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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이고 피해의식없는 음악인으로 남고 싶다” - 윤병주 인터뷰

“에릭 클랩튼은 내게 엄청난 감명을 주는… 그런 의미가 있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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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1세대로서 시장의 만고풍상을 모두 겪어 왔다고 해도 모자란 표현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윤병주는 ‘내 음악’이라는 자존심으로 로다운30이라는 굴지의 밴드를 이끌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자 하는 마음,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인디 1세대로서 시장의 만고풍상을 모두 겪어 왔다고 해도 모자란 표현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윤병주는 ‘내 음악’이라는 자존심으로 로다운30이라는 굴지의 밴드를 이끌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자 하는 마음,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공감의 시간이었다. 록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홍대 음악 시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팬들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저변은 변함이 없어요”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감상에 대한 이야기들. 큰 욕심 또한 없어보였다. 과소평가 받고 싶지도, 그렇다고 과대평가 받고 싶지도. 그는 있는 그대로의 윤병주로 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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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밴드가 결성한지는 시간이 지났지만,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답변

노이즈가든을 그만두고 99년엔가 2000년엔가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에 아는 분이 드러머를 소개해주셨어요. 클럽에서 커버곡 하는 밴드를 하고 싶어서 3인조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2002년에 형태가 갖춰지게 되서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질문

커버곡이라면 로다운 30의 모태가 되는 밴드가 있는 건가요?

답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6, 70년대 블루스 록 밴드들입니다.

질문

로다운 30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답변

미국 잡지나 올뮤직(Allmusic)같은 데 보면 좋아하는 음악들의 설명에 로다운(lowdown), 로다운 더티(lowdown dirty)라는 표현이 많았어요. 블루스도 그렇고 흑인 음악, 알앤비까지 그런 표현이 많이 쓰이더라구요. 그런 분위기의 음악을 우리가 하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리고 마침 30대가 됐을 때라 더티(dirty) 대신 30(thirty)로 만든 거에요. 미국 신문기사 제목풍의 말장난이라 ‘멋있다’ 생각하고 했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누가 물어봐도 말을 안했어요. 저도 잊고 있다가, 최근에 다시 생각해보니까 생각이 나네요.

질문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결정적인 사건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변

계기라면, 그냥 취미로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해오다가 94년에 톰보이 록 페스티벌에서 우연찮게 1등을 하고, 그다음에 96년 노이즈가든 1집 발매. 그 사이 2년 동안의 시기 자체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취미라고 하긴 뭐하고. 여하튼 계속 하리라 생각은 안했었어요.

질문

전혀 없었던 건가요?

답변

밴드는 계속하려고 했지만 어찌될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질문

“이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 라는 기타리스트가 분명히 있으셨을 텐데요. 너무 많으시겠지만 굳이 몇 명 뽑자면 누가 있을까요?

답변

글쎄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기타리스트라면 기타연주에 관해서 제가 좋아하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제가 좋아하는 요소를 얼마만큼 닮을 수 있을까. 내 색을 유지하면서 저 사람의 장점을 어찌 수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요. 그리고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은지 고민을 해요. 저는 나이 들어서도 피해의식 없고 계속 창의적인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제가 볼 때, 자기 자신의 생각보다 안 풀렸다고 생각하는 뮤지션들은 피해의식이 많은 것 같아요. ‘세상이 몰라줘서 내가 이러고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 뮤지션들은 안 좋아 보이거든요. 나이 사십, 오십 이상이 되면 앨범을 내도 창의적인 작품들을 신보로써 이슈화 시키지 못한다거나, 참신하지 않은 곡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극단적인 예를 들면, 중견가수들은 신곡 한두 곡에 히트곡을 다시 녹음해서 앨범에 수록해 새 앨범이라고 활동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 창의적이지 못한 미래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질문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계시지만, 노래도 하시잖아요? 혹시 노래 부르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답변

글쎄요. 부담감은 따로 없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지금 하는 음악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곡을 만들어서 노래를 시키기 보다는 제가 하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진짜 이런 음악에 대한 철학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이렇게, 저렇게 가르쳐줘야하는데, 그런 건 별로 내키지가 않아서요.

질문

근 4년여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요.

답변

저는 별로 고민 안 해요. 처음에 노이즈가든 그만두고 생각했던 음악적 색깔이랄까. 그런 게 이번 앨범의 색깔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러 음악적 요소들이 섞여있는 건데, 이런 것 역시 혼자서 생각하고 멤버들 불러다가,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하자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로다운 만들고 나서는 블루스 록 중심 커버곡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 전 음반도 준비가 다 돼 있었다기보다는, 실은 음반을 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석기시대 사장님께서 2008년에 음반을 한 번 내 보자고 하셔서 라이브에서 했던 자작곡 위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지금의 멤버 3명으로 활동하면서 음악 얘기도 많이 하고 연습 많이 하고, 호흡도 맞춰가면서 그동안 생각해왔던 스타일의 음악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죠.

