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기자에게 밥, 술, 골프 대접 잘하는 부서를 박차고 나온 이유는…”

『기자수업』 최철·강훈상: 현직 기자들, 기자와 언론을 말하다 - 진짜 기자의 이야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12월은 그런 달이다. 시비곡직으로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자존심과 자존감으로 기자직을 지켰던 두 진짜 언론인이 세상을 떠난 달. 지난 8일, 서울 신촌의 한겨레교육센터에서 현직 기자들이 이야기를 꺼낸 건 그런 이유도 있었음이리라.

지난 5일은, 리영희 선생님의 1주기였다. 진짜 기자였고, 고은 시인의 표현에 따르자면, ‘뼈 마디마디로 진실의 자식이고자 한 사람’. ‘사상의 은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리 선생님은 한국 기자의 표본이자 박제된 초상이었다. 철저한 단독자로서 사셨기에, ‘권력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악성 바이러스에 스스로를 노출시키지 않았’(안수찬)으며, ‘억압자에 저항함으로써 자유를 느꼈(이대근)으리라.

그런 분이 돌아가시기 3개월 여 전 프랑스 르몽드와 인터뷰를 했었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후배 언론인을 보면서 갑갑하다고 느끼지 않느냐? 그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선생님의 답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아니 갑갑하다고도 생각 안 한다. 아주 포기했으니까.”

이미 오래된 과거라, 박물관에나 박제돼 있을 법한 ‘사회적 목탁’은 본디 기자의 것이었다. 중국 노나라 때, 새로운 법령을 발할 때 목탁을 울려 사회의 주의와 관심을 환기시키고 계도하기 위해서 사용된 것이 목탁이었고, 진실과 실체에 대한 ‘알 권리’를 인민들에게 충족시킨 공공의 임무를 완수한 것이 언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가.

지난 21일은 또한 청암 송건호 선생님이 영면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일생을 독립 언론과 현대사 연구에 바치고 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다. 많은 언론인이 독재에 부역했을 때 그는 불의와 비정을 고발하는 칼럼과 사설로 독재정권에 맞섰다. 그가 글을 쓴 자세는 분명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30년, 40년 후에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각한다. 크게는 민족을 위해, 작게는 내 자식들을 위해 어찌 더러운 이름을 남길 수 있겠는가.”

12월은 그런 달이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고 자존심으로 기자직을 지켰던 두 진짜 언론인이 세상을 떠난 달. 지난 8일, 서울 신촌의 한겨레교육센터에서 현직 기자들이 이야기를 꺼낸 건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기자수업』 출간기념으로 최철 기자(CBS)와 강훈상 기자(연합뉴스)가 기자가 되고 싶은 혹은 기자세계를 알고 싶은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라면, 임금보다 사명감!

“기자는 다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아는 시민일 뿐이지 특수 계층이 아니다. 조금 더 많이 안다는 것도 언론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좀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p.21)



최철 기자. 원래 기자를 꿈꾸진 않았다. 폭풍한파가 불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취업전선도 꽁꽁. 시험보는 게 낫다 싶었다. 언론사 시험에 눈을 돌렸다. 여기저기 시험을 봤고, 4번째에 CBS에 붙었다. 2001년이었다. 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보람도 있었다. 어느덧 10년 이상 흘렀다.

“기자가 되고 싶어서 하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먹고 한 사람과 뜻하지 않게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면 못했을 것이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기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기자가 된 뒤 학교 다닐 때 기자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런 게 아쉬운 점인데, 여러분은 오늘 운이 좋은 거다. (웃음)”


그렇다면, 기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직업인으로서의 기자. 임금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임금만 놓고 기자가 되겠다면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단다. 기자에겐 임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 물론 기자가 된다고 마냥 행복해질 순 없다.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다.

“세상엔 훌륭한 사람이 많지만, 개인이 세상을 바꾸긴 쉽지 않다. 기자는 기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기사로 삶이, 사회가 바뀐다면,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크다.”

그는 입사지원서에 목에 칼이 들어와도 펜을 꺾지 않겠다고 썼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기자들에겐 유무형의 압력이 들어온단다. 기사 때문이다. 특히, 누군가의 치부나 부정 등을 드러내는 고발성 기사. 기자의 펜을 무서워하는 건, 기사로 직업적 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떤 권력집단은 기득권 보호 등을 위해 기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압력이나 협박을 넣는다. 보복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그 당시 입사 지원서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을 본받아”라는 구절이 쓰여 있다.”(p.17)



기자는 사실(팩트) 앞에 당당해야 한다. 굴복하거나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 기자는 언론사 사주나 조직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영희 선생님은 그랬다.

