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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PD라는 이름으로 남고 싶어요” - 송창의 PD 『격을 파하라』: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세 가지 비법

송창의PD는 행복한 인생을 가꾸기 위한 요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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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열정’, ‘관계’가 그 요건이다. 이날의 강연에서는 그중에 ‘창의’와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꼬맹이였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후다닥 고양이 세수를 하고 텔레비전으로 달려갔다. 뽀미 누나와 함께 뽀뽀뽀 동산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모든 꼬맹이는 「뽀뽀뽀」 노래를 따라 부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뽀뽀뽀」를 볼 수 없다면 세상사는 재미가 다 뭐람!

가족끼리 마주앉아 밥한 끼 먹는 게 생소했던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쉴 새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셔야 했다. 그런 우리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경규가 유열에게 샴푸를 붓는 몰래카메라에 배꼽을 잡고 웃으며 가난한 이들에게도 웃음은 평등하다는 걸 배웠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 시절, 저녁 7시만 되면 야간자율학습 지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훔쳐보곤 했던 「남자 셋 여자 셋」. ‘서울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서울구경」이란 노래에 맞춰 “물마시고!”, “땀 닦고!”의 추임새를 넣어가며 익살스러운 춤을 추던 번개머리 이의정과 숯검댕이 눈썹 송승헌 커플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다보면 입시의 부담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첫사랑에 실패하고 술에 취해 들어온 밤. 무심히 튼 텔레비전에선 「세 친구」가 방영되고 있었다. 귀여운 바람둥이 윤다훈이 여자에게 차이는 모습을 보며 웃다 울다 했던 청춘의 편린.

그러고 보니, 기자 인생의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인생에도) 많은 부분에 이러한 프로들이 있었다. 그 프로들은 기자의 가장 오랜 친구였고, 상담자였으며, 때론 스승이었다.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을 누가 만든 걸까. 이 모든 프로그램에는 송창의PD가 있었다. 그래서 이날 송창의PD와의 만남은 일종의 감격이었다. 『격을 파하라』



◈ 작가소개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MBC에 입사했다.
조연출 기간을 거쳐 「뽀뽀뽀」를 책임 연출하면서 PD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프로그램을 거친 뒤 침체되어 있던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참신하고 파격적인 연출력을 발휘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로 우뚝 섰다. 그밖에 대한민국 쇼의 새로운 지평을 연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새로운 형식을 탄생시킨 「특종TV 연예」, 일일시트콤의 신기원을 이룩한 「남자 셋 여자 셋」, 시청률 신기록을 낸 최초의 성인 시트콤 「세 친구」 등을 만들면서 대한민국대표 예능PD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MBC를 나와 2001년부터 조이엔터테인먼트의 공동대표와 감독으로 활동했다.
2006년 케이블 채널인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양한 실험과 파격적인 형식, 이전의 방송 프로그램들이 보여주지 못한 새로움을 추구한 「롤러코스터」, 「막돼먹은 영애씨」, 「TAXI」, 「화성인 바이러스」, 「백지연의 끝장토론」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데 산파 역할을 하면서 케이블 채널의 중흥을 이끌고 있다. 그 스스로 콘텐츠리더와 트렌드 선구자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한편, 창의적 마인드로 신기원을 열고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후배PD들을 독려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멘토’로 매진하고 있다. 현재 CJ E&M 방송부문의 대표 채널인 tvN의 본부장으로 재임 중이다.




영원한 현역의 마음으로

사실 송창의PD라는 명칭은 적절치 못하다. 그는 tvN본부장이란 총괄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송창의에게는 본부장이나 대표라는 말보다는 어디까지나 PD라는 직책이 잘 어울린다. 누구보다 현장을 사랑하고, 현장에 섰을 때 엄청난 기(氣)를 쏟아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언제까지나 현역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제가 1977년에 MBC에 입사해서 PD생활을 2004년까지 했어요. 그러다 CJ의 tvN대표로 들어오면서 현장연출은 안 했지요. 하지만 제가 하는 본부장이란 직책 역시 후배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에요. 그래서 전 언제까지나 PD라는 이름으로 남고 싶어요.”

