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일부다처제? 남자들도 힘들다고 안 해!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현경·정혜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개신교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신학대학 종신교수로, 달라이 라마가 주축이 된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이며, 환경·평화운동가인 현경 교수. 그녀는 경계가 없다. 때론 불교 명상수행자가 되고, 샤머니즘의 무희도 되면서 종교간 벽을 허문다.
역설적이게도, 내게도 그랬다. ‘진짜’ 이슬람을 알게 해 준 것,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는 ‘9?11’이었다. 실토하자면, 그 전까지의 이슬람,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으로 대변되는 폭력적 종교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것이지만, 교과서에 그리 나와 있었다. 또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며, 여성을 억압하는 명예살인 등이 횡행하는 비이성적 사회였다. 당연하게도, 제도교육과 무지가 낳은 편견이었다.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은 십자군전쟁 중 이슬람의 호전성을 부각하기 위해 날조된 허위비방(!)이었음을 그때서야 알았다. ‘무슬림=테러리스트’라고 앵무새처럼 토해내는 서방세계(정확하게는 전쟁상업주의자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마케팅(?)덕에 나는 이슬람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허나, 나는, 우리는 여전히 이슬람에 목마르다. 삐뚤어진 세계화 때문이다. 미국에만 집중된 세계화, 그래서 ‘미국화’가 우리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막았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서 이슬람문화를 공부하는 김형민 목사의 이야기가 신문에 소개됐다. 흥미로웠다.
창원의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상담실장으로 활동하던 김 목사, 2011년 12월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이슬람문화와 풍습이 잘 남아 있는 사르고다라는 작은 도시에 정착, 한국에 다녀온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꾸릴 계획이다. 한국어학당 개설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 이슬람문화를 전공하는 박사가 될 꿈도 갖고 있다. 그는 수요일마다 뉴스레터 ‘파죽지세(파키스탄에서 죽치고 지내며 세상을 배운다)’를 보내준다(그의 이메일(dan21@hanmail.net)로 신청하면 파죽지세를 받아볼 수 있다).
뭣보다 기사가 흥미로웠던 지점, 그는 목사다. 그리고 그는 이슬람문화에 정통한 목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그는 이런 출사표를 던지고 있었다. “파키스탄인 친구들을 사귀며 이슬람문화가 너무도 왜곡되게 한국 교회에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슬람문화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한국에서는 이슬람에 정통한 신학자나 전문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 목사,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슬람에 정통한 신학자가 있다는 것. 개신교 진보신학의 명문인 뉴욕 유니언신학대학 종신교수로, 달라이 라마가 주축이 된 종교간 세계평화위원회 자문위원이며, 환경?평화운동가인 현경 교수. 그녀는 경계가 없다. 때론 불교 명상수행자가 되고, 샤머니즘의 무희도 되면서 종교간 벽을 허문다. 이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이슬람 18개국을 돌아다니며 200여명의 여성을 만나고 돌아와, 5년의 집필 끝에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을 냈다.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내 성당, 책 출간기념회가 열렸고, 독자들과 함께 했다. 이슬람식 조각보가 깔리고 촛불이 켜진 아름다운 무대, 붉은 옷과 무슬림 모자를 쓴 현경 교수가 먼저 등장, 이슬람순례기를 가능하게 해 준 이슬람인들을 생각하는 짧은 명상을 제안했다. 이어 이슬람 18개국을 순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시스터 펀드’를 대표해 박옥희 이프토피아 고문과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박옥희 고문은 축사를 통해, “9?11이 터지고 현경 교수가 이슬람으로 떠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며 “그래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펀딩을 했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또 “책을 통해 몰랐던 중동의 개개인이 하나의 인격체로 다가와 테러리스트라는 편견 등을 날려줬다”며 “시스터 펀드에는 여러 종교가 마음을 모은 것은 물론 남성들도 참여해 우리가 이슬람을 아는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혜경 위원장은 “현경 교수와 처음 만난 것은 70년대였는데, 당시 알프스 소녀처럼 밝고 건강하고 탄력적인 사람이었다”며 “여러 이유로 현경 교수를 좋아하는데, 경계를 넘어서는 모습이 참 좋고, 이번 책을 통해 성숙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책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공연이 뒤를 따르고, 「지구인의 첫사랑」과 「카페라떼」가 흥을 돋웠다. 이윽고, 출판사 관계자의 사회로 현경 교수와 심리치유자로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thewarak.com)’을 운영하는 정혜신 박사가 함께 하는 수다(!)가 진행됐다. 이슬람이 우리에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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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기존의 이슬람에 대한 인식과 많이 달라서. 9.11 때 뉴욕에 있었는데, 어땠나?