질문

작업 방식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시나요?

답변

미묘한 차이에요. 어차피 제가 주가 돼서 하게 되요. 제가 리더니까요. 근데 상대방이 세션맨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가 자세하게 가르쳐 주느냐, 아니면 제가 테마를 들고 왔을 때 멤버들이 이해를 하고, 이 부분은 이렇게, 저 부분은 저렇게 하면 되지 않겠는가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생각의 교류. 이런 차이입니다.

질문

앨범 타이틀 < 1 >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가요?

답변

아까 말씀드렸듯이, 옛날부터 생각했던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구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초심이랄까? 그런 느낌의 타이틀이에요. 그냥 숫자 ‘일’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질문

디지털 싱글로 선보인 ‘아스팔트’의 주석씨와의 작업은 어떠셨는지요?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되셨나요?

답변

아스팔트가 원래는 앨범에 실리는 트랙인데 그 전에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를 하기로 했어요. 싱글과 앨범의 버전이 같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고민한 결과, 랩을 넣으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노이즈가든 그만 두고 혼자 작업실 마련해서 작업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주석과 같이 썼었어요. 그 때는 뭔가 같이 해 볼만 한 게 많이 없었지만, 늘 주석이랑 무언가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같이 하게 됐어요.

질문

앨범에서는 주석의 랩을 들을 수 없던데요.

답변

랩이 빠진 게 원곡이에요.

질문

재미없는 질문이긴 한데, 애착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답변

저는 앨범 만들 때, 나 자신이 청자로서 ‘이런 음악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동기로 음악을 만들거든요. 제가 청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암전’이라는 곡이 가장 참신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질문

가사는 어떤 생각을 두고 쓰시는 건지요?

답변

제가 생각하는 걸 쓰는 건데요. 나중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제가 가사에 대해서 사람들이 듣고 궁금해 하거나,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수긍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런 연유로 좋아해주길 바랬고, 지금도 그래요. 제가 무얼 하다가 어떤 기분으로 썼는지 등등 그 가사에 대해서 저만의 사연이나 에피소드를 밝히거나 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 자신도 음악 들을 때 그런 사연보다도, 제가 가사를 읽으면서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듣는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일 수 도 있지만, 저만의 그런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질문

보컬도 톤과 곡 분위기에 비해 어리고 단순한 느낌인데 의도가 있으신 건가요?

답변

글쎄요. 그냥 제가 그렇게 하는 거죠. 기타도 어떤 의도에서 이렇게 치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질문

다음 앨범에 대한 구상은 어떠신지, 혹시 해외 활동 생각이 있으신지요.

답변

앨범 구상은 하고 있어요. 항상 하고 있죠. 그리고 해외활동은 누구나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예전의 메탈 곡들을 보면 영어가사가 많잖아요. 해외진출을 염두에 뒀다면서. 음악 하는 사람들의 99.9%는 다들 생각하고 있겠죠. 그렇다고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들은 하는데,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생각대로 되는 일은 많이 없잖아요. 막상 계획이 생기기 전까지는 있다, 없다 하기가 좀 그러네요. 하게 된 다음에 말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질문

여러 공연들을 보면, 얼마 전 프로듀스를 맞은 한음파는 물론, 김창완 밴드의 하세가와 요헤이씨등 여러 뮤지션들과 호흡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주로 어떤 팀과 어떤 식으로 교류를 하시는지요?

답변

한음파 같은 경우는 프로듀서로 2집을 하게 되어서 친해진 경우에요. 그 때, 그 때 교류가 있는 밴드나 뮤지션이 생겨나요. 그렇게 되면 같이 연주도 하고, 음악적으로 교감이 되는 사람과 어떤 것을 같이 할 수 있을까 신중하게 생각을 합니다. ‘이런 부분을 같이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

윤병주씨의 연주에서는 남다른 ‘기타 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이 되는데요. 물론 기본은 손이지만, 이펙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답변

