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창궐은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디지털이 일상에 가장 깊고 넓게 파고든 분야가 사진이 아닐까. 전문 사진작가의 것으로 여겼던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일상의 것이 됐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 수 있게 됐고, 부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은 이를 부추겼다.
그리고 큰마음 먹고 카메라를 장만한 사람들의 소원은 단순하다. 사진, 잘 찍고 싶다. 사진 좀 찍는다 싶은 사람에게 가장 흔하게 날아오는 질문도 간결하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멋진 사진 레시피 69』(문철진 지음|미디어샘 펴냄)는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처음 카메라를 든 초보 사진가의 마음에 조응하는 책이다. 블로그 ‘행복한 해변무드역’(//stationcap.com)을 운영하는 문철진 저자가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 숱하게 받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아름답고 깔끔한 사진으로 블로고스피어에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이 책을 통해 직관적인 사진 레시피를 풀었다.
초보 사진가들이 따라해보면 좋을 법한 사진 69장을 엄선해 자세한 설명을 달았습니다. 렌즈와 조리개, 셔터스피드와 같은 일반적인 정보뿐 아니라 초점을 어디에 맞췄는지, 측광은 어떻게 했는지, 심지어 어떤 자세로 촬영했는지까지 세세하게 기술했습니다.(p.3)
그리고 독자들을 불렀다. 지난 22일, 서울 홍대부근 카페 ‘아우라’, 『멋진 사진 레시피 69』출간 기념으로 저자의 사진 강의가 열렸다. 특별한 예술 사진이 아닌 여행, 블로깅, 자녀, 연인 등 일상생활의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문철진 저자가 풀어놓은 사진의 팁. 그것을 공개한다.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좋은 사진에 대해, “사진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즉, 사진의 용도나 무엇을 담은 사진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라면 정보 전달이 우선일 수도 있고, 아기 사진이라면 예쁜 모습이 잘 표현돼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어떤 사진을 잘 찍고 싶은가.”
어떤 사진을 잘 찍고 싶은지 알게 됐다면, 다음 단계로 필요한 것은 좋은 사진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필이 통한 사진이 있다면 그것을 멘토로 삼아도 좋다.
“몇몇 좋아하는 사진가의 사진을 보고 또 보고, 분석하고 연구한다.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사진을 떠올리며 찍는다. 그러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무작정 셔터를 많이 누른다고 사진 실력이 느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사진을 따라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잘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한 장 골라서 구도나 색감, 화각 등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겁니다.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저절로 좋은 사진을 보는 눈과 사진을 찍는 기술이 생깁니다.(p.3)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 어떻게 찍을까?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조리개를 조이면 사진이 선명해진다. 그렇게 했음에도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면, 그것은 내용 때문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지 않는다. 내용물과의 조화도 필요하다.
“주제가 촛불이라면 어떻게 촛불을 배치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주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구성하는 것이 선명하고 깔끔한 사진의 첫째 조건이다. 때론 기다려야 한다. 내가 원하는 구도에 피사체가 들어올 때 찍어야 한다.”
저자는 사진을 찍을 때 뭔가를 프레임에 채우려고 하는 것을 경계한다. 무엇이 주제인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의 뚜렷함은 기술이 아닌 내용에서 온다는 지론을 내놓는다. 따라서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선 간결한 구성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이래저래 많이 찍어서 1~2장만 건져도 된다. 1장만 건져도 충분하다. 아예 1장도 못 건지는 날도 많으니까. 프레임에서 이것저것 빼봐야 한다. 빼는 연습을 통해 내가 찍고자 하는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덧셈보다 뺄셈을 잘하는 것이 선명한 사진을 찍기 위한 조건이라는 뜻이다.
구도는 어떻게 잡을까?
저자는 구도는 최대한 간결하게 잡을 것을 권한다. 처음 사진을 찍는 사람에겐 권장하는 구도가 3등 분할이다. 위아래 무게감에 따라 3등 분할한 포인트에 피사체를 놓고 찍을 것. 그러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단다.
화면 속에 가상의 가로선과 세로선을 각각 2개씩 그은 뒤, 가로선과 세로선이 교차하는 3분의 1 혹은 3분의 2 지점에 피사체를 배치하는 방법.(p.23)
다만, 3등 분할을 했을 때 심심한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거기에 피사체가 있으면 사진에 생기가 돌 수 있다. 3등 분할의 변주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주제를 만들기 위해서 상황을 연출할 수 없다면, 저자는 기다릴 것을 권한다. 즉, 어떤 좋은 사진은 기다림이다.
“내 경우, 2시간 이상을 기다려서 찍기도 했다. 이를 위해 사전조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조금만 기다려도 될 때도 있지만, 구도를 먼저 잡고 상상을 하면서 주문을 외우면 현실이 된다. (웃음) 진짜 주문을 외워서 주문대로 돼서 좋은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열심히 기다리면 무언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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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철진 | |
저자에 의하면, 깔끔하고 선명한 사진은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집중하기 위해선 구도가 깔끔하고 주제가 선명해야 하며, 주제에 시선을 가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아웃포커스다.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것은 흐리게 찍는 카메라의 기능.
주요 피사체에만 초점이 맞고 배경은 흐릿하게 표현된 상태.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하거나,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 효과가 커진다.(p.29)
“빛을 활용할 수도 있다. 카메라의 기능으로 하는 것이 아웃포커스라면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주제를 집중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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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철진 | |
사진의 스토리텔링, 중요하다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즉, 사진을 보는 재미를 주는 것이고,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던져주는 것이다. 이건 뭐지? 하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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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철진 | |
“사진 안에서 이야기 구조를 갖게 하면 좋다. 사진에 정답은 없다. A로 찍었지만 B, C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많아질수록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다. 오사카에 가서 퇴근길을 찍은 적이 있었다. 퇴근길의 바쁜 직장인을 담기 위해 일부러 직장인을 흔들리게 찍었다. 검은색과 흰색을 대비하면서. 상상을 먼저 한 뒤에 찍은 사진이었고, 대자연을 낀 여행의 기쁨을 그리기 위해 여행자 모자를 쓴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찍기도 했다.”
그는 멜버른을 찾았을 때, 아침시장의 활기찬 시장을 그렸고, 이를 담고 싶었다. 한참을 돌아다녔다. 작은 버스 스낵바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서는 아침 먹을거리를 만드는 몇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을 찍었다. 독자들이 뭔가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일본 홋카이도에 가기 전에는 낡은 전차와 눈을 상상했고, 가서 그 풍경이 있음을 확인하고 눈 내리는 풍경을 망원렌즈로 찍었다.
“자신이 가는 곳의 느낌을 먼저 상상하고 가면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에 몇몇 요소를 가미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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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철진 | |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종합해서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 깔끔하고 선명한 사진의 요체는 내용이다.
- 구도는 다 빼고 주제 하나만 남기는 것을 연습해라. 너무 썰렁하면 넣고 빼는 것을 반복하면서 주제를 집중할 수 있게 해라.
- 열심히 기다려야 한다. 그런 노력이 있으면 사진이 잘 나온다.
- 스토리텔링을 하자. 찍고자 하는 곳을 그리고 상상해서 요소를 배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