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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 상상력과 논리가 만나는 지점

많은 사람들이 시간 여행이라는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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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여 현재를 바꾸고,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는 것은 인류가 항상 품어 오던 꿈 중의 하나이다. 물리학자들은 물리 법칙이 시간 여행을 허용하는지, 시간 여행이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푸는 열쇠인지 등을 탐구하면서 시간 여행을 소설에서 물리 학술지의 지면으로까지 올려놓았다.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다섯 번째 대담회가 APCTP(아태이론물리센터)와 사이언스북스, 채널예스 공동 기획*주관으로 지난 2월 21일(화) 저녁 7시 강남 출판 센터 5층 문화민음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하여 현재를 바꾸고,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는 것은 인류가 항상 품어 오던 꿈 중의 하나이다. 물리학자들은 물리 법칙이 시간 여행을 허용하는지, 시간 여행이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푸는 열쇠인지 등을 탐구하면서 시간 여행을 소설에서 물리 학술지의 지면으로까지 올려놓았다. 아인슈타인 우주에서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고, 최근 신문 지상에 자주 등장했던 ‘빛보다 빠른 뉴트리노’ 사건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이제 물리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책 대 책’에서는 시간 여행이란 개념이 과학자와 소설가에게 어떤 영감을 제공했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두 권의 책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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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구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교수가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을, 김민식 MBC 프로듀서가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2월 1일 각기 서평을 쓰고 대담자로 나섰으며, 국형태 경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대담자와 사회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다.


국형태(사회자): 이번 달의 주된 소재는 아마도 시간 여행이 되겠죠? 각각의 저자와 책의 개요에 대해서 설명하시는 것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박명구 교수님 먼저 해 주시겠어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이 책은 사실 ‘아인슈타인 우주에서의 시간 여행’이 정확한 제목입니다. 왜냐면 아인슈타인 우주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기초한, 물리학자가 보는 우주를 뜻하는 것이거든요. 그 우주에서 시간 여행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정말로 가능한가. 하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느냐. 이런 이야기들을 적어 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 여행은 원래 정상적인 물리학에서 고민하는 주제는 아닙니다. 취미활동 비슷하게, 이러면 가능하고 이런 게 있을 것이다 정도만 생각해 왔죠. 그러다가 상대성 이론의 대가인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의 킵 손이란 교수가 ‘정말 상대성 이론에서 가능한가를 살펴보자.’ 해서 처음 웜홀이라는 개념이 나왔고 이로써 아주 빠른 공간 여행을, 즉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조금 더 깊이 살펴보는 상대론 물리학자들이 나타났고요.
책에서는 그런 내용을 죽 정리하면서 본인이 여태까지 보아 왔던 상대성 이론의 의미와 그것을 통해서 미래로 과거로 가는 여행. 또 그걸 통해서 우주를 어떻게 우주가 자신을 창조할 수 있겠느냐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간 여행 관계된 영화들하고 같이 섞어서 이 책을 쓰셨습니다.


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저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서평을 썼는데요. 대담하기 전에 국형태 교수님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과학 소설입니까?” 라고 물어보셔서. 이 책의 장르를 과학 소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랬는데. 박명구 교수님이 아주 좋은 예를 딱 드셨어요. 『트와일라잇』이 본격 뱀파이어 소설이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사실 『트와일라잇』은 어려서부터 하이틴 로맨스를 자주 보신 분에게는 그냥 한 여자가 있고 두 남자가 서로 이 여자를 내가 지키겠어 내가 구하겠어 하는데 하나가 뱀파이어고 하나가 늑대인간인, 그런 거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이야기를 빌어 와서 하이틴 로맨스를 새롭게 변형시킨 것이 『트와일라잇』이라면 이건 뱀파이어 소설이라기보다는 로맨스 소설이거든요.
마찬가지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과학 소설적인 소재 시간 여행을 다루는 충실한 과학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남자와 여자가 시간 여행을 통해서 어떻게 서로의 사랑을 찾아가고 또 얼마나 고군분투하면서 그 사랑을 지켜 내고 이루는가. 그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소설입니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과학 소설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확실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로맨스 소설로서는 정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 궁극의 환타지 로맨스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국형태(사회자): 방금 하신 말씀을 서평 서두에도 쓰셨잖아요? 이 소설은 궁극적인 로맨스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이 뭐일까 제가 좀 궁금했어요.

