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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로고송은 술에 취해서 만들었어요” - 바비빌 <닥터 알콜>

컨트리음악과 맥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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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빌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맥주를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게 된다. 그렇게 맥주를 홀짝이노라면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가죽 부츠를 신은 채 황야를 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으로 가득한 지하철. 대교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행렬. 직장상사의 핀잔. 도시의 공해와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매일 똑같이 울려 퍼지는 유행가에 지쳐 있다면 바비빌의 음악을 들어보자. 바비빌의 음악을 들을 때는 맥주 한 캔을 챙겨 아무 곳에나 널브러지면 그만이다. 바비빌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맥주를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게 된다. 그렇게 맥주를 홀짝이노라면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가죽 부츠를 신은 채 황야를 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컨트리음악은 해방이다.


상상마당에서 바비빌(Bobbyville) 2집 <Dr. Alcohol> 쇼케이스가 열렸다. 바비빌은 정바비를 필두로 한 국내 유일의 본격 컨트리밴드로 이번 쇼케이스에는 4명의 객원가수와 9명의 연주자가 함께했다. 사회는 신작『뭐라도 되겠지』를 쓴 김중혁 작가가 맡았다.

이날의 쇼케이스에는 ‘맥주 만들기 동호회’에서 직접 만든 하우스 맥주가 제공됐다. 관객들은 맥주를 홀짝이며 컨트리음악에 취해갔다. 맥주동호회와 바비빌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하는데……. 맥주 만들기 동호회 운영진 정영진 씨는 바비빌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동호회에서는 매년 맥주 축제를 해요. 축제에 맥주와 관련된 노래를 하시는 가수 분을 섭외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바비빌의 <맥주는 술이 아니야>란 노래를 찾게 되었어요. ‘이 노래야말로 우리 동호회의 주제가다! 정말 주옥같은 노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수를 검색하다 보니 전화번호가 하나 뜨더라고요. ‘무슨 번호지?’ 하고 전화를 했더니 정바비 씨가 직접 받으셨어요(웃음).” (정영진)

노게런티로 이루어진 그날의 계약조건은 딱 하나였다고 한다. 술을 배터지게 먹게 해줄 것!


“제 경험담으로 만들어진 노래들이에요”

바비빌 2집은 2006년에 발표된 1집 <The Men Of The 3M> 이후 5년 만에 나온 앨범이다. 바비빌의 음악은 ‘시골집이 그립다’는 존 덴버 식의 컨트리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1집 발매 당시 음주, 실패한 연애, 너절한 사내들의 실수담으로 가득한 바비빌의 음악은 기존의 컨트리음악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며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들었다.

그와 같은 맥을 잇고 있는 2집은 정바비와 기타리스트 김규하의 만남으로 이뤄졌다. 1996년 ‘언니네 이발관’으로 데뷔한 정바비의 음악은 무척 신변잡기적이다. 그리고 그런 신변잡기적인 고백은 공감과 해학을 끌어낸다.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5년 전에 냈던 1집 같은 경우는 100% 제 경험담이에요. <망신살>이라는 노래는 이대 앞에 있는 점집에 갔더니 점쟁이가 ‘망신살이 껴 있다’며 ‘유부녀와 어린 여자를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직까지 유부녀와 어린 여자를 조심하고 있어요(웃음). 2집은 조금 각색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요. <스타벅스의 중심에서 오백 세 잔을 외치다>는 실제 스타벅스에서 오백 세 잔을 외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가사 중에 ‘술을 마시고 유료주차장에서 담요 대신 그랜저XG를 덮고 잤다’는 것은 실제 경험담이에요(웃음).” (정바비)

(왼쪽부터 김중혁, 정바비, 김규하)

정감 있는 리듬과 재치가 번뜩이는 가사로 한국형 컨트리음악을 완성한 정바비. 김규하는 그런 정바비를 어떻게 평가할까.

“바비는 항상 술에 취해있었습니다. 주로 늦은 시간에 술집에서 보다 보니까요. 저는 술을 끊은 지가 2년이 좀 넘었어요.” (김규하)

김규하가 술을 끊었다는 소리에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풍모만 보면 공연 직전에도 한잔하고 왔을 거 같은 김규하. 그런 김규하가 소개하는 컨트리음악의 매력은 무엇일까.

“컨트리음악의 매력을 오늘 느껴보시기 바라요. 말로 풀어버리면 매력이 반감될 거 같아요. 저는 컨트리음악과 함께 블루스와 재즈도 하는데, 세 음악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음악을 고루 들어보면 각 음악이 가진 매력을 가슴으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김규하)


“나꼼수 로고송은 술에 취해서 만들었어요”


이날의 객원가수 중에 무중력소년(본명 김영수)은 최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나꼼수’ 로고송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각하는 그럴 분이 아니죠”로 시작하는 중독성이 강한 나꼼수 로고송 컨트리음악 버전은 특히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듯 내지르는 “가아카악!”로 끝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무중력소년은 나꼼수 로고송 창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사실은 그날 술을 많이 먹었어요. 술에 취해서 만돌린을 치다가 필을 받았지요. 그래서 ‘야! 녹음해!’라고 해서 녹음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술자리에서 녹음한 걸 바탕으로 벤조를 연주하는 루빈 씨한테 부탁해서 재녹음을 했지요.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나꼼수 PD인 김용민 씨한테 메일로 보냈어요. 각하께서 아메리카를 사랑하시는데 때마침 이번에 친미적인 노래가 하나 나와서 보낸다고 썼죠. 그랬더니 김용민PD에게 답장이 오더군요.” (무중력소년)

김용민PD는 무중력소년이 보낸 노래를 듣고 “저도 컨트리음악을 무척 좋아하는데, 특히 이 노래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군요. 다음 주를 기대하세요.” 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로고송은 4주 연속 나꼼수 로고송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날 무중력소년은 <나꼼수 로고송>과 함께 바비빌 2집에 수록된 <짤막한 사랑>과 <좋은 의미에서 나쁜 남자>를 열창했다.


“다 함께 브라자를 외쳐요!”

이어서 또 다른 객원가수 조태준의 무대가 이어졌다. 현재는 망원동에 거주 중이지만 토종 부산 머스마인 조태준은 <서울 부산 428km>와 <술박사> 두 곡을 불렀다. 특히 <술박사>를 부를 때는 신나는 댄스까지 선보여 관객석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바비가 저한테 박사라는 칭호를 달아줬어요. 술박사요(웃음). 마시고 마시다 보니 결국 <술박사>라는 노래까지 부르게 됐네요.” (조태준)


노래를 마친 조태준은 건배를 제의하며 “브라자!”를 외쳤다.

“부산에서는 건배할 때 ‘브라자!’라고 해요. 브라보와 지화자를 합친 말입니다” (조태준)

바비빌 2집 <Dr. Alcohol>에는 키스한 후에 자신의 칫솔을 쓰기 시작한 여자 친구를 보고 만든 <치약의 맛>과 전화상담원의 ‘사랑합니다’란 말에 마음이 무너지고 마는 실연남의 심리를 그려낸 <짤막한 사랑>등을 포함해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바비빌 2집 <Dr. Alcohol>은 두주불사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술은 숙취가 남지만 바비빌의 음악은 숙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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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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