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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혈액형, 운세, 신기하게 꼭 맞는 이유가 있다?

시심(詩心) 충만 강연회 정끝별 『시심 전심(詩心 傳心)』 시는 이루지 못한 짝사랑 같다. 짐작만 할 뿐, 좀체 명쾌하지 않은 당신의 마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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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도 시는 내내 그리움이다. 애송시 한 편은 낭송하고 싶어하고,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은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뿐은 아니었다.

시심 충만한 강연회 『시심 전심(詩心 傳心)』


스무 살이 되어, 시를 읽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때를 놓친 지 오래! 고등교육을 마치거나 대학에 입학한 성인들이 이렇게 이구동성이다. 시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그거 사차원들의 암호 아니에요? 재미나 감동을 전혀 못 느끼겠어요……

여전히 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몇몇 ‘늦된’시 독자들이 서점에 가서 시집을 고르느니, 팬시 시집이고 꽃무늬 시집 들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30년 전의 내 모습이고, 몇 년 후 내 딸의 모습이고,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다.(p.7)

시는 이루지 못한 짝사랑 같다. 짐작만 할 뿐, 좀체 명쾌하지 않은 당신의 마음 같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도 시는 내내 그리움이다. 애송시 한 편은 낭송하고 싶어하고,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은 뭔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뿐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사는 게 아닐까. 어쩌면 본능적인지도 모르겠다.

난해하고 잘 이해는 되지 않는 한 문장이 마음에 스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한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혀 며칠 동안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시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먼 발치의 그(녀)를 보듯 추상적인 시 세계를 그리워하지만 말고, 친구처럼 일용할 양식처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구체적인 시 세계를 즐겨보는 게 어떨까? 그 여정에 정끝별 시인이 직접 나섰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던 12월, 정독도서관에 정끝별 시인의 『시심 전심(詩心 傳心)』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빛』 『와락』의 저자 정끝별 시인은 이름만큼이나 반짝반짝한 생기로 정독도서관 강연장을 채웠다. 중학생, 예고생, 대학생부터 시에 향수를 가진 어른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대화했던 그날의 강연, 그야말로 ‘시심’ 충만한 자리였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시를 쓴다


“호모 로퀜스라는 말 아시죠? 인간만이 언어를 갖고 있어요. 불 만큼이나 큰 선물이죠. 언어가 있어서 감히 신을 넘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게 된 셈이에요. 언어의 꽃이 시가 아닐까요?” 당신에게 시는 무엇인가? 정끝별 시인에게 시는 “구원의 방법이고 기도문이고 반성문”이다.

“시(詩)는 종교 같은 거예요. 말씀 언(言)자에 절 사(寺)자를 붙인 거잖아요. 말의 사원인 셈이죠. 그런데 우리는 시, 시인, 시심이라는 말 자체에서부터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 시인이었거든요. 아이들이 하는 말을 잘 생각해보세요.”

“엄마, 저게 뭐야?”
“자동차야.”
“왜에?”
“굴러가니까.”
“왜에?”


실제로 정끝별 시인이 딸과 나누었다는 대화다. “중요한 질문이에요. 왜 저게 굴러가는지. 어떤 데서는 카(car)라고 하고 차라고 하고 왜 자동차라고 해야 하는가는 약속에 불과한 거거든요. 저게 꼭 자동차여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왜 자동차야? 왜 굴러가? 어떻게 굴러가? 시인은 질문하는 사람이거든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싫어하거나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치인이죠.(웃음)”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평생 ‘왜’라고 묻는 사람이 시인이란다. 시인이 끊임없이 묻는 까닭은?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시를 두고, 학교에서는 정답을 찾으라고 강요한다. 거기서부터 우리가 시를 상실해간 것은 아닐까, 정끝별 시인은 말한다.

자녀를 둔 어머니들 독자를 위해 시인은 몇 번이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틀리게 말하는 말, 고쳐주려고만 하지 마세요. 아이가 물을 ‘구워줘!’라고 하더군요. 아니야, 데워달라고 해야지. 고쳐주지 마시고 칭찬해주세요. 세상에, 물을 구워달라고 하는 아이는 우리 아이밖에 없을 거야. 아이가 하는 말, 낙서 잘 살펴보세요. 달님 오줌에 별님 똥을 쌌어.” 아이들은 이렇게 매일매일 시를 쓴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는 시인은,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이제까지 시에 대한 지식을 모두 제거하라”고 말한단다. “아이들에게 시 감상을 해보라고 하면, 참고서처럼 써와요. 밑줄 긋고 의미를 되새기고 있는 거예요. 막상 이 시가 어떠니? 무슨 얘길 하고 있니? 물으면 대답을 못해요. 글을 읽었으면 어떤 느낌이라도 드는 게 맞는데 말이에요.”

