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사람을 태우기 위해 필요한 무게는? - 『디자인 캐리커처2』 김재훈
“냉장고에 에르메스 디자인했다고 가격이 껑충 뛰는 건 오버” 디자인 시대와 역사, 인간의 삶과 조응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만화가이자 맛깔난 글도 쓰는 김재훈이 그런 시대와 역사, 인간의 삶과 조응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YES24와 함께 하는 예술 릴레이 특강 3탄으로 마련된 『디자인 캐리커처2』 저자 김재훈과 독자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니까, 그 자리, 디자인이 있었다.
이른바 디자인 시대. 모든 것은 디자인으로 통한다고 해도 틀린 말, 아니다. 서울의 많은 사람들은 ‘디자인 서울’이라는 말, 쉼 없이 만났다. 전임 서울 시장은, 따져보면 토건이나 보여주기에 불과했지만,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었다. 그것은 디자인이 그만큼 우리가 사는 곳 혹은 일상의 영역에 깊이 들어섰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은 화폐적 가치로 환산되는 무엇이다. 상품 가격을 높이고 그것을 소유한 나를 남들과 구별 짓도록 만드는 요인으로서의 디자인. 미학적인 것을 따지지만, 그 이면엔 자본주의적 박동이 똬리를 틀고 있다. 혹은 유행과 트렌드의 전위로 따르지 않으면 무시나 낙오의 대열로 떨어지게 하는 기표. 그러니 디자인의 사회성은 애써 무시당하거나, 존재감 없는 것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사물의 언어』의 저자이자 런던 디자인박물관 관장 데얀 수직은 디자인을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사물에 집착하는 이유를 디자인이라는 언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곧 디자인에는 우리의 경제체제는 물론 삶과 영혼까지도 담겨 있다. 소비의 시대에 송두리째 마음을 뺏긴 우리를 보라. 우리가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 외관을 둘러싼 무엇으로만 생각해선 안 될 이유다.
만화가이자 맛깔난 글도 쓰는 김재훈이 그런 시대와 역사, 인간의 삶과 조응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YES24와 함께 하는 예술 릴레이 특강 3탄으로 마련된 『디자인 캐리커처2』 저자 김재훈과 독자와의 만남이었다. 그러니까, 그 자리, 디자인이 있었다.
디자인, 자본주의의 꽃
김재훈이 생각하는 디자인, 디자이너는 무엇일까.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끊임없이 소비를 하게 하기 위한 행위가 있고,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직업군이 디자이너다. 디자인에 대한 대중적인 안목이 높아졌지만, 타이포나 서체 등 많은 디자인 부분이 전문가 영역 안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것을 평가하고, 우리 사회에 유익한가, 우리의 일상을 해치지 않는가, 파악해야 한다. 대중이 안목을 갖고 불합리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디자인으로 가득한 세상. 그는 우리에게 ‘통찰’을 요구한다. 디자인에 현혹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것은 곧 ‘돈’에 휘둘리지 않는 것과 동의어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돈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돈을 빼놓고 디자인을 말할 수 없다.
“어느 디자인학과 교수는 심지어 돈을 좇으라고 말한다더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게 직업이며, 디자이너라고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자신의 일을 더 증진시켜 재화를 획득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디자인이 더 특별하게 자본주의와 가까운 이유는 돈을 쥐고 있는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돈과 디자인의 밀접한 관계. 그것은 디자인의 역사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며, 디자인의 태생적 한계이자 배경이다. 김재훈은 디자인의 역사를 꺼냈다. 최근의 역사부터 언급하며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라는 미디어 학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자인을 하는 이유
“미디어 학자하면, 마샬 맥루한이 많이 알려졌는데, 플루서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학자다. 특히 디자이너에게 꽤 의미있다. 글도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디자인의 작은 철학』이라는 얇은 책에서 디자인에 대한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디자인에 대해선 김민수 교수가 『필로 디자인』도 좋은 책이다. 디자인 어원을 말하면서 사기, 환각, 기만, 전략 등으로 푼다. 이건 내 책에선 뺐지만. (웃음)”
“가끔 디자인 관련 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폭을 넓히기 위해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맨 처음 이야기하는 것은 “김민수 교수가 쓴 《필로디자인》”이다.” (p.204) |
플루서는 『디자인의 작은 철학』에서 디자인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미래는 디자인의 문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디자인이 학문과 예술, 경제와 정치에서 생긴 새로운 사고들이 꽃을 피우는 지점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플루서는 이렇게 말했다.
