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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마지’의 몇 가지 조언 - 『커피 마스터클래스』 신기욱

가을이다. 커피가 생각난다. 커피만큼 가을을 느끼게 하는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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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휘감는 커피에 나는 포로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마음까지 담은 커피 한 잔이라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가을이다. 커피가 생각난다. 울긋불긋 휘황한 단풍의 향연도 좋지만, 커피만큼 가을을 느끼게 하는 게 있을까. 특히나 비오는 가을아침의 커피는, 하루를 송두리째 바쳐도 좋을 만큼 맛있다. 온몸을 휘감는 커피에 나는 포로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마음까지 담은 커피 한 잔이라면, 그보다 좋을 순 없다.


비오는 가을아침의 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온과 기압 때문이란다. 쌀쌀한 가을날의 아침, 커피를 통해 몸의 신진대사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낮은 기압 때문에 처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커피향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는 이유에 기압도 한 몫 한다.

가을, 커피의 계절이다. 가을 한 잔이 절실해지는 즈음이다. 낙엽이 지고,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이유로,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더구나 10월은 공정무역의 달. 커피라는 창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커피 한 잔. 끝내 커피 한 잔 못 나눈 채, 작별했던 사연이 슬프다. 지난 5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의 생물학적 정자제공자, 압둘파타 잔달리의 경우다. 잡스가 암 투병할 때 잔달리는 “더 늦기 전에 함께 커피 한 잔이라도 한다면 행복하겠다”고 바랐지만, 잡스와 끝내 만나지 못했다. 끝내 내리지 못한 커피의 눈물.

아울러 커피를 향한 젊은이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콩다방’을 비롯한 프랜차이즈업체들에겐 혁명적 커피의 본때를. (청년유니온과 커피빈코리아 아르바이트생 8명은 최근 커피빈코리아 대표를 주휴수당 및 연차수당 등 미지급 임금체불 건으로 고발했다.) 공정해야 할 대상은 생산자뿐 아니다. 공정함은 바로 옆 개별의 인간에게 새겨진 존엄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돼야 한다. 커피는 그저 거들뿐.

지난 7일, 금요일의 가을밤, 더 깊은 커피를 만나기 위해 서울 홍대 부근의 ‘마지’로 향했다. 『커피 마스터클래스』 출간기념, 신기욱 저자의 핸드드립 커피체험 및 강의에 동참한 시간. 커피가 흐르고, 마음이 반응했다. 수많은 커피지망생 중의 한 명으로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남자인 나는, 여전히 웅숭깊고 드레진 커피의 자태 앞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커피의 세계가 넓고 깊은 한편, 지난여름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산지를 다녀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자연의 배려로 인간이 일구어낸 내 커피의 실존에 대한 고마움과 겸허함.


커피, 어떻게 보관할까


마지의 커피 철학은, ‘커피는 음식이다’에서 출발한다. 음식을 잘 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봐야 한다. 그래서 커피 역시 많이 먹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편견 없이 많이 먹을 것을 권한다. 그러면 답이 나온다. 편안하게 즐기면서 마실 것. 맛없는 커피도 마셔봐야~ 아, 이래서 커피는 맛있고 봐야 하는구나, 하고 절감하게 된다는 말씀.

이날 커피 강의의 시작은 보관에서부터다. 볶은 커피(원두)는 밀폐용기에 넣고 어둡고 시원하고 습기가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커피는 수분율이 낮아서 습기 먹는 하마가 되기 때문이다. 또 밀폐용기는 불투명해야 한다. 빛을 막기 위해서다. 깡통에 보관하거나 불투명한 용기가 없으면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다만 플라스틱 용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커피 맛이 빨리 변질되기 때문이다.

커피를 보관할 때는 밀폐된 용기를 사용하고, 빛과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p.152)

그렇다면 냉장냉동 보관은 어떨까?
마지는 그것을 권하지 않는다. 냉장고에는 온갖 냄새들이 창궐하고 제대로 밀폐된 용기가 아니면 냄새가 배일 우려가 크고, 냉동 보관은 꺼낼 때 온도차 때문에 결로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커피 맛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냉동고에서 꺼낸 뒤에는 실내온도만큼 올라간 뒤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마지의 당부다. 큰 용량이 싸다고 넘어가지 마라. 커피 맛은 저렴해진다.
“무조건 조금씩 사라.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택배비 무료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그리고 멀리 있는 유명한 집보다 집 주변에서 사라!”