(현경, 이하 경) 하늘이 코발트빛이었다. 뉴욕의 그날이 그랬다. 9.11이 터졌을 때, 영화 광고인가 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고, 3000여 명의 뉴요커를 잃었다. 그날 이후 뉴욕이 달라졌다. 9.11 이후 4~5개월간 성스러운 시간이었다. 뉴욕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눈을 마주치고 웃고, 촛불과 꽃이 소방서마다 있고. 인간은 고통을 당해야만 자신을 돌아보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이런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혜신 박사에게 묻고 싶다.
(정혜신, 이하 신) 우리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다. 5.18도 있었고, 고문이 횡행한 시절도 있었다. 우리는 집단 트라우마를 양산하는 사회인데, 이런 슬픔을 수면 위에 올려놓고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우리 삶을 왜곡하고 비틀어 놓는다.
우리나라에선 나이가 깡패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왜 우리나라만 유독 그러냐면,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아서다. 그런 까닭에 소통도 안 되는 것 같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고문도 받고, 분신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치유 받은 바도 없고,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앞선 10년의 정권들에서 좋은 세상이 왔다고 했지만, 모여서 얘기하면 싸우고 상처입고, 치유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 많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치유다.
(경) 무슬림에서는 9.11을 미국의 조작극이라고 얘기하더라. (미국이) 이슬람권의 오일에 대한 욕심으로 이슬람권을 악의 축으로 만들어 왕따를 시켰다는 것. 또 전쟁을 일으켜 군산복합체 배를 불리고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거다. 무슬림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태도, 이란?북한 등에 대한 이중 잣대를 굉장히 억울해 한다.
“그녀와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9?11 사태는 부시 정권에 의해서 미국이 만들어낸 조작극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만이 아니라 터키 사람들 대부분이 이 시나리오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사마 빈라덴과 탈레반은 미국이 키워낸 미국의 아들들이라고 했다. 진정한 이슬람 교도는 오사마 빈라덴이나 탈레반이 자행하는 그런 테러리즘을 행동에 옮길 수 없고 그것은 알라와 코란의 뜻에 역행하는 비신앙적 행동이라고 했다.”(p.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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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 새무얼 헌팅턴 교수가 제안한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 문명권 사이의 ‘문명의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론이 9?11 사건에 의해서 현실화된 것처럼 미디어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미국 내의 많은 이슬람 이민자 젊은이들이 영장 없이 체포되었고 이러한 국가의 폭력을 두려워하는 여러 무슬림 젊은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갔다.”(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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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가미(일부다처제. 이슬람 종교에서는 4명의 부인을 허용한다)’나 ‘오너킬링(명예 살인. 부정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그 여성의 남성 가족, 친척들이 죽이는 관습)’도 코란의 기본 정신이 아니라 남성들에 의한 관습적 전통일 뿐입니다. 코란은 4명의 부인을 허용하지만 그것은 남성이 4명의 부인을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평등하게 대우할 때만, 그리고 첫째 부인이 다른 여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허락해야만 가능해요.”(p.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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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 성별이 아니라 ‘할리페(신이 우리 각자에게 준 다른 의무들)’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할리페를 완성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것입니다. -파트마 아시예(코냐 신학교 교수)”(p.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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