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우리가 사랑할 때 제일 확실한 제약이 뭐냐면 시간이거든요.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랑 이야기에서 항상 사랑은 미래로만 흘러가지, 과거로 갈 수는 없잖아요? 내가 한 여인을 만나서 아무리 사랑해도 그 여인의 어린 시절로는 갈 수가 없는데 이 소설에서만큼은 그게 가능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이 우리가 상상만 할 수 있었던 그런 궁극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형태(사회자): 과학 소설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늘은 좀 과학 소설인 척이라도 해 주셔야…….(웃음) 사실 사회자로서 이 두 책을 대비시켜 대담을 진행하기가 좀 난감한 면이 있어서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말씀드리면 이게 원래 제일 밑바닥엔 과학 소설적인 요소를 깔고 있습니다. 이 책 내용하고 비슷한 것들이 여러 개 있는데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가 그렇습니다. 「터미네이터」에서 주인공 존 코너가 미래에서 기계하고 싸우잖아요. 코너가 어떻게 태어났나를 다시 잘 생각해 보시면 미래의 코너가 엄마를 지켜 달라고 자기 부하를 보낸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부하가 정상적인 임무 외에 사랑을 함으로써 자기 아버지가 됩니다. 그렇게 보면 주인공 자신이 자기를 만든 거예요. 결국. 이 책은 헨리가 주인공 클레어를 좋아하게 하는데 왜 좋아하게 하느냐. 클레어가 미래에서 헨리의 부인이니까 그렇죠. 헨리가 어릴 때부터 계속 세뇌를 시키는 거예요. 자꾸. 그러니까 클레어는 아 나의 남자는 헨리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거죠. 두 개를 보면 프로세스는 똑같아요. 줄거리는 똑같은데 여성 취향으로, 로맨스 소설로 바꾼 것이고. 그런 셈이죠.