커피는 음료이자 음식이기 때문에 항상 보관에 유의해야 하고 수시로 변질이 없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원두의 유효기간은 법적으로는 1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원두 내부의 가스가 빠져나가는 시기와 연관이 있다.(p.152)


커피 추출의 이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커피 입자를 물과 만나게 해야 한다. 즉, 커피 안의 성분을 제대로 뽑아내야 한다. 커피의 추출방식은 크게 침출과 여과가 있다. 침출은 커피 입자가 물속에 잠겨 우려지면서 추출되는 것이며, 여과는 커피 입자에 물을 부어서 입자는 걸러내고 커피의 유효성분만 뽑아내는 과정이다.

마지는 드립 커피(정확한 용어: manuel pour over brewing coffee)를 뽑을 때의 용해와 확산이라는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했다. 용해는 녹는 것이다. 두 물질이 균일하게 섞이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로스팅 과정에서 형성된 커피 맛을 내는 성분이 물을 만나면 녹아나온다.

확산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용질이 옮겨가는 현상이다. 즉, 커피 세포 안의 용액과 새로 부은 물 사이의 농도 차 때문에 커피 용액은 새로 부은 물 쪽으로 커피의 성분을 내보낸다.

“로스팅된 커피는 수많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방안에 커피 성분들이 들어 있다. 분쇄를 통해 방이 노출돼 물에 직접 닿아서 용해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확산의 원리로 추출이 된다.”

마지는 커피 추출의 세 요소로 양, 굵기, 온도를 꼽았다. 세 요소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커피 맛은 달라진다. 자신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이를 결정하면 된다. 진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양을 많이 가져가거나, 커피 입자의 굵기를 가늘게 해도 되며, 물의 온도를 더 뜨겁게 한다. 반대의 경우는, 세 요소를 감안해 커피를 뽑으면 된다.

물의 온도와 관련된 마지의 팁도 따라온다. 커피 맛을 좋게 할 수 있는 물의 온도는 90~92도가 좋단다. 다만, 92도는 한계 온도다. 커피의 성분인 카페인은 92도 이상에선 모양이 틀어지면서, 커피는 타이어(고무) 타는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 커피에서 고무 탄 내가 난다면 물 온도가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온도가 절대적이진 않으나 온도가 너무 높으면 커피의 좋지 않은 성분이 나온다. 맛있는 커피를 뽑기 위한 이상적인 조건이 있으나, 커피에 따라, 재료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상적인 것만 추구하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이상적인 것만 나온다.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웃음)”

아울러, 커피 추출할 때 맛은 추출 시간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추출 온도는 추출시간 역시 고려해야 한다. 추출 시간이 짧을 때는 높은 온도가 좋고, 길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가 좋다.

물의 온도는 각 개인이 선호하는 맛과 추출 시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추출 시간에 따라서 대략 80~90도까지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p.192)


드립 커피를 뽑을 때는 이렇게


마지는 드립 커피를 기준으로 추출 실습과 체험을 했다.

핸드 드립은 커피메이커나 에스프레소 머신 등 특별한 가전제품이나 복잡한 기구 없이도 드리퍼와 여과지만으로 간단히 커피를 추출해 마실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다양한 도구들을 구비해 맛의 변화도 즐길 수 있다.(p.157)

앞서 물줄기에 대한 마지의 팁이다.
“커피가 물과 고르게 만나 섞일 수만 있으면 꼭 동그라미로 붓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가능한 같은 곳에 붓지 않도록 한다. 달팽이 모양의 원심으로 붓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물줄기 굵기는 크게 상관없다. 고르게 섞일 수 있다면. 다만 물줄기가 가늘면 고르게 섞을 수 있어서 훨씬 유리하다. 가늘게 하는 거? 하다 보면 무조건 는다. (웃음) 가늘게 붓는 게 유리하나 때론 굵게 내려야 할 때가 있다. 커피가 맑고 가볍냐, 진하고 무겁냐, 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식으로 물을 부어주는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지그재그로 물을 부어주든 하트 모양을 그리든 별을 그리든 커피와 물이 고르게 만나게 해주어 커피를 안정적으로 추출할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물을 같은 자리에 계속 부어주어서는 안 된다.(p.179)


커피 한 잔은 120ml(4온스)로, 한 잔당 약 10g의 커피를 사용한다.
처음 물이 커피와 만나는 과정, 사전 추출이다.

