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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A2Z』를 제일 먼저 읽어요” - 작가 김신회가 전하는 서른 개의『남의 사랑 이야기』

‘이 책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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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은 예쁘다』의 작가 김신회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사랑하는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다. 에세이 『남의 사랑 이야기』의 출간을 기념해 지난 4월 23일, 작가와 독자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 작가는 자신의 사랑과, 그 순간을 함께했던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른은 예쁘다』의 작가 김신회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사랑하는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다. 에세이 『남의 사랑 이야기』의 출간을 기념해 지난 4월 23일, 작가와 독자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날 작가는 자신의 사랑과, 그 순간을 함께했던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책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일기일지도 모른다.’고 책의 프롤로그에 적은 것처럼, 작가가 오래 전부터 써오고 있는 일기를 함께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다.


남의 사랑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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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남의 사랑 이야기’가 연애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처음에는 연애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인생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편중된 느낌이 있어서 여러 장르의 소설을 담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인생의 모든 일들이 사랑하고 연결된 것 같아요. 연애도 있고 일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생각, 삶 자체에 대한 사랑도 있고요. 우리가 사는 게 그냥 사랑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남의 사랑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있어 소설은 힘이 들 때 격려해 주고, 슬플 때 위로를 건네며,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신실한 친구와도 같다.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소설을 통해 답을 얻었고, ‘작가님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였나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위로와 치유를 이야기했다. 아픈 마음을 위한 처방전처럼, 약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이 소설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소설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소설, 치유되는 느낌을 주는 소설을 좋아한다.

스스로 ‘소설을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특히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깊이 있는 문장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일본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루저’라는 것이다.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들처럼 살지 말아야지.’ 생각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생활에 서툴고 인간관계에 서투른 그들을 보면서 ‘나만 바보같이 사는 건 아니구나.’ 위안을 얻었다.

“나와 같이 부족하고 서투른 사람들도 많겠지, 라는 생각으로 에세이를 썼더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그렇게 그는 소설 안에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소설 『A2Z』를 제일 먼저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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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야마다 에이미의 『A2Z』를 꼽았다. 지금까지 수십번을 읽었지만 매번 읽을 때마다 포스트잇의 위치가 달라진다고 했다. 마음을 두드리는 구절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무심코 지나쳤던 글귀들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그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A2Z』를 제일 먼저 읽는다. 연애를 시작할 때의 설렘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2Z』의 주인공은 출판 편집자인 30대 부부로, 각자의 애인과 연애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 질투하고 용서하며 사랑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이 26개 알파벳의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김신회 작가는 자신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했다.



겨우 스물여섯 글자로, 관계 모두를 그릴 수 있는 언어가 있다고, 그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예전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스물여섯이든, 2백6십이든, 2천6백이든, 관계를 묘사할 수 있는 정확한 말은,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혹은,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 온 세상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완전히 묘사할 수 없는 게 본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미리 포기했던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때, 말은, 사탕이 녹아들 듯, 혀에 익숙해지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거다.(p.227, 『A2Z』, 태동출판사)

난 전혀 쿨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절대 쿨하지 않을 예정이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 만큼 새로 출간한 에세이『남의 사랑 이야기』에도 『A2Z』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쿨함’이라는 이름의 어리광>의 제목을 붙인 꼭지에서 결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소개한 것이다. 이 꼭지가 실린 파트(Part 3)의 제목은 <잘은 몰라도 이건 아니다 싶어>이다. 작가가 『A2Z』를 소개하는 데 있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결혼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상대와 바람을 피우고 연애를 하면서도 이혼은 하지 않고 함께 사는 『A2Z』의 ‘요상해 보이는’ 주인공 부부는, 서로에게 집착하거나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김신회 작가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 같으면 저렇게 못할 것 같은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쿨함’이라는 이름의 어리광> 꼭지를 쓰게 되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자신과는 다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 바보 같고 미련해도 자신의 연애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쿨함’이라는 이름의 어리광>에 담겨 있고, 이 꼭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소설 『A2Z』를 소개하면서 ‘쿨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작가가 직접 낭독한 글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 적는다. ‘쿨함’에 대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적어도 나의 결혼생활은 공범과 함께 사는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설사 나중에 내가 피해자가 되더라도 쿨함이라는 덕목을 결혼생활에서만큼은 적용하고 싶지 않다. 구질구질하고 질척거리더라도 나를 사랑한다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을 만나고 싶고, 나 역시 상대에게 그러고 싶다. 하긴, 그 두 가지 다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결혼이 자신 없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쿨하다’는 말은 도대체 신뢰가 안 간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밉살스러운, 변명과 자기합리화를 보기 좋게 얼버무리는 말 아닌가. 미덕이라기보다는 비겁함에 가까운 ‘쿨함’에서 적어도 나부터 먼저 자유로워져야겠다. 그런 이유로 고백한다. 난 전혀 쿨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절대 쿨하지 않을 예정이다.(p.208-209)