왜 그럴까? “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게 정답이 아닐 거로 생각하는 거죠.” 여기서 정끝별 시인은, 지금의 시 교육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시를 진심으로 감상하고 싶은 시 독자만을 위한 얘기가 아니다. 당장 시의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중고등학생도 귀 기울여 볼 만한 얘기.

“이제는 수능에도 처음 보는 시가 나와요. 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시를 읽는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거죠. 어떤 시든 딱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 능력이 바로 “시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는 명제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


김소월의 <진달래꽃> 선입견 거두고 읽어보세요


정끝별 시인은 시 부분 수능 문제 출제자로도 참여했다. 시만 30년간 읽어온 ‘달인’이다. 청소년 아이들이 시험문제에서 만나는 시를 보고 당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일반적으로 시를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시인, 시대상황에 대한 정보, 시론(화자, 은유, 직유 등의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의 능력이다. 시인과 함께 시를 읽어보기로 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를 대표로 읽는 독자에게 시인이 당부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읽어준다는 마음으로 읽으세요. 눈에 안 보이는 사람이 연 갈이, 행 갈이까지 느낄 수 있도록. 들으시는 분은요? 글자를 잘 읽나 못 읽나가 아니라, 느끼고 상상하려고 노력해보세요.”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거기서부터 공감이 시작된다.

“어떤 상황인지 상상해보세요. 난해한 구절은 밑줄 긋고, ‘필’이 딱 꽂히는 부분은 별표를 치세요. 제일 좋은 구절, 제일 어려운 구절 하나씩 찾아보려고 해보세요. 어떤 시든 그런 구절이 분명히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은 접해봤을 김소월의 진달래꽃. 우리는 이 시를 “여성화자의 목소리로 부르는 이별의 정한의 시”라고 배워왔다. 기존의 선입견은 싹 지우고, 다시 읽어보자. 정끝별 시인이 질문을 던진다. “이거 정말 여성 화자 맞나요? 이 시 정말 이별의 시 맞나요?”

정말 이별의 시 맞나요?

“사랑의 절정일 때, 그 사랑이 없어져 버리면 어떡하나, 불안이 생기기도 하죠. 그런 불안이 생겨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하잖아요. 사랑할 때 이별을 염려하는 거예요. 마치 살면서 죽을 것을 염려하는 것처럼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여기서 시인은 미래적 의미가 강조된 ‘가실 때에는’을 주목한다. “이별이 지금은, 아직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일까? 이별의 시가 아니라 사랑의 충만함으로 이별을 염려하는 사랑의 노래는 아닐까?”(p.20)

정말 여성화자 맞나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그러니까 ‘-오리다’가 아니라 남성적 어조인 ‘-우리다’라고 표현했죠. 진달래꽃을 ‘사뿐히 즈려 밟’는 사람은 여자일 거예요. 꽃을 뿌리는 사람은 남자일 거고요. 무엇보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는 것이야말로 남자다운 목소리가 아닐까요?” 시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여성의 지고지순한 이별노래가 무한한 사랑의 지고지순한 노래로 바뀌었다.

시인은 강조한다. “시는 질문이라고 했죠. 제가 설명한 것 역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해요. 여러분이 시를 읽고 느낀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거예요.”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답이 없다(=무엇이라도 답이 될 수 있다)’는 대명제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시험문제는 하나의 답을 요구한다. 모순이다. 정끝별 시인은, “이 책의 1차 독자는 교육대학원생들, 학교 선생님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렇게 다양한 코드로 시를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배경에는, 시에는 정답이 없다는 명제가 있어요. 읽는 사람이 읽고, 느끼고, 상상하고, 궁금해하는 대로 시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외워서 낼 수 있는 문제 내지 말아주세요. 얘기하는 거죠.”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시인, 그들은 “보이지 않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중에 8할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내가 너를 어떻게 만났을까.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내가 왜 이럴까. 이 수많은 질문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요. 왜 그럴까요? 그게 인간이거든요.”

때로는,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 대상을 정확하게 설명해낼 때가 있다. “휴대폰을 정확하게 설명해보세요. 부분의 정밀한 묘사로 휴대폰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몇 센티, 무슨 색깔로 다 설명해 낼 수 없어요. 때로는 비유적인 표현이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기도 해요.”

월초, 연초마다 저절로 눈길이 가는 운세, 혈액형, 별자리가 매달 꼭 들어맞는 것 같은 신묘함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거든요. 나머지는 우리의 생각과 경험이 채워내는 거예요. 때론 다른 달 운세나, 다른 별자리를 봐도 맞을 때가 있다니까요?(웃음)”

그래서 우리가 시를 알아야 한다. “모호한 것에 공감하는 능력이 시에 있기 때문입니다. 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인간의 마음자리에 근접해있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은 사람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시집을 선물하세요. 이 책 『시심 전심』도 좋습니다. IQ, EQ를 넘어 詩Q가 향상될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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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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