 펼쳐졌다. 특히나 조선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대 중의 하나인 영정조 시대, 이토록 비극적인 죽음이라니.

사도세자의 죽음은 크게 당쟁이상설, 정신이상설(병증설) 등으로 학계에서 분분하게 논쟁과 논란을 이은 가운데, 정 교수는 반역설을 내세웠다. 『한중록』 등 다양한 사료를 토대로 근거와 해석을 내놓았다. 그것을 인터넷에 연재했고, 『권력과 인간』으로 묶었다. 250년이 흐른 지금의 시간, 지난 3월22일 서울 상암동에선 『권력과 인간』의 저자 정병설 교수 강연회가 열렸다. ‘아버지는 왜, 아들을 죽였을까?’를 주제로 인간의 본질을 엿봤다.


“사도세자의 죽음, 인간의 본질 파악에 적합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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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역사학자 아닌 국문학자다. 그래서 전제를 둔다. 역사학자와 다르게 역사를 해석하는 부분도 있으리라는 것. 그가 사도세자의 역사에 들어간 이유는, 사도세자를 향한 특별한 애정, 아니다. 『한중록』 때문이다. 국문학의 대표적 고전산문. 그에 의하면, 『한중록』에 대한 연구, 그리 많지 않고, 읽기도 쉽지 않다. 7~8년 전부터 작심하고 읽었다. 텍스트를 비교하고 어휘를 찾았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과 대조했다.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작년에 『한중록』을 냈다. 자부심이 있다. 50년 내 이런 책 나오기 어려울 거다. (웃음) 그만큼 정성을 쏟았다.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 때문에라도 그랬고, 출판사에서도 상당 액수를 투자했다. 사명감 없이 만들 수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50년 안에 그런 책을 상업적인 출판사에서 내기 어려울 거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들으면 반드시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다. 사인이다. 왜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을까? 왜 그것도 뒤주에 가두어 죽였을까? 사도세자의 죽음을 가장 자세히 해명한 자료는 혜경궁이 쓴 『한중록』이다.”(p.4)



그는 『한중록』에서도 제1부를 꼭 보라고 권한다. 문학적으로도 훌륭하고 재미만 따져도 충분한 의미가 있단다. 혜경궁 홍씨가 망한 친정(노론)을 변호하기 위해 쓴 것이라 믿을 수 없는 책인데, 왜 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는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덕일 씨가 『사도세자의 고백』을 냈는데, 그 책은 나와 글 쓰는 관점이 다르다.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신원하겠다는 취지로 쓴 이덕일 씨의 책을 읽었더니 사관의 차이가 아닌 사실 관계가 틀린 게 많이 보였다. 문제는 가설이 있으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 근거가 사료에 합당하지 않은 해설이었다. 심지어 사료를 왜곡한 것도 많이 발견됐다. 그 책은 대중역사서라 나와는 길이 다른데, 나는 하나하나 근거를 뒀다. 이덕일 씨의 책은 어떤 것은 밝히고 어떤 것은 밝히지 않더라.”

그가 보기에 인문서와 학술서와 다르다. 학술서는 가능성을 계속 따지나, 대중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곧장 지른다. 그는 이덕일 소장(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과 펼친 논쟁도 잠시 언급했다. 그는 이 소장이 사도세자 죽음의 배후로 내세운 당쟁희생설에 대한 비판 논문을 냈었다. 논쟁이 붙었고, 이 소장은 1년 뒤 개정판을 낸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의 서문을 통해 정 교수를 비판했다.

“그때 (나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이 있었다. 내 책에도 틀린 게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그 분에게 던진 질문은 맞는 근거를 대보라는 거였다. 이 책은 논쟁 중이라, 비판하고자 하는 분도 분명 있을 거다. 이 책, 논쟁을 의도해서 낸 건 아니다. 자료를 보다가 빠져들었다. 난 텍스트를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학자다. 『한중록』이 다루는 사도세자의 죽음이 인간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줬다. 인간학을 한다고 말하지만,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겠나. 모든 모습이 늘 같을 수는 없는 게 인간이다. 그걸 다 알아야 인간을 알 텐데, 사람 속을 보는 게 어디 쉽나? 대중서는 대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두 부류로만 나누고자 한다.”

그는 사도세자의 죽음이 인간의 본질에 들어가기에 적합한 주제라고 봤다. 권력 최상층의 세계는 알기가 더욱 어려운데, 사건을 통해 그것이 드러나곤 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균열이다. 균열을 통해 속살이 드러난다.