독서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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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품기도 하지만 그것을 모아 글로 옮겨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사랑 이야기』는 결코 쉽지 않은 그 과정들의 산물이다.

“직업이 방송작가이다 보니 영화를 볼 때에도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방송작가를 시작한 지 12년이 되어 가는데,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복사해서 문장들의 스크랩북을 만들었어요. 요즘에는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표시해요. 신기한 것은, 읽을 때 좋았던 부분을 표시해 놓는데 다음에 읽을 때 또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는 거에요. 그런 문장들을 항상 스크랩해 놓거나 아니면 휴대폰에 써 놓죠. 문장으로 소설을 기억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영화의 경우에는 짧게 한 줄로라도 영화의 줄거리와 주연배우 같은 것을 메모해 놔요. 독서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간단하게나마 메모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습관이 지나간 순간들의 감상을 엮는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남의 사랑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도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에 이는 감상들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과 의도에서 출발했다.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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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소설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며 많은 독자들이 ‘서른’에 대해 물었다. 대부분 서른을 눈앞에 둔, 혹은 이제 막 서른에 들어선 여성 독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서른은 예쁘다』를 인상 깊게 읽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서른’이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관문과도 같다. 먼발치에서 그 관문을 향해 걸음을 뗄 때는 ‘저 너머에는 분명 근사한 무언가가 있을 거야.’ 기대와 흥분으로 설레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내가 저곳에 들어설 만큼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까.’ 초조해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작가는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지금이 좋다고 했다.

“20대 때는 항상 불안했던 것 같아요. 젊음이 좋은 것 보다 불안함이 싫었던 게 더 컸어요.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혼자 여행을 길게 가보고 싶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 못한 것들에 대해 후회하는 게 너무 싫거든요.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다면 정착과 안정을 바라지 말고, 실패하면 어떡하지 걱정하지 말고, 할까 말까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 봤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어느 시기이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때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싱그러운 젊음은 언제나 탐나지만 세상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너무 몰랐고, 그렇기 때문에 서툴고 실수투성이었던 ‘그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 아닐까. 20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없이 지금의 30대가 좋다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하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도 같다.

『남의 사랑 이야기』는 김신회 작가가 20대 초반부터 30대에 들어선 지금까지, 소설과 함께 성장한 기록이라 할 만하다. 때로는 아프고, 또 때로는 혼란스러웠던 순간들마다 소설을 통해 치유되고 깨달으며 걸어온 시간들의 자취다.

책에 담긴 작가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는 아직 자신에게 시작되지 않은 시간들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 시간 안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과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독자라면 ‘그땐 그랬지’ 공감하고 자신의 시간과 작가의 시간을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소개된 서른 편의 소설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자신의 경우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크다. 비록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이라 하더라도 공감할 수 없기 보다는,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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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사랑 이야기 김신회 저 | 북노마드

저자에게 소설이란 이런 것이다. 상대의 마음과 그 뒤에 감춰둔 진심을 헤아리는 법을 깨우치는 일. 『남의 사랑 이야기』는 소설에 대한 단순한 감상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사건에 대한 직간접경험, 그리고 남의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내 인생을 위로하는 ‘독서 테라피’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안도감, 나와 다른(혹은 비슷한)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적당한 쾌감. 남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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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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