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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감각을 찾는 방법, 詩와 만나는 고독의 시간을 가질 것 -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최고의 사치는 詩를 읽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詩 낭송하는 여자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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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와 예술의 전당이 공동으로 기획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자, 맞춰보자. 그는 누구일까?
- 열다섯 살에 시로 데뷔, 부르주아와 물질만능의 부조리를 조롱하고 저주했다.
- 당대의 유부남 시인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 조숙한 천재였던 까닭일까, 스무 살이 넘자 문학을 단념했다.
- 그에게 예술적 자유를 부여했던 詩를 황금과 상품으로 바꿨다.
- 유럽과 아프리카를 무대로 상인이자 무기밀매상으로 지내다 서른일곱, 요절했다.

11월이 다가올 즈음, 혼자만의 놀이를 즐긴다. 그의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 커피에선 詩가 따라붙는다. 랭보 때문이다. 아르튀르 랭보. 삶을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마냥 보내다 요절한 바람구두. 10월20일의 태어남과 11월10일의 죽음. 불과 5년의 예술적 탐험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천재시인. 이후는 방탕으로 점철된 詩의 사후.

물론, 그는 우리에게 발표하지 않은 詩를 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커피상인을 했다는 그가 커피를 마시면서 詩를 뱉지 않을 도리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는 일찍이 ‘시인’이었잖은가. 시인. 사회의 환부를 남보다 먼저 감지하는 몸을 지닌 존재. 그것이 시인의 아픔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또한 시인의 숙명이니까.

우리에게도 그랬다. 이상과 윤동주가 그랬고, 백석과 김소월이 그랬으며, 김수영이 그러하였다. 그럼 서정주는 뭐냐, 고 묻는다면, 환부를 먼저 감지했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몸을 낮췄다, 고 얘기하겠다. 지금, 詩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 우리는, 욱신욱신 아프니까. 개인이, 사회가, 우주가 아프니까.

지금-여기, 진짜 시인이 필요한 까닭이다. 랭보가 그랬다.
“시인은 길고, 거대한 타락에 바탕을 둔 모든 감각을 통해 선지자가 되는 것이다.” (1871년 5월 폴 드메니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랭보의 시간에 포함된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푸치니홀에선 詩가 흘러나왔다. “꽃 지는 저녁에 나는 詩가 고프다”고, “모든 찬란한 순간은 詩가 되고, 나는 詩처럼 살아가고 싶다”며, “최고의 사치는 詩를 읽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詩 낭송하는 여자의 등장. 예스24와 예술의 전당이 공동으로 기획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의 저자, 김지수(보그코리아 기자)와 독자가 詩로 만났다.

첫 낭송, 「꽃 지는 저녁」(정호승)이었다.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나의 한 시절을 가득 채울 수밖에 없었던 詩. 이 詩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시절.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동사무소에 가자」(이장욱)와 「어쩌자고」(진은영)가 뒤를 이었다. 詩가 각자의 마음에 꾹꾹 밟히는 시간 속에 음악이라는 詩가 틈입한다. 김지수의 친구, 주의 음악감독의 등장이었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이라는 노랫말이 있어서 골랐다는 「내가 만일」과 이날과 딱 어울리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시공간을 채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詩와의 근접조우.



책을 쓴 계기, 쓰면서 좋았던 것은 무엇일까?

이날 김지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책이구나. 詩로 사치를 부릴 시간이 있었음이 고맙다. 소중한 사치의 시간.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썼다. 시가 좋았고, 사랑에 빠졌다. 시는 언어가 만들어내는 황홀경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인가. 처음으로 원고료로 환산할 수 없는 글을 쓴 게, 시였다. 매일매일 시를 한 편 한 편 써나가면서 나는 얼마나 가슴 벅차했었던가. 세상이 나의 언어를 입고 환생하는 것은 ‘천지창조의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는 그때 이미 빛과 어둠의 혼성 지역을 다녀온 시인이었다. (p.135)



그녀 생각건대, 인간은 태어날 때 시인이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태초에 말씀이 있었나니, 그것 역시 詩다.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다, 그 자체가 시적 창조다.

“하나님도 시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가장 닮은 존재를 창조했는데, 아담 역시 시인으로 태어났다. 아담이 처음 했던 말, 그 이상이 있을까 싶다. “이는 마침내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다.” 인간은 시인으로 태어났다. 육아지 기자를 해봐서 아는데,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를 하고 내뱉은 첫 말이 한 편의 詩다. 아이들의 궁금증 같은 것도 다 詩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우리는 詩에서 우리는 멀어진다. ”

하나님은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내가 이제까지 읽은 모든 책과 문장을 통틀어… 가장 무서우면서도 창의적인 선언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였다. 그건 마치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있었다, 처럼 거대하고 담대한 문장이었다.(p.85)



이 책을 내면서 김지수는, 시인이었던 자신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갔다고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 스스로를 詩에서 멀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詩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 김지수가 보기엔 그것이 사람이다. 자신 역시 그 범주에 있다.