그리고 송창의PD는 이미 tvN본부장이란 자리를 내놓은 상태라고 이날 밝혔다. PD든, 팀장이든 명칭이야 뭐라도 좋으니 좀 더 현장에 깊이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작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송창의PD는 어느덧 환갑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그의 열정은 결코 나이 먹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그런 자신의 열정을 모아 PD생활 35년 만에 처음으로 『격을 파하라』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그가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보다는, 그렇게 화려한 경력과 경험을 가졌음에도 ‘처음으로’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이 더 의외다.

“간혹 인터뷰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훌륭한 PD의 요건은 무엇입니까?’에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참 당혹스러워요. 제가 그걸 아나요(웃음). 그런데 세월이 무서운 게, 35년간 PD생활을 하다 보니 막연하게나마 ‘이런 게 PD의 미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미덕은 우리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들을 조금 끼적여 보았습니다(웃음).”

송창의PD는 행복한 인생을 가꾸기 위한 요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창의’, ‘열정’, ‘관계’가 그 요건이다. 이날의 강연에서는 그중에 ‘창의’와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열정’에 관한 부분은 굳이 작가의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지독한 몸살감기에도 환한 미소로 열정적인 강연을 이끌었던 그의 모습 그 자체가 ‘열정’이었으니까.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의
다른 이름이다.

- 송창의 『격을 파하라』 서문



관계(關係) - 대중의 공감은 단 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

송창의PD는 ‘관계’를 ‘인연의 소중함’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송창의PD가 1980년대 초반에 읽었던 한 권의 서적을 소개한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


“위 문구는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의 헌사 부분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저 문구만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책을 펼치자마자 저 문구에 완전히 매료되었거든요. 그리고 저 문구는 제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원칙이 되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우주를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학자이다. 그런 그가 우주와 인연을 과학적인 수치가 아닌 ‘영겁’과 ‘찰라’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했다. 원문으로는 ‘In the vastness of space and the immensity of time’ 물론 번역자의 의역이 다소 들어간 단어사용일 수 있겠으나, 두 용어는 다분히 불교적인 표현이다.

“여러분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을 상상해보세요. 빛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돈다고 합니다. 빛이 그 속도로 일 년을 갈 거리가 1광년이에요. 하지만 1광년은 우주에서는 아주 짧은 거리죠. 우주의 공간을 설명할 때 흔히 십만 광년, 수억 광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그 거리와 공간이라는 게 상상이 되시나요. 그리고 실크와 같은 아주 부드러운 천으로 집체만 한 바위를 훑어서 그 바위가 사라 없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상상해보세요. 그런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가운데 행성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찰나. 그 인연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요.”

송창의PD는 이날 강연에 참석한 독자들과의 만남을 기적과 같은 인연이라 설명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지구라는 별에 찰나적인 순간에 태어나 작가의 강의를 들으러 온 독자들과 마주한 송창의PD.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과의 만남 역시 그러한 기적의 연속일 터.

『코스모스』의 헌사를 읽고 머리에 든 생각은 하나뿐이었어요. ‘사랑해야겠구나!’ 오직 이 생각뿐이었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평균 40~50명과 일을 하게 돼요. 많게는 100명이 넘을 때도 있죠. 그러면 당연히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럴 때마다 『코스모스』의 헌사를 기억했어요. 그럼 제가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 거죠. 그렇게 맺어진 인연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은 실패할 수 없죠.”


격려의 말이든, 비난의 말이든, 그 말은 계속해서 배로 부풀려지면서 순환한다. 오늘 나의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내일을 만들 수 있다. ( 『격을 파하라』 p.131)