저보다 남다른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많은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저에 대해 말할 때 ‘기타 톤이 좋다’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언니네 이발관은 멜로디가 좋다’, ‘윤병주는 기타 톤이 좋다’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음악은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그렇게 들리죠. 그래서 그런 얘기들 자체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요새는 많이 없어졌지만, 한창 모던 록이 처음 나오고 할 때, 테크니컬한 드림 시어터 등은 음악적인 멜로디보다는 테크닉을 추구한다고 했었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멜로디 생각안하고 하는 건 아니지 않잖아요. 우리나라만 그런지 외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번 선입견이 명제화 되면 너무 빨리 퍼진다고나 할까요. 그 밖의 생각들을 잘 못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한 번 기타 레전드라고 얘기가 되면, 실제로 보면 너무 못 치는데, 아무리 못 쳐도 감히 못 친다는 생각들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게 내공이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볼 때는 못 치는 것 같은데 아마 저건 못 치는 게 아닐 거야’ 라는 식의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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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L.O.D.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 가 없는데, 결성 계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답변

(웃음) 결성계기는, 크라잉넛의 김인수씨와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볼 때 그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 80, 90년대에 데스메탈, 하드코어를 많이 듣던 사람들이거든요. 그 친구 SNS를 보면 메탈 음악에 대한 애정이 많아 보였어요. 어느 날 오래간만에 S.O.D.를 듣고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곡들도 짧고, 단순명료하고, 프로젝트 할 때 시간 안들이고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인수한테 S.O.D. 좋아하냐고 물어보니까 역시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S.O.D. 카피밴드 할까’ 했더니, 하자고. 그래서 나머지 멤버들을 모아서 하게 됐어요.

질문

정규 앨범 발매 생각은?

답변

물론 생각은 있어요. (웃음) 근데 각자 바쁘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질문

장기하씨와 사이가 안 좋으신 것은 아니시죠? (‘Fuck 장기하’라는 곡에 대한 질문)

답변

장기하씨한테 허락받고 한 거에요. 뮤직비디오에 자기 사진도 써도 된다고 했고. L.O.D. 공연에서는 항상 ‘Fuck 장기하’를 연주하기 때문에 공연장에 붕가붕가 레코드 사람들도 많이 와요. (웃음)

질문

앨범 발매전 광화문 별밤 페스티벌에서 지미 gps드릭스 트리뷰트 공연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습니다. 이런 트리뷰트 공연이나 앨범 발매에 대한 생각은 없으신가요? 일회성 라이브로만 지나치기에 아쉬울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답변

우리가 지미 헨드릭스 트리뷰트 앨범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 (웃음) 그냥 지미 헨드릭스를 들으면 되겠지요. (웃음)

질문

에릭 클랩튼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클랩튼 자서전에 대한 감수를 맡으셨는데,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되셨나요?

답변

제가 아는 분이 출판사 담당자 분을 알고 계셨어요. 개인적으로 에릭 클랩튼의 자서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떠있었어요. 보통 대중음악책에 관련된 번역서 나오면 이 부분은 원문은 이게 아닐 텐데, 번역이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들이 아쉬웠다고 얘길 했더니 그러면 감수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해 주셨어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질문

감수를 하실 정도면 에릭 클랩튼에 대해서 완벽하게 아실 것 같은데요?

답변

물론 완벽히는 모르죠. 그 대신 원본 보면서 음악하거나 특별히 기타 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냥 전문번역가도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그런 부분을 중심으로 감수를 맡았어요.

질문

윤병주씨에게 에릭 클랩튼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제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옛날음악을 들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당시 월간팝송이라는 잡지가 있어서 사서 봤었어요. 당시에 그런 책들 보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81년인가 82년 이정도 시기. 그러니까, 레드 제플린이 해산한지도 얼마 안됐을 때고, 특집기사들 보면 6,70년대 음악들에 관한 것들이 많았어요. 그 잡지들을 보면서 이런 음악이 좋구나 하고 생각됐고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굉장히 어렸을 때 산 앨범 가운데 에릭 클랩튼 앨범 중에서 < Timepieces > 라는 히트곡 모음집이 있어요. 클랩튼이 손에 시계를 들고 있는.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그간 책에서만 보던 < Layla > 앨범 라이센스가 처음 나와서 샀어요. 97년 첫 내한 공연 때는 이틀 공연을 다 갔었거든요. 제가 살면서 감명 받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엄청난 감명을 받았어요. 제게는 그런 의미가 있는 뮤지션입니다.

