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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시멘트로 덮인다고요?” - 지금, 강정과 평화를 지켜야 할 시간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출간기념 강정평화유랑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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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에서 트위터 영화를 만드는 등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균동 감독이 무대에 먼저 올랐다.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이주빈 저/사진 노순택/오마이북 펴냄)는 아름다운 강정바다와 강정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는 평화유배자들의 이야기다. 강정마을 해안가 길이 1.2km의 너럭바위, 제주올레 7코스이며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구럼비.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며 바다를 감상하고 싶은 사소한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지키고 싶은 소중한 평화.

그러나 2011년 9월 대한민국 해군과 토건업체가 3m짜리 철재 펜스를 치고, 구럼비 바위를 부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도 미흡했다. ‘군사주의와 부당한 공권력’이라는 유령이 여전히 대한민국에 배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럼비와 강정마을 평화를 지키기 위해‘평화유람단’이 떴다. 지난 21일, 서울 홍대 부근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출간기념, 강정마을의 평화를 위한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대동마당(강정평화 유랑공연)이 펼쳐졌다.

강정마을에서 트위터 영화를 만드는 등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균동 감독이 무대에 먼저 올랐다. “한 분 한 분 강정을 사랑하고 아끼는, 쉽게 말해 우리 편이 모였다. 오늘 온 분들은 문정현 신부님이 배우로 데뷔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문 신부님은 버스, 포크레인 위에 잘 올라가시고 소리도 잘 지르시는데, 무대 위에선 모르겠다. (웃음) 부족한 면이 있어도 강정의 평화를 생각하며 박수를 보내 달라. 이게 잘 돼서 전국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책을 만든 이주빈 오마이뉴스 기자와 노순택 사진작가의 인사말이 차례로 이어졌다.

“5년 넘게 제주해군기지를 취재했는데, 이 책을 작업하면서 많은 사람 마음에 스며들고, 평화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만든 것은, 강정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강정마을에 대해 작업했던 노순택 작가는 이번에도 다시 흔쾌히 작업에 동참해줬다.”(이주빈 기자)

“책을 보면, 구럼비에 대한 신비감을 느낄 것이다. 구럼비에는 바다연못이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인데 무척 좋다. 여러분들도 강정마을 살리는 일에 나서줘서 저곳을 해군기지가 아닌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서 방문해주길 바란다.”(노순택 작가)

강정은, 흥겨움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루나틱’의 등장. 강정마을 문화제에서 연주한 인연을 지닌 이 에너자이저는, 자신들을 세상의 상식을 노래하고자 하는 밴드라고 소개한다. <나꼼수>의 상징어, ‘쫄지마, 씨바’를 외치며, 자신들의 노래 「같은 하늘 아래」를 첫 곡으로 띄웠다. 흥겨운 리듬과 신나는 노랫말, 분위기는 ‘쩐다’.

다음 곡도 분위기를 잇는다. 구럼비는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구럼비 입장에서 부르는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한층 분위기를 달아오른다.

곧 여균동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 <강정블루스>의 상영. 마흔한 살, 노총각 구보 씨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의 이유. 짧지만 재밌고 강렬한 호소.

“강정에서 트위터 영화를 만드는 까닭은 질긴 견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강정의 절박함을 많은 이들과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p.218)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반전과 평화에 앞장서고 계신 ‘길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의 독백극.

“과자야, 기특한 과자야~♪”라는 노래와 함께 객석에서 등장한 문 신부는 전쟁광 부시(전 미국 대통령)와 과자를 빗대, 신명 나는 노래 한 마당을 펼친다. “내가 신부 같아요? 내가 봐도 신부 같지 않아요”라며 이실직고(?)부터 하고 보는 문 신부는, 대추리 주민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된 사연, 푸른 바다를 팔아먹는 해군의 꼼수,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정마을의 평화 등을 노래한다.

수시로 터지는 박수. “대추리에서는 올해도 내년에도 농사짓자. 강정에서는 질긴 놈이 이긴다. 구럼비야 울지 마, 힘내라 강정, 끝까지 버틸 거야.” “강정은 우리 땅~♩”을 랩처럼 노래하는 문 신부. 길 위의 신부, 깡패 신부, 운동권 신부 등으로 불리며, 신부가 안 됐으면 깡패 혹은 별이 7~8개 됐을 거라는 그의 절규이자 기도는, “세상을 바꾸자.”