“20~30대 때, 詩에서 너무 멀어졌다. 시인으로 살기엔 이뤄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인정받아야한다는 목소리에 부응해야 했다. 시인이었던 나를 잃었다가 다시 찾고 싶었던 것이 세계사로부터 ‘詩 읽어주는 여자’를 제안 받으면서였다. 당시 임신 중이어서 詩를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운이 있었고,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때 글을 썼다.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니까, 시가 그녀에게 왔고, 그녀가 시로 틈입했다. 시적상태 또한 완벽했다.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한 3개월, 어딜 나갈 수 없었고, 햇빛 잘 들어오는 거실에서 밖을 관조할 수 있는 시적 상태. 시가 열어주는 세계의 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기자로서의 삶(글)과 작가로서의 삶(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지수, 보그지 기자로서의 삶을 먼저 말한다. 과장된 측면이 있어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굉장히 화려하고 바쁘고 시니컬하단다. 일상과 격리돼 있고, 늘 프런트 로(front row?패션쇼 맨 앞자리 VIP석)에 있는 것 같은, 화려함과 새로운 유행의 격전장. 허나, 글 쓸 때만큼은 진지하다. 그녀는 체온을 담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열꺂쳀 강하다.

“패션지기자로서의 나는 무언가 옳다 그르다 판단하면 안 됐다. 많은 것을 펼쳐놔서 보여주고, 멋있지 않아요, 해야 했다. 순수하고 나약하기도 하며, 천진한 나를 보여주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몇 권 책을 냈다. 첫 책이 『품위 있게 사는 법』이고, 다음이 당대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담은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인데, 그들이 나를 위로해줬다.”

허나 그때까지 그녀는 ‘목적어’로서 존재했다고 실토한다. 그리고 출산. 그것이 그녀를 바꿨다.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에서 ‘나’라는 1인칭을 썼다.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아이를 낳고 가장 자신 있게 ‘나의’라는 소유격으로 진화했다. 패션지라는 물질주의적인 공간에 있지만, 진정한 나의 사치는 시였어, 라고 내보일 수 있었다. 문체도 달라졌다. 장식적이고 화려했던 문체가 순해지고, 찬밥에 물 말아서 장아찌를 먹는 것 같은, 맹맹하면서 단순한 쪽으로 변했다.”

이유? 그녀는 이렇게 진단한다. 오브제가 詩였으므로. 양념을 치지 않아도 충분하니까. 詩라서 가능한 것. 그리곤 단순한 문장으로 얘기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詩가 준 선물.



기자와 작가, 어느 것이 더 좋냐, 고 묻는다면?

즉답을 피한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의 문제. 우문 앞에 집중할 것은 답변이다. 우문에 우답이냐, 우문에 현답이냐. 그녀, 보그에서 일하는 것은 무대에 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연기를 하는 직업의 무대. 작가는 다르다. 무대에서 내려온, 내가 주인공인 나만의 장르라는 대답. 자, 우문일까, 현답일까. 詩를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당신이다.


저자로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여러분이 시를 통해 자기 삶의 스토리텔러가 됐으면 좋겠다. 詩에게 이만큼 큰 매력이 있음을 책을 쓰면서 알았다. 詩 한 편 한 편이 내 인생의 화두가 되더라. 소설은 수동적이나, 詩는 능동적인 독서 행위다. 소설은 소설가가 끌고 가는 속도감에 빠지지만 詩는 그 속도로 읽을 수가 없다.”

한 편의 詩를 읽는다는 것.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생이 거꾸로 돌기도 하고, 어느 순간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하는 때다. 그러니, 詩는 수동적으로 읽을 수가 없다. 이것이, 詩를 읽는 행위가 사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詩를 사치하면, 자신이 스토리텔러가 되기 때문에 배도 고프지 않다. 조선의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이유도 그렇게 알았다.

“이 詩(들)를 사치스럽게 읽으면 좋겠다. 고독의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람을 자꾸 만나고 싶은 건, 내 표면적을 넓혀서 덜 외로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내 에너지가 새 나간다. 응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사람에 너무 기대지 말라. 자기 안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으면 불안하지 않게 된다.”

그녀는, 막막한 것 같아도 시집을 읽으라고 권한다. 詩를 읽는 자기만의 고독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단다. 특히 어스름녁. 빛과 어둠이 함께 있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詩를 읽는다는 건, 나를 가장 사치스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혹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도 좋은, 홀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가 詩를 만나는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詩를 통해 나와 대화하고, 내 삶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좋고, 괴롭거나 슬플 때도 詩를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다.

“류근의 「상처적 체질」(p.32)을 보면, ‘내 저무는 상처의 꽃밭 위에 거듭 내리는/ 오, 저 찬란한 채찍’이라는 표현이 있다. 기쁨의 찬가가 될 수도 있지만 슬플 때 나를 위로해주는 것도 詩다. 상처를 이렇게 찬란하게 기록할 수 있다니, 상처가 그리 나쁜 건 아니구나, 좋은 걸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다. 괴롭고 힘들 때도 詩를 읽기에 좋은 시간이다. 쓰기에도 좋은 시간이고.”