질문

인터넷을 찾다보니 클랩튼의 내한 공연당시 동행했던, 도일 브램홀 2세(Doule Bramhall II)와 데렉 트럭스(Derek Trucks)와도 만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그래미 수상자인 데렉 트럭스는 소위 ‘뉴 기타 갓’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기타리스트인데요. 어떤 연주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만난 건 2007년이에요. 전부터 느낀 건데,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들끼리는 언젠가는 같이 뭔가를 하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그 사람도 제가 좋아하는 다른 뮤지션의 팬이라고 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경우가 항상 있더라고요. 도일 브램홀도 데렉 트럭스도 2000년대 초부터 좋아했었고 특히 드럼치는 스티브 조던(Steve Jordan)은 키스 리처드 솔로앨범에서 처음 알게 되었죠. 그 사람은 드럼 사운드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특징이 있어요. 얼마나 좋아했는지, 스티브 조던 시그니쳐 스네어 드럼도 있어요. 드럼도 칠 줄 모르면서 (웃음)

그런데 클랩튼의 2006년 투어 멤버를 보니 꿈의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이시스트도 윌리 윅스(Willie Weeks)였죠. 우리나라에는 당연히 안 올 줄 알았어요. 그래서 2006년에 부도칸 공연을 가서 봤죠. 그런데, 2007년 2월인가 우리나라도 온다고 해서 그것도 당연히 보러 갔었죠. 끝난 후 아는 분이 에릭 클랩튼 밴드의 건반치는 분(Tim Carmon)과 고깃집에서 뒷풀이 한다고 같이 가자하기에 갔었어요.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데렉 트럭스는 현재 씬에서 중견 이상의 연주자들을 제외하고는 제 마음속의 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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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현재 홍대 인디 음악 시장은 노이즈가든이 활동하던 상황보다는 많은 것이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디 1세대이신 윤병주씨가 바라보시는 그때와 지금의 상황. 각각 장, 단점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변

글쎄요. 장, 단점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우리가 처음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했었어요. 예를 들어 노이즈가든 1집을 내기 전까지는 음악할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이유가, 그 때만 해도 음악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과 달랐어요. 당시엔 전문적으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일단 의상, 외모부터 달라야 된다는 인식들이 있었죠. 메탈하는 형들만 봐도 머리 기르고, 가죽 바지 입고. 저는 그렇게까지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안했어요. 그 밖에는, 예를 들어 가요는 그냥 ‘돈 버는 음악’ 정도로 생각했었고. 그러다가 노이즈가든, 언니네 이발관이 나오면서 보통 사람들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변화된 듯 해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옛날에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공부를 해야 하고 취직을 해야 하면 음악을 관두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요.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당시엔 음악을 하고 앨범을 내고 전문적으로 음악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어요. 인생의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었죠. 요즘은 선택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고, 이런 활동하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어요.

예를 들어 장, 단점이라면, 당시에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인생의 선택으로 인해서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생업을 찾아갔지만, 요즘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런 것이 장점 아닐까 해요. 단점이라고 하면, 그만큼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기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언더그라운드 수요층 저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해요. 그래서 지속하기는 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노이즈가든 이전 메탈 시절에는 음악 듣는 사람들이 (취향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다 비슷한 음악을 들었잖아요. 외국의 유명한 메탈과 록 음악 같은 것들 말이죠. 그래서 음악 좋아한다고 하면 얘기가 다 통했던 시절이에요. 이번에 화이트스네이크 새 앨범 나왔다더라, 메탈리카 새 앨범 나왔다더라, 라면서 다 그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데, 요즘은 음악을 좋아해도 각자 좋아하는 게 다 다르죠.

저같이 루츠계열이나 블루스 록, 블루스, 힙합 신보가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밴드를 결성하는 시기에요. 장르도 다양해지죠. 그런데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저변은 더 커진 것 같진 않아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백 명의 언더 팬이 하나의 씬과 밴드들을 좋아했는데, 요즘엔 백 명이 다 다른 음악을 좋아하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예전엔 비바아트홀에서 블랙신드롬이나 크래쉬가 같이 공연한다고 하면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왔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한 클럽에서 세 팀이 공연을 해도 관심 있는 공연 팀 공연이 끝나면 가 버려요. 그게 지금 현실이에요.

질문

그렇다면, 현재 인디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나, 바로잡아야할 점은 무엇일까요?

답변

저는 바라는 것 없어요. 그건 근본적인 문제인 듯해요. 바란다고 해서, 사람들을 계몽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취미생활이나 문화생활이 먹고사는 문제 다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도 음악 들으면서 할 수 있다는 거죠. 취미나 생활로 음악이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나 취직해서 먹고 살려면 음악 같은 것은 가장 먼저 제쳐둬야 하는 그런 분위기. 뭔지 아시잖아요?

저와 같은 세대에 같이 음악 듣던 친구들은 군대 갔다오면 대부분 음악을 안 듣기 시작했어요. 만나서 얘기해도 다 옛날 얘기 뿐이죠. Master Of Puppets 시절의 메탈리카나 랜디로즈에 멈춰 있는 거죠.