“디자인, 기술, 기계, 아르스, 예술 등의 단어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하나의 개념으로 볼 때 다른 것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연관성은 오랫동안 (최소한 르네상스 이후) 부정되어 왔다.”
말인즉슨, 디자인은 예술과 마찬가지였다. 중세를 넘어서까지 예술가들은 프로로서 시장에 나와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이 아니었다. 교회를 위해, 기관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봉사한다는 개념이었다. 물론 돈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례비 이상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직업예술가가 생겼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생기고, 분리가 됐다.
“예술이 붕 하고 떠버렸고, 생활을 벗어난 차원이 됐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난 뒤, 의식주를 떠나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을 문화라고 한다. 그런 인식이 전문 예술가를 낳았다. 근대로 오면서 그것들은 다시 만난다. 그렇게 한 군데로 만난 것이 디자인이 나오면서 가능해졌다는 것이 빌렘 플루서의 생각이다.”
플루서는 “디자인은 장애물을 치우기 위한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김재훈은 자동차의 예를 들어 플루서의 말을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디자이너 왈. 자동차 전체 무게에서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무게는 얼마일까. 답.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문제 혹은 의문은 여기서 발생한다. 사람이 타기 위해, 이동하기 위해 만든 것이 자동차인데, 그렇다면 나머지 무게와 용도는 무엇인가. 디자이너 왈. 나머지는 안전과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덧붙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한 용도를 넘어섰다.
“플루서가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디자인은 사실 없어도 그만인데, 그런 생각도 했다. 설계를 디자인의 범위에 놓고 보면, 우리가 살다보면 필요한 것이 생기듯, 불편해서 이것저것 설계해서 물건을 만들어낸다. 그걸로 끝나느냐. 아니다. 그것이 방해가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디자인한다. 진보를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은 끊임없이 방해물을 치우기 위해 디자인을 할 것이다.”
가령, 가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은 끝도 없이 진보해야 한다. 이것이 디자인이다. 김재훈은 플루서의 이 말도 꺼낸다.
“현재 문화가 처한 상황은 우상(물건으로 매료되는 일용품)을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를 하다 보니, 디자이너는 전문적인 디자인을 하게 되고, 디자이너는 물건에 집착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서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하고, 예쁘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아는 디자인이 생겨났다. 더 예쁘게, 더 멋있게. 돈을 더 벌고 아니고를 떠나 물건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숙명이었다. 물건이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순간부터, 디자인은 태어났고, 끊임없이 진화를 해야 했다. 다만, 플루서의 말을 오해하지 말 것. 물건에 천착하는 것은 물건을 우상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뉘앙스는 비관적이 아닌 적극적인 접근이었다.
김재훈은 기능에 집착하는 건 선량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분명 과잉(오버)도 존재한다. 가령, 냉장고에 에르메스의 디자인을 입혔다고 가격이 껑충 뛰는 그런 것.
“관계를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기능을 본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능을 잘 누리게끔 연구한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그러면 기능은 선량한 것인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요소가 디자인에는 늘 있다.” 이젠 바우하우스(Bauhaus)로 넘어간다.
바우하우스의 탄생 이면
디자인을 공부할 때 첫머리에 꼭 등장하는 존재가 바우하우스(Bauhaus)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제대로 된 디자인 교육을 최초로 시도했으며 중요한 성과를 달성한,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세워진 조형학교다. 건축가이자 초대학장 발터 그로피우스(알마 말러와 결혼과 이혼을 했던!)를 필두로 초창기 교수 면면이 화려했다. 요하네스 이텐, 라이오넬 파이닝거, 폴 클레, 오스카 슐레머, 바실리 칸딘스키, 등이 교육을 담당했다.
바우하우스 창립 당시 학생 모집 팸플릿은 ‘미래의 건축을 위해 조각, 회화와 같은 순수미술과 공예와 같은 응용미술이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즉, 예술의 총체적 통일을 주창한 것이 바우하우스였다.