국형태(사회자):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에서도 소설적인 요소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웰스의 『타임머신』도 여러 번 언급하고 인용하고. 과학 소설을 통해서 과학자들이 영감을 갖기도 한다는 언급도 하고. 서로 다른 영역에서 완전히 자기들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닌 듯해요. 새삼 다시 느끼지만, 잘 된 SF하고 좋은 물리이론은 통하는 데가 있는 것 같아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예 그렇죠. 웜홀부터가 칼 세이건이 작가적인 상상력에서 그런 게 과연 가능한가를 킵 손에게 물어서 나온 결과물이고요. 지금은 시간 여행을 우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타임머신』도 사실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 전에 나온 소설이거든요. 거기서 처음으로 시간도 하나의 축이 아니냐. 축으로 생각하면 왔다갔다할 수 있지 않느냐란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이 방에 있는 제가 여기서 없어지는 방법은 있을 수 없다.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제게 만약 로프가 있어서 이쪽으로 이렇게 타고 올라가면 이 방에서 갑자기 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거든요. 시간상에서 이동하는 것도 똑같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게 아니고 어디 멀리 갔다 온 거죠. 그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을 우리가 추적을 못 했으니까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났다가 이렇게 되는데. 시간도 네 번째 축이라고 생각하면 여러분 집에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화가 나서 어디 나갔다가 다음 날 돌아온 것이랑 사실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물론 둘 다 벌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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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오늘 박명구 교수님 말씀 들으면서 이해가 되는 게. 아 물리학자에게도 상상력이 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영화나 소설을 즐기는 건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만 가능하거든요. 그걸 오늘 배웠습니다. 물리학자에게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실 오늘 오면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 UFO를 본 적이 있거든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 보통 아 저분은 조금 상태가 안 좋으시구나 하는데 제가 혼자 본 것도 아니고 어른들 친구들이랑 같이 봤고, 너무 크게 기억에 남아서 같이 본 친구들이랑 지금도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합니다. 항상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그 물체가 먼 우주에서 날아온 UFO거나, 미래에서 날아온 타임머신이거나. 문제는 뭐냐면 제가 보는 물리책마다 저 먼 어딘가에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여기까지 오는 기술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불가능하고 미래에서 과거로 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되게 그런데.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물리학자와 프로듀서의 차이는 뭐냐면요. 물리학자는 보통 사람은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을 머릿속의 계산과 물리적 이론을 가지고 보는 거라면 프로듀서는 그냥 막연하게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상상하는 것이거든요.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일어나지 않을까?’ 저는 스스로 제 친구들에게 나는 UFO의 세례를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UFO를 보고 나니까요. 인생이 얼마나 재밌어지느냐면 책을 읽는 게 다 재밌어요. 뱀파이어? 가능할 것 같아요. 해리 포터? 마법사가 왜 없어요. UFO도 있는데. 모든 영화 모든 소설을 볼 때마다 저는 흠뻑 빠져서 봐요. 저는 다 가능할 것 같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드라마도. 점 하나 찍고 “난 네 아내가 아니야.” 말도 안 되죠. 그런데 그것을 어떤 작가는 점 하나 찍고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아 어디서 본 여자 같은데. 내 아내는 아닌데 왜 이렇게 땡기지? 왜 유혹을 받는 거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어느 작가가 하고 그걸 드라마 감독이 보고 “이것도 대본이라고…….” 이게 아니고 ‘그래 가능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같은 물리책을 보고 반가운 것이. 이것을 단순히 물리학 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면 우리 주위에서 논의들이 훨씬 더 많이 풍성해지고 드라마도 정말 더 많이 재미있어질 수 있거든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저는 과학 소설을 읽을 때 제 기준에 맞는 것은 재미있고 다른 것은 재미없고 그렇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큰 가정은 집어넣어도 돼요. 예를 들어서 「스타트랙」 같으면 워프해서 우주의 먼 곳을 갈 수 있다. 그건 좋아요. 그런데 그걸 여러 번 써먹으면 안 돼요. 중요한 것은 한 번만 가정을 하고. 「터미네이터」같으면 미래에서 과거로 올 수 있다. 이걸 한 번만 써먹어야 합니다. 그러고는 논리적으로 나머지가 딱 이빨이 맞아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제 많은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가 하면 그런 걸 써먹으면 그다음에는 플롯을 짜려고 그러면 머리가 아프거든요? 그러면 그걸 또 써먹는 거예요. 여러 번 써먹으면 이야기가 지저분해져요. 스토리가 허물어지는 거예요. 재미가 없어지는 거죠. 이 책은 그만큼 많이 심하게는 안 하는데. 잘못 만든 SF 영화에는 그런 게 많아요. SF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그런 것들을 보면 한 개는 가정으로 있지만 나머지는 아주 탄탄하거든요. 상당히 큰 가정이다 싶은 게 있으면 한 번 정도만 써먹고 나머지는 플러스로 채워 넣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울 때 자꾸 써먹으면 이상한 스토리가 됩니다.


