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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내 대학 갔으면 취업이라도 해야지 vs 철학 없이 취직해서 어디 써

인문 독서 토론 1기 두 번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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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빚을 내서 학교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대학생 인문 독서 토론 1기>의 두 번째 독서토론이 열렸다. 이번 주제도서는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2010)다. 2년간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학생들과 함께 쓰고 토론하고 강의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의 대학생이 속해있는 시대의 정치, 연애와 소비문화, 경제, 가족문제 등을 어떻게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것은 비단 이들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청춘’을 주제로 같은 해에 출간 된 화제작 『아프니까 청춘이다』와는 사뭇 다른 어조로 말한다. 청춘을 위로하지도,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는 잔인한(?) 책을 읽고 대학생은 어떤 이야기랄 나누었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책에 대한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자유토론에서 학생들은 역시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많이 거론했다. 박지호 씨(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다르게 이 책은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방식으로 쓰여서 좋았다”며 “저자가 말하는 ‘들릴 권리’ 라는 개념이 특히 맘에 들었고, 저자가 강의실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라고 말했다. 반면 정종문 씨(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는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점이 좋았지만 모든 것을 냉소하는 어조라, 불편했다. 그런 점에서 긍정의 힘을 가진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더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참가자 중 일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대안을 찾아가는 열린 장을 마련하는데 이 책이 쓰인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토론 참가자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청춘을 바라보는 이 책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책에서 또래 학생들의 글을 읽고 마음 깊이 공감하는 학생도 있었다.

‘아프니까 청춘‘ 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책을 통해서 무작정 아파하기보다는 아픈 이유를 함께 찾아보고, 아프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실용학문 VS 순수학문


뒤이어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논제는 다음과 같다.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대학도 실용학문 위주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찬성,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반대(중앙대의 구조조정과 회계학 교양필수과목 지정을 사례로 인용함)


김석훈(아주대학교 경영학과) : 나는 찬성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진리를 탐구하는 교육이 있었나? 대학교육은 계급 상승의 도구로 이용되어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더더욱 경쟁사회로 내몰리게 되었고 학력인플레도 심해졌다. 세상이 변했으면 거기에 맞게 모든 것이 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취업난과 경제위기에서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본다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라면 실용을 추구하든 진리를 추구하든 똑같다고 생각한다.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

배병준(고려대 영어영문학과) : 그렇지 않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사회흐름과 역행한다. 오히려 요즘은 순수학문과 인문학을 강조하는 추세다. 지금 이 토론장도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열린 것 아닌가. 실용학문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문학을 먹어버리는 현상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증거다. 대학이 원래 진리탐구를 하는 공간이었나, 하는 의심이 드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이유는 대학자체가 인문학을 등한시 했기 때문이지 실용학문을 강조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회자 : 찬성의견에 대한 좋은 반론이 나왔는데, 다시 한번 반론 하겠나?

김석훈 : 물고기가 땅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물고기에게 필요한 것은 큰 바다가 아니라 당장의 물 한바가지다. 지금 우리 세대에서 취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체감하는 온도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것이 가장 절박하다고 본다. 지금 빚을 내서 학교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대학이 실용학문을 더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인문학을 재조명 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말하니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본질적인 측면이 강조되기보다는 일부 유명 인사가 이야기하는 화두에 집중하는 것이지, 이 시대가 인문학을 강조하는 뱡향으로 흘러간다는 식의 분석에 대해서 동의하지는 않는다.

사회자 : 다시 짧게 재반박을 한다면?

배병준 :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부 유명인사가 인문학을 강조한다면, 그러한 영향력이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퍼지게 된다. 지금은 그런 과정이다. 김석훈 씨는 대학에서 회계학과 같은 실용 학문을 배우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것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대학에서 수업으로 배운다고 해서 취업을 잘할 것 같진 않다. 취업을 위해서 회계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이미 학원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알아서 잘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대학에서 해야 할까?

사회자 : 좋은 의견이 오고 갔다. 다른 참가자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주형식(서울대학교 정치학과) : 찬성하는 입장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기업에 취업한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대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가 풍요로우면 학문의 구분은 상관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취업난이 매우 심하다. 먹고 사는 것이 문제다. 주변학생들을 보면 학부수업을 휴학하고 학원을 다니는 판이다. 학교에서 배을 수 없기 때문에 학원에 간다. 실용학문의 깊이와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학이 구조조정한다면 취업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지호 : 앞서 취업난에 포커스를 맞췄다. 취업난이 왜 발생했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실용학문을 배운다고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날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대학에서 실용학문을 더 배우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해서다. 그것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도 나왔듯, 잉여를 해소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더 좁은 문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영진(한국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 반대의견에 보충하고 싶다. 사회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중고의 교육과정은 획일적이다. 이런 획일화를 해소하고 숨통을 트여주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데 대학의 구조조정 때문에 대학 교육마저 획일화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기업에서 많이 강조하는 것이 새로운 가치창출이다. 이런 부분은 사회적 다양성에 기반을 둔다. 인문학을 유지하고 다양성을 보존해야 사회적으로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석훈 : 앞서 분들이 대학교육의 획일화에 대해서 우려하셨는데, 제가 주장하는 구조조정은 획일화가 아니라 대학교육의 특화이다. 난 반대로 지금의 대학교육이 오히려 획일적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잡스도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 특화된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각 대학마다 특화된 과목이 없다. 순수학문을 지킨다고 해서 다양한 어떤 것이 창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문제를 조금 해결한 뒤에 살아가면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덧붙일 의견이 있다면?

주형식 :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일단 대학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정해져있다. 취업난이 심할 때 , 그 금액을 어디다 쓸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많으면 실용, 순수학문 둘 다 투자할 수 있겠지만, 같은 돈을 투자한다면 실용에 투자해서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 맞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단기적 성과를 내야하는 현실에서 순수학문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송지윤(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 그 의견에 반대한다. 지금 경제적인 이유와 취업난에 관한 얘기만 계속 나오는데, 그렇다면 순수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기업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토익을 강조하지 않는 것처럼, 회계학이라는 것을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창의성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사회자 : 오늘 토론도 아주 생산적이고 활발하게 잘 이루어졌다. 우리가 독서토론을 하는 이유는 어떻게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할까? 라는 금을 그으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안에 대해서 또 다른 시각도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사안에 관해 전체적인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가치관의 충돌이 있어도 얼마나 상대를 설득해내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독서토론의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오늘 적극적으로 참여 해주셔서 감사하다.



3회차에서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를 읽고 토론한다.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에서 인문학 교수로 지내온 저자가 한국의 문제점과 문화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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