최 기자는 2004년의 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시끌시끌했던 시절. 탄핵찬성집회에서 송만기라는 사람이 “대통령 영부인이 고졸인데 자격이 있느냐”는 식의 말을 했다고 보도가 됐다. 그것이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는 그때 현장에 있었다. 그리고 말이 왜곡돼서 전달됐음을 알렸다.


“송만기 씨는 비유를 든 거다. 당시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 석상에서 대우건설 사장에 대해 기분 나쁘게 얘기를 했다. 그는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는데, 송 씨는 노 대통령이 한 마디해서 사람을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대통령 영부인이 고졸이니, 국모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건 언어적 살인이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

당시, 한 TV시사프로그램이 비유라는 말을 빼고, 대통령 영부인이 고졸이니 자격이 없다고 편집 방송했다. 송만기 씨, 공적이 됐다. 최 기자는 현장에 있어서 정확한 맥락을 알았다. 편집을 잘못하면,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정확한 맥락의 사실을 썼다. 그도 공적이 됐다. 죽이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회사에선 일주일 정도 태국에 갔다 오라는 얘기도 했다. (웃음) 그 일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기사를 안 썼으면 송씨는 매장됐을 거다. 두렵고 귀찮아서 눈 감고 지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사건은 영영 묻혔을 수도 있고, 방송사가 그랬던 것을 아무도 몰랐을 수도 있다. 기자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일이 모든 기자에게 매일 찾아오는 건 아니나, 그런 일이 왔을 때 기자는 정직해야 하고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자가 되기 위해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할까? 최 기자의 자문은 이렇다. 언론에 기본적인 관심 갖기. 누구나 하는 정도의 스터디나 노력. 그 이후는 운. 순전히 그의 생각이다. 요즘 학생들, 이른바 ‘스펙’도 좋은데, 그렇다고 다 기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법. 만고의 진리가 기자되기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만고의 진리? 운이 인생을 좌우한다!

“과연 어떤 사람이 언론사에 합격하는 걸까? 실제로 기자가 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운이 좋았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p.39)



“기사 잘 쓰면 결국 인정 받는다”

이어 강훈상 기자의 이야기가 따랐다. 그는 원자력핵공학을 전공했고,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3학년, 운명적인 여인, 즉 팜 파탈(?)과의 만남이 그의 꿈을 틀었다. 오빠가 기자가 됐으면 좋겠어. 청년 강훈상, ‘조중동’이라는 이제는 대중적인 용어가 된 말은 물론, ‘언론고시’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행시, 사시와 같은 레벨의 국가고시인줄 알았다. 그러니 기자가 되려면, 언론고시를 패스해야 언론사에 들어간다고 여겼다.

“조선일보에 전화해서 물었다. 기자가 되고 싶다. 공대생도 될 수 있냐? 된다. 그런데 그때 알았다. 언론고시가 입사시험이라는 것을. 왜 고시냐고도 따졌다. 고시처럼 경쟁률이 높아서 그렇다는 핀잔을 듣고, 바로 군에 갔다. 제대 하는 날, 그녀와 헤어졌다. 그런데, (공부한 것이) 아깝잖나. 그녀가 원망스러웠지만 시험을 보고 붙었다. 스터디도 안 하고 독학해서.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 맞다. 나를 왜 뽑았는지도 모르겠고. (웃음)”

“‘언론고시’라는 말이 등장한 이유는 아마도 지원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최종 합격자 때문일 것이다.”(p.31)



그는 ‘기자질’(강 기자의 표현)을 하면서 필요하겠다 싶은 책 3권을 소개했다. 첫째는, 국어사전. “항상 사전을 찾아봐라. 내가 쓰는 말이 옳은지. 보통 우리가 쓰는 말, 틀린 것 많다. 대중적으로 쓰는 어휘도 잘못된 것이 많다. 국어사전은 어휘와 관련이 있다. 어휘가 빈곤하면, 철학이 빈곤하고, 철학이 빈곤하면 기사가 안 보인다.”