국형태(사회자): 과학 소설의 구성에 굉장히 예리한 눈을 갖고 계시네요. 그런데…… 끝이신가요? 전 이야기 끝에 ‘그런데 물리학에서는 어떻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실 줄 알았어요.
김민식 프로듀서님이 말씀하실 때 창작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실재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찌 보면 물리학 이론도 마찬가지잖아요. 실험으로 하는 과학적 입증 단계라는 게 있잖아요? 그걸 통해서 입증되기 전까지는 과학 이론을 창작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죠. 잘못된 SF에서 지적하셨듯이 너무 가정들을 창작물을 많이 집어넣게 되면 쓸모없는 이론이 되죠. 물리학 이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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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물리학에서도 똑같습니다. 자료가 이렇게 있는데 예를 들어 직선으로 이걸 맞추는데 잘 맞더라. 이러면 이제 좋은 이론이에요. 그런데 자료는 10개밖에 안 되는데 9차 곡선으로 맞춘다. 숫자 9개를 조정하면 무조건 맞출 수 있죠. 이건 좋은 게 아니죠. 예측도 못 하고 단순함도 없고.
사실 잘 아시겠지만 최신 저널에 나오는 물리학은 거의 소설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미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과거에 다 했거든요. 실험으로 명확하게 보이는 것은 이미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런 건 다 끝났고. 불확실하니까 A라는 과학자는 분명히 이쪽일 것이다 해서 이론을 쓰고 B라는 사람은 이건 이쪽일 것이라고 믿음을 갖는 그런 영역만이 남아 있는 겁니다. 그게 조금 지나면 누가 믿음이 맞고 누가 틀렸고 하는 게 결판이 계속 나면서 앞으로 진행되는 거지요. 그래서 과학 논쟁을 할 때 일반인들이 보시면 과학자들은 왜 저렇게 서로 싸우고 핏대 올리고 할까. 그건 우리가 쉬운 것은 다 끝났기 때문에. 언제나 불확실한 마지막 부분을 서로 밝히려고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과학자들도 드라마 프로듀서나 작가들처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이 제일 필요하고, 계산을 잘한다거나 수학을 잘하는 건 사실은 두 번째 영역입니다.
실제 저자분도 제가 대학원 1학년 때 만나서 휘어있는 우주에서 중력 렌즈가 어떻게 되느냐를 계산하는데 사인 코사인 계산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한국에서 사인 코사인 훈련을 많이 배운 상태에서 하니까 계산을 막 빨리하니까 교수님이 못 따라가십니다. 좀 천천히 해라. 내가 해 볼게 하면서 적으시는데 공식들을 잘 기억을 못 하셔서. 세계적인 학자인데 왜 이렇게 싸인 코사인 계산도 못 하는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제가 그 꼴입니다. 싸인 공식 코사인 공식 다 잊어버리고 학생들이 빨리 계산하면 야 좀 천천히 해라. 그런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상상력,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런 게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국형태(사회자): 말씀하신 대로 박명구 교수님께서는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의 저자 리처드 고트 교수의 제자셨으니까 그것도 좀 궁금한데요. 늘 공부 안 하고 노는 듯 보이시는 분이라고 하는데 학생들 지도는 잘하세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저는 박사 학위를 하진 않았고 1학년 때 사사했거든요? 지도를 잘 못 하세요. 저자 자신이 괴짜이면서도 천재인데. 두 가지 의미입니다. 하나는 정말 과학적으로도 천재고, 또 하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천재의 특성을 다 지녔습니다. 늘 펩시를 따뜻하게 해서 마시고. 절대로 2층에 올라가지 않고. 지하실에도 안 가고. 1층에서만 살고.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특이한 아이디어를 내는 그런 분입니다.
그분을 보면 우리 교수들이 하고 싶은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젊어서는 아주 엄밀하게 하는 일을 해서 유명해졌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이상한 영역을 개척해서 연구비나 다른 이런 것을 다 초월해서 자유롭게 사는. 자유 영혼입니다. 경쟁적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많이 쏟아내는 분들에 비해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분만이 가능한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국형태(사회자): 책 맨 뒤에서 느닷없이 예측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기발한 아이디어 같았는데.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내용은 이 책에 들어갈 내용이 전혀 아닌데, 늘 우주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시던 분이라서 집어넣으신 것 같습니다. 그 논문이 「네이처」에 나왔죠. 근거로써 사용하는 게 우리 문명이 얼마만큼 지속할 것인가를 코페르니쿠스적 원리로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서 피라미드가 앞으로 몇 년 더 갈 것인지를 물었을 때 제일 간단한 대답은 지금까지 멀쩡했으니까, 멀쩡했던 기간 정도는 남아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피라미드가 제일 앞으로 건축물 가운데서 오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들이 숫자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서 태어났을 건가를 보면 인간의 숫자가 최고로 늘었을 때 태어났을 확률이 가장 높죠. 그렇게 보면 우리가 뒤에 아주 많은 기간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인류의 미래가 꼭 보장된 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우주를 개척하고 우주로 나가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연한 게 이 분은 1960년대 아폴로 경쟁 시대에 컸기 때문에 우주 개척 시대로 다시 한번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걸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자기 논리를 사용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원래 우주인 우주비행사 이런 사람들을 되게 좋아하고 존경하고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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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시간 여행 이야기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요. 