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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훈 “남녀가 좋아하는데 조건은 없죠”

뮤지컬 <폴링포이브>의 장난꾸러기 천사 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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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온 아담과 이브 이야기인데, 작품에서는 ‘아담이 사과를 먹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풀어가죠.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가가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냥 정상훈에 가장 가까운, 장난꾸러기 천사예요. 천사가 나오는 영화들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캐릭터를 분석해봤는데, 결국은 맑고 순수할 것 같은 이미지가 오히려 우리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담과 이브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어떤 작품이기에 아담과 이브, 하느님과 천사가 등장인물인가?

“성경에 나온 아담과 이브 이야기인데, 작품에서는 ‘아담이 사과를 먹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풀어가죠.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에 대해 본질적으로 다가가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이유에는 조건이 없고 결국 나의 파라다이스는 너라는, 어쩌면 현대인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러브스토리예요.”

작품이 이미 9월 초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됐다. 충무아트홀 무대로 넘어온 <폴링 포 이브>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열흘 정도 쉬었는데, 공연장이 달라진 만큼 의상이나 무대연출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볼거리도 많고 더 재밌어졌죠. 특히 블랙은 <폴링 포 이브>를 하기에 참 좋은 극장인 것 같아요. 아담하고 원형이고, 그래서 배우들도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연기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집어넣었어요.“


기자는 정상훈 씨를 만나러 가면서 인터뷰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심했다. 본격적으로 무대에서 활동한 것은 2007년부터지만, 그는 앞서 10년 전에 드라마 ‘나 어때’로 데뷔했고, 그 뒤 오랫동안 각종 드라마와 개그쇼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래서 무대를 찾는 많은 개그맨처럼 감초 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아니면 비중은 작지만 묵묵히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배우로서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서 방향은 명확해졌다. 그는 코믹연기를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는 배우로 자신을 다듬고 있었다.

“데뷔한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죠. 서울예전 개그클럽에서 활동하다, 21살 때 이영자 선배를 통해 방송에 데뷔했으니까요. 방송을 계속 할 줄 알았는데, 2005년에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하고 나서 ‘내가 연기를 잘못하고 있구나, 무대에서 배울 게 무척 많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서 활동하는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 진출을 꿈꾼다. 드라마 <그린로즈> <황진이> <푸른물고기>, 영화 <화산고> <영어완전정복> <목포는 항구다> 등에서 활약한 만큼 그의 행보는 역행이 아닐까?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라마나 영화, 연극에서의 연기가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NG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연기와 화술, 진정성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게 되죠. 또 두 시간짜리 작품을 100번 넘게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무엇보다 관객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스스로 공부가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생기죠. 그러면 더 재밌고요. 얼마 전에 <펀치라인>이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작은 역할이지만 예전에 몰랐던 맛을 알게 되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무대를 못 떠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무대에서 활동한 지 4~5년. 뮤지컬 배우로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게 성공전략이잖아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저는 노래를 화려하게 잘 부르지는 못해요. 물론 그동안 많이 늘었지만, 노래로 무언가 감동을 줄 수준까지는 힘들죠. 그래서 연기나 마임, 팔도 사투리 등 제가 ? 할 수 장기를 발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점의 최소화, 장점의 극대화(웃음).”

하지만 올해 나이 34살.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나이와 쌓이는 무대가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렇죠, 저는 나이를 잊고 사는데 주위에서 제 나이를 지키니까 부담스럽더라고요. 저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장난도 치고 싶은데, 형에서 형님이 되고 자꾸 방어벽을 만들어주시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이 쌓이면 괜한 자존심이 생기고, 저에게는 더 클 수 없는 가장 위험한 독이 될까봐 더욱 터놓고 지내려고 노력해요. 사실 예전에는 스스로도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서른이 아니라 쉰에 뜨자고 여유를 가지니까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동안 걸어왔던 길이 배우로서 더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캐스팅의 폭이 제한될 테니 말이다.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제가 그동안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확실하게 잘 하자’는 거예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은 이것에 자신을 다 했거나 아니면 자신이 없다는 거거든요. 저는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해서 공부를 많이 했고, 지금도 더 확실하게 이뤄내고 싶어요. 물론 지킬로 불러주시면 가야죠(웃음). 다행인 것은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이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조금씩 커가고 있는 셈이죠.”

무대를 꾸준히 지켜온 것만으로도 큰 벽은 넘은 셈. 그에게 장차 맡고 싶은 역을 물었더니 마흔 정도에는 돈키호테를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비슷한 길을 걷다 <맨 오브 라만차>의 주인공을 거머쥔 정성화 씨가 생각났다.

“그 형이 나와야 할 텐데(웃음). 성화 형은 저에게 좋은 지원군이고 스승이죠. 굉장히 친해서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하고요. 성화 형을 보면 정점까지 가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정점에서는 정극이든 코미디든 어떤 역할을 해도 누구도 말을 못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달려가고 싶어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보다는 훨씬 협소한 공연시장. 무대를 지키는 용기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이다. 배우로서 스스로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을까?

“지금을 가장 열심히 사는 게 미래에 대한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다 알지만 실천을 못할 뿐이죠. 지금 제 자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풀 파워를 끌어내서 며칠 뒤, 멀게는 몇 년 뒤에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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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내며 스스로 ‘스타나 주연이 아니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인터뷰 내내 흥겨움을 잃지 않았던 정상훈 씨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에서 즐겁게 연기하고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른 어떤 어려움들은 합당한 대가라 생각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성동일 선배님을 좋아해서 그런 캐릭터를 제 것으로 잡아가고 싶어요.” 정상훈 씨의 목표는 확실하다. 그 목표를 향해 <폴링 포 이브>의 모든 무대에서 장난꾸러기 천사로 모든 힘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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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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