커피가 뜨거운 물을 처음 만나, 봉긋 부풀어 오른다. 이는 원두의 세포구조 때문이다. 커피를 볶으면 커피 세포 안에 부피의 2.2배 이상의 가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혹,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의심하라. 오래된 원두일 수 있다. 다만, 굵기가 너무 굵어도 잘 부풀어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가스는 언제까지 남아 있을까?
“최적의 보관 조건에서 커피 가스가 다 빠져나가는 건, 두 달 반가량 걸린다.”

사전 추출은 대개 ‘뜸들이기’라고 불리나, 마지는 적절하지 않은 명칭이라고 지적한다. 뜸들이기는 음식을 끓이거나 굽고 난 후 남은 열을 이용해 맛을 풍부하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전 추출은 용해와 확산이 일어날 준비를 하는 단계인데, 통상 커피의 중량과 같은 중량의 물을 부어준다. 30~40초가 적당하다.

용해와 확산이 잘 일어나도록 본격적인 추출 전에 커피 세포 안으로 물을 부어주고 30~40초 정도 기다리는 것을 사전 추출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히 추출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진다.(p.176)

이어 추출이 이어진다. 3~4번에 걸쳐 물을 나누어 부어주면서 원하는 양을 뽑는다. 역시 고루고루 물을 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가운데는 커피 양이 많아서 물을 천천히 혹은 많이 부어주는 것이 좋다. 주변부로 갈수록 커피의 양이 줄므로 좀 더 빠르게 혹은 가늘게 물을 만나게 해준다. 총 추출시간은 얼마면 될까? 총 2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는 쪽으로 잡히고 있다는 게 마지의 설명이다.

마지의 드립 추출 방식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마지는 물을 확 대충 부어서 커피를 뽑는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다. 이유가 뭘까?

“마지는 맛있는 커피가 목표가 아니다. 똑같은 커피를 주는 게 목표다. 커피 맛을 포기한 거다. 왜냐하면 오늘 뽑는 커피와 내일 뽑는 커피가 달라지면 손님이 화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맛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일정하냐의 문제를 우리는 더 중시한다. 그래서 내가 뽑으나 다른 어떤 직원이 뽑으나 일정한 커피를 주기 위해 그렇게 한다. 모든 손님에게 동일한 커피를 준다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의 맛을 결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지켜나간다는 것. 이것이 마지를 홍대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요인이 아닐까.


커피 맛의 변화에 대하여


커피 맛은 어떻게 형성될까?
드립을 할 때, 사전 추출과 이어진 2번째 추출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처음 추출물의 20~30%에 커피 맛의 80%가 들어 있어서다.

커피는 로스팅 과정에서 형성된 성분을 물에 녹여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커피의 농도에 따라서 맛이 변한다. 농도가 진한 초기 추출물은 향과 맛이 강하지만 후기 추출물은 맛과 향이 연하다. 초기에 추출된 약 20%의 용액 안에 전체 커피 성분의 약 80%가 녹아 있다고 한다.(p.180)

용해도가 50이라고 가정할 때 100의 성분을 녹여낼 때, 처음에는 50이 녹아 나온다. 남은 50에서 다시 25가 녹아 나온다. 25에서 다시 12.5가 녹아 나오는 식이다. 그러니, 오래 추출한다고 더 진해지지 않으며, 커피를 두 번 추출하지 않는 이유다. 더 이상 뽑아 나올 커피 성분이 없는데, 아깝다고 두 번 뽑는 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 아니다.