한국 물리학의 미래가 이 책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달 이후로 인류가 화성에 안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달까지는 상상했거든요. 지금은 누군가 현실적인 목표를 안 세우고 있는 느낌? 그래서 저는 시간 여행을 목표로 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아진다면 그 친구들이 물리학 전문가가 되지 않을까. 시간 여행이라는 것을 물리학에서 단순히 ‘아, 이건 통속적인 소재야’, ‘상상 속 이야기야.’ 이러기보다 더 진지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거기에 어린 학생들은 훨씬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러냐면, 여러분은 어쨌을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저는 꿈이 김 박사였습니다. 태권V에 나오는 김 박사. 되게 멋있잖아요. 싸움을 잘하진 못해도 왠지 김 박사가 되면 로봇 태권V를 내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꿈이 있었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친구들도 그런 꿈 하나씩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형태(사회자): 고트도 사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맨 마지막에 우주 개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계산한 것에 의하면 지구 상에서 인류가 어찌 되었건 아무리 길어도 멸종하게 되어 있는데 이 안에서만. 우주로 나가는 것을 더는 꿈 꾸지 않고 지구 안에서만 살 생각을 하는 것은 바보스럽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마음이겠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 혹시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질문자: 박명구 교수님에게 여쭈어보고 싶은데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수많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나를 만나러 갈 가능성이 열린다는 뜻이 되잖아요. 서평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잠깐 언급하셨는데 다시 시간을 돌이켜서 내가 인생의 선택 양 갈림길에 다시 설 수 있다면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어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거기서 나오는 게 할머니 역설입니다.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언제나 사람들이 첫 번째로 이야기하는 게,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우리 할머니를 죽이면 할머니는 우리 엄마를 못 낳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엄마는 당연히 나도 못 낳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없어야 하는데 어떻게 내가 돌아가서 죽일 수 있느냐. 모순이죠. 여담으로 이야기하자면 왜 할머니냐 이거죠. 엄마를 죽이면 되지 왜 할머니를 죽이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안 하는데 제 생각에는 서양에서조차도 엄마를 죽인다는 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할아버지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할아버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상이 할머니. 엄마는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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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해결하는 물리적인 방법은 또는 논리적인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 식으로 해도 못 죽인다는 거예요. 죽이려고 아무리 시도해도 못 죽인다. 많은 영화 스토리가 이런 식입니다. 어떻게 해도 역사가 이미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거지 내가 바꿀 수는 없다. 크게 보면 모순이 없게 만든다는 거죠. 자체 모순 없음이라고 부르는데 모두가 앞뒤가 딱 들어맞는 식으로 진행돼야 된다는 게 첫 번째 방법입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평행우주라고 해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일이 벌어지는 우주가 있고 일이 안 일어나는 우주도 있어서 수없이 많은 우주가 계속해서 생겨난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생긴 우주는 그 앞에 생겼던 우주하고 상호 작용을 안 하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면 상호 작용하면 우리가 알아낼 테니까. 예를 들어 제가 대담을 하러 가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전화를 받았을 때 아 그날 바쁜데 내가 안 갈 수도 있지 않느냐. 안 가겠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내가 안 가서 이 대담이 없어지거나 급하게 국형태 교수님이 대신 제 자리에 앉는 우주가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 우주가 과연 일어나는지 아닌지 찾을 수 있다는 건 둘이 상호 작용한다는 뜻인데 현재로서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돼 있거든요.
어느 단계의 갈림길을 물으신 건지 모르겠는데 물리학을 하느냐 안 하느냐 그걸 물으시는지 지금 집사람하고 결혼하느냐 안 하느냐 그걸 물으시는지 모르겠네요. 앞에 말씀드린 자체 모순 없음의 원리가 지켜진다면 제가 이제 다른 길로 가려고 하더라도 결국엔 이 길로 오게 된다는 그런 부분이 되겠죠. 그런데 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선택을 해 보는 그런 것도 있겠죠. 사람이 살면서 선택으로 후회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나중에 보면 잘못했다고 생각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결정적으로 제가 바꾸어봤으면 싶은…… 그런 건 별로 없네요.