나는 생각했다. 詩를 읽는 시간은, 생의 감각을 찾을 수 있고 엿볼 수 있는 시간이구나.



독자와 대화하고 혹은 시를 낭송한다는 것에 대하여

올해 예순이 된, 건설회사에서 35년을 근무하다가 이제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닥치는 대로 시집을 모으고 있는 독자가 번쩍 손을 든다. 그리곤 절절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묻는다. 어떡하면, 어떡하면, 詩와 친해질 수 있을까?

詩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 詩콜렉터에게 김지수는 내려놓는 것이 어떤가, 건넨다. 즉, 詩와 친해져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너무 강했던 것은 아닐까?

“詩를 이해하겠다,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좋겠다. 나는 詩를 읽으면서 점점 더 詩가 무서워졌다. 그래서 詩와 대결하느라, 이 책을 쓰면서 詩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놓고 2개월을 보냈다. 그러다 모든 걸 다 내려놨다. 나는 詩를 해설할 수 없다. 詩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래서 짐작한다. 詩는 시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은 인간의 노동이지만, 詩는 신의 노동이라는 것. 시인이 잠시 직관을 빌려줘서 지나가는 상념과 통찰이라는 것. 그리하여, 그녀는 일관된 깨달음, 해석을 향해 달려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녀는 달려드는 언어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의 상념에 빠지면서 詩가 읽히고 보였다. 다시 권하자면, 詩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詩와 만나길 바란다.

‘네가 할 수 있다는 오만이 죽어야 비로소 내가 일을 한다’는 신의 음성이었다. 이것이 바로 ‘내려놓음’이다. 스스로 힘을 빼고 내려놓았을 때, 가장 낮은 곳으로 순하게 내려갔을 때, 본질에 가까운 가장 큰 힘이 나온다.(p.66)



50대 중반의 여인도 묻는다. 지금이라도 詩를 가까이 하고 싶은데, 어떤 것부터 접하면 좋을까? 말하자면,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 원하는 것인데, 김지수는 시선집을 권한다. 김용택 시인의 시선집(『시가 내게로 왔다』), 이문재 시인의 시선집(『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곽재구 시인의 시선집(『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등이다. 이런 시선집을 통해 특정 詩에 꽂히면, 그 사람의 시집을 읽어볼 것. 그리하여, “좋아하는 시인을 한 사람씩 만들면서 詩의 매력과 만나면 좋겠다.”

「침대를 타고 달렸어」(신현림)를 끄집어 낸, ‘돌침대와 라텍스’. 침대가 상징하는 것이 뭔지를 묻는 독자에게, 김지수는 말한다.

“아버지와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이었다. 침대가 뭔가를 상징하기보다는 그 시기, 아버지와 내가 침대를 장만하게 됐다. 아버지와 나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불화했다. 아버지의 침대는 병색이 있는 공간이고, 내 침대는 출산 뒤 누임의 공간이었다. 출산 전까지 서로 다른 끝을 달리다가 만나게 됐다는 얘기다.”

독자의 詩 한 수. ‘번짐’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임을,「수묵 정원9-번짐」(장석남).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할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 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자작시 계획을 물었다. 그녀는 패션을 지나치게 사물화한 현재의 풍토가 아닌, 패션을 생물화하고 싶다고 했다. 패션이 나를 위로한다는 詩를 쓰고 싶단다. 패션 하나하나에 들어간 서정적인 캐릭터, 그런 것이 詩가 되는 순간, 김지수는 다시 진화할 것이다.

다시 詩다. 힘들 때, 나만 힘든 게 아니라며 위로받은 독자의 목소리로,「겨울산」(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곧 겨울산을 만나겠지만, 지금은 (혼자 그렇지만) 랭보의 계절.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를 생각하는 시간. 이즈음, 특별히 만들어진 나의 커피에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참고로,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는 베를렌이 랭보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두 사람, 권총 사건으로 헤어지기 전, 미친 듯 사랑했다. 랭보는 이때를 떠올리며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썼고, 베를렌은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이라고 회상했다. 형용모순이 빚어내는 이토록 아찔한 생의 기억이라니. 예술가의, 시인의 특권일까.

언젠가 랭보를 떠올리며 긁적였던 나의 단상. 내 커피에 붙은 설명이겠다. “바람구두의 생이 끝난 지점은 11월이 맞다. 인생이 단 한번으로 끝난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그를 떠올리기에도 11월은 어울린다. 다만 이것은 거의 확실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격정의 시절을 관통하면서 랭보에 매혹당할 순 있겠지만, 두 번은 없다. 랭보 역시 그러했으므로.” 오는 10일은, 랭보의 120주기다.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을 한 잔 들이킬 때다. 이 계절, 당신과 내가 커피를 마주하며 랭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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