둘째는, 통계학개론. 기사를 쓸 때, 숫자나 데이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경제부가 아니더라도, 쓸 일이 있다고 조언한다. 셋째,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 “지금, 영어를 많이 쓰다 보니, 영어식 표현이 꽤 많다. 특히, 물주구문. 물건이 주어가 되는 구문인데, 이는 피동형이다. 우리말에는 피동형이 없다. 우리말은 사람이 반드시 주어가 돼야 한다. 피동형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전략적으로 쓸 때가 있으나,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최근 몇몇 영화를 통해 기자를 만났다. 우선, <모비딕>. 배우 황정민이 거악에 맞서 싸우는 기자로 나왔다. 또 하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러셀 크로가 멋진 기자로 활약했다. 다른 한편으로, <라디오스타>. 흘러간 과거의 스타로 나오는 박중훈이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로 끌려가 조사를 받는다. 형사 옆에서 약 검사해보라고 깝죽대는 존재가 있다. 기자다. <부당거래>에서 기자는 권력과 야합하는 지질한 존재였다.

현실에서 기자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강 기자 생각엔, <부당거래>나 <라디오스타>다. 하긴,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2003년판 동명의 영국 BBC드라마에선 이런 독설(!)이 나온다. 혹은 언론의 속성을 꿰뚫는 직설. “그건 직업도 아냐. 쓰레기일 뿐이지. 너 같은 놈들은 누가 가십이나 절망이나 온갖 쓰레기를 떠먹여 줄 때까지 앉아서 아무것도 못하잖아!”

장안의 화제,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대한 이야기가 잇는다. “요즘 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나꼼수>,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진우 기자. 나도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 (웃음) 기존 언론으로선 위협인데, 내 생각엔 정상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기득권이 있을 이유가 없거든.”

그는 지금의 언론계 현실에 대해 좀 더 주석을 붙인다. “주진우 기자가 메이저언론의 기자는 아니지만, 그런 훌륭한 기자가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마이너언론 기자들은 무시 받는다. 돈도 적게 받고. 그럼 메이저언론 기자는 능력이 좋나? 아니다. 운이 좋은 거지,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회사 자체로 영향력 있는 기자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기자가 되고 싶다면 어딜 가야할까. 그는 기사를 읽었을 때 편한 언론. 즉, 자신의 견해에 따라 갈 것을 권한다. 아울러 분명한 사실 하나. 세상은 기사를 잘 쓰는 사람을 알아준다는 것. 처음엔 메이저언론사 기자를 알아줄지 몰라도, 결국은 기사를 야무지게 쓰는 기자가 인정받음을 강조한다.


자본권력, 기자가 넘어서야 할 벽

기자와 권력.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에 대한 강 기자의 견해를 들어보자. 앞선 시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정치권력이었다. 허나 지금은 바뀌었다. 자본권력이 ‘왕’이 된 시대다.

“메이저건 마이너건, 자본권력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자본권력의 언론침탈은 정치권력의 것보다 예리하고 잔인하다. 한국 신문사들에게 구독료는 지국운영비일 뿐이다. 아마 광고에 90% 이상 기댈 것이다. 그러니 기업이 광고 안 줘봐라. 예전에 삼성그룹이 한겨레에 광고를 안 준 적이 있다. 결국 한겨레가 이겼는데, 그건 한겨레니까! 정치권력에 대항하면 정의롭게 보이고 지사 같은데, 자본권력에 대항하면 바보 소리 듣는다. 왜? 밥줄 끊는다고.”

그는 기자가 되면, 자본권력과의 관계에 대한 딜레마를 어떻게든 겪을 것이란다. 생각하건대, 지금은 자본권력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기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른바 ‘독립’언론이라는 선언을 볼 수 있다. 그건,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돈(자본) 없이 운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휘둘려 기사를 쓰지 않겠다, 자본권력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 시사인이나 경향신문 등이 일부 언론이 그렇다.

한때 언론사 기자로 체험한 바, 많은 언론사는 자본에 굴종하고 고개를 숙인다. 오죽하면 한 메이저언론의 어떤 기자는 출근할 때마다 집에 ‘기자정신’은 두고 나온다는 자조 섞인 말을 했었다. ‘한때 단독자’였던 기자는 ‘지금 직장인’이 됐다. 서글프고 씁쓸한 현실이다. 그러나 ‘먹고사니즘’이 직장인기자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쪽 팔리는 일이니까.

강 기자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지금 5살인 아이가 아버지가 쓴 기사(와 댓글)를 볼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기자상을 받는 것도, 유명하고 훌륭한 기자로 이름을 날리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 아버지 직업을 쓸 텐데, 자랑스럽게 기자라고 쓸 수 있는 것이다. 쪽 팔리지 않은 기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는 안정적이고 수월한 출입처 자리를 마다하고 기획취재팀 기자를 자처했다. 출입처 기자가 되면, 밥과 술은 으레 출입처에서 대접 받는다. 소수의 그렇지 않은 기자도 있으나. 그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도덕적이어서가 아니고, 골프까지 치면 너무 나쁜 놈이 될 것 같아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비리 혐의는 기자 시절부터 받은 것이다. 받는데 익숙함이 부른 도덕적 해이라고나 할까.