“커피 추출이 뒤로 갈수록 커피를 이루는 나무 부분에서부터 추출이 진행되는데, 이것이 커피의 잡맛이나 나무 맛 등을 느끼게 한다. 쓴맛과 바디감을 이루기도 하는데, 너무 오래하면 좋지 않다. 초기의 추출에선 향미가 결정되고, 후기 추출에서 맛이 어우러져야 향과 맛, 바디가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초기 추출에서 커피 성분이 거의 녹아 나온다. 잡맛이 없는 대신 입안에 남는 게 없다. 그야말로 순수한 순정의 맛인데, 그것이 커피의 좋은 맛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세상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혼합이듯, 커피 맛도 좋은 성분만으로 자기 완결성을 갖출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맛에 반응하는지, 어떻게 기준을 잡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무엇을 바꾸면 커피 맛이 바뀔 것인가를 고민하자. 그것은 곧, 자신의 감각을 여는 일이고, 세상을 대하는 애티튜드다. 초기 추출과 후기 추출에서 추출의 요소 등을 조절하면서 좀 더 자신에게 좋은 맛의 커피를 잡는 과정, 그것이 커피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원한다면 커피 맛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물 붓는 타이밍, 양이 일정하다면 커피를 안정적으로 뽑을 수도 있다. 물줄기 스킬과 속도에 스트레스 받지 마라.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맛을 찾는 것이다.”

커피의 맛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또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 이상적인 기준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커피 맛은 로스팅 정도, 커피 입자의 굵기, 물의 온도, 추출 시간 등 여러 가지를 조절함으로써 달라진다.(p.21)

커피하면, ‘쓴맛’만 떠올리는 사람들을 위한 마지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진하게’라고 하면 ‘쓰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타벅스 등의 커피가 매우 진하다며 쓴맛에 대해 용서를 받았다. 쓴맛을 늘리는 건 쉽다. 정해진 양 이상의 추출을 하면 쓴맛과 잡미가 강해진다. 그러나 진하다는 건, 농도를 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조절함으로써 커피 맛이 달라지는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물론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긴다면, 무척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p.21)


커피 한 잔, 가을 한 모금


커피는 가능성이다. 세상의 모든 입맛만큼 다양한 커피를 뽑을 수 있다. 생의 감각을 여는 만큼 커피는 다양한 자태로 나타난다. 조금 안다고 내세울 것도 없고, 커피를 잘 모른다고 발을 뺄 필요도 없다. 마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남이 내려주는 커피라는 우스개도 했다. 맞다. 그런 한편으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담아 내린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덧붙인다. 커피는 그렇게 다르지만, 같다.

다만 이날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마지는 이날 커피에 대한 알찬 정보와 지혜를 건넸는데, 그는 ‘다르다’는 의미를 ‘틀리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오류를 범했다. 잘못된 언어습관 때문에 커피의 다양하고 ‘다른’ 맛이 ‘틀린’ 맛으로 오인될까봐, 안타까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강의를 하고 이야기를 건네는데, 이런 점은 고쳐졌으면 좋겠다.

10월. 갑자기 어디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인지 궁금한 계절, 커피 한 잔이 당신의 가을을 잘 감싸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늦지 않으면 좋겠다. 잡스와 커피 한 잔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 잔달리의 회한처럼. 『미국의 송어낚시』의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말하지 않았던가. “때때로 인생은 단지 커피 한 잔의 문제, 혹은 커피 한 잔이 가능케 해주는 친밀감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에서 35m, 85호 타워크레인에서 지상보다 더 서늘한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지상의 슬픔을 위해 280여 일째 싸우고 있는 김진숙 위원에게 커피 한 잔 건네고 싶다. 2011년의 가을, 대한민국은 커피로 지상의 슬픔을 달래려나보다. 커피 관련 축제의 연속이다.

우선, 14일부터 16일까지 대구에선 대구커피문화박람회가 열렸다. 이어, 21일부터 31일까지는 강릉에서 제3회 강릉커피축제가 강릉을 채우고, 27일부터는 서울 정동거리에서 대한민국커피축제가 30일까지 커피 향 가득한 거리를 만든다. 가을이 겨울 앞에서 흔들리는 11월의 24일부터는 올해 10회째를 맞는 ‘서울 카페쇼’가 나흘 동안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커피가 익는 계절, 당신의 삶도 익어가길. 참, 어느 밤 외롭거든, 문을 두드리시라. 당신을 위해, 밤9시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 건네겠다. 밤9시의 커피다. 커피 한 잔, 가을 한 모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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