김재훈은 여기서 바우하우스 건학 배경을 꺼냈다. 대개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바우하우스 건학이념에 숨겨진 뒷이야기.
“바우하우스가 왜 생겼느냐. 당시 영국이 독일보다 산업이 발달해 있었다. 국가 간 경쟁구도에서 보면, 낙후된 산업구조를 얼른 쫓아가야 했다. 바우하우스 초창기 멤버들은 대량생산시스템에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바우하우스를 만들었다. 즉,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평균적인 모듈을 만드는 것이 바우하우스의 목표였다. 한 사람이 도제식으로 하면 디자인이 아니다. 디자인이 되려면 모든 것이 호환돼야 했다. 바우하우스는 표준화를 추구했다. 인체의 평균적인 수치에 입각해 활동할 때 평균적인 모듈을 만들어야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그러면 생활문화가 보편화되고, 그 이념을 추구한 학교가 바우하우스였다. 이에 새로운 생산방식에 따른 디자인 방식을 도입하고 공업화를 추구하면서 산업계와 제휴하기도 했다.
물론 표준화의 양면성이 있었다. 바우하우스 초창기 교수들은 표준화가 곧 민주화로 가는 것이라고 봤다. 민중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김재훈은 표면적 정신에 입각해 디자인이 발달과정을 거쳤다면 에르메스는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이어 꺼낸 인물이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였다. 공예운동가이자 건축가로서 근대적 의미의 디자인을 만든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가 남긴 말을 보자.
“오늘날 삶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것은 기계를 하인으로 삼지 못하고 주인으로 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연의 힘에 대한 통제력을 남을 노예화하는 목적에 사용하고 얼마나 그들의 생활에서 행복을 박탈하는가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이 우리가 빠져든 무서운 죄악의 증거인 것이다.”
모리스는 대량생산에 염증을 느끼고, 분업화로 인간이 노동에서 소외된다고 봤다. 이에 사람은 노동의 즐거움, 창작의 기쁨을 위해 수공예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수공예에도 문제가 있었다. 가격이 비싸고, 모든 사람이 누릴 수는 없었다.
법복귀족(부르주아)에서 나온 디자인
시간을 더 거슬러,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 1789년 프랑스혁명 전의 절대 군주정체로 구체제(舊體制)로 불리는 시절. 새로운 계급이 출현했다. 부르주아(bourgeois). 신귀족이었다. 왕이 끄집어 올린 이 계급은 기존 귀족계급의 권세를 눌러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때, 관직을 파는 일이 허다했고, 이들 신흥귀족은 대물림으로 자신들의 위상을 유지했다. 부르주아는 법복귀족이라고도 불렸는데, 정치적 용어 이전에 문화적 용어였다. 봉건귀족의 비아냥이 담긴 호명이었다. 혈통귀족이나 대검귀족과 달리 관직을 돈을 주고 샀는데, 법조계에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 봉건귀족이 자신들과 다르다며, ‘구별 짓기’를 위해 사용했다.
“법복 귀족. 귀족은 귀족인데 법복은 뭐? 법복 귀족이라 함은 앙시앵레짐 그러니까 프랑스 절대 왕정 시대에 왕권 강화와 세수 확대를 하기 위해 왕실이 명목상 신분 상승 혜택을 준 신흥 귀족 계급을 말한다. 관직을 돈으로 사서 신분의 경계선을 단번에 뛰어넘은 자들이었단 말이지.”(p.210) |
“조선시대 신양반들도 겪었던 원초적인 문제. 바로 문화적 아비투스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정치력이든, 사회 권력이든 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도권적 신분상승을 달성하는 기간이 짧다 보니 문화적 습관과 자연스런 취미의 우아함은 미처 체득하지 못했던 것.”(p.211) |
김재훈은 부르주아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는 부분의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는 부르주아라고 하면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데 개념규정을 하면 그렇지 않다. 시민계급이라 불리는 부르주아도 과거 있었고, 자신의 처지와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잠재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부르주아다. 가령, 촛불시위에 나가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계층이 부르주아다.”