그리고 로다운을 하다보니 2, 3년 주기로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바뀌는 것 같더라구요. 딱 그 정도만 음악 듣다가 마는 것 같아요. 음악을 당연히 평생 듣는 걸로 생각하고, 생활처럼 음악을 듣고 지내는 사람들의 저변이 적기 때문에,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주목을 받는다거나 사람들 앞에 인지도를 쌓기가 힘든 것 같아요.

질문

어떻게 들리실지는 모르겠지만, 로다운30의 음악이 다수 대중이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소수자들에게는 최고의 밴드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다수 대중, 결국 돈이 되는 음악을 하느냐에 대한 기로에 항상 서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병주씨는 어떤 쪽 이신가요?

답변

재밌는 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우리나라 대중의 취향이라는 게 있고 그 둘의 접점이 있어요. 근데 제 취향 내에서는 그 접점에 가장 가까운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성격이 못돼서 만약 어느 정도 인기를 얻는다면, 대중에서는 좀 더 도망간 더 깊은 음악을 할 것 같아요. 어쨌든 돈이 안 되는 음악이긴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대중적이라고 생각되는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중적이길 바라면서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질문

“요즘 음악 평론에는 음악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는 질문에 답하신 내용을 잘 읽었고,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필자에 입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 평론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답변

글쎄요. 제가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평론하는 사람이 음악하는 사람한테 바란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그렇고요. (웃음) 예전에는 맞던 틀리던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썼다는 느낌을 받는 글이 많았어요. 하이텔 메탈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도 그렇고 초기 핫뮤직이나 서브. 그 시절만 해도 그래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람들이 다 같은 음악들을 들었으니까 글을 쓰기도 더 쉬웠겠죠. 80, 90년대에만 해도 당시에 나온 록 음악들을 다 듣기가 쉬웠어요. 근데 요즘에는 너무 많아서 다 들을 수 없잖아요. 수많은 취향의 음악을 억지로 다 들어볼 수도 없고.

평론가의 저변은 한정되어 있는데, 음악하는 사람들은 너무 다양한 음악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몇 안되는 평론가들이 모든 음악을 커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음악에 대해서 쓰려면 최소한의 애착이나 관심을 가지고 쓰면 좋은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시규어 로스나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저희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데, 보도 자료를 보고 블루스 록이라고 하니까 블루스 록이라고 쓰고, 윤병주라고 하니까 기타톤, 노이즈가든 출신이라고 하니까 헤비함이 잘 살아있다고 쓰는 그 정도? 딱 보면, 보여요. 우리 음악에 관심도 없는데, 쓰라니까 쓴다는 느낌? 나왔다니까 쓰는 느낌. 정작 블루스록이 아니라고 해도, 보도자료 같은 것만 보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쓰는 표현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일부러 이번에는 보도 자료를 안 썼어요. 모르는 사람이 모르고 써도 애착과 관심을 가지고 쓰면, 즐겁게 읽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게 없으니까요. 음악을 가지고 돈을 벌어도 좋지만, 사람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재미거든요. 그런 것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질문

어떤 음악가, 어떤 기타리스트로 남고 싶으신가요?

답변

계속 창의적이고 피해의식 없는 음악인으로 남고 싶어요. 레전드로 기억되지 않더라도 과대평가 받고 싶지도 않고, 보도 자료를 통해서 나 자신을 확대해서 홍보하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 그 정도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름값에 목숨 거는 그런 생각들이 싫어요.

질문

어떤 생각을 말씀하시는 거죠?

답변

피해의식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내가 외국에 나갔으면 이정도가 아닐텐데’, ‘우리나라가 나를 몰라줘서’이런 생각들. 노이즈가든 때나 로다운 때나 우리를 아껴주는 분들 가운데 여기 말고 외국 나가서 활동하면 어떠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 돼는 얘기라 생각해요. 나가더라도 ‘한국의 밴드’로서 대접 받아야지 여기서 안풀려서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외국이라고 받아줄지 어떨지도 모르고. 물론 제 음악의 퀄리티나 오리지널리티를 위해서 생각은 해요. 영미권에서 내 앨범이 나오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어느 정도일까? 그냥 동네 로컬밴드의 위치일까? 인디에서 알려진 정도일까? 아니면 메인 스트림에 가까운 정도의 느낌일 것인가? 이런 생각은 하면서 음악을 하죠. 이건 개인적인 재미이기도 해요.


인터뷰 : 신현태, 조아름
사진 : 조아름
정리 : 신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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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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