“강정마을은 대추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 아픈 곳이니까 온 거야. 몸이라도 함께 있어야지. 그게 우리의 신분이야. 가난하고 고통받고 빼앗기고 있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 이게 성직자의 본분이야. 하늘이 주신 신분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어?”(p.17)

문 신부가 퇴장한 뒤 ‘노래하는 이광석’의 등장. 이생진 시인의 시에서 노랫말로 붙인 「갈매기」를 불렀다. “나는 강정에 아직 못 가봤다. 곧 강정과 구럼비를 찾아서, 신부님을 뵈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구럼비, 바다, 인간들 때문에 죽어가는 자연과 사람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전하고 싶다.” 역시 제주를 노래한 「고독」이 울려 퍼졌다. “밥은 잡샀대요?”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 고구려 밴드, 즐겁다.

평화유배자들, 만나다



여균동 감독이 강정의 평화유배자를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이주빈 기자와 각 평화유배자들의 인연과 대화의 시간.

(이주빈 기자) 고길천 작가는 강정마을의 상징처럼 돼 있는 맑은 눈망울의 드럼통 그라피티를 작업했다. 4.3문제로 놈 촘스키 교수와 친분을 맺다가 지지서명을 이끌어낸 분이다.

(고길천) 강정마을에 예술가들을 모아서 현장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평화활동가 중에 최성기 씨라고 있다. 그분이 어느 날, 왜 예술가들이 여기서 작업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했는데, 다음날 그분이 연행됐다. 이 분이 늘 떠올라 6개월 동안 예술행동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번 달로 끝난다. 이 작품들을 모아 『동행』이라는 카탈로그를 냈다.

촘스키 교수와의 인연은, 제주 4.3항쟁 미술에 대해 서신을 왕래하다가 맺어졌다. 강정마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더라. 직접 만나자고 하셔서 찾아갔고, 내 인생 가장 긴장된 순간 중의 하나였다. 마을 이장의 편지를 전달했고, 강정마을이 아름답다고 하더라. 그때, 뉴욕의 자유광장(주코티 공원)에 갔는데, 강정마을이 ‘Occupy Wallstreet’와 연결이 돼 있음을 알았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생기면 무기를 2조 원 넘게 채워야 한다. 누가 이득을 보겠나. 미국 군산복합체가 이득을 보고 그 배후엔 월스트리트가 있다.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줄 아는 이가 청년이다. 그리고 분노의 밑천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관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 멋대로 사는’, 그러나 결코 타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p.98)

김세리님 인터뷰는 어떻게 하게 됐나?

(이주빈) 처음에 굉장히 까칠했다. (웃음) 당시 세리님이 강정 상황을 총괄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짬을 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전에도 오마이뉴스와 했다면서 자신의 작업을 위해 강정을 이용하는 것이 싫다고 하더라. 한 달이 지나고, 내가 장난하러 온 것이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줬다. 인터뷰 하면서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김세리) 지난 4월1일 처음 강정을 밟았다. 3일 후 양윤모 평론가가 잡혀갔는데, 대한민국 기자가 아무도 안 왔다. 우리나라엔 기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귀여운 분이 와서 기자가 맞나, 싶었다. (웃음) 나는 예전에 무용을 했고, 지리산에 귀촌해서 영화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집이 섬진강 옆인데, 4대강 사업할 때 1인 시위를 하면서 사회문제에 한걸음 더 내딛게 됐다. 섬진강 시멘트 도로문제는 승리했다. 4대강 사업 중 전국에서 최초로 승리한 지역인데, 마무리할 즈음, 강정에서 영화상영 초청이 와서 스태프로 왔다.

양윤모 선생님과 술을 마셨는데 새벽녘 구럼비를 혼자 봐야 한다고 하시더라. 혼자 나가서 구럼비를 보곤 8개월째 살고 있다. 내가 갔을 당시에 주민들도 지쳐 있었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숨구멍이 트위터 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구럼비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여기가 시멘트로 덮인다고요? 이런 반응이 엄청나게 오면서 강정당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트위터가 강정마을을 알리는데 일선에 섰다.


“강정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구럼비가 내 감각의 세포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요. 마을 주민도 그렇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렇고요. 이익을 통해 맺어진 관계가 아니고 사랑과 믿음, 신뢰를 통해 맺어진 아름다운 관계죠. 사람들을 보면서 또 사람들의 관계에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삶을 경험하고 있어요.”(pp.159~160)<

평화유배자 중에는 외국인들도 있다. 그 중 한 명인 뱅자맹 모네, 어떻게 인터뷰하게 됐나?

(이주빈) 외국인 두 사람 있었다. 대만 분과 프랑스 분이 있었다. 서양 사람이 뭐하냐고 물었더니, 동네 사람들 마음치료를 해 준다더라. 기치료 비슷한 거였는데, 인터뷰를 두 번에 걸쳐 했다. 처음 인터뷰를 하고 보니, 화젯거리정도만 되는 거다. 이 사람 마음결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더 했다. 다시 인터뷰를 했는데, 무척 멋있는 친구다.

