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과 록밴드, 게다가 R&B혼성그룹이라니! 얼핏 부조화로 보인다. <푸치니 바> 내의 카페테리아에서 블루베리가 든 치킨샐러드와 커피를 주문했다. 블루베리와 닭고기라니, 처음 만나는 조합이지만 상큼함과 고소함이 근사하게 어우러질 것도 같다. 짙은 아메리카노가 맛의 혼돈을 깔끔하게 잡아주리라는 기대도 해 본다.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상반된 외양의 밴드와 트리오에게도 살풋 기대를 품어본다. 그들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 몇 가지. CD음질로는 엄지손가락을 들게 했던 어반자카파, 라이브도 기대를 배반하지 않으려나. 꽤나 단아한 이 공간에서 안녕바다는 본연의 모습을 얼마나 보여주려나. 거의가 여-여 커플인데 호응을 잘 이끌어내려나.
그날의 어반자카파, Just a feeling!
포털 검색 사이트에 ‘어반자카파’를 치면 이런 류의 질문이 흔치 않게 발견된다.
“어반자카파처럼 편안하고 차분한 노래 좀 추천해 주세요.” 첫앨범을 내놓은지 긴 시일이 지나지 않은 가수가 특정 ‘스타일’로 인식된다는 것, 그래서 거부감이나 낯설음 없이 리스너들의 MP3 혹은 CD서랍에 착지하는 것은 일견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리스너들이 기존에 익숙하게 인식하고 있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 안전진입하는 것이 반갑기만 할까.
우리는 때로 ‘싸이월드 BGM용 음악’으로 쉽게 친숙해진 가수가 눈에띄는 성취를 하지 못한 채 잊혀지는 현상을 본다. 어반자카파에 대해 (과도한 오지랖 또는 노파심 가득한) 자못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음반으로 접한 어반자카파는 신인이란 말이 무색하게 이미 노련한 실력파였고, 귀에 감겨드는 보컬톤과 풍성한 결이 있었다. ‘공연은 뭔가 부족한 팀이 아닐지’ 우려하면서 한 곡, 한 곡을 들었다.
대표곡 「그날의 우리」에 이르러서는 가사를 따라 부르는 팬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오늘처럼 초대권을 받고 온 관객을 한번에 뮤지션에게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레전드’가 된 팝이나 가요를 부르는 것이다. 어반자카파에게는 이미 SES의 동명곡을 재해석한 <Just a feeling>라는 강한 무기가 있었다. 세 멤버의 개성적인 음색과 어쿠스틱한 편곡을 거친 노래는 다양한 관객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았다.
“어제 공연보다 한 곡 더 부를 건데, 지금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안녕바다의 팬분들인 거죠?”친구에게 툭툭 농담을 던지는 듯 멘트를 이어간 어반자카파의 무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었다. 탁성이면서 파워풀한 여자보컬 조현아의 목소리, 투명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가성의 권순일과 비음 섞인 소울창법이 매력적인 박용인의 조화가 탄탄했다. 20대 초반의 멤버들이 전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했다고 하던데, 무대에서도 그러한 통일감과 안정성이 느껴졌다.
향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한결 가까워진 사이 같았달까. 사람과 친해지는 데에 꼭 술 한잔이나, 화려한 요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Just a feeling! 느낌 그대로” 진행된 어반자카파의 공연도 그랬다.
별빛처럼 ‘안녕바다’
“시골에 살았을 때는 하늘에 언제나 별빛이 가득했어요. 서울에 오니 하늘은 그저 깜깜하더라거요. 그때의 제 마음처럼요. 서울의 밤하늘에도 별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역시 밴드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 빛이 난다, 는 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공연장의 관객들에게도 <안녕바다>보컬 나무의 소박한 이야기는 와 닿았을 성 싶다. 낯선 서울에 발을 딛고 캄캄한 하늘을 올려다봤을 음악소년을 떠올리니, 가사가 마음을 건드린다.
“다음은 인간관계에서 느낀 증오와 환멸을 담은 ‘라이어’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으시길!” 간단히 앨범 소개를 하고 난 뒤, 밴드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밴드는 로킹한 리듬과 멜로디, 호소력있는 보컬톤, 각각의 파워가 살아낸 밴드 연주 등으로 뜨거운 숨을 마구 토해내다가도 일순 조용해지는 등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가능할까?’ 싶었는데 관객들이 하나둘 일어나고 있었다. ‘샤라랄라랄랄라’의 음으로 기억되는 「별빛이 내린다」가 연주되자 공연은 절정에 다다랐다.
한쪽에서 커피와 샐러드를 판매하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디자인 속에서 심장박동같은 드럼비트와 기타의 긁는 사운드, 처절한 보컬이 어우러지니 이상할 듯도 한데 전혀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몰입의 에너지가 대단한 팀이란 인상이었다.
‘안녕’은 두 가지다. ‘Hello’와 ‘Bye’. 상반된 두 의미에서 오는 이미지와 바다처럼 마르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미를 녹여내어 ‘안녕바다’라고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녕바다를 굳이 영어로 표기 하자면 ‘Hello Sea’가 아닌 ‘Bye-Bye Sea’라고 한다. 오늘 만난 안녕바다도 헤어짐이라는 그리움의 정서에 가까워보였다. 이토록, ‘로킹’한 헤어짐이라면 그 것또한 근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