“요즘 그런 이면을 드러내는 순간이 어딘가. 화목해 보이는 창업주 가족들이 창업주가 죽고 재산 때문에 소송하고, 싸우고. 그걸 통해 우리는 속마음을 알 수 있다. 사건, 즉 균열을 통해 드러난다.”


“반역죄, 사도세자의 죄명!”

조선왕조, 세자의 죽음은 대형사건이다. 이면이 드러날 수 있는 계기다. 세자는 소조라고 불렸다. 작은 임금이라는 뜻이다. 즉, 큰 임금이 작은 임금을 죽인 것이다. 이 사건, 당시 사료를 봐도 속을 알기는 어렵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였던 것이다.

사도세자의 죽음. 정 교수는 ‘반역죄’를 호명한다. 그렇다고 처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단다. 앞선 연구나 조사가 부각시키지 않았기 때문. 물론 사도세자가 반역했다는 말, 한 마디도 없다. 그가 그렇게 붙였다. 사료는 그렇게 이해하도록 적어놓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도세자를 죽인 도구인 뒤주는 한중록이나 실록에서 ‘일물(一物)’이라고 표현한다. 즉, 어떤 물건이다. 사람들은 뒤주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어떤 물건이라는 표현도 쓰면 안 됐다. 특히 영조 앞에서는. 실록에도 민감한 부분은 안 쓴다. 가령, 영조는 걸핏하면 임금노릇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의 문법으로 임금이 그러면 사력을 다해 말려야 한다. 실록에는 그렇게 말하면 ‘차마 듣지 못할 하교를 하셨다’고 표현한다. 그걸 해석해야 한다. 맥락을 고려해서 읽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아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사도세자의 사인과 직접 연관된 세자의 죄에 대해서만은 아주 완곡하게 표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중록』을 오독했다.”(p.4)



그는 인정한다. 『한중록』, 한계를 가진 사료다. 개인의 기록이다.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이 바뀐다는 것. 특히 한중록처럼 정치적으로 이해가 얽힌 것이라면 개인의 이해에 더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기록을 볼 때 한 쪽의 주장을 보면 다른 쪽의 주장(기록)도 봐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서 두 견해 가운데 공통적인 부분이 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한중록』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혜경궁 홍씨의 지위를 일컬음이다. 혜경궁 홍씨는 70년을 궁궐에 있었다. 대왕대비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나는 『한중록』을 혜경궁 혼자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상층 권력에 있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책을 쓰겠나. 지휘하고 감독하고 감수했을 것이다. 『한중록』을 쓸 무렵, 자기 가문에게 시켜서 수천 통의 자료를 정리하게끔 한다. 주석을 해석하면서 놀란 건, 사실 관계가 매우 정확하다는 거였다. 개인의 수준을 넘어선 집체 작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쟁희생설, 사료의 오독”

『권력과 인간』은 사도세자의 죽음 뿐 아니라 조선왕조에서 일어난 일을 드러내고자 했다. 정 교수에 의하면, 사도세자 당쟁희생설은 조선 후기부터 있었다. 억울하게 죽었다며, 특히 영남에서 상소가 많이 올라왔다. 세자가 현명했고 훌륭했으며 광증이 있었으리라 생각할 수 없으니 모함이 있었다는 뉘앙스. 정조는 그것을 근거로 사도세자의 신원에 나섰다는 거다.


당쟁희생설은 사료를 잘못 해석해서 나왔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사도세자에게 죄가 있다는 것은 노론일파의 것이요, 죄가 없음에도 죽은 것은 남인일파의 것으로, 이는 잘못됐다고 부연한다.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한 당파의 문제는 노론과 소론이 아닌 노론 시파와 벽파가 핵심이라는 것. 즉, 부흥파와 공은파의 싸움이었다.

『사도세자의 고백』에선 혜경궁 홍씨의 친정과 정적인 정순왕후 파, 모두 노론인데 한 패로 묶었다. 정치사를 왜곡해서 무리한 해석을 한 거다. 광증설은 해독을 잘못한 것이다. 『한중록』을 보면 광증에 대한 기록이 있긴 하나, 죽기 전까지의 기록을 꼼꼼하게 읽지 못했다. 혜경궁 홍씨가 고급 정보원이나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 「영조실록」에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한 단락 정도가 있을 뿐이다.”