디자인의 속성에 대한 김재훈의 마무리 발언이 이어진다. 오늘날 소비는 물건의 유익함만 갖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기호적인 속성을 갖고 소비한다는 것. 즉, 이 물건을 가졌을 때 내 위상이 어떻게 정립되느냐가 소비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가운데 디자인의 비극적인 속성이 있다. 능동적으로 작은 데까지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것을 통해 디자인의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사회운동가인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임에도 정작 현대의 디자이너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디자인 제품과 갈수록 주기가 짧아지는 최신 유행, 넘쳐나는 폐기물, 소외 계층의 개선되지 않는 삶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디자이너들에게 물었기 때문이다.”(p.134) |
디자인을 다소 부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다. 디자인의 본질에 크리에이티브가 있고, 개천에서 용 날 수도 있다. 계급적 논리에서만 디자인을 봐야 하는지? 요즘 사회적 디자인이 대두하고 있는데, 창조를 통해 계급-계층을 넘어설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가령, ‘뽀샵’을 보자. 요즘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뽀샵을 하고 툴에 능숙해질 수 있다. 제각각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디자인에 대해) 나도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SNS 등의 네트워크는 거기에도 힘이 있고, 그 속의 디자인도 긍정적이다. 단, 거대 생산을 통해 전체 소비자에게 배포되는 양상은, 큰 자본이나 중개인, 디자이너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것에 대한 통찰은 필요하다.
대부르주아가 빈티지룩 같은 것을 입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학자들은 ‘전략적 처세’라고 부른다. 패션은 유행의 최첨단으로 상류층에서 (유행을) 만드나 보편적으로 입게 되면, 그들은 그것을 폐기처분한다. 가령, 상류층이 설렁탕을 즐긴다고 한다면, 구분짓기의 전략적 처세다. 문화 만들기는 구분짓기를 위한 전략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에 그런 내용이 잘 나와 있다.
프랑스의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Habitious)’라는 말이 있다. 그는 프랑스 교육개혁을 주창하면서 ‘구분짓기(구별짓기)’를 학문적으로 처음 사용했다. 『구별짓기』라는 책에는 최상류층이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 문화적 취향을 어떻게 조장하고 일반인과 자신들을 어떻게 구분 짓는지 잘 나와 있다.
“권력이 바뀌고 상류층 명부의 인적 사항이 변해도 특권을 누리는 회원제 공간의 틀은 항구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부르주아들의 암묵적인 결론이었으며 시민법이 제정되고 왕의 권좌가 비어도 기득권, 특권층, 상류층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한 미래에도 엄격하고 신성한 상류 문화의 명예는 공고하게 지켜내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할 거라는 사실을 자신들에게 신귀족의 칭호를 허락해준 왕실과 전통 귀족의 사례를 통해 교훈으로 얻었을 것이다.”(p.212) |
일반인들도 계속 디자인과 툴을 다룬다. 향후 디자이너는 자기 역량과 크리에이티브를 어떻게 만들면 될까?
디자이너의 비극이다. (웃음) 제품 디자인 군에선 자꾸 미니멀해지면서 디자이너가 할 것이 없어진다. 그래도 디자이너가 사실상 할 것이 없어질 정도까지는 아니고, 일반인과는 구분된다. 재미와 취미의 양상과는 구분되고, 일반인의 것을 편집-기획하는 능력은 있잖나. 직업의 위기로 느끼지 말고 일반인과 소통, 공감해야 한다.
“대중의 지속적인 감정이입을 유발하는 품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련된 스토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인문학적 토대와 상상을 디자인하는 감성의 기술이 필요하다.”(p.36) |
디자인은 아름답고 감명 깊은 한 편의 시와 같아야 한다고 믿었던 알레산드로 멘디니, 원칙만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에 반기를 든 포스트모더니스트 에토레 소트사스, 대중의 공감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미켈레 데 루키, 꼭 필요한 기능만을 드러내야 한다는 ‘심플 디자인’ 철학을 제품에 담은 디터 람스 등,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 번 쯤 들어본 유명한 이름들. 서퍼와 사회 과목 교사로 일하다가 그래픽디자이너로 전향해 일약 스타가 된 데이비드 카슨, 베이스 기타와 오토바이에 빠져 살다가 디자인계의 신데렐라가 된 톰 딕슨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디자이너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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