송창의PD는 PD란 ‘전문가를 묶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PD란 직책이 프로그램의 책임자라고 해서 함께 일하는 스태프와 파트너, 팀원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면 결코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존중해야 한다. 일을 시작하게 만드는 것은 창의적인 사고이지만, 일을 제대로 완성시키는 것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송창의PD는 마음의 문을 닫았던 스텝들을 가장 열정적인 일원으로 변화시킨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 일화에서 보여준 송창의PD의 행동은 사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자그마한 관심과 애정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그런 관심과 애정을 나눠주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그 일화들은 『격을 파하라』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리더란 기공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먼저 주변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고 좋은 기(氣)를 보내면, 주변 사람들은 그 기를 받아서 다시 제게 좋은 기를 돌려줍니다. 그럼 저는 그 기를 모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좋은 기를 보내고, 시청자들은 그 기를 다시 저에게 돌려주죠. 그게 좋은 시청률이 되는 겁니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하겠죠. 저는 그런 ‘기’가 실제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란 반드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창의(創意) - 새로움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비틀고 발견하는 것이다 -

이 세상의 많은 부분은 고정관념이라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생각과 관행의 틀에서 벗어날 때 그 벽 너머를 볼 수 있다.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창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버젓이 있으나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해내는 작업이다. (『격을 파하라』 p.10)

『격을 파하라』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창의성이란 ‘파격’이고, 다른 말로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리고 ‘격(格)’과 ‘틀’이란 우리의 사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고정관념을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식은 너무나 단순하다. ‘오늘부터 고정관념을 탈피해보자.’ 이런 마음가짐만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죠. 몸에 내재화가 안 되면 힘든 거예요. 그래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죠. ‘세상에 공짜란 없다’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해요. 저는 그런 도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에 대해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해요. ‘거시적 안목’이란 일종의 패러다임이고 트렌드죠. 그리고 ‘미시적 안목’이란 디테일과 감성의 세계에요.”

송창의PD는 그중에서도 거시적 안목을 갈매기와 경주마에 비교해서 설명한다. 경주마는 열심히 발에 땀이 나도록 뛰기는 하는데 자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방향을 모른다. 겨우 몇 발자국 앞을 내다볼 뿐이다. 그런데 갈매기는 다르다. 1970년대에 출간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말처럼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갈매기는 공중으로 비상해서 자기 앞에 펼쳐진 세계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낸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갈매기의 시각이 필요하다. 송창의PD는 창의성을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움으로 생각하는 오류에서 벗어나길 조언한다.

“저는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 소설가 은희경 씨가 책에 썼던 문구를 인용해서 설명합니다. ‘이 세상은 온통 고정관념으로 덮여 있어서 그 고정관념이라는 천을 살짝 들춰내는 것만으로도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조물주가 아닙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습니다.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만 틀어보세요. 제 앞에 있는 이 컵은 꽃병이 될 수도 있고 요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컵을 물을 따라 마시는 도구로 한정 지을 때, 이 컵은 다른 가능성은 모두 잃은 채 컵으로만 살다 폐기되고 맙니다.”


기자의 생각에, 송창의PD가 알려주는 ‘창의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송창의PD가 만든 프로그램들의 탄생과정을 살펴보는 것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어떻게 나락에서 구해냈는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가 음악프로의 새로운 지평을 연 ?닭은 무엇인가. 그리고 변방의 케이블 프로그램을 어떻게 중심 미디어의 위치로 끌어냈는가. 그러한 점은 「백지연의 끝장토론」 같은 프로를 기획해내는 과정을 통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존 프로그램의 고정관념을 순서대로 적어보고, 차근차근 그것을 비틀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송창의PD의 작업방법을 읽어보면 창의성이 전혀 새롭거나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 이해될 것이다. 자세한 일화들은 『격을 파하라』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독자 질문

저는 신문방송학과 학생으로 앞으로 송창의PD님 같은 PD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런데 항상 면접이 많은 걱정이 됩니다.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방법이 있을까요.
“면접관의 질문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수많은 응시자를 상대해봤지만, 조금 설정을 해서라도 자신의 창의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인물에게 아무래도 시선이 더 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안 좋은 인상만 심어줄 수 있겠죠. 자신만의 발상과 끼를 어떻게 세련되게 보여줄 것인가를 연구해봐야 할 거예요.”