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정말 잘 사셨습니다. 잘 살아오셨어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어떤 면에서는 물리 법칙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요.

국형태(사회자):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두 분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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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시간 여행자의 아내): 먼저 두 책의 한 구절씩만 읽어 드릴게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첫 번째 나오는 대목에 클레어가 헨리를 만나러 들어갈 때 이제 나오는 문장인데요.

“도서관에 들어서면 나는 성탄절 아침에 아름다운 책으로 가득한 상자를 선물로 받은 느낌이다.”

전 이 말이 참 좋더라고요. 책을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에서는 맨 마지막 구절이 참 좋았습니다.

“인간들이여.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약간의 시간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시간 여행자의 비밀이다.”

사실 몇 달 동안 서평도 쓰고, 대담도 준비하면서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시간 여행을 연구하잖아요? 그러면 처세술의 달인이 됩니다. 왜 그러냐면요. 시간 여행의 모든 물리적 이론은 처세술과 맞닿아 있어요. 물리적으로 일단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훨씬 더 힘들거든요. 우리가 과거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저걸 내가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다만 현실에서 미래로 가는 것은 가능하죠. 우리도 지금 계속 미래로 가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해서, 가령 5년을 소비해서 100년 후의 미래로 간다면 바보가 될 것 같아요. 100년 뒤 사람들은 그동안의 첨단 문명이라던가 기계 문명을 다 구가할 텐데 말이죠. 제일 좋은 건 역시 그냥 현재를 정말, 열심히, 충실히 사는 것 말고는 답이 없구나. 과거로도 갈 수 없고 먼 미래로도 갈 수 없으니까. 그래서 시간 여행이 가능할지 안 할지는 물리학자에게 맡겨 두고 나는 그냥 책과 함께 현실을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어요.

박명구(아인슈타인 우주로의 시간 여행): 사실 책을 제일 안 읽는 사람 중 한 그룹이 교수들이거든요. 자기 전공에 관련된 논문을 읽지 관련 없는 책들은 읽지 않습니다. 그것이 문제라서 다들 좀 책을 많이 읽었으면 싶은데. 아쉬운 게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공연홀, 체육관 이런 것도 좋지만 동네에서 애들이 언제나 가서 빌려 볼 수 있고 일반인도 볼 수 있는 그런 도서관들이요. 아, 제가 엉뚱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네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국형태(사회자): 앞으로 그런 곳도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오늘 대담회로 고민을 좀 했었거든요. 두 책에서 접점을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서. 제 우려하고는 달리 두 분이 진지하고 재미있게 공통점이나 이런 것들을 잘 밝혀 주셔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듣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오늘 행사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 소설’과 ‘변경 과학’이라는 두 소재로 시간 여행을 알아본 이번 대담회는 과학에서 문학을, 동시에 문학에서 과학의 모습을 보는 자리였다. 논리정연한 과학의 매력에 이끌려 온 청중은 문학에서 논리적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했고, 문학의 상상력을 사랑했던 청중은 차가운 논리가 지배한다고 생각했던 과학의 또 다른 일면을 보았다.

두 대담자 또한 서로의 과학 사랑과 영화 사랑을 한껏 뽐냈고, 김민식 프로듀서는 한 번 실패했던 한국 SF 드라마 제작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참석자 전원에게서 박수를 받기도 했다.

대담회 하루 뒤인 2월 22일,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OPERA연구팀은 빛보다 빠른 뉴트리노를 발견했다던 지난해의 실험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틀리지 않았고 ‘빛보다 더 빠른 입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언명은 아직 여전히 옳다.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우리 생전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시간 여행이라는 꿈에 도전하는 까닭은, 1932년 “인류에게 핵에너지를 획득하게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처럼 불가능이라는 굴레에 자신을 얽어매기보다는 상상력의 힘을 믿고 긍정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갖춘 과학자가, 과학적 논리력을 갖춘 문학인이 태어날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대담회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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