졸기를 보면 사도세자가 발작(병)을 일으키면 이성을 잃는다고 썼다. 그는 여기서 맥락을 읽으면 무슨 병인지 알 수 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정신병이 아니라고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 중요한 것은 조선시대에는 미친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돼 있었다. 조선시대 법전은 미친 사람을 감형 시켜서 유배를 보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광증설은 근거가 떨어진다. 특히나 미쳤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것이 가능했겠냐는 것.



“일반불안장애, 강박장애, 충동조절장애 등으로 신음하던 세자는 1760년부터는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 길에 사람이 없는데도 사람이 보인다며 두려워했다. 사고장애 곧 정신분열증까지 생긴 것이다.”(p.179)



“「영조실록」을 보면 영조가 사전 작업으로 사도세자를 폐세자 시킨다. 임금을 죽일 수 없으니까. 세자에서 폐위시키는 것은 사회적 죽음이다. 죽음과 똑같다. 폐위시키면서 너 이제 끝이야,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문서화 시킨다. 세자를 폐위시키는데도 절차가 있다. 정당성을 대외에 공표하고 청나라에 알려야 한다. 그러면 그 기록이 있을 것이다.”

「영조실록」, ‘폐세자반교’라는 단어는 있으나 내용은 없다. 왜 이런 중요한 기록을 실록에서 빠트렸을까? 그는 여기서 냄새를 맡았다. 『권력과 인간』에는 없으나, 최근 냄새의 근원을 확인했다. 영조는 영혼의 목소리, 왕비의 목소리가 들리느냐고 신하들에게 묻는다. 신하들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있는데, 영조는 영혼의 소리를 들었다며 판결을 내린다.

“지난주 공부를 통해 짐작을 했다. 「영조실록」을 만드는 과정을 적은 논문이었는데, 특이한 내용이 있더라. 실록은 임금이 죽으면 다음 세대에 만든다. 영조실록은 정조 때 만들어졌다. 정조가 특별한 부탁을 한다. 사도세자가 죽기 직전인 1759~1762년, 1776년 이전의 몇 년, 1773~1776년의 기록 총 9년의 기록을 이휘지, 한 사람에게 맡긴다. 실록편찬에 관해 임금이 개입하는 건 부당하다. 그런데 한 사람에게 특별한 권한을 줬다. 끝나고 실록에 대해 토 달지 말라는 이례적인 명령도 내린다.”

그렇다면 이휘지는 누굴까? 그는 골수 노론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특정한 시기의 실록 편찬을 맡겼다는 것. 정 교수가 맡은 냄새의 정체다.

“공교롭게도 정조 때 영조 때 만든 경종실록을 개정한다. 경종실록 개정판을 내는 조건으로 아버지를 약하게 다뤄달라는 빅딜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조는 정직만으로 통치한 사람이 아니고 필요에 의해 거래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폐세자반교’가 영조실록에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정조는 아버지를 위해, 또 왕실을 위해, 그리고 당연히 자신을 위해 사도세자의 추숭 사업을 벌였다.”(p.18)



사도세자의 죽음, 정면으로 직시하라

사도세자가 죽인 사람만 100명을 넘었다. 하루에 6명을 죽였다는 기록도 있다. 아랫사람 고문하고 불로 지지고 기생과 비구니까지 불러서 놀았다. 그러나 그는 세자였다. 문제, 없었다. 그러다 심각해지기 시작하는 건, 어머니 선희궁을 죽이려 했다. 선희궁, 자신의 안위보다 임금까지 위기에 처해 있기에 고민했다. 그런데 그 내용, 폐세자반교에 없다.

폐세자반교의 결론은, 영조가 처분을 내린 것은 사도세자의 광증 때문이 아니다. 아들이 임금인 자신을 위기에 빠트리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 『한중록』에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온다. 죽기 전전날 밤, 세자가 물에 젖어 웃대궐로 가려다가 지쳐서 돌아왔다는 기록. 세자, 평소 칼을 들고 가서 아무렇게나 해버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버지였다. 맥락상 세자는 아버지를 계속 욕한다. 칼을 들고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싶다. 정 교수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세자는 칼을 들고 아버지를 죽이려고 간 것이다.