저는 13년 차 직장인이에요. 그런데 제 생각과 회사의 결정이 달라서 겪는 갈등 때문에 힘들어요. PD란 직업도 그런 순간들이 많을 거 같은데, 그럴 때는 어떤 선택을 해오셨나요.
“직장일이라는 게 모두 결과로 이야기되다 보니 참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고민을 많이 겪었죠. 남들은 PD가 창조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는 한계가 있어요. 저 역시 시청자를 고려해야 하고, 방송국이란 조직의 일원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그건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에 빠져 있기 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분명히 이전보다 편하게 자신의 의지로 일할 수 있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신뢰가 쌓이면 자신의 가능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날도 찾아오죠. 저 역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날이 찾아오더군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거의 한 번도 안 빠지고 챙겨본 팬입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초창기에 주병진 씨나 노사연 씨가 없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네요. 성공 못 합니다. 그건 단지 주병진 씨나 노사연 씨만이 아니라, 저와 함께했던 스텝 한 명만 빠졌어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이죠. 겨울에 내리는 눈은 사실 수천만 개의 눈송이가 내려오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그걸 그냥 눈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더라도 그 눈송이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 눈송이가 모두 모여야 눈인 것입니다. 주병진 씨나 노사연 씨뿐만 아니라, 그때 조명과 카메라를 잡았던 스텝들 모두가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감과 직감을 키우기 위해서 일상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영감과 직감이 정신의 어떤 오묘한 세계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제가 설명할 방법이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사람의 DNA에 영감이나 직감과 관련된 조금 우월한 유전자가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 영감과 직감이라는 것이 기본이 없이는 발현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해요. 그리고 그 영감과 직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불씨가 있어야 하죠. 부처님이 수십 년간 수련을 하다 샛별을 보고 도를 깨우치셨다고 하잖아요. 그런 과정에는 태자라는 편안한 신분을 버리고 고생길을 자처한 의지와 열정이 있었던 거죠. 거기에 샛별은 다만 불씨만 던졌을 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본인의 의지와 노력과 열정이 하나의 재료가 되었을 때,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PD님 성함이 ‘창의’이시잖아요. 부모님의 깊은 뜻이 들어가 있는 이름 같아요. 이미 PD님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게 아닌가요. 이런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고, 부모님께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재미있게 답변해 드릴게요. 제가 살면서 어려운 일도 여러 번 겪었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제 이름입니다. 제 이름이 사실 창의성을 뜻할 때 창의(創意)는 아니에요. 창성‘창(昌)’에 옳을‘의(義)’ 자를 쓰지요. 옛날엔 다 돌림자를 썼잖아요. 제 돌림자가 ‘의’ 자였어요. 그리고 제 두 살 아래 동생이 있는데, 이름의 한문 뜻이 아주 좋습니다. 충성‘충(忠)’에 옳을‘의(義)’ 자입니다. 그래서 동생 이름이 ‘송충의’입니다(웃음). 항상 그 이름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동생하고 나하고 이름 바뀌었으면 어쩔 뻔했나!’하고요. 동생이 모 대학의 화학과 교수인데, 사람들이 화학과 교수인지 몰라요. ‘송충의’ 박사라고 하니까, 송충이 연구해서 박사 학위 받은 생물학 박사인 줄 알아요(웃음). 제 이름은 그런 사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초등학교도 못 다니신 무학(無學)이십니다. 두 분은 일제 강점기에 용인에서 사셨는데, 서로 옆집 살던 사이였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두 분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를 하셨대요. 그래서 애를 낳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어머니 칠순잔치 때, 친척분의 폭로로 알게 되었어요. 6남매가 깜짝 놀랐죠. 그렇게 파격적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서, 제가 좀 특이한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이 외에도 『격을 파하라』에는 사회에 저항하던 히피 청년 송창의PD의 고독했던 젊은 시절과 회갑의 나이에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홍대 바에서 헤드뱅잉을 하는 사연. 그리고 세기의 스캔들이 될뻔한 미스코리아 출신 사모님과의 뜨거운 열애담.
시트콤은 죽어도 안 하겠다는 진지남 정웅인 설득기. PD와 작가의 대본을 뻘쭘하게 만들어버린 동물적인 개그본능을 가졌던 당시의 신인 개그맨 주병진과 이경규의 도발기 등.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방송가의 뒷이야기와 송창의PD만의 창의력의 원천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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