(뱅자맹 모네) 친구인 정연경 교수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이혜경 씨 소개로 강정에 오게 됐다. 처음 온 날, 구럼비 바위에 신발을 벗고 바위가 전해준 온기를 느끼고 있는데,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얘길 듣고 이곳에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 강정마을에 사는 사람들 인형을 만든 들꽃님에게 고맙단 이야길 전하고 싶다. 구럼비 바위에서 두 달간 텐트를 치고 살았다. 해군기지반대 평화운동이 격렬해졌고, 심화돼 갔다. 15년 동안 세계 각지 돌아다녔는데, 한국은 꽃이 피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단결과 에너지가 많이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그의 직업은 ‘마음치료사’다. 치료 수단으로는 마그네틱테이프나 마사지를 이용한다. 하지만 그저 눈빛 나누기만으로 사람들의 다친 마음을 치료하기로 한다. 강정마을에서는 지금까지 30여 명의 상한 마음을 치료했다.”(p.56)

강정마을 사람들 인형 작업을 한 들풀님도 한마디 해 달라.

(들풀) 내게 구럼비신이 들린 것 같다. 대추리에서 문 신부님을 처음 뵀는데, 강정마을에 와서 왜 이렇게 변했느냐고 묻더라. 대추리에서는 소심했거든. 강정에서는 오두방정을 다 떨고 다니는데, 신 내림을 받은 거다. (박수)

평화유배자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배우 맹봉학(<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아버지)씨가 강정당 당수에게 카니발 공연의 모금을 전달했고, 배우이자 시인 오광록 씨가 자작시 「평화를 그리워하는 연보랏빛 새」를 읊었다.

이날의 마무리를 위해, 강정에서 눈 맞은 3인으로 구성된 ‘신짜꽃밴(신나고 짜릿한 꽃밴드)’이 등장했다. 11월초에 결성된 이 밴드는 멜로디언 김세리(셀꽃), 기타 조약골(약꽃) 보컬?탬버린 돌꽃이 멤버. 아마도, 유랑극단이라면 저들처럼. 히트곡 「모기」의 열창. “나는 모기가 싫어/ 세상에서 모기보다 더 싫은 건/ 해군과 바퀴벌레/ 나는 경찰이 싫어/ 폭력경찰이 싫어/… /나는 강정이 좋아/ 나는 구럼비 좋아/ 이 세상보다 강정보다 더 좋은 건/ 여기 모인 여러분들♪”



이어지는 히트곡 퍼레이드.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왜 사랑하는지, 노래로 푼 「아름다운 바다」와 해군기지를 막기 위한 「막아 막아 막아」. 조약골의 깜짝 생일 파티와 함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들은 다짐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해군기지를 막아내고 FTA도 막아내자.

마음을 다하면 평화가 오리라

문정현 신부는 말했다. “대추리는 다 뺏기고 집단 이주를 했는데, 강정은 다르다. 해군기지가 건설된다고 해도 주민들은 남아 있다. 이 싸움은 계속 된다. 평화는 강정에서 시작된다. 강정을 싹쓸이해도 해군기지는 안 된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재능을 평화의 제주를 만드는데 투자해 달라. 우리들, 제주도에서 평화가 이룩될 때까지 싸우겠다.”

평화가 무엇인지 그 실체가 궁금하다면 이것. “해고 노동자들에게 평화는 자기가 열심히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 장애인에게 이동권이 보장되면 그것이 평화야.… 강정의 평화는 무엇일까? 살던 대로 사는 것이지. 날마다 보던 범섬 그대로 보고, 매일같이 놀던 구럼비에서 그대로 놀고……”(p.20)

나는 궁금했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까.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평화가 올까. 세상은 터무니없이 견고하고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허나, 좋은 어른(들)이 있음을 확인한 시간. 나는, “평화에 닿기 위해서는 평화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p.59)는 것을 알았다. 마음을 다해 원하면 평화가 오리라는 신념. 그리고 행동.

제주를 간다면, 당신의 일정에 강정을 포함할 것이다. 거기엔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싹트는 곳이니까. 그리고 뭣보다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광경이 펼쳐지니까. 미국 소울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는 그랬단다. “세상에서 가장 장엄한 광경은 불리한 여건과 싸우는 사람의 모습이다.”

나는 내가 발 디뎠던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산지와 강정마을의 평화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자연을 목도했던 나는, 자연과 땀의 결정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연의 일부. 강정마을 평화유배자들의 질긴 견딤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리라. 이탈리아 슬로시티 칼라브리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순환과 조화를 그린 영화 <네 번>에서 느낀 평화가 강정마을에도 함께 피길. 내 커피에도 평화를 담을 수 있길.

“인간은 너무 자주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요. 이 세계에는 광물과 식물, 동물, 곤충이 모여 사는데, 이 네 가지 사이의 조화가 바로 평화입니다.”(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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