“신재민 대놓고 욕할 기자는 많지 않을 걸? 신재민은 몇 억 받았지만, 사소하게 몇 천 원짜리라도 밥 얻어먹거든. 그러니 마음의 짐이 커서 출입처 없는 기자질을 하고 싶더라. (웃음) 출입처 없이 맨땅에 헤딩해서 캐내는 게 진짜 기자 능력이라고 본다. 밥, 술, 골프 잘 대접하는 물 좋다는 부서에 있었는데, 박차고 나왔다. 처음엔 후회됐으나 요즘 가볍다. 쓸데없는 관계에 짓눌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사는 독자를 바라보고 진정 그들의 알 권리를 위해 써야했지만 출입처에 대한 나의 영향력이 우선되는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때도 부지기수였다. … 앞으로 나의 기자질은 이런 갭을 최소화하는 데 그 목적을 둬야 하는 이유다.”(p.375)



강 기자는 후배 기자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요즘 후배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체제 순응적이다. 기사를 쓰면 어떤 파장이나 영향을 일으킬까, 생각하는 게 아니고 기능적이다. 부장이 시키면 잘 듣는다. 기사는 평생 남는데, 나중에 쪽 팔릴 기사도 말 한마디 않고 쓴다. 취직 어려워서 그런지, 그리 자라왔는지 모르겠으나, 왜 기자가 됐지? 이런 의문도 든다. 일반회사에 들어갔으면 될 텐데. 조직에서 출세는 못해도 쪽팔리게는 안 살아야지. 부장이 내 인생 살아줄 거 아니잖나.”


그 밖에 기자에게 필요한 것으로 체력을 든다. 기자는 체력싸움이란다. 싫어도 술 많이 먹고 근무시간도 길다. 그가 보기에 기자는 고소득 전문직 아닌 ‘고소득 일용직’이거나 ‘저강도 장시간 노동’이다. 취재를 많이 할수록 기사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체력이 좋아야 그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모비딕>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훌륭한 기자들 공통점! 독신. 농담처럼 그는 말한다. “장가 안 가면 기자질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다. 늦게 결혼해라. 그거 중요하다. (웃음)”

그는 『기자 수업』을 통해 기자가 될 수 있는 팁과 함께 언론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기자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임을 강조했다.

“대부분 기자는 순환보직제이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몰라도 기사는 써야한다. 그래서 부단히 공부해야 한다. 운이 좋아서 기자가 되면, 그게 끝이라고 할 게 아니다.”

최철 기자도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팁을 덧붙인다. “학점관리도 중요하고, 영어는 필수다. 취재할 때도 영어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토익점수가 없어서 난리치는 사람이 있는데, 100% 안 된다. 글쓰기도 재능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사설?논설 등 좋은 기사를 베껴보라. 인용한 구절은 메모했다가, 글 쓸 때 써보라. 그러면 글이 생동감이 있다. 그런 것들 챙겨서 하면, 글쓰기에 도움 된다.”


Q&A

기사‘거리’를 찾는 게 힘들 거 같다. 어떤 관점으로 취재아이템을 찾나?

기자는 대개 출입처가 있다. 거리를 찾으려면 취재원을 만나야 한다. 똑같은 주제인데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시기에 맞춰 옛날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것도 좋다. 거리만 찾을 수 있으면 기자 참 좋은 직업인데, 그거 못 찾아서 힘든 거다. (웃음)

대학3학년이다. 기자가 되려면 고전 등 여러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시간 할애를 어떻게?

3학년이면 시간 많지 않나? (웃음) 고전을 꼭 읽으려 하지 말고, 사설이나 논설을 보면 고전 인용도 많다. 그런 글을 정리만 해도 좋다. 입사한 뒤 고전에 심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고전을 다 읽으려 하기보다 기자가 되고 나서도 충분하다. 테크니컬한 부분에 치중해서 합격한 뒤, 나랑 같이 하자. (웃음)

기자하면서 소신에 반하는 기사를 써야할 때, 데스크와 어떻게 타협하는지?

데스크와 많이 싸운다. 누구나 소신이 있는데, 나는 거의 안 쓴다. 회사별로 사풍이 다르긴 하나, 기자의 소신과 다른 기사를 억지로 쓰게 하진 않는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쓰라고 하는데, 안 쓰면 나가야 하는 회사도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