“세자는 혼자 안 다닌다. 무사들을 대동했겠지. 밤에 세자가 반쯤 미쳐있는 거다. 아마 비가 와서 정신이 번쩍 들어서 돌아왔을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영조가 결심했다. 맥락이 그렇다. 다른 여러 문헌에서도 세자의 죄를 계속 얘기한다. 물론 세자의 비행이 많다. 그러나 살인, 강탈, 뇌물죄, 경제사범으로 세자가 죽을 순 없다. 반역죄밖에 없다. 정황도 다 있고. 새 학설도 아니다. 나는 해석했을 뿐이다. 학자들이 학설로 제대로 내지 않고 대중서로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그 죽음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하고 연구한 적이 없는 거다.”

그는 고생하고 노력만 하면 예전 사람이 못 찾은 것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해석도 노력한 결과로, 그것이 왕조의 이면과 인간의 본질에 좀 더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영조도, 정조도 되고, 사도세자도 되고, 선희궁도 됐다.

“아들을 죽여야 했던 선희궁이 굉장히 괴로웠을 것이다. 그녀는 아들의 3년 상이 끝나던 달, 죽었다. 왕조실록에는 병으로 나와 있다. 나는 심정적으로 자살로 본다. 심증은 있다. 『혜빈궁일기』라는 자료가 있다. 주석을 하면서 1764년 7월을 보니 자살로 심증을 굳혔다. 그녀의 지병에 대한 구절이 전혀 없다. 조심스럽게 자살에 심증을 둔다. 책을 쓰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졌다. 참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준 사건이다. 여러분도 그런 부분을 쫓아서 보면 좋을 것이다.”



“사도세자는 반역죄로 죽었다.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다지만, 그래도 영조는 자식의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것을 영 모르지 않았다.… 영조는 누구보다 크게 분노했고 아들을 반드시 죽이려고 들었다. 권력의 속성 때문인지 개인의 성격 때문인지, 자식을 사랑하는 보통 아버지의 눈에는 아쉬움이 남는다.”(p.218)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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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답변

『권력과 인간』이 제목이지만, 인간의 이면을 보고자 했다. 요즘 역사학계는 역사를 통해 너무 교훈을 앞세운다. 교훈을 맞추려고 역사를 보는 것 같다. 역사는 좀 더 복잡한 가르침이 있을 것이다. 나는 교훈을 쉽게 찾기보다 역사 텍스트가 찾는 메시지를 더 찾고 싶다. 예를 들면 ‘권력은 인간을 황폐하게 만든다’, 이런 결론이 나올 것이다. 이런 빤한 결론을 위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나는 권력 자체를 욕망으로 봤다. 누구나 권력을 갖고 있다. 권력은 여러 형태로 존재하고 권력 자체로 하나의 욕망이다.

‘권력욕을 버리라’는 훌륭한 교훈은 안 믿는다. ‘권력에서 헤어날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렇게 봐야한다. 인간이 권력욕을 컨트롤 하긴 어렵다. 버리라고 해서 통할게 아니고 어떻게 컨트롤 할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한 적이 없는가. 남이 아닌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 나는 권력에 대한 욕심은 타고난다고 보고 권력의지 또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질문

책을 보고 드라마 <동이>이 떠올랐다. 사극 드라마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답변

나는 사극을 못 본다. 이유가 있다. 눈에 걸린다. 최근 <해품달>에서 임금이 금관자를 붙이고 나온다. 금관자는 하급 문신들이 붙이는 것이다. 즉, 계급장 역할이다. 작고 무늬가 없을수록 고위층이 달았다. 임금이나 세자는 민옥관자를 붙인다. 김수현이 그렇게 큰 것을 달고 나오니, 저 놈이 임금이라니 죽일 놈! (웃음)

그래서 사극을 못 본다. 얘기는 듣는데, <동이>는 좀 더 연구가 철저히 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숙빈 최 씨 출신에 대해선 자료가 없는데, 전해지는 설에 대해 근사치가 뭣일까? 분명한 건 동이는 하급내인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런 토대위에 사극적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본다. 알면 알수록 더 못 본다. 나도 사극을 보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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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 정병설 저 | 문학동네

문학동네 까페에서 매주 연재되며 독자들과 실시간 지식 소통의 통로가 되어 준 「우리 시대의 명강의」프로젝트 두 번째 책, 『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이 출간되었다. 매주 수요일 연재된 정병설 교수의 『권력과 인간』은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18세기 궁궐사를 꼼꼼히 읽어나가 많은 이들이 '역사 인식의 틀'을 넓힐 수 있게끔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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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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